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 때 추진되고 결정된 정책을 이명박 정부가 인계 받아 추진하고 있는 것을 격렬히 반대하고 있다. 적어도 노무현 정부 핵심 인사였던 당시 국무총리(한명숙), 대통령 비서실장(문재인)등은 국민들에게 이유를 해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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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03월 20일(화)
서울 시민은 2011년서울 시장보선에서 안철수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이 추천한 분을 믿고 선출했다. 그 후 한국의 정치 지형은 '선거 혁명'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지각 변동을 하여 정당들이 이합집산, 마치 안철수 원장을 의식하는 듯 정보통신 업계, 벤처 기업인, 20대를 정치의 전면에 대거 내세우고 있다.
사실 오늘 한국 정치의 모습은 안철수 원장이 국민에게 준 선물이다. 많은 국민이 안철수 원장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기대한 정치 선진화의 그림이 바로 지금의 모습일까? 하지만 나는 <프레시안>의 평범한 독자로서 매일 기사를 읽을 때마다 이해할 수 없는 것 투성이다. 몇 가지만 열거해 보자.
노무현 정부는 부동산 담보 대출 상한을 40퍼센트로 해 2008년 미국의 부동산 담보 대출로 야기된 세계 경제 위기를 수월하게 극복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여러 가지 좋은 정책을 추진하였으나 그 실천 과정에서 전문성을 의심받으며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잃었다. 이제 안철수의 등장이라는 뜻밖의 행운으로 기사회생한 이른바 '노무현의 사람들'이 야권의 전면에 재등장하며 국정 운영의 기회를 되찾을 가능성이 생겼다.
재미있게도 이 분들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제주 해군 기지 등 노무현 정부 때 추진되고 결정된 정책을 이명박 정부가 인계 받아 추진하고 있는 것을 격렬히 반대하고 있다. 적어도 노무현 정부 핵심 인사였던 당시 국무총리(한명숙), 대통령 비서실장(문재인) 등은 국민들에게 이유를 해명하면 좋겠다.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의 한미 FTA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지금 야권이 내놓은 대안은 국민 소득, 실질 국내 총생산(GDP), 고용 창출, 대미 수출·수입 및 외국인 국내 투자 연평균 등 경제적 효과에서 이명박 정부의 그것에 비해서 더 유리한가? 바로 이것을 국민에게 인정받아야 한다.
또 야권은 노무현 정부 지도부와 당시 여당 의원이 주도해 2007년에 제주 강정 마을로 확정된 해군 기지 건설을 '이명박 정부의 안보 장사'라고 하면서, 추진 주체인 해군을 '해적'이라고 비난했다. 제주 해군 기지는 당시 국무총리이던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가 국회에서 밝힌 대로 "대양 해군 육성과 남방 해상 교통로의 안전 확보"가 목표가 아니었던가?
이명박 정부가 그 해군 기지를 인계받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절차상에 어떤 문제가 있다면 무엇인지 설명을 부탁한다. 일반 시민 입장에서는 도대체 노무현 정부의 해군 기지와 이명박 정부의 해군 기지에 무슨 차이가 있는지를 아무리 살펴봐도 알 수가 없다.
이와 더불어 중국과 우리나라가 주장하는 배타적 경제 수역이 이어도를 중심으로 겹쳐져서 그 경계선 확정을 위해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데, 이에 대한 해법도 제시하였으면 한다. 이어도 문제는 인근 해저에 상당량의 원유와 천연가스가 매장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자원 쟁탈전의 성격도 띠고 있다. 노무현의 사람들이 노무현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구호를 내 걸고 국민들에게 무작정 자신들을 지지해 달라고 윽박지르는 모양새는 아이러니하다.
통합진보당은 30대 재벌 기업을 해체해 3000개의 전문 기업으로 만들고 삼성을 전자-금융으로 분리하겠다고 한다. 그라나 통합진보당의 정책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이미 한국 경제가 구조적 저성장 체질로 들어선 상황에서, 성장과 수출을 어떻게 확대할 것인지 또 신성장 산업은 어떻게 육성할 것인지에 대한 정책이 없다.
통합진보당은 복지 확대 공약도 무차별적으로 내놓고 있지만 이에 필요한 재원 조달에 대해서는 부자 증세를 통한 조세 혁명 외에는 해법이 없다. 또 통합진보당은 주한 미군 철수, 한미 동맹 해체, 군복무 12개월로 단축 등을 주장한다. 통합진보당이 이념 정당을 접고 수권 가능한 대중 정당으로 가겠다는 포부가 있다면 근대 국가의 존재 기반인 안전과 생계에 대한 신뢰성 있는 대책을 제시하였으면 한다.
현실적인 전문성과 책임감 없이 무작정 대안 없는 반대와 물리적 실력 행사만 반복하기는 쉬우나 국정 운영은 국익과 국민들의 살림살이와 직결되므로 감각적으로 아무 말이나 하고 뒤집고 하면 안 된다. 이런 모습이 반복되면 그들이 한국 사회에서 무언가를 성취하기 위하여 과연 노력을 한 분인지, 또 그런 성취를 위한 경륜이 있는지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지금 정치권에서는 재벌을 성토하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그런데 재벌이 그렇게 100퍼센트 잘못만 했는가? 그들은 국가 성장 동력을 창조하여 전쟁과 같은 세계 시장 경쟁에서 승리해 단군 이래 한민족이 가장 잘 살게 한 일등공신 중 하나이다. 지금 다수 시민은 그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시민들이 요구하는 것은 이제는 재벌들이 천민자본주의에서 했던 행태를 벗고, 창의와 혁신을 두 기둥으로 하는 기업가 정신을 가지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 거듭나 달라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와 여당은 이런 시민의 염원을 무시하고 양극화가 심해져 가는 세계적 흐름에서 재벌 편만 들다가 인기를 잃었다.
그렇다면, 지금 야당은 재벌에게 어떻게 고삐를 채울 것인가? 재벌로 불리는 대기업의 장점은 살리면서도 단점은 죽이는 정책을 어떻게 마련하고 있는가? 이런 정밀한 해법이 없이 한국 최고의 권력이 되어 버린 재벌을 어떻게 길들일 수 있다는 말인가? 혹시 말뿐인 '재벌 개혁'으로 표나 얻어 보려는 심사는 아닌가?
해파리는 뇌 없는 생명체의 대명사로서 먹이를 찾아 반사적으로 움직인다. 해파리 정당, 표심을 향해 본능적으로 움직이나 표심을 파악할 능력이 없는 정당. 국가의 안전과 번영을 볼모로 득표 전략을 짜는 정당. 먹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 하는 생명체는 도태되는 것이 자연계의 섭리이다.
안철수 원장이 연 것이 '판도라의 상자'가 아니라 '정치 선진화의 길'이며 대한민국과 국민에게 축복이었으면 한다. 국민의 정치에 대한 실망이 해결책을 찾지 못 하고 정치적 무관심과 지지 정당이 없는 소위 부동층으로 전환되어 가고 있을 때 그는 멋있게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을 선보였다. 지금 그는 무슨 고민을 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