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기다리던 날이 왔습니다. 낙동정맥의 마지막 구간 13.5km를 걷는 날입니다. 멀리 부산까지 내려가서 산행하던 역사도 오늘이 끝입니다. 대티고개에서 시작하여 우정탑, 괴정고개, 유격장, 장림고개, 봉화산, 가구단지, 다대응봉(봉수대), 홍치고개 등을 지나서 다대포에 도착하여 낮은 산을 넘어가서 종착지인 몰운대에 도착하니 사방이 캄캄한데 철썩이는 파도소리만 여기가 바다여서 더 이상 전진할 수 없다고 알려 주었습니다. 2018년 7월 21일 시작한 종주산행이 5년 4개월 만에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된 감격적인 순간이었습니다.
마지막 구간은 산길 산행(34차 구간)에다 바닷길 탐방(해파랑길 1코스) 을 넣어서 1박 2일로 계획하였기에 동문들의 지지를 받아 29인의 지원자가 생겼습니다.(지난 달 영남알프스 종주에는 34인이 참석했습니다.)
참석자 : 16조준희, 19이건우, 21이은목, 23김기창, 23양수석, 23하재룡, 24고영철, 24이규성, 24안철준, 25최원일,
29양장근, 30박형열, 30이상화, 30임병석, 30정경원, 31강김구, 31김종철, 31김주환, 31신윤수, 31임윤호,
35공석진, 35손용준, 35이수우, 35이윤수, 35정광윤, 35최수범, 39김대휴, 39이경초, 45박용철.(29인)
낙동정맥 종주라는 소원을 성취할 수 있는 희망의 날이 밝았습니다. 2023년 11월 18일(토) 아침 7시 우리를 태운 전세버스는 양재역을 힘차게 출발하며 모두의 소중한 소망을 실현해 주기 위해 경부고속도로를 달렸습니다. 도중 동천역 간이정거장에서 동문들을 더 태운 뒤 옥산휴게소에서 잠시 쉰 후에 청주JC에서 서산영덕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상주에서 중부내륙고속도로를 타고 남하했습니다.
옛날 구마고속도로(현재 중부내륙고속)로 창원, 칠원을 지나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진영휴게소에서 잠시 섰습니다. 그후 냉정JC에서 남해제2고속지선(104번 고속도로)을 따라 낙동강을 건너서 사상IC를 나온 뒤, 사상구청앞에서 우회전하여 구덕터널을 지난 뒤 서구민방위교육장 앞 도로에 도착했습니다.(12:10)
여기서 지난 번 못 갔던 시약산을 찍고 오려고 하는 몇 분을 내려드려야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다 같이 내렸습니다. 촬영 후 시약산 팀과 작별하고 버스는 인근의 대티고개를 향해 가는데 터널을 통과하고 보니 터널 위의 대티고개로 버스를 돌리가가 어려워 대티역 인근에서 버스를 내렸습니다.(12:20) 들머리인 대티고개까지 걸어가는데 900m 가량의 거리였습니다.
12:34, 대티고개에서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먼저 차도위에 걸린 흰색의 보행교 입구를 찾아서 모였습니다. 정자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은 뒤 보행교를 건너서 산길로 들어섰습니다. 작은 공원이 나오더니 산길은 잠시 내려가서 성모의 마을을 지나더니 급하게 100m 가량 치올라 갔는데 묘지들이 나오는데 지도를 보니 괴정공동묘지였습니다. 작은 언덕을 두 개 넘고 세 번 째 정상에 서니 “우정의 탑”이라고 정상석이 붙은 돌탑에 도착했습니다.(13:19) 식사시간이 지났기에 돌탑 주위에 모여서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식사후 길을 떠났는데 길은 급하게 계속해서 수직으로 약 200m를 내려가더니 괴정고개로 이어졌습니다. 여기서는 큰 길에서 산으로 올라가야 하는데 산길샘 앱에 넣어 온 선답자의 트랙을 따라가려는데 길이 몇 번이나 집들에 막혀서 전진하지 못 하고, 현지 사람들에게 물어가며 산으로 올라가는 길을 찾았습니다.(아마도 선답자의 트랙 채집이 오래 전에 이루어졌기에 건물신축 등의 변화가 있는 시가지에서는 현재 그 길을 따라서 가다보면 옛길이 막히는 경우가 있는 것 같습니다.)
산으로 올라가니 유격장이 나오고 길은 다시 내려가는데 아파트 단지에 가니 길이 막혔다고 합니다. 할 수 없이 돌아 나와서 주민에게 대동고등학교를 물어서 전진했는데 한참을 돌아서 가는 길인데 길은 아주 좋았습니다. 대동고등학교를 지나니 차가 다니는 큰길로 된 삼거리가 나오는데 장림고개였습니다.(15:24)
장림고개에서 다시 산길을 찾아서 오르느라 한참을 헤매다가 산길을 찾았고 울창한 숲을 통과해서 봉화산 정상(해발 153.6m)을 지났습니다.(15:40에 지난 걸로 GPS에 기록되었는데 실제 어디가 봉화산 정상인지 확인은 못 했습니다.) 작은 봉우리 몇 개를 넘는데 가구점이 보이고 공장들이 보였습니다. 길은 다시 아래로 향하더니 다송초등학교 근방(해발 35m)의 큰 길까지 내려왔습니다.(16:32) 목적지인 몰운대까지 가면 해가 지는 오후 5시 반이 넘어서 어두워질 것은 분명했습니다.(산행을 접고 먼저 가서 다대포 해변에서 일몰을 보겠다고 고영철님은 여기서 택시를 타고 떠났습니다.) 서두르는 방법 밖에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습니다.
오늘 산행을 보면 크게 4덩어리의 산을 넘어야 했는데 이제 3개는 넘었고 마지막 아미산(다대응봉 봉수대)을 넘으면 됩니다.(이 산이 아미산인 것은 맞는데 정맥길은 다대응봉 봉수대를 통과하지만 아미산 정상으론 가지 않았습니다.) 수직으로 약 200m를 가파른 길로 해서 올라가야 했습니다. 입구에 아미산서림사라는 일주문이 서 있는 절을 지나서 힘들게 올라갔습니다. 17:04, 산의 정상인 다대응봉 봉수대에 도착했습니다. 정상이기 때문에 산 아래로 부산의 경치가 들어났습니다. 작은 산들과 바다가 조화를 이루는 중에 수없이 많은 아파트들이 끼어들고 있었습니다. 몰운대를 품고 있는 반도의 산지형태도 보였습니다.
이제 3-4km만 가면 몰운대인데 해가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길은 내리막인지라 편하게 걸을 수 있었습니다. 17:24, 홍치고개에서 길이 좌로 꺾이는데 여기서 산지는 끝나고 시가지가 시작되었습니다.(다대포까지 시가지가 형성되어 있고 몰운대가 있는 반도에만 산이 낮게 솟아 있었습니다.) 이제부터 찻길을 따라 걷게 되었습니다. 앱의 선답자 트랙을 보며 계속 걸었습니다. 진행하는 길이 부산지하철 1호선의 종점인 다대포해수욕장(몰운대)으로 가는 길과 갈리는 삼거리를 지나 계속 갔더니 커다란 표시석이 있고 沒雲臺라고 한자로 쓰여 있고 아래에는 낙동정맥 최남단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17:58)
그 곳을 낙동정맥의 종점으로 할 수도 있었으나 이왕이면 선답자가 몰운대라고 표시한 장소를 찾아 나지막한 산을 넘어 바닷가까지 가보기로 했습니다. 이제 아주 깜깜해지고 산을 넘는 시멘트 포장길에는 가로등 하나 없어 길을 가려면 헤드랜턴에 의지해야 했습니다. 산의 정상이 됨직한 곳에 가보니 다대포 동헌 건물이 나왔고, 잘 못 들었던 길을 되돌려서 옛날 초소가 서있는 장소에 도착했는데 바다 바로 위였습니다.(18:30)
캄캄한 바다 위 멀리 작은 등불 외에는 아무 것도 눈에 안 보이는데 “철썩 철썩”하고 파도치는 소리가 발 밑에서 들려 왔습니다. 드디어 끝에 도달한 것입니다. 마음속에서 성취감으로 희열이 끌어 올랐습니다. 오늘 계획은 13.6km 였는데 중간에 자주 알바를 하고 길이 막혀 우회해서 돌아오는 바람에 결과적으로는 15.7km를 걸었는데 휴식 포함해서 약 6시간이 걸렸으니 시속 2.6km/hr로 걸은 셈입니다.
- 후기 -
이번 부산여행을 1박2일로 계획한 이유 중 하나는 저녁에 기념회식을 하고 다음 날 역시 기념으로 해파랑길을 여유 있게 걷기로 한 때문이었습니다. 울산 진하의 한 호텔(레지던스호텔 블루오션뷰)에서 낙동정맥 종주 성공을 축하하는 모임을 가졌습니다. 35회 후배들이 먼저 와서 음식을 준비하여 밥을 해 놓고 싱싱한 회를 사다 놓고, 매운탕도 끓여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먼저 총산회장(정용식님) 명의로 발행한 낙동정맥 완주증과 참여증을 동문들에게 수여하는 일을 제가 맡는 영광을 가졌습니다.(낙동정맥 종주단장이라는 직책을 저도 모르게 떠맡았었지만 가오마담 역할만 한 것 같은데 단장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참여 동문 모두에게 현장에서 증서를 수여하는 영광을 얻게 되었습니다.) 잔치는 인삼주, 꼬냑, 위스키 등으로 잔을 채우며 여러 번의 건배 권유가 거듭되었고 즐겁게 진행되며 여러 동문이 일어서서 소회를 피력하며 무르익다가 적당한 시간에 끝났습니다. 종주의 완성이라는 이벤트를 기념하는 적절한 잔치였습니다. 종주를 끝내며 시를 한 수 적었습니다.
낙동정맥 34차에 종주를 끝내며(2023.11.18.)
낙동정맥 420km
수많은 봉우리
수많은 고개
넘고 넘어
결국은 다 넘었다
백두대간 삼수령에서
정맥으로 분기하더니
남으로 남으로 뻗어 내려간다
통리재 백병산 면산 석개재
삿갓봉 진조산 답운재
통고산 에미랑재 한티재 검마산
백암산 창수령 맹동산 황장재
대둔산 주왕산 주산재
피나무재 통점재 가사령 침곡산
한티재 운주산 이리재 시티재
어림산 마치재 남사봉 만불산
사룡산 숲재 당고개
백운산 고헌산 운문령
가지산 석남고개 능동산
배내고개 신불산 영축산
지경고개 정족산 천성산
주남고개 군지산 금정산
산성고개 만덕고개
백양산 엄광산 구덕산
아미산 봉수대 넘어서
몰운대 도착하니
해가 저물었다
철썩이는 파도소리
산이 끝나고 바다임을 알겠다
낙동정맥 가는 길은 고난의 길
우리 의지를 시험하고
우리 올인을 요구했다
남난희씨 겨울에 개척하고
엘리트 산악인들 길을 내었다
고구려인들 강인했어도
결국 신라가 차지하더니
죽지랑 화랑도 다녀가고
선덕여왕 여근곡에 관심 가졌다
처용의 처연한 사랑도 인근 바닷가에
고운 최치원의 울분도 다 이 길에 있었다
수려한 경치는 따라오는 것일 뿐
낙동을 걷는 것은
한국산의 1/3을 걷는 것
신라 천년 역사 속에 우뚝 서는 것
오늘 몰운대에 몰입했으니
삼각산의 후예들 큰 일 해냈다
우리의 목표는 산을 통한 인생의 완성
최고의 지성과 최상의 감성
우주를 이해하고
신과 교통하는 일
희망에 들뜬 자들이다
당신들은 선택된 사람들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첫댓글 낙동정맥을 멋있고 맛있게 장식한 이규성 단장과 김대휴 이경초 등등 회장단과
단원 모두 수고 많았읍니다 경동 산악인임을 마음것 자랑하십시요
경동 낙동정맥 단원님들 모두모두 만세입니다
3토 모임의 계속 산행을 기원하며 16회 조준희 드림
감사합니다. 우선 이번 달 3토에 낙동 완주기념으로 청계산 산행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