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제천시 청풍면. 82년부터 3년에 걸쳐 충주댐 건설로 수몰위기에 놓인 43점의 문화재를 옮겨 문화재마을로 꾸몄다. 충주댐이 완공돼 물이 차올라오자 충주와 제천, 단양 지역의 지도는 많이 바뀌었다. 나라의 중요한 물길이었던 남한강 강변을 따라 나있던 길과 유적들은 물에 잠겨버렸고, 거기에 오랫동안 정을 이어오며 살던 사람들도 뿔뿔이 흩어져야만 했다. 이때 물에 잠긴 면적은 1시 3군 13면 114리의 66.48㎢. 4만 9627명의 주민들이 바리바리 짐을 싸들고 정든 고향을 떠나야 했다.
이중 청풍면 소재지인 읍리는 조선시대까지 제천 지역의 중심지였다. 마을의 관문인 팔영루(지방유형문화재 35호) 앞에는 역대 관리들의 송덕비가 즐비하고, 강가 언덕에는 날아갈 듯한 한벽루가 시인묵객을 불러들이던 아름다운 고을이었다.
청풍문화재단지는 물에 잠겨 영원히 사라질 위기에 처한 청풍면 일대의 유물들을 옮겨와 당시를 재현한 독특한 마을이다. 마을을 감싸고 있는 망월산성을 제외하고는, 전망 좋은 한벽루를 포함해 모든 유물들이 여기가 제자리가 아닌 것이다.
하지만 청풍문화재단지의 유물들은 여느 민속촌이나 영화촬영장의 세트처럼 전시용으로 만든 게 아니라 사람의 손때가 수백년간 묻어있던 것들이라 박제품 같다는 느낌은 조금 덜하다. 어느 집이든 방 안과 창고, 처마 밑, 부엌 같은 데에는 지게, 키, 바가지, 멍석, 광주리, 사기그릇, 놋숟가락 따위의 옛 살림살이가 가지런히 정리돼 있다.
충주호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한벽루(보물 528호). 여느 누각과는 달리 날개같은 익랑이 하나 더 달려 있어 생동감이 넘친다. 이 누각은 고려 충숙왕 때인 1317년에 연회장소로 사용하기 위해 지은 뒤, 남한강변 풍광과 어울린 풍치가 빼어나 풍류객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시인묵객들의 손때가 묻은 누각 마루에 앉으면, 한여름 땡볕이 자맥질하는 수면 위를 물새 한 마리의 날개짓만 한가롭다. 가끔 나타난 유람선의 꼬리를 잇는 포말과, 하늘로 치솟는 수경분수 물줄기가 호수의 정적을 깰 뿐.
청풍문화재단지 내에는 한벽루를 비롯, 나말여초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석조여래입상(보물 546호)의 보물들과 고가 및 관아건물, 향교 등 지정유형문화재 10점, 비지정문화재 32점 등 모두 44점의 문화재가 있고, 1900여점의 생활 유물들로 조상들의 생활상을 생동감 넘치게 재현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을 꼼꼼이 살펴보려면 여느 민속박물관 못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청풍문화재 주변에 볼거리가 많다. 동양최대이면서, 세계에서 두번째라는 162m짜리 ‘청풍호반 수경분수’가 물을 뿜는 장관을 감상할 수 있다. 청풍대교에서 북쪽으로 10리쯤 떨어진 왕건촬영현장은 최근 급부상한 충주호의 새로운 관광명소. 1만 2000여평의 부지에 고려 수군의 관아와 초가집 등 32동의 가옥을 갖추고 있으며, 100명이 승선할 수 있는 왕건의 군선 등 선박 3척도 건조해 당시 예성강 입구의 벽란도 포구를 그대로 재현해 놓았다.
왕건 세트장 인근에 최근 발굴된 ‘작은 울산바위’ 금월봉의 비경을 만날 수 있다. 날카로운 칼봉우리가 첩첩이 겹쳐 있는 모습이 거대한 ‘수석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원래 흙속에 묻혀 있던 밋밋한 봉우리였지만 지질조사끝에 기암괴석임을 알고 흙을 파낸끝에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청풍문화재단지관리사무소(041)647-7003.
◆드라이브 메모:영동고속도로 원주 부근의 만종분기점에서 중앙고속도로로 갈아타고 서제천 나들목으로 진입, 5번 국도를 타고 제천 방향으로 가다가 제천 시청에서 2km쯤 지난 삼거리에서 597번 지방도를 타고 남진한다. 여기서 18km 가면 왕건촬영지, 6km 더 가면 청풍문화재단지다.
◆대중교통:서울~제천간은 30분 간격으로 운행하는 직행버스 이용, 제천~청풍간을 운행하는 시내버스를 이용하여 문화재단지에서 하차한다.
◆숙박:청풍관광농원(041-647-7201)과 수산관광농원(648-2277), 학현관광농원(648-0470), 이에스리조트클럽(648-0480) 등이 있다.
◆별미집:청풍읍내 팔영루식당(041-648-0181)과 느티나무횟집(647-0089)은 민물교기 요리집. 충주호에서 잡은 쏘가리 향어 등 민물고기로 회와 매운탕 등을 한다. 민물고기 특유의 흙내가 나지 않고 얼큰하며 구수한 맛을 내는 쏘가리매운탕이 별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