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감이 고향인 후답읍에 자리잡은지도 벌써 1년이 다 되어 간다.
젊은 시절, 음식점을 하며 아들딸들을 키웠던 그, 타고난 부지런함과 성실함 덕분에 가게는 불황 없이 잘 운영되었고 자식들은 말썽 하나 안 부리고 잘 자라서 곧 분가하여 각자의 가정을 꾸리게 되었다.
나이가 들고 그동안 건강을 해칠 정도로 일에 매진한 탓에 더 이상 음식점을 꾸려나가기 어려웠던 그는 이제 손을 놓을 때가 되었다 싶어 가게를 정리하고 아들과 딸에게 얼마간 나눠준 뒤 고향에 내려와 호젓하게 노년을 보내고 있다.
평생을 그의 곁에서 내조했던 아내는 지금 그의 곁에 없다. 사별? 이혼? 다행스럽게도 그런 슬픈 일이 아니라 그냥 큰아들 집에서 손주 돌보는 재미에 빠져있는 상태이다. 맞벌이가 아니면 살기 힘든 세상에 손주를 돌봐주는 할머니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가? 큰아들 내외의 환대와 이제 곧 만삭인 딸아이의 “엄마 나중에 우리애도 좀 봐줘!” 하는 사정 속에 아내는 계속 남아 있겠다 하였고 결국 최영감 혼자 홀아비 아닌 홀아비가 되어 늘그막에 솔로를 만끽하고 있다.
어릴 적 고향 친구들의 도움 덕에 빈집을 싸게 인수할 수 있었다. 수도와 전기를 끌어오고 여기저기 손보니 제법 한사람이 살 수는 있을 정도는 되었다. 넓진 않지만 앞마당 뒷마당에서 텃밭을 가꾸고 닭장을 만들어 닭을 키우는 것도 가능했다. 모든게 고향 친구들이 물심양면 도와준 덕이다. 나중에 한번 맘먹고 한턱 쏴야겠다고 다짐하는 최씨.
--------------------
최씨의 하루는 생각보다 단조롭다.
한푼이라도 더 벌고자 아등바등했던 젊은 시절의 삶의 틈바구니에서 벗어나니 저절로 삶의 여유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시골의 맑은 공기와 평화로운 분위기, 그리고...
“데샤데샤, 데샤앗!!!”
저 새끼만 아니었어도 완벽했을텐데. 제기랄.
나이가 들어서인지 아침에 일찍 눈이 뜨인다. 건강체조와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간단히 아침을 준비해서 먹는다. 설거지를 하고 이부자리 정리, 세수와 양치질을 한 후,
마당에 묶어놓은 실장석을 빗자루로 뚜들겨패고 밥을 준다.
오전 시간은 이것저것 소일거리를 하며 보낸다. 산책을 하거나 텃밭을 가꾸거나 닭장에 모이를 주거나 읍내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읽거나, TV를 보거나 라디오를 듣거나,
마당에 묶어놓은 실장석을 빗자루로 뚜들겨패고 똥을 치워주거나.
이 빌어먹을 새끼가 똥쌀 자리를 정해줬는데도 불구하고 개기는 것처럼 여기저기 싸질러놓는다. 그래놓고 데프프 웃는 모습을 볼때마다 절로 빗자루로 손이 가게 마련이다.
저새끼를 집에 들이고 분질러먹은 빗자루가 도대체 몇 개인가? 우리 애들도 그렇게 때려가면서 안키웠는데 저건 어떻게 생겨먹은 놈인지 아무리 때려도 말을 안들어쳐먹는다.
빗자루를 휘두르느라 뻐근해진 어께를 돌려가며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진 녀석을 뒤로하고 오후 일과를 준비하는 최영감.
점심을 챙겨먹고 잠시 낮잠을 잔 후 읍내 식당으로 출근한다. 제법 큰 식당에서 우연히 식사를 하다 사장님과 친해지고 가장 바쁜 저녁시간만 도와달라는 부탁에 저녁 준비와 요리, 정리까지 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알바비 조로 받는 약간의 돈과 남는 음식, 사용하기 어려운 재료 등을 가져올 수 있어 혼자 사는 살림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된다. 물론 똥벌레 먹일 음식찌꺼기도 받아 온다. 그렇게 잔뜩 받아서 유일한 교통수단인 자전거에 싣고 돌아오면 날은 어두워지고 늦은 저녁을 먹고 집안 정리를 한 후,
마당에 묶어놓은 실장석을 빗자루로 뚜들겨패고 밥을 준다.
때로는 마당에 묶어놓은 실장석에게 먼저 밥을 주고 나중에 빗자루로 뚜들겨패기도 한다.
그리고 잠자리에 들면 하루가 끝난다.
단조롭고 여유로운 하루다.
가끔씩 보건소에 약을 타러 가거나,
밀린 빨래를 하거나,
영상통화로 손주 재롱을 보거나,
주말에 읍내 교회에서 진행하는 어르신 점심대접 행사에 봉사활동가서 솜씨를 발휘하거나,
마당에 묶어놓은 실장석을 빗자루로 뚜들겨패고 또 패거나 하는 일 외에는
참 단조로운 하루다.
-------------------
비가 온다.
자전거를 타고 다닐때 비옷을 입어야 된다는 불편한 점을 빼면 시골집에서 빗소리를 들으며 마당에 떨어지는 빗물을 보며 물멍을 하는 것도 꽤나 괜찮은 일이다.
따뜻하게 데운 차를 한모금 마시며 빗방울이 떨어지는 마당을 바라보는 것도 기분좋은 일이다.
원래 커피를 좋아했는데 의사가 건강을 위해 줄이라고 해서 대신 차를 즐겨 마신다. 물론 담배도 끊었고 술은... 친구들과 가끔 한잔할 때가 있긴 하다.
그리고 술이 들어가는 날에는 어김없이,
마당에 묶어놓은 실장석을 빗자루로 뚜들겨팬다.
오늘도 마당에 떨어지는 빗물을 보면서 땅에서 올라오는 흙냄새를 맡으며 차를 마시는데,
텟테로게에에~~~
도야지 멱따는 소리에 기분 팍 상한채 쳐다보니 그 망할놈이 실장복을 홀딱벗고 빗물로 샤워하듯 온몸을 씻어대며 꽥꽥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눈이 마주치자 이 똥벌레놈이 사타구니와 가슴을 가리며 데샤샤악~~ 소리를 질러댄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머그잔을 내려놓은 최씨, 비옷을 주섬주섬 챙겨입고 빗자루를 챙겨들고 놈에게 다가가며 생각한다.
이새끼는 진짜 사람을 가만 놔두지 않는구나.
곧이어 비오는 와중에 먼지가 풀풀 날리며 실장석의 찢어지는 비명 소리가 온 동네방네 울린다.
``````````````````````````````````````````````
식실장물은 다음주에..........
존나어려운데스웅
첫댓글 실장석이 아무데나 똥을 쌀 때는 해당 실장석을 쓰레받기로 사용해서 똥을 치우면 해결됩니다
아니면 수조에서 키우며 굶기면 됩니다.
똥을 아무데나 싸놓는다면 밥을 주지 말고 3일간 굶긴 뒤 싸놓은 운치를 밥으로 주면 알아서 고쳐집니다
암 분충새끼는 비오는날 먼지나게 패야지
ㅋㅋㅋㅋ
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
이런 감성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