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게 시카고 OST를 선물받았어요. 엄청난 양의 책더미와 함께.. 실은 모두 다 불법파일이라지요. 범범자 소리라고 고발하지 말아주세요 -_-;; 그저 가난이 죄지요.. 흑흑 ㅡ.ㅜ
암튼, 그거 듣다보니 영화를 볼 때는 화면에 미쳐서 미처 깨닫지 못한 것들이 '들리'더군요. (한 번에 하나밖에는 못 하는 소리 -0-;;)
CHICAGO O.S.T 듣기 (창 사이즈가 작아지는 건 신경쓰지 마시고요, 가사를 보면서 들으시면 더 재미납니다 ^-^) 1. Overture and All That Jazz / 벨마 켈리와 코러스
영화가 시작되는 이 부분은 함께 공연하던 여동생과 남편을 방금 죽이고 와서 피묻은 손을 닦고 혼자 무대에 올라 쇼를 멋들어지게 해 내는 벨마 켈리(캐서린 제타존스)의 당당하고 섹시한 모습과, 벨마와 같은 멋진 스타가 되고 싶어 가짜 브로커에게 몸까지 바치다 사기꾼에게 속은 사실을 알고 그를 죽이게 되는 록시(르네 젤뤼거)의 순진하고 바보같은(사실 바보같죠 -_-;) 모습이 대비되면서 같은 것을 욕망하면서도 판이하게 다른 그들의 성격을 보여줍니다.
주인공 둘의 관계와 중심이 되는 사건, 그리고 어쩌면 '시카고'로 대표되는 당시 사회의 배경적 분위기가 드러나는 노래에요. 모든 환락과 욕망이 jazz로 귀결된다는 가사가 담긴 이 노래에서 'jazz'는 야비할 정도로 섹시하게 발음되더군요 ^^;; 벨마와 댄서들의 무대 역시 후끈 달아오르게 해 주지 않던가요? 케서린 제타 존스는 뮤지컬 훈련을 많이 받은 배우답게 춤과 노래를 너무나도 멋지게 소화하고 있더군요. 게다가.. 그렇게 무시무시한 왕마담 목소린지 예전엔 미처 몰랐다죠. 참, 제가 받은 파일에는 록시가 브로커를 죽인 부분의 대사가 들어있는데 여기에는 말끔하게 삭제되어 들을 수가 없군요.. ^^;;
2. Funny Honey / 록시
록시가 자기를 대신해 살인을 저질렀다고 말한 남편 에이머스에 감동해 사랑스러운 남편에 대해 고마운 마음을 담아 노래하다가, 사건의 진실을 깨달은 남편이 딴 소리를 하기 시작하자 분개하여 멍청하고 쓸모없는 남편이라고 욕을 해대면서 끝내는 노래죠. <시카고>의 많은 노래들은 앞부분에 밴드 리더가 설명을 붙이는데요, 이 노래에는 '남편에게 바치는 사랑과 헌신의 노래'라고 한답니다.. ^^;;;;
3. When You're Good To Mama / 마마 모튼 소장
벨마와 록시가 갇힌 쿡 카운티 교도소의 여소장 마마 모튼의 주제가에요. 엄청나게 위압적인 몸매를 흔들며 잘만 하면 나도 좋은 사람이다, 하고 겁주죠. 무대에서는 닳고 닳은 포주의 이미지로 표현되고 있어요 ^-^ 실제로 영화 속에서도 죄수들과 악덕변호사 등을 연결해주는 브로커 역할.. 근데 잼있는게 말이지요... 이런 스타일의 음악(가락이나 악기 구성 등등이 어떤 '스타일'을 만들죠)은 뮤지컬에서 흔히 한 몸집하는 여자를 나타내는 모양입니다. 이 노래를 듣고 있으니 예전 <인어공주>의 문어마녀 주제가가 떠올랐어요 ^__^
4. Cell Block Tango / 벨마와 살인자여감방의 수감자들
크아아.. 제가 젤 뿅간 곡이었습니당 ^0^ 수도꼭지에서 물 떨어지는 소리, 창살 치는 소리 등 다양한 소리가 클로즈업(노래에도 클로즈업이 있다면 ^^;;) 되면서 감각적이고 섹쉬한 한바탕 쇼가 시작됩니다. 껌을 소리내어 씹는다고, 사기치고 중혼을 했기 때문에, 의처증으로 자신을 괴롭혀서, .. 모름 -_-;;(이유는 들어보심 압니다), 여동생과 불륜을 저질러서(벨마 켈리의 경우죠), 난봉꾼이라서, 남편을 살해한 여성들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니가 내 입장이었어도 나처럼 했을거다, 하는데 각자의 상황에 걸맞는 소리구절(;;)을 가지고 리듬화 한 것이 맘에 쏙 들었죠.
전 개인적으로 맨 첫번째 여자가 참 맘에 듭디다. "껌 한번만 더 딱딱 거리면서 씹으면 가만 안 둬!" 했는데 '그래'서 경고삼아 총을 두 방 쏘아줬다고 하죠.. 그의 머리에 ^__^;;; 악녀스러움도 당당하니 멋지구리~ 하더군요.
5. All I Care About / 빌리 플린
지가 심수봉도 아닌데 "사랑밖엔 난 몰라" 하며 노래하는 위선적인 변호사 빌리 플린(리처드 기어)의 노래에요. 쎅~쉬한 반나의 여성들에게 둘러싸여 애써 소박한(구두닦이같은 -.-;;) 옷차림으로 나타나 자기는 돈이나 육체적인 사랑같은 건 관심없다고 노래하지만 그의 위선은 그의 생활을 폭로하는 화면으로 폭로되지요^^ 리처드 기어.. 소문대로 참 늬끼한 인물로 나오는데요, 그래도 멋진 건 어쩔 수가 없더군요. 54세에도 여전히!!!! '젠틀'이란 단어가 가장 잘 울리는 영원한 신사죠. 아자씨~ 나이쓰!!
6. We Both Reached For The Gun / 록시로 분한 빌리 플린과 꼭두각시 기자들
영화사의 명장면이 되지 않을까, 싶은 바로 그장면이죠!!! 빌리와, 무엇이든지 빌리가 시키는 대로 말하고 행하는 록시를 복화술사와 인형으로 표현한 멋진 장면이에욥. 르네 젤뤼거와 배우들의 연기가 감탄스럽게 빛나던!!! -0- 빌리는 록시 대신 이야기하고, 또 그 이야기에 맞장구치고 하면서 자신에게 적대적인 기자들의 입까지 지배해 버리지요.
전 두 가지가 특히 재미있게 들렸는데요.. 우선 understandable-comprehensible-reprehensible-defensible의 라임: 록시(의 입을 빌어 빌리)가 사건 정황을 꾸며대고는 또 빌리 스스로 고개를 주억거리며 추임새를 넣지요. 이해할 만한 일이라고, 정말로 그럴 만한 일이라고, 절대 비난받을 만한 일이 아니라고, 방어가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 그러자 빌리의 트집을 잡고 싶어하던 메리 선샤인 기자마저 무대를 날아다니며 그에 동조하는 노래를 부르지요 ^-^;; 글구, 사건 정황에 대한 가짜 진술-둘 다 총에 손을 뻗쳤다: 이것이 록시의 살인을 정당방어로 해 주는 역할을 하게 되는데 기자들은 빌리의 원맨쇼에 넘어가서 그의 입에서 나온 말 그대로 기사화하죠. 신문 헤드라인으로 깔린 그 문장이 바로 - We Both Reached For The Gun 기자들이 저 문장을 최면에라도 걸린 듯 되뇌이기 시작하자 빌리는 합창단의 지휘자인양 더 크게, 더 크게, 를 외치는 거에요. 그야말로 '모두'가 빌리의 조정을 받게 되는 부분이지요. (이 부분의 화면에서는 무대에 오른 복화술사 빌리 말고도 무대 위에서 꼭두각시들을 조정하는 빌리가 등장한답니다^^) 음.. 저 장면은 정말... 음.. 감탄스럽기 그지없어요 ^____^ !!
7. Roxie / 록시
빌리의 농간과 스캔들을 좋아하는 사람들로 인해 유명해진 록시. 평소 소원대로 '스타'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행복해하며 노래를 부르죠. 이 노래를 들으면서 르네 젤뤼거가 분한 록시 하트는 분명 마릴린 먼로를 모방한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었어요 ^-^ 이 노래 구절마다 뒤뚱거리는 걸음걸이와 백치같은 웃음, 콧소리가 섞인 달착지근하게 착착 감기는 목소리, 마릴린 먼로의 모습이 담겨져 있는 것 같다면 너무 과장된 표현일까요? -_-;; 르네 젤뤼거가 이렇게 달콤한 목소리를 지닌 배우였는지 예전엔 미처 몰랐답니다. 키득거리는 목소리마저 사랑스럽다니까요, 이쁘진 않아도 사랑스럽죠, 분명!
8. I Can't Do It Alone / 벨마 켈리
처음에 록시를 무시하던 벨마는 빌리도, 대중의 인기도 록시에게 빼앗기자 석방되면 자신과 함께 무대에 오르자고 록시를 꼬십니다. 밸이 꼴리는 것을 감추고 열심히 노래하고 춤추는 그녀는 참 안됐습디다. 그러나 예전의 벨마 못잖게 건방이 하늘을 찌르게 된 록시는 그녀를 조롱하고 자존심도 접어둔 벨마는 정말로 숨을 헐떡이며(노래만 들으니 들립디다 -0-) 록시 맘에 들려고 안달입니다만 록시는 콧방귀도 안.. 아니 콧방귀는 끼더군요. 듣다가 웃겼던 건.. "I go.."(나는 이렇게..)하는 부분에서 하도 숨차하니까 힘들어서 "아이고.."하는 것처럼 들리는 거에요. ㅋㅋㅋ
9. Mister Cellophane / 에이머스
록시의 남편 에이머스가 임신했다는 거짓말로 다시 대중의 관심 한 가운데 선 아내를 보며 저 멀리서 혼자 쓸쓸히 외로움을 달래며 자기 자신의 처지를 탓하는 노래죠. 자기는 언제나 눈에 띄지 않는 셀로판 같은 사람이라고요.. 광대 분장을 한 에이머스(존 C. 라일리)는 무대마저 안쓰럽더군요. 아무도 보아주지 않는 무대에서 혼자 힘없이 춤추고 노래하고 그러더니 그 정도 만으로도 감사하다고 하면서 내려가네요. 흠.. -.-;;; 근데, 이 사람 말이죠, 어디서 많이 본 사람인듯 해서 찾아보니까 <길버트 그레이프><부기나이트><매그놀리아><디 아워스> 등등의 수많은 필모그래피가 발견되는 거 있죠? -0-;;; 정말 미스터 셀로판인가봐요, 존재감이 없어서 그런가.. 역할마다 너무나 잘 변신해서 그런 걸지도 모르죠. 좋게 생각합시다.
10. Razzle Dazzle / 빌리 플린
재판을 온갖 볼거리가 뒤엉킨 뒤죽박죽 쇼로 만드는 빌리의 수완은 판사를 구워삶고 배심원들과 방청객들을 바보로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사전에서 찾아보면 'razzledazzle' 은 이런 뜻이랍니다. 1 [the ~] 소동, 야단법석; (대)혼란, 와글거림 2 (기법효과 등의) 겉치레의 현란[화려]함; (극 등의) 화려한 연기 (장면) 3 《주로 미》 (공격측의) 교란 전법 4 《미속어》 (일반적인) 트릭, 교묘한 속임수 5 떠들썩한 선전[광고] 6 술취함 7 파동식 회전 목마, 유원지의 탈 것; 매춘부 이 모든 것이 다 그 화면 속에 들어 있었지요. 놀라워요! -0- 영어 관용어구에 나오는 이런 말로 표현할 수 있겠군요. "What a mess!!!" 이게 웬 난장판이야, 이게 다 웬 난리람! ^^
11. Class / 벨마와 마마모튼
이 노래를 영화에서 본 기억에 없는 걸로 보아서 아마 상영본에는 잘려나간 모양입니다. 들어보니 내용이 조금 재미있는 게 많더군요. ex) 요샌 방귀를 끼면서 "저런!"조차 하지 않아. (요새 사람들의 예의없음을 꾸짖는 ^^;;)
12. Nowadays / 록시 하트 13. Nowadays / Hot Honey Rag Medley Title / 록시와 벨마
이 노래는 같은 노래입니다. 재판에서는 승소하여 무죄로 석방되었으나 대중의 관심을 잃어 다시 별 볼일 없는 보통 사람의 처지가 된 록시는 무대에 서기 위해서 오디션을 보지만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한 채 노래마저 끝마치지 못하고 오디션 무대를 내려옵니다. 그때 거기에 벨마가 나타나서 둘이 합치면 잘 될 거라고 말하죠. 결국.. 둘은 이 노래를 같이 무대에서 부르게 된답니다^^ 그래서 이 노래 들어보시면 앞부분은 록시 혼자 부르다가 오디션 관계자의 단호한 말과 함께 뻘쭘하게 그만두게 되지만 뒷부분에는 사회자의 소개를 받으며 무대 위에 올라 벨마와 록시가 노래를 부르고 화려한 쇼로 이어집니다.
14. I Move On / 록시와 벨마
역시 두 여자의 쇼에 등장하는 노래인 것 같은데요.. 이 영화의 주제라고 할 수 있는 내용으로, 삶의 가치는 끝없이 살아가는 자체에 있다는 거지요. 문제삼자면 걸고 넘어질 만한 내용이지만.. ^^; 이 노래가 이번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받았답니다.
근데 이 영화 전체를 보고 난 느낌이 그렇지만 꼭 옛날 고려때 정몽주한테 이방원이 불러 준 <하여가>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제목을 저렇게 ^^) 어떻게 살든 한 세상 살다 가는데 이왕이면 잘 살자, 그런 거. 평소 고생을 많이 하고 힘들게 사는 사람들이 열심히 살아가는 데 가치가 있어, 하면 몰라도 사실 벨마와 록시는 둘 다(열심히 안 산다고는 못 해도) 스타덤이라든가 욕망이라는 것의 노예처럼 사는 인물들이거든요. 록시의 남편이 무슨 죄며, 심지어 사람을 죽이기까지 하는 등 주변 사람들에게 해를 끼친 바 있는 사람들이 저런 소리르 하니.. ㅋㅋ
15. After Midnight 16. Roxie's Suite
재즈향이 물씬한 연주곡들입니다. 영화에서는 어디서 들었는지 기억이 잘 안나요 ^^;; <가위손><에드우드>의 감독 팀 버튼의 단짝 대니 엘프먼이 이 영화를 위해 만들었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슴다. 15번 곡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조금은 조용하고 분위기 있는 곡, 16번 곡은 브래스 소리가 뻠뻠~ 울리는 빅밴드 스타일의 흥겨운 곡이에요.
17. Cell Block Tango He Had It Comin' / 퀸 라티파와 누구누구 18. Love Is A Crime / 아나스타샤
보너스 트랙입니다. 17번은 여소장 마마 모튼역을 맡았던 퀸 라티파가 부르는 노래로, 앞 부분에서 벨마와 여죄수들이 부르던 노래를 힙합 스타일로 부른 거라는데 제가 듣기에는 가사만 같지 완전히 딴 노래 같아요.. -.-;;; 18번은 힘 좋은 가수로 유명한 아나스타샤가 부른 신곡이랍니다. 역시 이 영화 <시카고>를 위해 만들어진 노래같더군요. 신나요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