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을 추다 /김연희
1. 어버이날을 맞이하여 요양원에 입소하여 생활하는 어르신들과 어르신들의 가족을 초대하여 가족 한마당 잔치를 했다. 가족 한마당 행사는 우리 요양원의 대표적인 행사다. 코로나로 몇 년 동안 시행하지 못하다가 사 년 만에 열게 되었다.
2. 행사의 흥을 돋우기 위해 초대된 밴드가 신나는 노래를 불렀다. 나는 행사 초반부터 춤을 추면서 어르신과 그의 가족들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 인사를 했다. 어르신과 입소 어르신의 가족들도 어깨를 들썩이며 인사했다.
3. 오프닝이 끝나고 노래자랑이 시작되면서 자발적으로 춤을 추는 어르신들도 계시고 억지로 끌려 나와 마지못해 춤을 추는 분도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어르신이 무대 앞으로 나와 춤을 추었다. 휠체어를 탄 노인은 앉아서 손을 높이 들고 흔들고, 지팡이를 짚은 어르신도 엉덩이를 실룩실룩했다. 보호자도, 직원도, 어르신도 모두 함께 춤을 추었다.
4. 춤은 마술사다. 한바탕 어울려 춤을 추고 나면 서먹한 보호자와도 한 가족이 된듯하다. 신나게 춤을 춘 어르신은 며칠 동안 밝은 얼굴을 유지한다. 춤의 여흥은 오래 남아 저녁 늦은 시간까지 즐거운 이야기꽃을 피운다. 한바탕 춤을 추고 난 날은 불면증 증상은 거짓말 같이 사라진다.
5. 나는 올해 신년부터 기회만 되면 춤을 추기로 했다. 좋은 일이 있으면 기분 좋아서 팔을 흔들어 보고, 좋지 않은 날은 기분 전환을 위해 엉덩이를 흔들어 보기로 했다. 집에서도 짬이 나는 잠깐 팔을 들고 덩실덩실해 본다. 근무 중에도 잠시 어깨를 들썩들썩 해본다.
6. 나는 타고난 음치다. 몸도 음률을 타지 못한다. 하여 노래를 한 곡도 부르지 못하고 몸을 흔들지도 못한다. 자타, 음치, 몸치라고 하면서 아예 몸을 흔들어 보려고 하지 않았다. 몸치가 춤을 추는 모양새는 아무래도 우스꽝스러울 것 같아 몸을 사린 것이다.
7. 예전에는 모임을 하거나 직원들과 회식하면 식사를 하고 이차 가는 것이 다반사였다. 식사를 한 후에는 주로 노래방에 가서 노래하고 춤추고 했다. 나는 노래방 갈 기회가 있을 때마다 피하느라 진땀을 흘려야 했다
8. 이제 남의 시선과 생각 따위는 크게 아랑곳하지 않기로 했다. 누가 몸치의 우스꽝스러운 몸짓에 박상대 소한들 어떠하리. 타인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니고 나의 건강과 나의 행복을 위해 살면 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9. 내가 요양원을 오랫동안 운영하면서 많은 어르신을 경험해 보니 순간순간 즐겁게 사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요양원 생활을 원해서 들어오신 분은 극히 드물다. 대부분 자신의 판단보다는 친족의 권유나 판단으로 입소하게 된다.
10. 요양원에 입소한 이유야 각양각색이지만 주어진 요양원 생활을 수용하고 가족들을 이해하면서 잘 적응하는 분들이 있다. 반면에 끝까지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녀에게 분노하며 다른 사람과 어울리지 않고 외톨이로 지내는 어르신이 있다.
11. 요양원에서는 체조하는 시간, 산책하는 시간, 춤추고 노래하는 노래방 시간, 그림을 그리고 색칠 하는 시간 등의 여러 가지 인지를 자극하고 신체활동을 강화하는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인 어르신은 다양한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특히 춤을 추는 것을 즐겨한다. 음악이 나오면 몸을 흔들고 엉덩이를 들썩들썩 한다.
12. 반면에 현재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어떠한 활동에도 참여하지 않는 분이 있다. 함께 어울리는 것을 싫어하고 노래방 시간에 춤을 출 것을 권유하면 “나잇값을 해야지, 경망스럽게 춤을 추나?” 하면서 침실에서만 지내려고 하는 분도있다.
13.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 얌전해져야 한다고 말한다. 체면을 차리는 것이 나잇값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나이가 들어 얼굴이 밝고 여러 사람으로부터 사랑받는 사람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기회만 되면 스스럼없이 춤을 추는 사람들이다. 기회를 만들어 팔을 흔들고 엉덩이를 흔드는 사람이다.
14. 나도 이제부터 몸을 흔들기로 했다. 누가 우스꽝스럽다 흉을 볼지라도 엉덩이를 씰룩씰룩, 팔을 위아래로 흔들기로 한다. 음악이 없어도 몸을 흔들어 본다. 내 노년이 축제같은 하루 하루가 되길바라며, 나이 들수록 경망스럽게 춤을 추기로 한다. (11.9)
첫댓글 나도 음치 몸치,
요즘 들어 춤추려고 애쓰는 중
공감하며 잘 읽었습니다.
음치 몸치들의 같은 생각일까요~
춤을 돌파구로 삼아 보려고 하는~~ㅎ
화이팅!
하면 되지 않을까요^^ 누구나!
조금 일찍 춤을 추어 몸에 익은 사람은 좀 자연스러울 테고, 이제 시작하시는 분들은 좀 부자연스러움의 차이^^
수필 관심 두고 계속하니까 알아 가 듯요.ㅎㅎ
춤은 타인을 위해 추는 것이 아니란 말에 백 번 공감^^
가능하면 신나는 음악을 들으며 흔드시면 한결 업 되지요. 우리 같이 춥시다!ㅎㅎ
기회를 만들어가며 춤을 추어요~
날마다 축제 같은 삶을 기대하며~
새삼 노인 보호센터의 원장님,선생님들, 모든 직원들께께 경의를 표합니다. 나날이 회원들의 기분을 맞추어 주고 지속적인 지도를 하여 눈에 보이도록 상태가 좋아지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가정에서는 어림도 없는, 길고도 어려운 일을 사명감을 갖고 하시는 김연희 샘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
감사합니다
아저씨는 주간보호센터 가시고
많이 좋아졌는가 봅니다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