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승지지(十勝之地), 십승지 또는 승지
'승지(勝地)' 는 원래 자연 경관과 거주 환경이 뛰어난 장소를 말하는데, 조선 중·후기 사회 혼란과 경제 피폐가 심해지면서 개인의 안위를 보전하며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피난지라는 의미로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자연환경이 좋고, 외침이나 정치적인 침해가 없으며, 자족적인 경제생활이 충족되는 곳이 입지조건이라 하겠습니다. 『정감록(鄭鑑錄)』에 근거한 역사적 용어이며,
조선 후기의 이상향에 관한 민간인들의 사회적 담론으로 발현된 십승지의 위치에 관해 『정감록』의 「감결」에는,
“몸을 보전할 땅이 열 있으니,
첫째는 풍기 차암 금계촌으로 소백산 두 물골 사이에 있다.
둘째는 화산 소령 고기로 청양현에 있는데, 봉화 동쪽 마을로 넘어 들어갔다.
셋째는 보은 속리산 증항 근처로, 난리를 만나 몸을 숨기면 만에 하나도 다치지 않을 것이다.
넷째는 운봉 행촌이다.
다섯째는 예천 금당실로 이 땅에는 난의 해가 미치지 않는다. 그러나 이곳에 임금의 수레가 닥치면 그렇지 않다.
여섯째는 공주 계룡산으로 유구 마곡의 두 물골의 둘레가 2백리나 되므로 난을 피할 수 있다.
일곱째는 영월 정동쪽 상류로 난을 피해 종적을 감출만 하다.
여덟째는 무주 무봉산 동쪽 동방 상동으로 피난 못할 곳이 없다.
아홉째는 부안 호암 아래가 가장 기이하다.
열째는 가야산 만수동으로 그 둘레가 200리나 되어 영원히 몸을 보전할 수 있다. 정선현 상원산 계룡봉 역시 난을 피할 만하다."
라고 기술합니다.
모 종합편성채널에서 [나는 자연인이다] 라는 교양 프로그램이 열성적인 시청자층으로 인해 꾸준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작금의 세태에서 되새겨볼 만한 '정감록의 한 대목'이라고 불볕 무더운 날, 흰소리를 해봅니다.
마을 아낙네들은 쌀값이 올라가는 것보다도 밀가루 값이 올라갈까 보아서 읍에서 돌아오는 우차편牛車便마다 걱정스럽게 밀가루 시세를 물어본다.
만주滿洲조를 팔던 가게 앞에는 조 대신에 밀가루 포대가 쌓였다.
장날이면 아낙네들은 소나무단을 머리 위에 이고 또는 팟되나 계란 개나 판 것을 모아가지고 그런 것도 없으면 강아지나 도야지 새끼를 붙들어 장에 이고 와서는 밀가루를 바꾸어 가지고 돌아간다.
장정들은 온 겨울을 밀가루풀을 먹다가야 어떻게 단오에 씨름을 할 수가 있는가고 한숨을 쉰다.
- 김기림 / 촌 아주머니 / [바다와 육체], 수필집 중에서 -
첫댓글 승지도 좋지만..
내가 사는 곳이 최고라는 믿음도 중요하지요.
믿음은 바라는 것의 실상이니까요..
춘천 부근이 없는 것이 안타깝네요.. ㅋㅋ
열 군데 모두 산과 계곡, 물이 있는........
늘 산행을 준비하고 실행하는 사람들은
난리가 나도 몸 보전에 유리하겠다는 ......
첫째로 꼽힌 금계촌은 포항에서 춘천 가는
길에 함 들러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