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업계의 ‘공룡’으로 불리는 글로벌 1위 가구업체 이케아(IKEA)의 2014년 한국 시장 진출을 앞두고 국내 가구업계들이 이에 맞서기 위한 전략을 세우고 있다. 지난해 4월 이케아가 한국 진출을 공식 선언했을 때만 해도 국내 가구시장에선 이케와와의 대결을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까지 묘사했을 정도로 위기감이 높았다.
그러나 국내 가구업체들이 이케아와의 맞대결을 염두에 두고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어 향후 가구업계의 전쟁이 흥미로워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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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바트는 가구뿐 아니라 다양한 인테리어 제품들을 갖춘 직영전시장인 ‘리바트 스타일샵’을 운영 중이다. 사진은 논현동 가구거리에 위치한 리바트 스타일샵 내부. 쇼핑하면서 카페에 앉아 휴식을 취할 수도 있다.
'강점 - 다양한 제품, 컬러, 참신한 디자인, 저가격, 중품질, 체험형 쇼핑공간 제공, 대형(창고형) 매장, 레스토랑&브런치 카페운영으로 고객 체류시간 연장’.
‘약점 - 1:1 고객 응대 불가, DIY 가구에 대한 국내 소비자의 한정된 인식, 국내 주거문화의 차이(DIY 조립 공간 협소)’.
국내 한 대형 가구업체가 이케아의 진출에 대비하기 위해 만든 내부 전략 자료 중 일부다. 이 업체 관계자는 “이케아에 대한 자체 분석 자료를 토대로 자사 제품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가구업체 홍보팀 관계자는 이런 하소연을 털어놓기도 했다. “저희가 이케아 홍보팀은 아니잖아요. 그런데 이케아 진출 소식 이후로 이케아 관련 자료를 이케아보다 우리가 더 많이 내놓는 것 같습니다. 이케아를 견제하기 위한 차원이었는데 오히려 이케아 홍보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는 판단으로 최근엔 이케아 언급을 하지 말라는 내부 지침도 있었어요.”
앞서의 상황은 국내 가구업체들이 이케아의 한국 진출에 대해 어느 정도로 크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한 가구업계 관계자는 “예전엔 국내 업체끼리 경쟁을 해왔다면 이케아 상륙으로 인해 국내 경쟁업체에 대한 견제는 상대적으로 줄어든 것 같다”는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한국가구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가구시장 규모는 지난 2012년 기준 약 8조2000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업체마다 세부 매출 자료를 공개하기 꺼리는 데다 메이저 업체를 제외한 중소 영세업체의 경우 공식적인 통계가 잡히지 않고 있어 정확한 집계는 어렵지만, 건설 경기 침체로 인해 해마다 차츰 시장 규모가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여기에 2014년엔 ‘이케아 상륙’이라는 변수가 예정돼 있어 가구시장의 판도가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국내 가구업체 중 업계 1, 2위를 선점하고 있는 곳은 한샘과 리바트. 양 회사로부터 제공받은 매출 집계에 따르면, 2012년 한샘의 총매출액이 7848억원, 리바트는 4852억원이다. 토종 가구 브랜드로 그동안 자존심을 건 경쟁을 해왔던 두 회사는 이케아에 맞서 생존해야 하는 점에서 공동운명체의 상황에 놓인 셈이다.
한샘 ‘원가 절감’ 공격적 카드 내밀어
가구업계 1위인 한샘에서는 이케아 한국 진출에 대비해 ‘원가 절감’이라는 공격적인 카드를 내밀었다. 원가를 낮추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 상당히 부담스러운 전략임에도 ‘저가 정책’으로 무장한 이케아를 상대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도 볼 수 있다. 한샘 홍보팀의 김동성 과장은 “한샘은 다양한 히트상품을 만들어 판매량을 늘리고, 이에 따라 자재의 대량 구매 및 생산 공정의 효율화를 통해 마진을 최소화해 나가는 노력을 하고 있다”면서 “장기적으로 저가를 내세우는 이케아와의 판매가격 차이를 줄여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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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바트 ‘캐주얼스타일’(위), 한샘몰 ‘샘’
저가전략과 함께 ‘온라인 판매’를 적극 늘리는 정책도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그동안 가구업체들은 주로 B2B 시장에 의존해왔던 터라 건설 경기 침체 등 외부 변수의 여파를 크게 받아왔다. 하지만 근래 들어 B2C 시장으로 영역을 확장해가면서 건설 경기의 여파를 줄여가고 있는 추세다. 한샘의 경우에도 B2C 비중이 2008년 68%에서 2011년 79%까지 늘어났다고 한다. 여기에 최근 온라인 시장을 통한 ‘온라인 전용상품’이 큰 호응을 얻으며 B2C 시장 확대에 큰 몫을 하고 있다. 한샘은 온라인 유통 채널 ‘한샘몰’을 통해 톡톡한 매출 증대를 거두고 있는 상황. 김동성 과장은 “2008년 온라인 사업을 시작해 3년 만에 4배 가량 성장했다. 온라인 전용 책장인 ‘샘(SAM)’ 시리즈는 온라인 매장 히트 상품 중 하나다. 높은 품질에 저렴한 가격이 인기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저가의 고품질 전략이 온라인을 통해 효력을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
온라인 쇼핑몰 강화는 한샘 외에도 리바트(리바트몰), 에몬스(에몬스홈), 보루네오(BIF보루네오) 등 가구업계의 전반적 추세다. 리바트에서도 다양한 온라인용 제품을 출시해 호응을 얻고 있고, 뒤늦게 온라인 몰을 론칭한 에몬스와 보루네오 등도 온라인 매출 신장세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리바트, 고품질 내세운 ‘Slow Furniture’ 정책
리바트 역시 이케아 진출해 대비해 공격적인 시장 정책을 펴고 있다. 리바트가 염두에 둔 대목은 이케아가 소비가 빠른 ‘Fast Furniture’라는 점. 리바트 홍보팀 장영진 팀장은 “수많은 나무와 자재를 사용해야 하는 가구산업의 특성상 ‘저가격 중품질’을 내세운 이케아 제품은 소비자들에게 잦은 구매를 유도할 수밖에 없다. 리바트는 대를 이어 물려줄 수 있는 고품질을 핵심으로 소비자들에게 다가서는 감성적인 ‘Slow Furniture’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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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샘 플래그샵 부산센텀점
또한 리바트는 다양한 인테리어 제품들로 인기를 끌고 있는 이케아에 맞서기 위해 종합 인테리어 제품을 갖춘 대형 직영전시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2010년 대전을 시작으로 목동·광주·논현동 가구거리에 ‘리바트 스타일샵’을 잇달아 연 상황. 이곳에는 가구 외에 인테리어 소품, 플라워샵, 카페 등이 자리잡고 있다. 장영진 팀장은 “이케아가 매장에 카페나 레스토랑을 함께 운영해 고객 체류시간을 연장하고 있는 것처럼 리바트 스타일샵을 방문하는 고객들은 가구뿐 아니라 다양한 인테리어 소품들을 쇼핑하면서 카페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싱글족과 신혼가구들을 위한 1~2인용 가구에 주력하고 있는 것도 이전과는 달라진 양상이다. 트렌디한 디자인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이케아 제품은 주로 20~30대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싱글족과 신혼부부가 많은 연령대이기도 하다. 리바트에서는 이들을 겨냥해 매년 두 차례 디자인 트렌드를 분석해 이를 토대로 개발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논현동 ‘리바트 스타일샵’ 매장 관계자는 “구매 주기가 짧지 않은 가구의 특성상 예전에는 1년에 두 번 정도 신제품을 내보였지만, 최근에는 수시로 신제품을 발표하고 있다. 싱글가구, 실속형 패키지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가구업계가 분석하는 이케아의 가장 큰 단점은 매장의 접근성이 낮다는 점이다. 그동안 이케아 제품 소비자들은 주로 온라인을 통해 구매해 왔다. 하지만 2014년 예정대로 이케아 매장이 들어선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케아 측은 아시아 최대 규모 매장이라는 상징성만으로도 잠재 고객층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맞춰 국내 가구업체들은 이케아 매장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개수를 늘리는 방식으로 맞대응을 하겠다는 계획. 리바트는 ‘리바트 스타일샵’ 외에 프리미엄 주방가구 ‘리첸’의 백화점 전용브랜드 ‘리첸브라움’의 입점을 늘리고 있고, 한샘은 서울 방배·논현·잠실·경기 분당·부산 센텀시티 등에 ‘한샘 플래그샵’을 운영 중이다. 김동성 과장은 “도심에서 1시간 거리의 교외에 대형 창고형으로 운영되는 이케아와는 달리 규모는 작지만 접근성이 좋은 도심에 여러 개의 매장을 설치해 백화점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Tip | 이케아, 국내 대형유통업체 롯데와 손잡은 이유
2014년 광명역세권지구에 7만8198㎡(약 2만3000평) 규모의 아시아 최대 규모의 매장을 여는 이케아가 국내 대형유통업체인 롯데와 손을 맞잡았다. 지난 2월 이케와와 롯데쇼핑이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 롯데 측은 “이케아의 매장이 들어서고 남는 부지를 임대해 복합쇼핑몰로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이케아는 부지 활용 계획을 두고 신중한 내부 논의를 거쳐 왔던 것으로 보인다. 국내 유통업체 몇 곳에 의사 타진을 하던 중 롯데와 손잡게 되었다는 것. 롯데그룹 홍보실의 박성섭 과장은 “부지가 워낙 넓다 보니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국내 유통업체와 사업 분담을 하기로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두 회사의 양해각서 체결로 인해, 광명역 부근에는 이케아 매장 외 롯데의 쇼핑몰도 함께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롯데 측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건 없으나 현재로선 아웃렛이 들어설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