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가 2012년 거둔 대표적 성과 중 하나는 지역의 아름다운 자연과 역사, 문화를 재평가받는 전기가 열리고 있다는 점이다. KBS 1TV "한국의 재발견" 방영 이후 대구시는 지식경제부가 주최하고 한국디자인진흥원이 주관한 ‘2012 대한민국 디자인대상’ 공모에서 지방자치단체 부문 대상(대통령상)을 수상했다. 골목을 스토리텔링해 역사와 문화를 입히는 등 공공디자인을 통해 도시를 변화 발전시키는 데 뚜렷한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구 도심 근대골목투어는 지난 6월 ‘한국 관광의 별’(장애물 없는 관광자원 부문)로도 선정돼 관광객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대구를 새롭게 돌아보는 이 시점에서 한 가지 안타까운 현실은 우리 내부의 ‘자기 비하’다. 대구 시민들은 이상하리만큼 대구엔 볼 게 없고 즐길 게 없고, 먹을 게 없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반면 대구를 찾는 외지인들은 ‘기존 이미지보다 실제가 훨씬 더 좋은 도시’로 대구를 평가한다.
도심 골목투어에서 만나는 외지 방문객들은 “대구에는 일상의 소소한 멋과 감동이 있다”며 “사통팔달 잘 뚫린 도로, 쾌적하고 깨끗한 도시 환경, 싼 물가가 인상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골목투어 방문객들이 주로 찾는 대구 대표 육개장집 ‘진골목식당’과 한류 드라마 ‘사랑비’의 주인공 장근석 하숙집으로 유명해진 약전식당, 고풍스러운 한옥을 식당으로 사용하고 있는 종로숯불갈비 등 싸고 맛있는 주변 맛집 역시 대구는 먹을 게 없다는 고정관념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근대골목투어를 더욱 확장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가장 주목할 곳이 동성로다. 동성로는 먹을거리와 볼거리가 풍부할 뿐 아니라 젊음이 넘치고 역동적인 장소다. 그야말로 현대적인 이미지로 제격인 곳이다. 대구 관광을 이야기할 때 관광객이 쇼핑하고 머무르는 것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외지인들이 적극적으로 쇼핑하고 소비하기 위한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동성로를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로데오 거리나 카페 골목 등 동성로의 "특화 골목"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각 골목에 이야기를 만들어내거나 다양한 이벤트 행사를 여는 등 여행 패키지를 개발하는 것도 생각해 볼 만하다. 또한 요즘은 가족여행이 추세인데 근대골목투어는 나이 든 사람에게는 향수를, 청소년에게는 학습의 장이 되지만 가족들이 함께하기에는 다소 애매한 측면이 있다.이를 보완하기 위해 봉산문화회관이나 동성로에 있는 소극장을 이용해 외지인을 위한 맞춤형 공연이나 야외공연을 상시로 열고 방천시장에 있는 김광석 골목도 최대한 활용해 봄직하다.
여기에 더해 적자가 예상된다는 도시철도 3호선과 연계하는 여행 상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프로그램만 잘 개발돼 호응을 얻는다면 지역 상권 활성화와 현대적인 대구 이미지 구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골목투어를 비롯한 ‘대구 재발견’은 그간 저평가된 대구의 이미지를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어제와 오늘이 어우러져 수많은 이야기를 풀어내는 대구는 충분히 매력적인 곳이다. 달성토성과 경상감영이 수천 년 대구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고, 대구읍성 안에 집을 짓고 건물을 만들면서 생긴 골목들이 전국에서 거의 유일하게 아직까지 원형을 보존하고 있으며, 전국 최대의 도심 녹지축을 자랑하고 있다.
이제 자기 비하는 벗어던질 때가 왔다. 내가 태어나고, 자라고, 살고 있는 곳 ‘대구’. 우리는 대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사랑하고 있는가. 대구 재발견이 던지는 가장 중요한 의미는 우리가 먼저 대구 시민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지는 일이 아닐까? 대구를 더 알고, 더 사랑하고, 더 알리는 일에 우리 대구시민 모두가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