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한 항목 쏙 골라 ‘슬기로운 건강검진’ 받으세요”
의학한림원 ‘건강검진 권고문’ 발표… 검진기록 있는 병원 선택하면 좋아
갑상샘 초음파, 췌장암, MRI 검사… 근거 부족하거나 과잉검진 되기도
위내시경, 자궁경부암, 간암검진은 조기발견-치료 위해 꼭 받아야
지난달 21일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와 한국건강학회가 주최하고 KMI한국의학연구소가 후원한 ‘한국형 건강검진 현황과 발전 방안’ 심포지엄에서 건강검진에 대한 다양한 연구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이날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은 슬기로운 건강검진 권고안을 발표했다.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제공
최근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은 반드시 받아야 할 건강검진과 그렇지 않은 검진을 선정해 ‘슬기로운 건강검진 권고문’을 발표했다. 직장인들이 건강검진을 위해 병원과 검진 종류를 선택하는 시기인 요즘, 가이드라인으로 삼을 만하다.
의학한림원은 건강검진 권고문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해 6월 분야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위원회를 구성해 12월까지 7차례 회의와 2차례 포럼을 열어 다양한 의료계 의견을 수렴했다. 권고문 총괄 책임을 맡은 이재호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의 도움말로 ‘슬기로운 건강검진’에 대해 알아봤다.
● 건강검진 전 내 몸 상태 잘 아는 의사와 상담
건강검진은 질병이 없고 증상도 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의학적인 검사다. 이를 통해 전 단계나 초기 단계의 질병을 찾아 치료해 △질병 발생을 줄이거나 △질병의 중증도를 낮춰 합병증을 최소화하고 △사망률을 낮추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평소에 건강해 아무런 증상이 없는 사람은 통보받은 건강검진 안내서에 따라 건강검진을 받아도 무방하다. 증상이 있거나 이미 관리를 받는 만성질환 환자는 건강검진을 통보받았다는 사실을 주치의와 상의해 검사 항목들이 중복되거나 누락되지 않도록 조정이 필요하다.
이 교수는 “질병이 있거나 증상이 있는 사람은 건강검진 대상이 아니다. 평소에 자신의 상태를 잘 알고 있는 주치의에게 진료를 받는 것이 적절하다”면서 “만약 주치의가 없다면 지금이라도 정해서 상의를 하고, 의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건강검진 항목을 정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건강검진 병원을 선택할 때 예전에 건강검진을 해서 자신의 검진 기록이 있는 곳을 찾는 것도 한 방법이다. 예전에 비해 현재 어떤 변화가 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건강검진 의료기관 선택보다 우선은 검진 결과를 잘 설명해 주는 시스템이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건강검진 결과가 나와도 대부분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 권고하지 않는 암 검진 5가지
의학한림원이 선정한 권고하지 않는 암 검진 5가지는 △암 건강검진 목적의 갑상샘 초음파 검사 △폐암 위험이 낮은 사람의 저선량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 △췌장암 건강검진 △암 건강검진 목적의 양전자단층촬영(PET)-CT 검사 △기대 여명이 10년 이하인 경우의 암 검진 등이다. 이들 검사는 근거가 부족하거나 자칫 과잉 건강검진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의학적으로 권고하지 않는 일반 검진도 있다. △주치의와 상의 없이 행하는 연례적인 건강검진 △건강검진 목적의 비타민D 검사 △뇌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증상이 없는 노인의 치매 건강검진 △심혈관 위험도가 낮은 사람의 관상동맥 CT 검사 등이다. 이들 검사 또한 근거가 부족하거나 비용 대비 효과 면에서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많다.
이 외에도 무증상 성인에서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건강검진, 경동맥 협착 건강검진, 70세 이상 남성에서 전립샘암 PSA 건강검진, 난소암 건강검진, 고환암 건강검진 등이 있다.
● 꼭 해야 될 검사
건강검진을 통한 조기 발견 및 치료에 도움이 되는 검사들도 있다. 대개 조기 발견 암과 관련된 검사들이다. △위암 조기 발견을 위한 위 내시경 검사(40∼74세) △대장암 조기 발견을 위한 분변잠혈 검사(45∼80세) △여성에서 자궁경부암 조기 발견을 위한 자궁경부세포 검사(20∼74세) △여성에서의 유방암 조기 발견을 위한 유방 촬영 검사(40∼69세) △간암 고위험군에서 간암 조기 발견을 위한 간 초음파 검사와 혈액 검사(40세 이상) △폐암 고위험군에서 폐암 조기 발견을 위한 저선량 흉부 CT 검사(50∼80세) 등이 대표적이다.
이 교수는 “이들 검사는 조기에 암을 발견하는 데 큰 도움이 되며 이를 통해 현재 암의 5년 생존율을 높이는 데도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암 치료 끝? 방심보다 ‘암생존자통합지지센터’ 방문을”
일대일 상담-교육 무료 제공
대학병원 등 전국 14곳 운영
화순전남대병원 암생존자통합지지센터 최서희 교육상담간호사가 암 생존자와 상담을 하고 있다. 횟수 제한 없이 무료이다. 화순전남대병원 제공
암 치료를 받은 환자와 그 보호자의 심리 상담, 암 관리에 관한 전반적인 궁금한 사안을 자세히 들어볼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암생존자통합지지센터’다. 이 센터는 암 생존자가 치료 뒤 경험하게 되는 신체적 증상과 심리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가족과 함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도와준다.
국내에는 국립암센터, 강원대병원, 가천대길병원, 아주대병원, 단국대병원, 충남대병원, 충북대병원, 전북대병원, 칠곡경북대병원, 울산대병원, 부산대병원, 경상국립대병원, 화순전남대병원, 제주대병원 등 전국 14곳 대학병원 및 의료기관에 암생존자통합지지센터가 있다.
이들 센터에서는 암 생존자들에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는 만성질환 관리, 2차 암 예방, 예방접종 등 건강한 생활습관을 위한 일대일 상담과 교육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 전문가들도 상담과 교육에 참여한다. 상담을 받을 수 있는 횟수에는 제한이 없고, 암 진단 뒤 1차적 치료가 끝난 환자는 누구나 이용 가능하다.
최서희 화순전남대병원 암생존자통합지지센터 교육상담간호사는 “암 생존자에서 ‘생존’이라는 단어를 낯설어하시는 분들도 많다”면서 “사전적 정의로는 암 치료 후 재발이나 전이 없이 ‘5년 이상 생존한 사람’을 의미하지만 최근엔 암 진단 후 생존해 있는 모든 사람과 그의 가족, 친구, 돌봄 제공자까지도 암 생존자 또는 암 경험자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암 생존자들이 가장 오해하기 쉽거나 궁금해하는 요소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음식이다. 일명 ‘암을 이기는 데 도움이 되는 음식’을 들은 후 이에 대해 상담을 요청한다는 것이다. 최 간호사는 “다양한 매스컴을 통해 암을 치료한다는 식품 광고가 난무하고 있다. 하지만 암을 치료하는 식품이나 영양소는 없다”며 “결국 균형 잡힌 식사를 통해 충분한 열량과 영양소를 섭취해야 좋은 영양 상태가 유지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센터 내에도 암 종류별 식생활 관리를 위한 전담 임상영양사가 있어서 무료 상담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암 생존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체중 관리다. 최 간호사는 “암 환자의 체중 변화는 암 종류마다 천차만별이다. 위암 환자는 체중이 많이 빠지고, 유방암 환자는 호르몬 치료 때문에 살이 많이 찐다”고 밝혔다. 센터에서는 체중 관리에 도움이 되는 운동이나 식사 등 생활 방식을 일대일로 관리해 주고 있다. 최 간호사는 “이처럼 센터를 이용하면 큰 도움이 되는데 잘 모르는 환자들이 아직도 많다”고 말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