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뽑을 것인가＞

<누구를 뽑을 것인가?> 중국 나관중이 지은 <삼국지연의>에서 제갈공명에 맞서 지략을 겨루었던 중달 사마 의에게는 사마 염이라는 손자가 있었다. 이가 바로 서진(西晉)을 세운 무황제(武皇帝)다. 그러나 서진은 290년 5월 16일 무황제가 죽은 후 불과 27년 만에 멸망하고 만다. 왜 그렇게 단명이었을까? ..... 이제 그 이야기를 해보자. 무 황제는 정실부인이었던 무원(武元) 황후와의 사이에 아들 셋, 딸 셋을 두었는데 그중 둘째 아들이 뒷날 무 황제의 뒤를 이어 제위에 오른 혜제(惠帝) 사마 충이었다. 조금 모자란 구석이 있던 태자 사마 충의 배필을 정해줄 시기가 다가왔다. 최종적으로 무 황제는 태자빈으로 두 사람의 후보자를 앞에 두고 생각을 거듭 후에 무원 황후와 대신들을 불러놓고 자신의 의견을 이렇게 말했다. "위관의 딸에게는 다섯 가지의 좋은 점이 있었고, 가충의 딸에게는 다섯 가지 나쁜 점이 있다. 위 씨의 혈통은 총명하며, 아들이 많고, 아름답고, 키가 크고, 피부가 흰 반면, 가 씨의 혈통은 질투심이 강하고, 아들이 적고, 못생겼고, 키가 너무 작고, 피부가 검다. 따라서 위관의 딸로 결정하는 것이 어떻겠느냐?" 그러자 이미 가충의 아내 곽 씨로부터 많은 뇌물을 받은 황후들과 대신들은 하나같이 가충의 딸인 가남풍을 간택할 것을 주장해 결국 무 황제도 가남풍을 며느리로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태자비가 된 가남풍의 성품은 곧 드러났다. 질투심이 강하고 속임수가 대단하여 남편인 태자마저 가남풍을 두려워하고 꺼려 할 정도였다. 스스로 몇 사람을 잡아죽일 정도로 잔인했고 어느 때는 임신한 후궁에게 창을 던지는 바람에 후궁이 낙태하기도 했다. 무 황제가 이일을 듣고 대노하여 가남풍을 냉궁에 유폐하고 태자비를 폐하려고 했지만 이번에도 황후와 대신들이 앞장서 말리는 바람에 겨우 폐위를 면했다. 그러나 무 황제가 죽고 남편 사마 충이 황제의 자리에 오르자 이젠 아예 거칠 것이 없게 되었다. 가남풍이 황후로서 제일 먼저 한 것은 그동안 자신을 여러 차례 위기에서 구해주었던 은인이었던 무도 태후를 제거하는 것이었다. 무도 태후의 집안을 멸절시킨 후 태후를 영녕궁에 유폐시켜 서인으로 강등시킨 후 곧 금용 궁에서 아예 굶겨 죽였다. 누가 실력자인지를 천하에 알린 것이다. 견제 세력이 없자 밖에서 젊은 남자들을 궁으로 들여와 온갖 부정한 짓을 저질렀다. 천하의 정치를 좌지우지하며 궁 안팎을 자기 발밑에 복종시키고 온갖 농단을 저지른 것이다. 결국 참다못한 무 황제 숙부인 사만 륜이 들고일어나 서진은 멸망하고 만다. 가 황후는 폐위되어 서인으로 강등된 뒤 금가루가 든 사약을 마시고 죽었다. 가남풍 (賈南風)그녀 나이 44살 때였다. 이름은 따스한 남풍(南風)인데 인생살이는 완전 차디 찬 북풍(北風)이다. 지하에 있던 사마중달이나 무황제로서도 이런 재앙이 없다.... 며느리 한 사람 선택 잘못했다가 나라가 결딴났으니 이런 게 재앙이 아니라면 뭐가 재앙인가? 뇌물 좀 받고.... 결정을 거들어줬을 뿐인데... 그렇게 큰 재앙이 이어질 줄 아무도 몰랐던 것이다. 결국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뇌물 때문에 눈이 어두워져 미래를 보는 지각과 객관성을 잃은 결과다. 다행히도 우리 조선에는 미래를 헤아릴 줄 아는 여인이 있었다. 1627년 소현세자의 세자빈 간택(揀擇) 때였다. 일단 간택이 있게 되면 조선팔도 모든 적령기 처녀들에게 금혼령(禁婚令)이 떨어진다. 모든 처녀를 예비 세자빈으로 간주한 후 팔도의 감사들이 대상에 들만한 처녀의 신상을 적은 단자를 적어올리는데 이것을 초간(初揀)이라 했다. 30명 정도가 초간을 통과하고 이중 7명이 재간(再揀)에 올랐다. 이중 다시 삼간(三揀)에 오르는 것은 오로지 3명뿐이다. 당시 재간(再揀)을 통과한 3명의 처녀 가운데 권 씨 성을 가진 소녀가 있었다. 삼간에 임하기 전에 궁중에 초대되어 음식을 대접받으며 관찰을 받는 절차 때였다. 세 명 중 한 명인 권 씨 소녀가 음식상을 대하자 젓가락으로 음식을 먹지를 않고 손가락으로 집어먹기도 하고 도중에 실성한 것처럼 히죽히죽 웃기도 라는 바람에 주변의 큰 흉이 되고 말았다. 이를 계기로 결국 권 씨 소녀는 삼간에서 제외되어 집으로 돌려보내졌는데... 실성한 듯한 권 씨 소녀가 막상 궁전을 나와서 집으로 돌아갈 때는 전혀 멀쩡했다고 한다. 그 이후에도.... 나중에 인조가 이 말을 듣고는 웃으며 무릎을 쳤다고 한다. 권 씨 소녀는 무슨 생각을 했던 것일까? 왜 남들이 그토록 바라는 세자빈을 그녀는 왜 피하려 했던 것일까? 그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첫째, 문중에서야 간절히 바라는 바이겠지만 그녀로서는 설혹 자신이 세자빈이 될경우 친정 쪽에 세력이 모이면 문벌이 커지기 마련인데 당장은 호사스럽겠지만 필경에는 가문의 멸망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보았고 둘째, 일단 삼간택의 대상이 되어버리면 선택 여부에 관계없이 집안이 경제적 파산에 직면하게 되는데 처녀의 옷차림, 가마 빌리는 값, 유모와 몸종의 치장, 관리들의 금품 요구 등으로 완벽하게 빚더미에 올라앉게 되는 것이 관례였으며 셋째, 일단 간택까지 간 처녀들은 '살이 끼었다'라고 여겨져 그 후부터는 정상적인 결혼 상태에서 소외받게 되었고 특히 삼간택까지 갔다 선택받지 못한 처자는 평생 처녀로 늙어야만 했기에 이 모두를 감안한 미래를 예견하여 삼간을 피한 것이다. 권 씨 소녀의 판단은 옳았을.... 까? 틀렸을... 까? 당시 소현세자의 세자빈으로 간택된 것은 우의정 강석기의 딸이었다. 1627년 16살 나이에 세자빈이 되어 강빈(姜嬪)이 되었다. 소현세자는 청국을 다녀온 후 인조와의 갈등 끝에 1645년 5월 33살 때 의문의 죽음을 당하는데.... 인조는 죽음의 진상을 밝혀달라는 강빈과 대신들의 요청을 묵살하고 오히려 장례 일을 앞당기고 세자임에도 불구하고 굳이 평민 장례절차를 밟게 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조치로 강빈과 대신들의 가슴에 의구심의 대못을 박았다. 더욱이.... 인조는 자신에 대한 독살 사건에 강빈을 연루하여 무고한 강빈에게 사약을 내렸다. 1646년 4월 강빈 나이 35세였다. 이때 강빈과 더불어 그녀의 노모와 4형제 모두 죽음을 당했다. 소현세자와 강빈 사이에 아들 삼 형제 모두 제주도로 유배되었다. 그곳에서 장손은 매 맞은 장독으로 죽었고 둘째는 병으로 죽었으며 셋째 '석견'만이 겨우 살아남았다가 후에 작은아버지 효종에 의해 겨우 유배가 풀렸다. 가남풍을 걱정했던 무황제나 조선시대 궁중 여인들의 불안한 미래를 내다본 권 씨 소녀나 한 가지로 예측한 것은 미래를보는 객관성이다. 자기 밖의 세상을 볼 줄 알아야 미래가 보이기 시작한다. 나라를 보고 조직을 보아야 미래의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고 그래야 냉철한 판단력이 세워지는 법이다. 가남풍의 어머니로부터 어마어마한 뇌물을 받았던 무원 황후와 무도황후 그리고 대신들이 나중에 받은 결과는 무엇인가? 결국 자신의 파멸과 망국의 한이었다. 곧 선거철이 다가온다. 당장의 눈앞에 펼쳐지는 휘황한 허망한 약속은 잊어버려라. 국회의원(國會議員)을 뽈을것인가 국해의원(國害議員)을 뽑을것인가? 순간의 선택이 국가의운명을 좌우한다는 것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 옮긴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