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소설 ‘아리랑’의 공간은 한일합방 무렵의 김제 만경평야에서부터 시작해서 일제 수탈기의 군산항구, 하와이, 일본, 만주, 연해주, 중국 본토, 중앙아시아에 이르기까지 민족 수난과 투쟁의 현장들을 모두 다 섭렵하고 있다.
조정래의 르포 근성은 악착스러운 바 있다. 그가 소설 속에서 제시하고 있는 진실은 기본적으로 사실의 힘에 바탕하고 있다. 역사인식과 상상력이 사실을 재조립한다. 그는 사실의 편이다. 대하소설 ‘태백산맥’에 대한 고발사건(국가보안법 위반 및 명예훼손)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조정래에게 요구한 반증 자료는 80개 항목이다.
조정래는 작년 9월 22일 이 80개 항목에 대한 반증자료를 모두 제출했다. 자료는 한 보따리에 달했다. 이 반증자료들은 모두 다 그의 악착스런 르포근성의 결과이다.
이 ‘문학기행’은 ‘아리랑’의 모든 공간을 추적하지 못한다. 소설의 발원지인 전북 김제평야와 군산항구 만을 다녀왔다. 김제평야는 한반도 수리도작농업의 성지(聖地)이다. 옛 마한(馬韓)의 저수지 벽골제는 지금은 들판 한가운데에서 수문 돌기둥이 남아있고, 돌기둥 너머는 지평선이다.
소설 ‘아리랑’의 도입부는 이 수천년의 도작농업사회가 식민지로 편입되는 과정이다. 수많은 김제평야 사람들이 고향을 버리고 떠났고, 더 많은 사람들은 식민지가 되어버린 평야에 남아서, 소설 속으로 풍요로운 등장인물들을 배출시킨다.
김제 사람들은 ‘아리랑’의 수많은 등장인물들의 핵심을 이룬다. 싸우는 아나키스트 지식인 송수익과 머슴 출신 독립군 대장 지삼출이 그 대표적 인물이다. 그들의 고향은 모두 김제평야이고, 그들의 이념적 색깔의 편차에 관계없이 그들의 목표는 평야의 회복이었다. 김제에서는 사람의 눈앞에 아무 것도 거치적거리는 것이 없는, 크고 넓은 평야가 펼쳐진다.
사람의 시선은 모처럼 방해받지 않는 호사를 누리게 되는데, 크고 넓은 삶의 풍경을 본 적이 거의 없는 사람의 시선은 이 평야의 넓이를 결국은 감당하기 어렵다. 이 넓이는 바다나 하늘이나, 황무지가 아니라 인간의 땀과 눈물로 가득 찬 삶의 들판이기 때문이다. 김제평야는 지평선이 보이는 풍경이 아니라, 지평선까지 가득한 삶이며 노동이다.
소설 ‘아리랑’과 함께 김제평야에 서면, 논에 모 한 포기 꽂는 일이 곧 역사임을 알 수 있다. 민족주의는 공산주의에서 아나키즘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이념과 행동노선의 편차로 분열되지만, 그 많은 노선들은 결국 다시 민족의 운명을 지향한다.
그래서 ‘아리랑’ 속의 민족주의는 현실을 설명하고 미래를 가리키는 여러 사상과 노선들 중의 하나가 아니라, 그 모든 노선들의 역사적 바탕이며 공통된 지향성인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단순하고도 치열한 삶의 본능이며, 그 본능의 정당성이다. 단재의 민족주의도 그러하다. 그리고 그 단순성은 여러 갈래의 노선들을 끌어안을 수 있는 포용성을 갖는다. ‘아리랑’의 민족주의는 김제평야에서 발원한다. 김제평야는 그 단순성의 깊이와 포괄성의 넓이로 한없이 넓고 깊다.
군산항은 1899년 5월에 개항되었다. 군산항은 개항 직후부터 호남의 쌀을 일본으로 실어내는 수탈항구로서 급속도로 팽창했다. 군산은 식민지 근대의 핵심부로 휘황찬란했고 초기 자본주의의 새 풍속과 새 문물로 발랄하게 들떠 있었다. 전주와 군산 간에는 벚나무 가로수로 유명한 전군가도가 뚫렸고, 군산항 선착장에까지 쌀을 실어 나르는 철도가 연결되었다.
김제평야의 몰락 위에서 군산은 번창했고, 그 식민지의 항구는 초기 자본주의의 꽃이었다. 증권시장이 최초로 개설되었고 돈만 주면 지위를 따지지 않고 태워주는 인력거가 등장했다.
소설 속에서, 역사와 인물은 군산에서 유전(流轉)한다. 김제평야에서 쫓겨난 사람들은 군산으로 몰려들고, 군산에서부터 다시 하와이, 간도, 연해주로 내몰린다. 내몰리는 사람에게 군산은 마지막 땅이지만, 쫓겨간 땅에서 새로운 수난과 새로운 싸움을 시작하는 출발의 땅이기도 하다.
군산항 선착장에는 김제평야의 쌀을 실어내던 식민지의 철로가 지금 잡초 속에서 녹슬어있고, 그 철길 옆으로는 배라크처럼 지은 미곡창고 몇 동과 1908년에 지는 서양식 군산세관 건물이 그대로 남아있다. 벨기에산 적벽돌로 지은 이 건물은 서울의 한국은행 본점이나 서울역 건물과 같은 양식이다.
김제시 죽산면에는 일본인 대지주 하시모도의 집과 그의 송덕비도 남아있다. 이것은 한반도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기념물일 것이다. 그 기념물들은 한반도의 현재의 의미를 묻고 있는듯 했다. ‘아리랑’ 전 12권은 8·15 해방으로 끝난다. 이 8·15 해방에는 만세소리가 없다. ‘아리랑’의 마지막 장면인 8·15는 적막하다. 왜 그런가. 아마도 저 20세기의 기념물이 거기에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 '아리랑' 줄거리
‘아리랑’은 12권의 대하소설이다. 한일합방 직전부터 8·15 광복까지가 시대 배경이고 김제 만경평야, 군산항구에서부터 하와이, 만주, 중앙아시아, 소만국경 등 한국 유민(流民)과 저항세력들의 발길이 닿았던 많은 지역들이 이 대하소설의 공간이다. 전 4부로 구성된 이 소설의 각 부별 골격은 다음과 같다.
제1부: 김제의 소작농 방영근은 빚 20원에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으로 팔려간다. 친일파 백종두는 일진회 군산지부장이 되고 진보적 지식인 송수익은 의병투쟁에 나선다. 토지조사사업이 전국적으로 시행되자 수많은 농민들은 졸지에 땅을 빼앗기고 산발적 시위에 가담했던 농민들은 총살당하거나 징역을 산다.
제2부: 하와이에서는 거류민 조직이 결성되고 3·1운동이 일어나고, 만주에서는 여려 계파의 단체들이 항일투쟁을 전개하는 등 한민족의 대반격이 시작된다. 송수익은 만주로 건너가 독립군 대장이 되고, 대종교에 입신(入信)한다. 그 당시 재만 민족주의 진영 항일무력의 주력은 대종교의 지도력 밑에 있었다.
방영근의 동생 방대근은 신흥무관학교를 졸업하고 일본군 토벌대는 재만 한인들을 무차별 학살한다. 방영근의 어머니 감골댁은 이때 살해된다. 한편 김제평야에서는 하시모도가 죽산면의 농토를 반 이상 차지한다.
제3부: 관동대지진으로 재일 한국인들은 무참하게 살해된다. 국내외에서 공산주의 운동은 다양한 이념의 갈래를 보이며 항일운동으로 나아간다. 부잣집 아들 정도규는 사회주의자가 되고, 연해주 빨치산에 가담한다. 송수익은 관동군에 체포되고 국내에서 지주 하시모도의 권력과 횡포는 날로 커간다.
제4부: 일본군의 재만 조선 독립군 토벌 작전이 본격적으로 전개되고, 조선 독립군은 참혹하게 무너져가면서 결사 항전한다. 재만 한인 20만 명이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 당하고, 일본군은 진주만을 기습한다.
조선여자들은 정신대로 끌려나간다. 관동군에 붙잡힌 송수익은 징역 15년을 받고 복역 중 옥사한다. 송수익이 옥사하자 그의 아들 송가원(의사)은 의업을 포기하고 광복군에 가담한다. 일본의 패색이 짙어지자 러시아는 선전포고를 한다. 만주에서 일본의 힘이 빠져나가자 중국인들은 조선인들의 농토를 빼앗기 위해 쇠스랑을 들고 몰려온다. 조선인들은 다시 유랑의 길로 나선다. 이것이 8·15 해방이다.
■ 조정래
▲1943년 전남 승주 선암사에서 태어남
▲동국대 국문과 졸업
▲1970 단편 ‘누명’으로 등단, 이후 ‘태백산맥’ ‘아리랑’ 등 대하소설 발표
▲1999년 ‘조정래 문학전집’ 전 9권 간행
■ 소설속 내촌마을 테마관광코스로 개발
전북 김제시는 대하소설 ‘아리랑’의 무대인 김제평야의 죽산면 홍산리 내촌 마을을 중심으로, 김제와 ‘아리랑’을 연계시키는 테마관광코스 개발사업을 확정했다. 김제시에 따르면 내촌 마을을 ‘아리랑 문학 마을’로 지정하고 소설 ‘아리랑’의 육필원고 및 이와 관련된 작가의 소장품 일체를 인수받아 보관할 전시관을 건립 운영할 계획이다.
또 소설 속에 나오는 죽산면의 일본인 대지주 하시모도의 집 등, 작품과 관련된 기념물들을 인수 복원키로 했다. 소설 속에서 죽산면 홍산리 내촌은 일제에 맞서는 소작농민들의 고난과 저항의 발원지로 등장하고 있다.
김제시는 이 테마관광코스로 문학탐방팀들을 유치하기로 하고 이같은 사업을 오는 10월의 ‘지평선 축제’와 연계할 계획이다. 또 소설 ‘아리랑’의 영화 및 TV 드라마 제작에 따른 세트장도 유치하기로 하고 제작자들과 교섭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전남 보성군도 작가 조정래씨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의 배경이 되는 보성군 일대의 여러 기념물, 자연지형 및 거점들을 연계하는 테마관광코스 개발계획을 확정했다. 보성군은 이 기념물들의 일부를 매입해서 휴식공간으로 바꾸고, 문학탐방팀들을 유치할 계획이다.
아리랑을 읽어보면 그당시의 면장의 힘이 얼마나 우리 민초들에게 막강한힘의 저승사자인지 잘나와 있습니다. 눈물이 났습니다. 물론 허구의 소설이지만 실증적인 논증의 역사이기도 합니다.이시대의 우리민족을 사랑한다면 꼭 읽어볼만한 소설 입니다.역사의 시각과 판단이 재정립됨니다. 그아픔을 두번다시 잊지않는 뜻에
첫댓글 민족작가라는데 동의하지만 조정래책들을 읽다보면 색깔론에 빠져서리..일제부분만 읽으면 조은데 광복이후엔 조금 그렇더군요 거짓인지 진짜인진 모르겠지만..읽다보면 우리나라 군인들이 싫어져요...
아리랑을 읽어보면 그당시의 면장의 힘이 얼마나 우리 민초들에게 막강한힘의 저승사자인지 잘나와 있습니다. 눈물이 났습니다. 물론 허구의 소설이지만 실증적인 논증의 역사이기도 합니다.이시대의 우리민족을 사랑한다면 꼭 읽어볼만한 소설 입니다.역사의 시각과 판단이 재정립됨니다. 그아픔을 두번다시 잊지않는 뜻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