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강원도로 출발할 때 목적지를 딱히 정하지는 않았지만 아침을 거른 탓인지 일정의 시작은 횡성에서 하기로 했다. ‘한우' 하면 자동적으로 연상되는 진짜 횡성한우와 안흥찐빵을 문득 맛보고 싶어졌다.
서울에서도 횡성 한우를 사 먹어보기는 했지만 항상 진짜일까 의심하면서 먹었던 기억도 목적지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 경부고속도로에서 영동고속도로 강릉 방향으로 갈아타고 새말 IC를 빠져나와 횡성읍 방향으로 우천파출소를 지나 조금 더 마을 방향으로 들어가다 보면 심심치 않게 횡성 한우를 취급하고 있는 식당을 만난다.
횡성한우를 믿고 찾을 수 있는 곳을 수소문해보니 횡성축협에서 한우플라자 (033-345-6160) 를 추천한다. 횡성은 조선시대에도 소를 거래하는 큰 장이 서고 전국에서 이곳으로 소를 사러 올 정도로 유명한 곳이었다.
일반적으로 소는 북쪽으로 갈수록 , 고지에서 키울수록 소의 크기가 커지고 고기의 품질이 좋아진다고 한다. 횡성 한우는 우수한 한우를 키울 수 있는 지리적 조건에 인간의 노력이 더해진 작품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횡성 한우 축제로 횡성한우를 기억하고 있지만 지난 1960년대부터 축산업협동조합에서 토종 한우 종자 개발 사업이 현재까지 종자 개발 및 보존 사업으로 꾸준히 이어져오고 있다. 예전부터 물건을 수송하는 여행 중에 호랑이의 공격으로부터 주인을 지킬 정도로 용맹하고 주인을 잘 따른다는 횡성 한우의 이야기도 동네 할아버지로부터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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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성한우플라자 1층에는 한우를 판매하고 먹을 수 있는 식당이, 2층에는 한우관련 전시실이 있어 어린이를 포함한 가족단위 여행객들에게 잊혀져 가는 우리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한우플라자 입구 한편에 마련된 한우이력추적 시스템이었다.
한우플라자에서 파는 한우의 생산자와 도축일 , 등급 등 정보를 검색해 볼 수 있는 작은 키오스크다. 고기 한 팩을 사서 코드번호를 넣으니 한우의 주인 이름 , 도축일 , 등급 등 정보가 화면에 뜬다. 횡성의 한우를 브랜드화 하고 발전시키려고 노력하는 축협의 노력이 느껴졌다. |
식당에 들어서니 고기 굽는 냄새가 기분 좋게 코를 자극한다. 취재에 동행한 횡성 축협의 정의강 상무에 따르면 횡성 한우의 특징으로 고기에 고르게 분포된 마블링을 든다. 마블링은 근육 사이에 분포된 지방으로 고소한 맛을 내는 역할을 한다. 마블링은 녹는 온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살코기 표면에 막을 형성하고 수분 증발을 억제하는 역할을 해 육즙을 보존해 준다. 또 마블링은 살코기보다 밀도가 낮아 꽃등심을 씹을 때 부드러움을 느낄 수 있게 만들어 준다.
우가 호주나 미국산 소고기에 비해 특별한 맛을 내는 비결은 소의 운동량과 먹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소를 가둬 키우는데 호주나 미국은 방목을 한다. 한우는 곡식을 주로 먹고 크고 호주나 미국의 소는 풀만을 먹고 자란다 .
곡식을 먹고 운동량이 적당한 경우에는 근육 내 지방이 촘촘히 박히면서 마블링이 예쁘게 (?) 자리 잡는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니 곡식은 몸 안에 쌓이면 지방 형태로 저장되지만 풀은 아무리 먹어도 지방으로 변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숯 위에서 맛있게 익어가는 한우는 부드러운데다 육즙이 풍부했다. 보통 소고기는 조금 많이 익혔다 싶으면 퍽퍽해지는 경향이 있지만 횡성한우는 조금 과하게 구웠다는 생각이 들어도 표면에는 윤기가 돌며 고기 안쪽에는 육즙이 그대로 담겨 풍부한 맛을 선사한다.
일단 고기를 먹기 위해 찾은 곳이니 상추쌈이나 마늘 같이 고기의 풍미를 해치는 음식은 멀리하고 그냥 소금에 고기를 찍어 먹으며 마치 와인을 마시듯 고기의 맛을 음미했다.
기자만 느끼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횡성한우에서는 다른 곳에서 생산된 한우와 달리 독특한 향이 풍기기 때문이다. 부산에서 열린 APEC 회담에서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선보인 횡성한우로 만든 햄버거의 맛도 이랬을지 궁금했다.
지방만 많고 질긴 미국산 소고기로 만든 햄버거에 입맛이 길들여진 부시 미 대통령이 횡성한우로 만든 햄버거의 맛을 극찬했다는 이야기는 당연한 것으로 생각됐다.
고기를 다 먹은 후 나오는 강원도 콩으로 만든 된장을 사용한 된장찌개는 요즘 서울에서 흔히 먹을 수 있는 된장찌개의 맛과는 확연하게 달랐다. 많은 양념을 사용하지 않는 강원도 음식의 특징과 짙은 콩 향이 어릴 적 어머니께서 끓여주신 된장찌개의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음식을 다 먹은 뒤 나오는 시원한 더덕차를 꼭 마셔 볼 것을 권한다.
더덕은 강원도의 특산품중 하나이기도 하지만 식후 마시는 더덕차는 향긋한 향 말고도 고기를 먹은 뒤 입안에 남는 기름기를 확 가셔주는 역할을 해줘 깔끔한 기분으로 자리를 일어나게 도와준다.
하지만 고기의 맛과는 별개로 가격이 좀 비싼 것이 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등급인 A++ 등급 한우 일인분 (180g) 꽃등심이 40,000 원 , 생등심이 35,000 원 , 채끝살이 30,000 원이었다.
또 특등급의 바로 아랫등급인 A+ 꽃등심 35,000 원 , 생등심 28,000 원 , 채끝이 27,000 원이었다. 살치살 · 안창살 · 토싯살과 제비추리 등 3 개가 나오는 2인분 모듬 A 의 가격은 76,000 원으로 4 인 가족이 먹는다면 고기값만 15 만원이 넘는다. 하지만 서울 모 식당의 경우 1인분에 100,000원을 훌쩍 넘는 고기를 판매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렇게 억울한 가격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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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떨어지려면 아직 한참은 남았고 점심을 바로 먹고 서울로 올라가려면 차가 너무 막힐 것 같아서 주변을 좀 더 돌아보기로 했다. 횡성에서전제고개를 넘어 30~40여분 국도를 따라 달리면 안흥면이 나온다. 여기서부터 수많은 원조 안흥찐빵집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횡성에서 출발하면서 지나는 사람들에게 물었다. 하도 많은 원조가 있다 보니 이 동네 사람들은 어떤 집의 안흥찐빵을 먹는지 알아보면 확실할 것 같았다. |
가장 오래된 원조로는 면사무소앞 안흥찐빵 (033-342-4570) 을 대부분 꼽는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심순녀안흥찐빵 (033-342-4461) 을 선택한다고 입을 모았다.
면사무소가 있는 거리의 심순녀안흥찐빵을 찾았더니 심순녀 할머니가 자리를 비운 상태. 국도변에 있는 다른 매장을 찾아 차를 달렸다. 다행히 매장에서 열심히 찐빵을 찌고 있는 심순녀 사장을 만날 수 있었다. 이런저런 찐빵 이야기를 하며 먹는 찐빵은 덤덤한 맛 때문에라도 오히려 더 손이 가는 이상한 마력을 지녔다.
부드러운 음식에 입이 길이든 서울 사람들의 입에는 찐빵 안의 팥소가 너무 거칠고 또 기대만큼 달다는 느낌도 부족하지만 마치 별다른 맛이 없는 밥을 평생 먹어도 질리지 않는 것처럼 질리지 않고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안흥찐빵의 매력이라면 매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찐빵 20개들이 한 박스에 6,000 원이라는 가격에 한 박스를 사서 조수석에 턱 하니 앉혀두니 부산이라도 걱정 없이 다녀올 듯 한 기분이 든다 .
심순녀안흥찐빵을 서울에서 바로 오려면 영동고속도로 새말 IC 에서 내려 안흥 평창 방면으로 방향을 잡는다. 계속해서 가면 전제고개라는 고개가 나오는데 이 고개를 넘어 안흥면 방면으로 가다 보면 좌측도로변에 커다란 간판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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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족 횡성여행 어디서 묵을까>
첫댓글 횡성놀러 가고픈 마음 가득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