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그런 생각을 한 것 자체가 나쁜놈이지!!"
"그래! 그래! 나 나쁜놈이다.... 그런 아줌마는 얼마나 착하게 사는지 보자구!"
"너네 또 왜 그래..."
'쾅!'
씩씩대고 있는 나의 이름은 '이재영' 조금은 여자아이같은 이름이라고 하는데
난 잘 모르겠다. 방금 싸운 사람은 우리 누나. 몸매가 완전히 아줌마라서
내가 항상 아줌마라고 부른다. 이제는 '아줌마!'하면 바로 알아듣는다.
여하튼 오늘 하루 좋았었는데 아줌마의 핀잔 한마디에 잡쳤다. 치~
"에휴~"
난 침대에 엎드려 방금 빌려온 만화책을 펼치곤 언제 성이 났는지도 까먹고
마구 웃다가 지쳐서 잠들었다.
"광필아! 잘가~~ 낼 보자..."
드디어 혼자만의 시간을 만났다. 무엇보다 소중한 내 시간들....
"창밖을 보면 비는 오는데~~~"
혼자 노래를 흥얼거리며 집근처 주차장에 다다를 무렵, 갑자기 주차장안에서
개가 심하게 짖는 소리가 들렸다. 벽을 지나고 입구에서 그냥 곁눈질로 보았더니
내 허리보다 조금 작은 개가 침까지 흘려가며 나를 향해 짖고있는 것이 아닌가....
움찔한 나는 잠시 멈추고(실은 쫄아있었다) 개의 동향을 살피려고 자세히
바라보니 그 개는 내가 아니라 내 옆을 보며 짖고있었다.
순간 나는 두리번거리며 사람을 찾았지만, 이 길위에 서있는 사람은 나뿐이였다.
"야! 너 왜 나보고 짖어!!"
내 발자국소리를 듣고 짖은 것일까? 그럼 내가 앞에 있는데도 왜 다른곳을 향해
엄청난 살기를 내뿜으며 짖었을까? 그리곤 내가 지나가자 금새 조용해지긴
했지만, 그 이상한 느낌은 쉽게 지울 수 없었다.
오늘은 우리 가족이 모두 외가댁이 있는 부산에 내려가셨기때문에 나 혼자
자야한다. 물론 친구를 부르려고 했는데, 이상하게 오늘따라 평상시 같이
놀다가 자자고 하던 친구들까지 부모님이 허락해주지 않으신다고 하네...
혼자 이불 뒤집어쓰고 텔레비젼을 보다가 시계를 보니 12시가 다되어서
내방으로 가서 문을 열려고 하는데 나래(애완용 개 = 내 여동생)가
갑자기 뛰어나와 현관을 향해 짖어대기 시작했다.
'왕! 왕!'
"나래야. 왜 그래? 누구 왔니?"
난 그냥 누가 계단으로 올라가나... 했지만 가만히 들어보니 밖에는 아무도 없는것 같았다.
"아무도 없잖아. 이 바보야.... 나래야.. 자자! 어여 와~"
나래는 짖는걸 멈추더니 날보고 그 큰눈을 깜빡이기만 했다. 평상시에는
이 말만하면 쪼르르 달려와서 나보다 먼저 내 이불로 들어가는 놈인데...
"나래야.. 어서 들어오라니까..."
하지만 나래는 내 눈만 멀뚱멀뚱보고선 내 방에 들어오려하지 않았다.
"알았어. 그럼 이따가 졸리면 와~ 오빠먼저 잔다... 이나래! 잘자~"
이불을 덮고 누워 자려고 했지만 좀처럼 잠들 수 없었다. 불꺼진 내방..
'내 방에는 책장이 있고, 책장에는 학교 교과서, 그리고 작은 시집들
벽에는 내가 그린 근육맨 그림도 있고, 담다디를 부른 이상은 사진
그리고... !!!!'
순간 가슴이 철렁하면서 내가 지나온 시선을 다시 되돌아갔다. 분명히...
분명히... 이상은 사진의 입술이 나에게 뭐라고 중얼거린것 같았는데...
이상은의 입술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난 두근거리는 심장으로 눈만
깜빡이며 뚫어지게 쳐다볼 수 밖에 없었다. 이상한 일이였지만 그 입술에서
눈을 띨수가 없었다. 아닐꺼야... 아닐꺼야.... 그럴리 없어...
내 머릿속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끊임없이 내 자신에게 세뇌시키고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오싹하긴 하지만 내가 잘못본 것 같기도 했다.
"아이... 잠 다 깼네... 치~~"
난 다시 눈을 감고 잠이 들기위해 노력하기 시작했다.
언제 잠이 들었을까.... 난 생소한 느낌에 잠이 깼다.
'어? 내가 왜 깼지? 소변이 마렵나? 아닌데.... 피곤한지 눈이 떠지지
않는걸 보니 잠을 다 자서 깬것같지는 않은데.... 내가 왜 깼을까?'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다시 잠들려는 내 마음에, 아니 머릿속인가?
순간 스쳐지나가는 느낌이 있었다. 누군가가 날 바라보고 있는듯한 느낌..
단지 느낌뿐일수도 있었지만, 난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환청이였는지도
모르지만, 아주... 아주... 작은 숨소리도 들리는 것 같았다.
나를 제외한 온 집안식구가 우리나라의 끝에 있는데 나 혼자있는 방에서
누군가가 나를 지켜보고 있는 것이였다. 난 정말 눈을 뜰 수가 없었다.
피곤하기도 했지만, 앞에 서 있는 누군가에게 내가 깨어있다는 것을
알게하는것이 너무나 두려웠다. 하지만 내 호흡이 조금씩 거칠어지는 것을
느끼곤 어디서 용기가 생겼는지 이불속에서 오른팔을 내밀어 느낌이
오는 곳으로 내밀었다. 참고로 내 침대 오른쪽은 그냥 허공이다.
팔꿈치까지 내밀었을때 아무것도 손에 닿는 것이 없자. 나는 조금 안심이
되었다.
'그래... 그럼 그렇지.... 역시 내가 조금 예민했었나보다...'
그렇게 안심을 하고 그냥 편하게 오른팔을 쭉 뻗었다.
!!!!!!!!!!
그 순간, 내 손 끝에 믿을 수 없는 감촉이 있었다. 절대 느낄 수 없는
감촉을 난 느끼고 말았다. 감촉이 신경을 타고 내 머릿속에 닿기전에
무의식적으로 재빨리 거둔 내 오른손에는 그 끔찍한 감촉이 살아있었다.
어디였을까.... 그냥 맨살은 아니였던것 같았는데....
여전히 느껴지는 그 시선속에서 나는 혹시라도 내 눈꺼풀이 열릴까봐
힘이 줘서 꽉 감고 그냥 버텼다. 그렇게 10초정도 있었을까?
내 귀를 타고 들어오는 바람과 함께 들리는 소리....
"날.... 만져봐...."
온 몸에 돋는 소름. 어떤 공포영화를 봤을때와 비교할 수 없을만큼의
공포. 죽음까지도 예상할 수 있을만큼의 공포를 중학교 1학년이라는
어린 나이에 느끼고 말았다. 이미 자는척하기에는 너무 늦어버린 걸
알았지만, 그것 외에는 아무것도 생각나질 않았다. 오직 이대론 죽기싫다는
생각뿐....
정신이 들었다. 무언가가 내 다리를 핥고있는듯한 느낌.... 나래였다.
아침이 되었슴을 느낀 나는 너무 반가워서 몸을 벌떡 일으키곤
"나래야~~~"
하며 나래를 얼싸 안아줬다. 우리 나래는 영문도 모르고 자기를 잡고있는
내 손을 열심이 핥고 있었다. 배가 많이 고팠나보다.
그런 나래를 보니 웃음이 나왔다. 새로 태어난 기분이랄까?
너무 신기했지만 아무에게도 말할 순 없었다. 내 주위에는 아무도
귀신을 본 적이 없기때문에 내가 말을해도 뻥쟁이라고 핀잔만 줄것 같았다.
그로부터 대략 두달정도 흘렀을까... 난 또 그놈을 만나고 말았다....
또 정신이 들었다. 이번에는 내가 왜 깨었는지 이유를 알아내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 답답한 느낌....
그렇다. 기억에서 사라질 뻔하니까 또 나타난 그 놈이다. 아니....
느낌에 년(?)은 조금 이상하고, 여자인것 같기도 했다.
이젠 아예 날 깨웠다. 그것도 날 직접 부른것도 아니고, 다자꼬짜
내 머리를 잡고있었다. 참~ 이번에는 그리 무섭지는 않았다.
한번 겪고보니 마음속의 조금의 여유가 생긴 것도 느낄 수 있었다.
난 잠시 생각했다. 어떻게 해야할까? 머리를 잡고있으니 계속 자는척할
수도 없고.... 결국 난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꺼져라. 꺼져라. 꺼져라. 꺼져라. 꺼져라. 꺼져라......."
잠시 후, 내 머리를 잡고있는 손의 힘이 더 들어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난 계속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꺼져라. 꺼져라. 꺼져라. 꺼져라. 꺼져라. 꺼져라......."
그랬더니 갑자기 '독수리 오형제'에 등장하는 나쁜놈 왕처럼 남성의
목소리와 여성의 목소리가 동시에 들렸다.
"꺼져라. 꺼져라. 꺼져라. 꺼져라. 꺼져라. 꺼져라.......히히히"
그렇다. 이 놈은 그 흉한 목소리로 날 따라하고 있는 것이였다.
순간 난 섬뜩했지만, 놈의 반응을 불러일으킨것만으로도 충분히
할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계속 했다.
그랬더니 손에 점점 힘을 주던 그 놈이 무슨 생각에선지 손을 풀었다.
그때의 기분이란 감기걸려서 머리가 꽉찬 느낌이였다가 감기약먹고
푹자면 머리가 맑아지는 그런 기분보다 100배 개운했다.
귀신이 내 머리, 아니 마치 내 뇌를 휘젓는 기분.... 아무도 이해 못한다.
여하튼 그 놈은 그것을 마지막으로 나에게 나타나는 일은 없다. 하지만
새벽에 지금처럼 글을 쓸때에는 어김없이 나타나 내가 정말 공포스럽게
잘 쓰고 있는지 감시하고, 덕분에 난 글쓰는 날이면 잠을 못자고 거의
밤을 샌다. 아마 오늘밤도 어디선가 날 바라보고 있는 이 놈때문에
밤을 샐것이다.....
==========================================================================
안녕하세요. "공포매냐"입니다.
살인교수님의 광고로 알게되어서 오늘 처음 인사드리네요.
반갑구요. 앞으로도 많은 교류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공포매냐입니다.
카페 게시글
검색이 허용된 게시물입니다.
오싹오싹-공포체험
◐공포체험◑
[실화+각색] 항상 내 주위에 맴도는 것
공포매냐
추천 0
조회 1,100
01.11.26 01:25
댓글 0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