13부]제2차 오마대전(상편):必勝卽敗 必敗卽勝
오케이 사장의 애마가 우리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게 보였다. 그 친구 참 빨리도 왔네.
꽃 피는 사월의 날씨는 너무도 화사해서 일생일대의 대전을 치르러 가는 우리의 심정과는 너무도 대조적이었다.
운명의 날 4월21일 !!!
오늘 오사장의 운명은 천당과 지옥을 왔다 갔다 할 것이다. 마크의 머슴이 되느냐, 아니면 승부를 다시 원점으로 돌리고 결승전까지 끌고 가느냐.
서해안 고속도로의 주변에는 벚꽃들로 만개한 야산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오사장 오늘의 대전을 맞는 심정이 어떠하신가?”
“여보게 무싸, 그 동안 참 많은 생각을 했네, 인생이란 짧고도 허무한 것이네. 그 동안 내가 왜 이리 아둥바둥 살아왔는지 후회가 되네. 짧은 인생을 살다간 아내를 위해 지난 밤 진실된 마음으로 용서를 비는 참회의 기도를 올렸네.”
“오사장 자네가 불혹의 나이를 넘고서야 철이 드네 그랴.”
“이번 오마대전을 통해 난 참으로 많은 것을 생각해 보았네. 이루 필설로 다 할 수 없는 인생의 희로애락을 느꼈네. 오늘 내가 마크사모에게 진다고 해도 한 점의 후회도 없네.”
“자네가 정말 뭔가 깨달음을 얻은 모양이군. 그럼 여기 사부님께서 가는 길에 펴 보라는 편지 한 통이 있으니 읽어 보시게나.”
나는 하얀 봉투 겉에 [사랑하는 오사장 보시게]라는 사부님의 편지를 오사장에게 건넸다.
비장한 표정으로 편지를 받아 든 오사장은 떨리는 손으로 편지를 개봉했다.
“무싸! 이런 것 까지 준비하시다니 사부님은 정말 나에게 깊은 애정을 가지셨나 보군.”
편지 속에는 일필휘지로 써내려 간 행서 체의 한자 여덟 글자가 있었다
[必勝卽敗 必敗卽勝] : [반드시 이기고자 하면 곧 질 것이요, 반드시 지고자 하면 곧 이길 것이다.]
“오사장 이건 이순신 장군께서 임진왜란 당시 난중일기에 써 놓으신 어귀와 유사하군.”
“그렇지. 난중일기에는 [必死卽生 必生卽死]라 했었지. [반드시 죽을 각오로 싸우면 곧 살 것이요, 반드시 살려고 하면 곧 죽을 것이다. 그 말씀이었지.”
"오사장 자네도 그 걸 기억 하는군, 자네에게 있어 이번 대전은 권율 장군께서 행주대첩 때 쓰셨던 배수진 이라네. 자네는 이번에 지면 다음 기회는 없다네. 그래서 배수진이지. 권율 장군은 민병 승병
정규 군을 합해 고작 2천여의 군사로 3만의 잘 훈련된 왜적을 맞아 승리를 했다네. 그건 심리전의 결과이지. 뒤로 도망가고자 해도 절벽 낭떨어지이고 앞에는 총을 든 왜적이니 사는 방법은 왜적을 물리치는 수 밖에.”
사부님의 사려 깊으심에 다시 한번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었다.
“오사장 자네는 사부님의 가르침을 잘 명심하시게나. 1차대전에서 자네는 마크를 이겨보려고 기를 쓰다가 제 풀에 나가 떨어지지 않았는가 말야. 이번에는 마음을 비우고 접대 골프하는 자세로 치게나. 그리고 결과를 지켜 보세나.”
오사장은 발안CC에 회원권을 가지고 있어 골든 타임인 열시에 부킹을 해 놓은 터여서 우리는 여유 있게 제 2차 오마대전을 시작하였다.
마크는 여전히 여유 있는 미소를 지으며 반갑게 인사를 청햇다.
“오사장님 그 동안 잘 지내셨죠. 제가 듣기로는 설악산에 들어가셔서 도 닦고 나오셨다는 데 오늘은 제가 좀 두려운데요. 지난 번에 약속한 대로 오늘은 매치 플레이 입니다. 상황에 따라 자유롭게 오케이 기브를 줄 수 있습니다. 그러하니 오늘 제가 기브를 주지않고 마크 하시라고 하여도 원망하지는 마십시오.”
정말 대찬 여걸 아닌가. 역시 오사장은 마크의 상대가 되질 않는 걸까. 저런 여유는 어디에서 터득한 것일까.
“오사장 이리 와보게.”
나는 귓속말로 오사장에게 그녀가 숏 퍼팅을 할 수 없도록 기다리고 있다가 그녀의 마크를 집어 줄 것을 당부했다.
“두 분이 서로 사귀시나요. 남자들끼리 뭔 귓속말을 그렇게 다정하게 하십니까요.”
마크 사모는 우리들의 모습이 우스운 듯 한마디 잊지 않았다.
“아 네. 오사장이 저 한테 꿔 간 돈이 있는데 오사장이 마크사모님의 머슴되어 버리면 못 받게 될까 봐 그 전에 빚 청산하라고 했죠.”
“호호호. 무싸님도 이 상황에서 그런 농담을, 걱정 마십시요. 오사장님이 저의 머슴되시면 제가 대신 갚아 드리리다.”
“빚이 얼마인지도 모르시고 어찌 그런 말씀을?”
“머슴의 주인은 저이니 머슴이 진 빚도 주인의 빚 아니겠습니까. 그러하니 그 액수가 얼마인들 주인이 갚음이 도리 아닌가요.”
참으로 당차고 배포 큰 여걸이다. 저 야리야리한 체구 속에 어쩌면 저리도 큰 배짱이 들어 있을까. 아무래도 이 오마대전은 잘못 시작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다시 한 번 뇌리를 스쳤다.
“마크 사모님, 길고 짧은 건 대 봐야지 않겠습니까. 벌써 제가 머슴이고 사모님이 주인 된 듯이 말씀하시는군요.”
“아! 그렇게 들렸다면 죄송합니다. 그럼 시작해 볼까요.”
마크사모는 바로 정색을 하며 다시 결전을 치루는 투사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마크 사모의 심리전에 자꾸 오사장이 걸려드는 것 같아 뭔가 불안한 마음이 드는 건 나만의 생각일까.
이렇게 하여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제 2차 오마대전의 서막은 올라가는데………..
제14부]제2차 오마대전(하편):水滴穿石
골프게임에서 매치플레이는 타수로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그 홀에서 이기면 1 UP, 지게 되면 1 DOWN으로 계산한다.
비긴 홀은 테니스 게임처럼 LOVE 라 한다. 만약 15홀이 끝난 뒤 3홀을 남기고 내가 4 UP이면 나머지 3홀을 상대가 다 이긴다 해도 내가 1 UP이므로 나머지 홀의 승패와 관계없이 15홀에서 게임이 끝나는 것이다.
만약 18홀까지 승부가 나지 않으면 써든데스 게임으로 18홀을 다시 하여야 한다.
오늘의 오마대전에서는 18홀이 끝났을 때 만약 러브상태로 끝나 승패를 가리지 못했다면 18홀부터 백 카운트하여 먼저 UP이 된 사람이 우승하기로 하였다.
마크사모가 오늘 승리하면 2승이므로 결승전을 치루지 않고 그대로 게임이 종료되므로 결승전은 없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마크사모는 오늘로 승부를 가리려는 듯 첫 홀부터 강력한 롱 드라이브 샷을 구사하였다. 그녀의 세컨샷은 70미터밖에 남지 않았다.
오사장도 이에 질세라 가공할 만한 파워로 드라이버를 날려 동반자인 나와 꽃사슴의 간담을 서늘케 하였다.
마크사모의 샌드웨지 세컨샷은 정말 일품이었다. 핀의 위치가 그린 뒤쪽 구중심처에 위치해 있어서 공략하기가 수월치 않았지만 그녀는 공을 핀 근처에 떨어뜨린 후 강력한 백스핀으로 홀까지 끌어오는 신비의 샷으로 기를 죽였다.
그녀의 공은 오르막 버디 퍼팅 1미터를 남기고 있었다.
오사장도 이에 질세라 P/S로 강력한 백스핀을 구사하였다. 그의 공은 마크의 공만큼 백스핀이 강하지 않아 핀을 지나 내리막 2미터를 남겼다.
나는 얼른 오사장에게 달려 갔다.
“오사장 사부님의 말씀 잊지 않았겠지. 얼른가서 마크의 공을 집으라고. 그래서 마크가 숏퍼팅을 할 수 없도록 하시게나.”
“여보게 무싸. 아무리 사부님 말씀이 그러하시더라도 이 상황에서 어찌 그런 말을 하는가. 저공을 집어주면 그녀는 기브 버디이고 나는 어려운 내리막 버디퍼팅을 해야 하는데 그냥 져주자는 얘긴가?”
“그렇지. 사부님께서 [반드시 이기려고 하면 질것이요, 반드시 지려고 하면 이길것이다] 라고 하시지 않았는가. 일단 사부님의 말씀을 듣도록 하시게”
“허참! 알았네 내 그리하겠네.”
오사장은 그린에 오르자 마자 마크사모의 공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천천히 퍼터를 들고 걸어오는 마크사모에게 공을 건넨다.
“아니 오사장님 지금 기브를 주시는 것입니까”
“네 물론입니다”
“이 정도 거리를 기브를 주시면 그냥 져주겠다는 말씀 아니신가요.”
“매치 플레이니 기브는 저의 소관 아닌가요. 기브를 받으십시오.”
마크는 의외라는 듯 공을 건네 받으며 오사장의 내리막 버디퍼팅을 지켜본다.
“오사장님께서 아무리 기브를 남발 하신다해도 저는 그리 못하니 마크하시고 퍼팅하시지요.”
오사장은 오늘의 이 게임이 어찌 될지는 모르지만 사부님께서 뭔가 깊은 뜻이 있으셔서 하신 말씀이니 무조건 따라보기로 했다.
평소 저 정도 거리에서 오사장이 버디퍼팅을 할 때면 요리재고 조리재고 시간을 물 쓰듯 하다가 초 긴장 상태에서 동반자들까지 얼어 붙게 만든 뒤 버디퍼팅을 하는 데, 그 공은 홀에 3센치 못 미치거나 홀을 핥고 나오곤 하였다.
그러나 오늘은 상황이 틀렸다. 마크사모는 이미 오케이 버디이고 오사장은 어려운 내리막 2미터 버디퍼팅이니 이 홀은 진거나 다름 없었다. 오사장은 홀을 힐끗 보더니 이내 가볍게 공을 굴렸다.
“나이스 버디!”
도우미 언니가 큰 소리로 외친다. 오사장은 무슨 연습 퍼팅하듯 아무 생각 없이 가볍게 퍼팅을 했는데 무슨 조화인지 공은 홀을 찾아 들었다.
“아니 오사장님 퍼팅 연습만 하셨나요. 저의 버디퍼팅을 기브 주시더니 그 어려운 퍼팅을 가볍게 넣으시는 걸 보면 자신감이 넘치는 것 같아요.”
“마크사모님 칭찬이 과하십니다. 어쩌다 운이 좋아 하나 들어 간 것입니다. 그리고 마크사모님의 공은 오르막 1미터도 채 안되고 퍼팅라인도 곧 바르니 못 넣으실 리가 있나요. 그러니 기브를 드린 것 뿐입니다.”
하이고 아찔했다. 매치플레이에서 한 홀을 매우 크다. 그 1 UP 의 차이가 그대로 18홀까지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사장이 겉으로는 저리 태연한 척하지만 아마도 간이 콩알만해 졌을 터인데.
2홀 파3로 가면서 나는 오사장에게 물었다.
“자네 아까 퍼팅할 때 그냥 장난하듯 퍼팅 하던데 어떻게 된건가?”
“사실 그랬지. 난 1홀은 내가 졌다고 생각했네. 그래서 마음이 편안해졌고 그냥 붙일 요량으로 툭 굴렸을 뿐이네. 허허 그런데 그 공이 홀로 빨려 들어 가는 게 아닌가 말야.”
“아하 바로 그것일세. 사부님께서 말씀하신 [必勝卽敗 必敗卽勝]이 바로 그 뜻일세. 자네는 계속 마크가 숏 퍼팅을 못하도록 오케이 기브를 주게나. 그리고 자네는 마음을 비우고 가볍게 져준다는 마음으로 쉽게 쉽게 치도록 하시게나.”
2홀 파3에서 마크는 고수답게 가볍게 그린에 올렸다. 오사장도 부드러운 스윙으로 핀을 향해 쐈다.
마크의 공은 핀을 지나쳐 내리막 7미터를 남겼고 오사장은 오르막 3미터를 남겼다.
마크는 가볍게 홀을 향해 공을 굴렸다. 너무 경사를 의식한 탓일까 공은 구르다가 맥 없이 멈춰 다시 내리막 1미터를 남겼다. 오사장은 날쌔게 그 공을 집어 마크에게 던져주며 기브를 준다.
“아니 오사장님 그건 어려운 내리막 퍼팅인데 그걸 기브 주시다니 왜 그러십니까. 저야 주시면 고맙지만..”
“천만의 말씀 마크사모님께서 그 정도 퍼팅을 놓칠리가 있겠습니까. 그리고 저는 버디 퍼팅인데요.”
오사장은 정말 여유가 생겼나보다. 저렇게 인심 팍팍쓰는 건 그와 골프를 친 역사이래 처음이었다.
그는 오르막 3미터 버디퍼팅을 연습 퍼팅하듯 아무렇지도 않게 툭 밀어댄다. 그의 눈은 공이 있던 자리를 그대로 응시하고 있었다. 다음 순간 공은 [땡그랑] 소리를 내며 홀 속에 떨어졌다.
“오사장님 줄 버디 축하합니다. 아니 설악산에 도 닦으러 들어 가셨다더니 정말 뭔가 비법을 터득하신 모양이군요.”
“하이고 어인 말씀을 그냥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두 홀이 끝난 후 오사장이 1 UP으로 한 홀을 이기고 있는 가운데 3홀로 걸어가며 나는 오사장에게 물었다.
“자네 쌍 버디를 하고도 흥분하지 않네 그려. 옛날 같으면 큰 소리로 한 얘기 되하고, 또 한 얘기 또 하며 보기에 트리플까지 한 동반자들 가슴을 갈갈이 찢어 놓더니만 오늘은 사람이 달라졌네 그려.”
“그러게 말야. 사실 나도 이번 홀에서는 그 공이 들어 갈 것이라고는 생각을 안 했다네. 그냥 안 들어가도 비기는 것이니 거리만 맞춰 연습 퍼팅하듯 툭 쳤을 뿐인데 그게 들어 갈 줄이야.”
마크 사모는 3홀,4홀… 홀을 거듭하며 어깨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녀의 환상적인 드라이브 샷은 어디 가고 자꾸 감겨서 언덕위로 꽂혔다.
어려운 슬라이스 라이에서의 세컨 샷은 그린을 빗나갔고 어푸로치 샷을 1.5미터나 2미터에 붙이는 데 그쳤다. 그때마다 오사장은 공을 집어 오케이 기브를 주었다.
오사장은 가볍게 홀을 공략했고 그는 쉽게 쉽게 파를 잡아냈다. 그가 롱 퍼팅을 80센치에 붙여도 마크는 오케이 기브를 주지 않았다. 하지만 오사장은 그때마다 깔끔하게 숏 퍼팅으로 파를 잡아냈다.
15번홀까지 이르자 오사장이 2 UP인 상태로 전세는 완전히 오사장에게 기울었다. 마크사모가 얼굴이 울그락 푸르락 하며 한마디 한다.
“오사장님! 제발 숏 퍼팅 좀 할 수 있게 해주세요. 오사장님이 공을 집어서 주어 버리니 14홀을 숏 퍼팅을 한번도 못해봤어요. 숏 퍼팅을 안하니 뭔가 빠진 거 같고 꺼림 직한 게 웬지 이상해요. 이건 저의 골프 스타일이 아니예요.”
“아 그러십니까. 하지만 그건 저의 고유 권한이니 궤념치 마십시오. 매치 플레이 아닙니까?”
“그건 그렇지만 ……”
혼돈에 빠진 마크사모는 이성을 찾기에는 이미 때가 지난 듯 싶었다. 바위 같던 그녀의 마음이 저렇게 어이없는 곳에서 무너질 수 있다니 골프는 참말로 알다가도 모를 스포츠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녀는 숏 퍼팅을 마무리 하면서 자신에게는 확신을, 상대에게는 위압감을 주어 왔던 것 같다. 숏 퍼팅 마무리가 그녀의 승리감의 원천이었는데 그걸 송두리째 빼앗아 버렸으니 그녀가 카오스에 빠질 만도 하였다.
이와는 반대로 상대를 갈구고 자신의 멋진 샷을 상대에게 자랑하며 뽐내던 오사장은 오히려 마음을 비우고 져줄 생각으로 가볍게 가볍게 한홀 한홀 한샷 한샷 무리없는 게임 운영을 하니 게임이 잘 풀려가고 있었다.
이제 두 홀을 비기고 나면 한 홀을 남기고 오사장이 2 UP이 되어 승부가 끝나 버리게 되는 상황이 되었다.
발안의 16번 홀은 아주 짧은 파3 아일랜드 홀로 보통 피칭이면 충분하였다. 앞 바람이 있어서 오사장은 9번을 빼 들고 쓰리쿼터로 펀치 샷으로 공을 낮게 쏘았다. 공은 그린의 프린지를 맞고 핀대를 향해 툴툴툴 굴러간다.
오사장이 5미터 버디퍼팅 기회를 맞은 것을 보자 마크사모는 피칭으로 강력한 백스핀 샷을 구사하였다. 하늘로 치솟은 공은 바람에 밀려 간신히 물을 건너 러프에 떨어졌다. 앞 바람에서 강력한 샷은 오히려 스핀이 많이 걸려 거리가 잘 나지 않는다는 것을 마크사모는 착각했던 것이다.
마크사모의 어프로치 샷은 핀대를 향해 곧장 굴러 갔다 핀대를 맞고 옆으로 튀어 1미터에 멈췄다.
승리에 찬 오사장은 오케이 기브를 주려고 마크의 공을 집으려 걸어 갔다.
“잠깐만요. 오사장님 제발 퍼팅 한번만 하게 해주세요.”
“기브 드리려고 하는데 왜 그러십니까. 알았습니다. 그러죠.”
오사장은 5미터 버디퍼팅을 붙인다는 생각으로 주욱 밀었다. 공은 홀을 지나 60센치에 멈췄다. 이때 잽싸게 마크 사모가 걸어와 오사장의 공을 집어 기브를 준다.
“오케이 기브입니다, 오사장님!”
마크는 1미터 퍼팅을 이리보고 저리 살핀다. 감격스러운 퍼팅이었다. 오늘 처음 해보는 숏 퍼팅이었다. 사실 이 정도 거리는 마크에게 있어서 99%의 확률이 있는 쉬운 퍼팅이다. 그런데 그 녀는 이리 살피고 저리 살핀다.
그리고 조용히 퍼팅을 하는데, 이게 웬일인가.
그 녀는 퍼터로 뒷 땅을 긁고 말았다. 그녀의 공은 홀 앞 5센치에 서 버리고 만 것이다.
“사모님 그건 오케이 기브 드린다고 했더니…….이를 어쩌나 ”
오사장이 남이 실수로 못 넣은 것을 저렇게 안타까워 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오사장은 저런 경우 쾌재를 부르며 계산도 빨리해서 지갑을 털어가던 그런 [오놀부]였는데……
전의를 상실한 마크사모가 말문을 열었다.
“오사장님 오늘은 제가 졌습니다. 2홀을 남기고 사장님께서 3 UP이시니 남은 홀을 제가 이긴다 해도, 제가 지게 되니 이 홀로서 게임은 끝났습니다.”
“아 그렇군요.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마크 사모님. 오늘은 제가 운이 좋았고 사모님께서 잘 안 되시는 날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닙니다. 오사장님. 오늘 저는 처음부터 오사장님을 이기려고 무리한 샷을 많이 했습니다. 그리고 오사장님께서 숏퍼팅이 약하시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모두 마크를 했습니다. 오사장님께서 숏 퍼팅 미스를 하시기만을 고대하면서 말입니다. 죄송합니다. 오늘은 제가 골프에서도 졌고, 멘탈에서도 졌습니다. 오사장님은 저에게 후하리만큼 오케이 기브를 주셨지만 결국 저는 악착 같이 이기려고 안간힘을 썼습니다. 정말 한 수 잘 배웠습니다. 저도 산에 들어가 마음을 닦고 수양 좀 해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역시 마크는 여걸이었다. 짧은 순간에 자신을 돌아볼 줄 알다니. 그녀는 오늘의 패인이 자신의 욕심에 있었음을 벌써 깨달은 것이었다.
“그럼 이제 두 홀이 남았는데 어떻게 하실까요. 기왕 나왔으니 마저 마무리하고 가시지요.”
“말씀은 감사합니다만 승부는 이 홀로 끝이 났으니, 저는 먼저 저 오솔길을 따라 클럽하우스로 가겠습니다. 생각도 좀 하면서요. 여러분들은 마저 마무리하고 오십시오”
마크사모는 축 늘어진 어깨로 걸음을 옮겼다.
“여보게 무싸. 자네하고 꽃사슴하고는 스토록 플레이니 끝내고 오게나. 나는 마크사모와 먼저 가겠네.”
“그러게나 벚꽃 흩날리는 오솔길에 둘이서 데이트라도 하며 가시게나.”
꽃비가 내리는 발안CC에 그들의 뒷모습은 처절한 승부사가 아닌 어느새 연인의 모습으로 투영되고 있었다. 나와 꽃사슴이 18홀을 마치고 퍼터를 도우미 언니에게 건넬 무렵 오사장과 마크가 다정한 모습으로 시계탑 아래서 손짓하는 것이 보였다.
가만히 스코어를 계산해보니 16번 홀까지 오사장이 1언더, 마크사모가 2오바였다. 나와 꽃사슴은 간신히 79, 80으로 마무리했다. 나의 판단으로 오사장도 마크사모도 사실은 너무도 잘 친 게임이었다.
그런데 오사장이 기록한 1언더는 그가 최근 2년사이에 기록한 스코어 중에서는 최고의 스코어였다.
그리고 그의 오늘의 샷은 정말 특별한 것도 무리한 것도 없는 그저 그런 평이한 샷 이었던 반면, 스코어는 아마추어로서 경이로운 1언더를 기록한 것이다.
낙숫물이 댓돌을 뚫는다(水滴穿石)라고 하더니 마크의 욕심이 슬금슬금 바위 같던 마크의 마음을 흔들었구나.
우리는 오사장이 미리 예약해 두었던 시골밥상 집에서 근사한 저녁에 동동주로 하루의 피로를 잊으며 다음 결승전을 기약하였다.
“오사장님 한가지 부탁이 있는데 들어 주시겠습니까?”
“말씀 하십시오.”
“다음 결승전은 하리수 매치 플레이이므로 오늘 우리는 서로 골프채를 바꾸어 가지고 가게 됩니다. 그리고 그채로 한달간 연습한 뒤 결승전에서 하리수 매치플레이를 하기로 되어 있지요.”
“네 그렇지요.”
“저도 수덕사에 제가 모시는 사부님이 계신데 가서 수양 좀 하고 올까 합니다. 그래서 일생일대의 운명을 결정짓는 결승전이니 만큼 좀더 준비할 수 있도록 우리의 결승전을 두 달 후인 6월 중순경에 하였으면 하고 부탁 말씀 드립니다.”
“좋습니다. 그렇게 하지요. 정확한 날짜는 부킹되는 대로 알려드리지요.”
시골 밥상 집 처마 밑으로 둥근 초저녁 달이 차오른다.
동동주에 얼큰하게 취한 마크사모의 발갛게 상기된 얼굴이 달빛에 물드는데………………………..
[제15부]수덕사의 여승
우리나라가 이탈리아를 제물로 삼고, 월드컵 8강에 진출하며 한반도 전체가 붉은 악마의 물결로 가득차던 6월18일 저녁, 늦은 시간 핸드폰이 울렸다.
“무싸 나일세. 여기 [알바트로스]인데 이리 오시게 한잔하게.”
“그럼세. 오늘은 대한민국의 역사가 바뀌는 날이니 밤새 마셔보세나.”
아파트나 거리나 어딜가나 흥분의 도가니에 빠진 붉은 악마의 물결이었다. 태극기를 몸에 두르고 거리를 달리는 청소년들.
폭죽으로 밤하늘을 수 놓으며 8강의 환희를 만끽하는 시민들을 뚫고서 [알바트로스]에 도착해보니 벌써 오사장은 거나하게 취해 있었다.
다조마담은 예의 미소를 나를 반긴다.
“무싸님, 오랜만에 오셨네요. 연구가 무척 바쁘신가 봐요?”
“아 예. 요즘 저도 연구하는 게 진도가 착착 잘 나가서 좀 바빴어요.”
“우리의 장자방 무싸 오셨는가. 이리 와서 한잔 받게나. 자네 좋아하는 발렌타인 21년짜리 일세.”
오사장은 월드컵 8강 진출과 그에 대한 이야기로 서두를 꺼낸 후 제 3차 오마대전에 대한 준비에 대해 물었다. 나는 4월 제2차 오마대전 후 연구가 바빠 그 일을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벌써 약속했던 6월도 반이 휙 지나가버린 것이다.
“아 참 그렇지. 시간이 벌써 그렇게 흘렀군. 세월이 유수같다더니 그 말이 참말이네 그려.”
“이 사람 무싸. 자네는 자네일 아니라고 신경도 안 써주고 세월타령만 하는구먼. 나는 그날 이후로 [일일여삼추]였다네.”
그러고 보니 제 3차 오마대전은 [하리수 매치플레이]으로 오사장이 마크 사모의 골프클럽으로 레이디 티에서 치고, 마크사모가 오사장의 골프클럽으로 레귤러티에서 치기로 하였었지 않는가.
2차대전에 패한 마크사모가 수덕사에 계신 사부님께 가르침을 받으러 간다고 하였었는데 그 일은 어찌 되었는지 궁금하였다.
“오사장 제 3차대전은 언제 하기로 하였는가?”
“그게 말이야. 좀 문제가……”
“왜 그러나 오사장. 마크가 [수덕사]에 들어가 여승이라도 되었다는 얘긴가.”
“글쎄 말이야. 그럴지도 모르지. 하여튼 그 날 이후 연락이 두절 되었다네. 핸드폰은 연결이 안되고 해서 꽃사슴에게 연락해 보았더니 그 쪽에서도 행방을 알 수 없다는구먼. 일단 날짜는 6월30일로 잡아놓았다고 꽃사슴에게 전해달라고 했네. 마크의 핸드폰에도 문자 메세지를 남겼고.”
“음 그래. 천하의 여걸 마크가 꼬랑지 내리고 도망갔을 리는 만무하고 무슨 일이 생겼나….. ”
나는 애타는 오사장의 마음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기던 지던 3차 대전을 끝내야 머슴이 되던지, 아내를 얻던지 할 텐데, 이처럼 마크가 홀연히 사라져 버린다면 오사장은 완전히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되고 마는 것 아닌가.
“오사장. 이거 농담 아니고 진짜로 마크가 도 닦다가 뭔가를 깨달아 [수덕사의 여승]이 된 것인지도 모르겠네.”
“무싸. 자네도 그렇게 생각하나. 나도 그런 생각을 했었는데.”
분위기는 일순 심각해졌다. 이건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다. 아니 [소도 비빌 언덕이 있어야 한다]고 했는데, 마크가 사라져 버리면 오마대전은 어찌 되는 건가.
다급해진 오사장이 발렌타인 한잔을 스트레이트로 주욱 마신 뒤 심각하게 말문을 연다.
“여보게 무싸. 이번주 일요일에 자네 나하고 수덕사에 함께 가보세나. 나는 마크를 찾아야겠네. 2차까지 오마대전을 치루며 마크에 대한 감정이 남다르다네. 미운정 고운정하고 다른 또 다른 감정이라네. 마크는 내 인생의 앞날을 밝혀 줄 등불같은 존재라는 것이 느껴지네. ”
“그러세, 오랜만에 바람도 쏘일 겸 함께 가도록 하지.”
어느새 알바트로스의 밤은 삼경을 넘어서고 있었다. 우리는 반병이나 남은 발렌타인을 다조마담에게 건네주고 밤거리로 나왔다.
이 미명의 새벽 시간에도 붉은 악마들의 물결은 줄어들지 않고 있었다. 온 나라가 축제의 도가니였다.
뻥 뚫린 듯한 오사장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지나가는 스포츠카의 젊은 청춘이 응원 구호에 맞추어 크락숀을 울린다.
오오오~ 대~한민국 빠방 빠 방빠!!!!
오오오~ 대~한민국 빠방 빠 방빠!!!!
오오오~ 대~한민국 빠방 빠 방빠!!!!
오오오~ 대~한민국 빠방 빠 방빠!!!!
오오오~ 대~한민국 빠방 빠 방빠!!!!
제16부]제3차오마-꽃무 대전(마지막회)
수덕사로 향하는 일요일! 신 새벽의 아침 공기는 너무도 맑았다.
6월22일 토요일 대한민국의 역사는 새로 쓰였다.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던 월드컵 4강의 신화를 창조해 낸 우리 태극전사와 4천 7백만의 붉은 악마의 응원으로 이루어낸 쾌거였다.
“여보게 무싸!! 난 지금도 가슴이 떨린다네. 이것이 꿈인지 생시인지 믿기지 않는다고.”
오사장은 흥분된 어조로 어젯밤의 스페인과의 혈전을 몇 번이고 생중계를 해 대었다.
“오사장! 이는 대한민국의 국운이 하늘에 통하고 있슴이 아니겠는가. 오늘 같은 날 가슴 벅차지 않는 대한민국 사람이 어디 있겠나. 그나 저나 우리 오사장의 일도 잘 풀려야 할텐데. 수덕사에 가면 마크사모가 있을는지.”
나의 말을 듣고 있던 오사장이 빙긋이 야릇한 미소를 지었다.
“걱정하지 말게나. 무싸! 어젯밤 전화가 한 통 왔었네.”
“누구한테. 꽃사슴? 아니면 마크사모한테?”
나는 궁금해서 재촉하여 물었다.
“아 글쎄. 그 사람이 내 속을 까맣게 태우더니 우리가 4강에 진출하고 길길이 기뻐서 뛰던 그 순간에 전화를 했지 뭔가.”
“그 사람이라면 마크 말인가?”
“ 그렇다네. 그 동안 사부님 밑에서 정신수양하느라 연락을 못해 미안하다며 대한민국의 역사가 새로 쓰이는 그 순간에 자기도 붉은 악마가 되어 응원했다는거야. 홍명보 선수가 골을 넣는 순간 뜨거운 눈물이 줄줄줄 나왔다고 하며 매우 흥분된 목소리로 보고 싶다고 하였네.”
“허어!! 그런 일이 그래서 자네 안색이 밝구먼.”
대한민국의 4강 신화가 그 차갑던 마크의 마음도 녹였단 말인가! 오사장은 마크가 수덕사 일주문 앞에서 기다릴 거라고 했다.
어머님 품 같은 덕숭산에 안겨있는 수덕사가 가까워 올수록 묘한 흥분이 뇌리를 스쳤다. 마크는 어떻게 변했을까? 마크의 사부님한테 뭔가 비장의 무기를 배운걸까. 나의 머리 속에는 온갖 상상이 다 스쳤다.
이윽고 우리가 탄 차는 수덕사의 주차장에 이르렀다.
일주문을 향해 걸어가는 오사장의 발걸음이 경쾌하다. 결혼식장에서 신부를 맞으러 나오는 흥분되고도 씩씩한 발걸음 바로 그것이었다. 향나무가 늘어선 길을 따라 올라가니 저기 멀리 수덕사의 일주문이 보인다. 그리고 그 옆에 수련복을 한 여인이 보이는데 바로 마크 사모였다.
우리가 오는 모습을 보고 마크 사모는 환한 미소로 맞았다.
“먼길 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오사장님 그리고 무싸님! 기왕 수덕사까지 오셨으니 수덕사 경내 한바퀴 돌고 제가 수련하는 견성암(見性庵)으로 가시죠”
“너무 반갑습니다. 마크 사모님. 그동안 연락이 없으셔서 걱정 많이 했습니다. 그리고 이 오사장은 마크 사모님 걱정에 애간장이 다 녹았답니다. 하하하”
부석사의 무량수전과 더불어 우리나라 최고의 목조 건물이라는 수덕사의 대웅전이 그 고색창연함을 빛내고 있었다. 우리는 사찰을 조용히 돌며 그 동안 지낸 이야기들을 풀어 나갔다.
“그런데 마크 사모님 여기 수덕사는 원래 비구니 여승들로 유명한데 남자 스님들만 보이는데요. 어찌된 일이죠.”
“아! 네. 수덕사는 오래 전부터 비구니 김일엽 스님으로 유명하죠. 비구니들이 거쳐 하며, 참선하는 도량은 좀더 올라가야 합니다.”
얼마 후 우리는 마크 사모가 참선하고 있던 견성암에 다다랐다. 참으로 공기가 맑고 나무들이 울창하였다. 견성(見性)이라면 불교용어로 [자기자신의 본성을 본다는 뜻]이었던 것 같다.
주석: 참된 자기를 깨닫고 앎으로써 깨달은 자가 되는 것을 선종(禪宗)에서는 견성성불(見性成佛)이라고 말한다. 선(禪)에서는, 인간의 본성은 불성(佛性) 그대로이며 그 밖에 본성이라고 인정할 만한 것은 없다고 본다. 이 불성을 열어 나타내는 것이 견성성불이다.
見性!! 참으로 뜻 깊은 말이다.
마크사모는 참선 공부 속에서 견성을 했을까?
이런 저런 생각에 잠겨 걸어가는 사이 오사장과 마크사모는 어느새 저만치 걸어가고 있었다. 둘이서 속삭이듯 이야기하며 걸어가는 것이 흡사 연인사이처럼 보여 괜한 질투가 난다.
우리는 참선도량의 시원한 마루에 앉아 마크사모가 떠다 주는 시원한 약수로 목을 축였다. 약수를 먹고 나니 속세의 번뇌가 씻기듯 가슴속이 후련해지는 것을 느꼈다.
단 일주일이라도 속세의 삶에서 벗어나 이런 참선도량에서 욕심에 찌든 마음을 털어내고 싶기도 하다.
새로운 고분자 연구한다고 매일 속태우고 애태우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내 모습이 너무나도 대비되어 보인다.
오사장과 마크사모는 칠월칠석날 만난 견우와 직녀처럼 너무나도 다정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제 3차 오마대전에서 피튀기는 하리수 게임으로 승부를 갈라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아니다.
“무싸 이리 오시게나, 할 얘기가 있네. 자네가 이 이야기를 들으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이심전심으로 모두 통하였네. 나는 마크 사모를 처음 볼 때부터 이미 나의 인연인줄 느꼈다네. 마크 사모도 같은 감정을 느꼈다는군. 그래서 우리는 대한민국 온국민이 한마음 한뜻으로 월드컵 4강의 신화를 창조하는 이 때에 서로를 이기려고 아둥바둥하는 오마대전을 끝내고 모두가 하나되어 기를 모으는 한마음 골프를 하기로 했다네”
“그럼 자네와 마크사모가 마음이 통했다는 이야기인가?”
“그렇지. 그래서 다음 주에 잡혀 있는 3차 오마대전에서는 나와 마크사모가 한조가 되고 무싸와 꽃사슴이 한조가 되는 베스트 볼 게임을 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베스트 볼 게임이라. 그거 좋지. 오사장과 마크사모가 한조로 베스트 볼을 한다면 아마도 3언더 이하는 나올텐데.”
한조가 된다! 마음이 통했다. 처음부터 눈이 맞았다. 참내 그럼 나 뭔여! 그 동안 무슨 일을 한 거지.
웬지 질투심에 은근히 화 같은 게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둘 사이가 해피엔딩으로 장식된다니 축하해줄 일 아닌가.
“무싸! 자네 맘 다 아네. 하지만 자네도 우리의 행복을 빌어줄 것이라 믿네. 나는 결혼하면 마크의 머슴이라는 마음으로 살 것이고 마크 또한 나의 가장 아름다운 아내로 살 것이라네. 그리고 결혼식 사회는 자네가 맡아 줘야겠네.”
6.25 독일과의 준결승전에서 아깝게 석패하고 6.29 터키와의 3,4위전에서도 연패하는 한 주였지만 터기전 후 두 나라 선수들이 서로 유니폼을 바꿔 입고 함께 월드컵 신화를 만든 혈맹으로서의 멋진 모습을 보이는 것을 보고 우리는 성숙한 대한민국의 모습을 느낄 수 있었던 한 주였다.
그리고 6.30일요일 제3차 오마대전은 오마-꽃무 베스트볼 대전으로 바뀌어 진행되었다. 찌던 햇볕 오후가 되자 구름에 가리고 살랑살랑 바람까지 불어 여름 날씨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조건이었다.
이미 부부가 된 듯한 [오마팀]은 매샷 다정하게 의견을 나누며 코스공략을 의논하며 베스트 볼 플레이를 이어 나갔다.
오케이 사장이 무너지면 마크가 위기를 극복해 주고, 또 마크가 실수를 하면 오케이 사장이 어깨를 두드려 주며 위로하고 하면서 아슬아슬 홀마다 파와 버디를 번갈아 엮어 나갔다.
우리 [꽃무팀]은 그저 매샷 자신의 최선을 다하며 게임을 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내가 잘 칠 때 꽃사슴도 잘치고, 꽃사슴이 무너질 때 나도 어이없는 실수로 무너졌다. 우리 꽃무팀은 버디에 파에 보기를 골고루 섞어가며 게임을 이어나갔다.
내용은 우리가 더 멋진 것 같았는데 18홀이 끝나 장갑을 벗어보니, 오마팀이 7언더 꽃무팀이 1언더로 마감하였다.
역시 베스트 볼 방식은 같은 팀의 파트너가 결정적인 실수를 할 때 파트너가 만회를 해주는 게 중요한 것 같았다. 오늘처럼 오케이 사장과 마크사모가 앞으로 험난한 인생을 살아갈 때 서로가 의지가 되고 도움이 되는 [베스트 볼] 인생이 되기를 바랬다.
“오사장, 그리고 마크 사모님! 오늘처럼 호흡이 척척 잘 맞으시면 앞으로 행복하게 잘 사시겠어요.”
“무싸! 그 동안 고마웠네. 자네 나의 영원한 장자방이네. 우리도 우리가 이처럼 잘 해낼지 예상치 못했다네.서로가 마음을 열고 한마음으로 서로를 격려하고 어려움을 극복하니 이런 좋은 결과가 나왔다네. 오늘의 베스트 볼 게임은 우리 두 사람의 인생좌표가 될 걸세. 자 우리 한번 대~한민국! 응원 한번 해보세.”
“대~한민국 짜자작 짝짝!!
대~한민국 짜자작 짝짝!!
대~한민국 짜자작 짝짝!!
대~한민국 짜자작 짝짝!!”
우리들은 돌아가며 한 번씩 구호를 외쳤다.
마음이 하나가 된다는 것! 그 것이 힘이요 진리이니!!
이 것으로 마감하오며 은차식 표현이라면 " 지금껏 연재하여 주신 자연사랑님에게 무한한 박수를 보내시오"라고 하겠으나 저는 그저 댓글이나 달아 주시면 됩니다.....달고 가시는 님에게는 이글에 싱글에 언더 파에, 드라이버 치면 항시 300야드 넘게 훼어웨이 중앙으로 가게 하여 주시고, 걍 가시는 회원에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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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인원 하게하여 피바가지 잔뜩 씌워 주십시요.....ㅋㅋㅋ 에구 이젠 끝이다...
첫댓글 좀 더 잼있는거도 가지고 계실듯~~~ㅋ
형님 연재 하시느라 수고 많으셨어요.... ^^* 다음에는 더 흥미진진한걸로 부탁드려요 ㅎㅎ
형... 두 번째 연재물 부탁드리면 돌 날아옵니까? 즐거운 며칠이었습니다.
재밌게 잘 감상하였습니다... 욕심을 버린다는 것... 쉽지만은 않지만... 꼭 한번은 실천해 보고싶네요... 감사합니다...^^
잘 봤습니다. 형님.....근데 좀 허무하네...뭔가 빠진듯한데...뭘까....
엉엉엉~~~이렇게 감격스러울데가...숏퍼팅 못하는 사람들은 다 PJA 클럽 식구라서..감정이 남다르옵니다..자연형님..잘 읽엇습니다. 엉엉엉..[주석 : PJA = 퍼팅 장애자 협회]
하리수게임에 뭔가가 있나 싶었는데 허전^^ 그래도 무지 잼났습니다. 생각할 거리도 조금은 있는 것 같고^^
내 생각엔..작가가..하리수 게임을 풀어갈 실마리를 못찾아서 급선회를 한거 같아....
수덕사 어디로 갑니까? 수덕사 같이 갈사람~~~ 장난 아님!!!!
수덕사 가려면..기본적으로 핸디 3이하로 맞춰둔 담에..가야 된다~~
예산에 있는데 온천과 스파가 넘 좋다...강츄..........
잘 읽었읍니다..수덕사 입구까지 손에 땀을 머리에 오만 생각을 갇게 하네요..^^읽느라 반나절 인데 쓰실때 노심초사 하셨겠읍니다....중간중간...노하우도 셕겨 있는것 같고요,,,수고 하셨읍니다.한편에 짥은 드라마네요^^
음... 이제서야 다 읽었슴다... 완존감동 그 자체입니다... 우리의 인생... 우리의 골프... 우리의 깨음... 연사형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근디 이거 누가 썼어여 또 다른 얘기 있져 기대만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