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날
대구에서 목포까지는 멀고도 멀다. 어쩌면 한반도 최북단을 가는 속초나 고성 가는 거리와 비슷하게 거의 4시간가량 걸렸다. 전에 가족들과 흑산도·홍도 여행 때 한 번 가본 길이기에 낯설지는 않지만, 대구에서 동행한 김윤식 지점장과 둘이 부지런히 입담을 주고받으며 달려갔다. 애초 안은 목포에서 만나 점심을 먹고 무안으로 돌아가 숙소인 엘도라도 콘도에 가기 전 위쪽 섬을 중심으로 몇 군데 구경하는 것으로 계획을 잡았으나, 마침 이곳 목포에서 2년 6개월 한국은행 목포본부장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는 김한중 본부장의 안내로 목포 시내를 일부 구경하는 것으로 변경하였다.
나도 내심 목포에 온 이상 목포에 대하여 좀 더 알고 구경해보자는 의향도 있어 좋았다. 일단 13.30분쯤 목포 KTX 역에서 만나 인근 민어회 맛집인 영란횟집으로 갔다. 잘 먹어보지는 않았지만, 목포라면 민어회라 할 만큼 유명 맛집 중 한 곳이라 김한중 본부장이 추천해 갔다. 민어회 세트(민어회, 회무침. 전. 매운탕)를 주문해 먹었다. 뭐 색다른 맛은 모르겠고 그저 담백하고 고시한 느낌으로 별미로 한 번 정도 먹을 만했다. 먹고 일단 목포 해상케이블카를 타러 갔다. 이곳을 오르면 유달산을 기점으로 목포 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어 조망이 좋다면 강력히 추천하기에 갔다. 평일이지만 그래도 관광객이 더러 있어 줄을 기다렸다 왕복 24천원을 주고 탔다.
5월의 봄은 더욱 짙은 녹색으로 우거져가고 날씨도 맑아 목포와 영암. 무안이 한눈에 들어왔고, 목포 앞바다를 오가는 수많은 여객선의 분주함을 하늘에서 볼 수 있어 일단 시원한 눈맛이 좋았다. 타고 가면서 이곳에 근무한 김 본부장의 안내받으며 유달산은 내리지 않고 유달산 아래 조금 떨어진 섬인 고하도로 갔다. 고하도는 유달산에서 보면 새끼용이 바다로 나아가기 위해 준비운동을 하는 모양으로 목포항을 이중으로 방패막이해 주는 고맙고도 아름다운 섬이라 해안가를 테크길로 연결해 걸어보도록 해놓았다.
미침 이왕, 온 겸 한번 체험해보자며 나와 김 본부장 둘이 고하케이블카장에서 내려 용머리 방향으로 해안테크길을 걸어 목포대교 밑인 용머리까지 갔다 다시 돌아오는 길은 시가 있는 산책로로 트레킹했다. 어젯밤의 피곤과 오늘 아침 운전의 노곤함을 무시하고 일단 부닥쳐 보자며 열심히 걷고 운전했다. 몇 년 전 가족과 홍도. 흑산도를 떠나면서 이 케이블카와 해안가 데크길을 한번 걸어보고 싶다고 희망한 것이 바로 이루어졌다. 이 데크길에서 느낌은 시 한 편으로 대신하고 높지도 않은 유달산이 방패막이로 목포를 끌어안으며 더 이상 바다로 나가는 것을 막으며 포근하게 감싸고 있는 평화롭고 아늑한 느낌의 정서가 많이 밴 느낌의 산이었다.
해안가라 그렇게 놓지 않는 데다 유달산에 기대어 사는 많은 목포 시민들의 애환과 정서가 담겨 곳곳에 명소와 문화와 유적지가 남아 있었다. 목포항에는 신안군 등 또 수많은 남서해안의 섬들을 오가는 유람선이 오가는 사람 냄새 나는 항구라서 그런지 유달산과 고하도 사이를 잇는 목표 대교 밑을 부지런히 여객선들이 오가는 생기가 있고, 살아 넘치는 항구의 모습이었다. 일단 케이블카를 타고 다시 돌아오니 오후 5시가 넘었다. 이곳에서 숙소인 엘도라도 콘도까지 거리는 약 77km로 멀지 않으나 도로와 섬 사이를 연결하는 도로다 보니 2시간 넘게 걸렸다.
새벽까지 일하다 먼 거리를 운전하고 와서 다시 약 2km 트레킹하고 또다시 2시간가량 운전해 가니 몸이 녹초가 되었다. 일행이 5명이고 차량은 내 한 명뿐이니 어쩔 수 없이 내가 운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목포에서 무안을 거쳐 증도에 있는 콘도까지 부지런히 달려 겨우 19.30분에야 도착할 수 있었다. 콘도에 바비큐 시간이 8시까지라 서둘러 왔지만, 저녁노을이 막 지는 순간에 도착해 겨우 몇 장의 석양 사진을 찍고 바비큐장에 30분 연장을 요청해 거의 9시까지 술 한잔하고 숙소로 돌아와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며 술 한잔 하고 잤다.
♣ 둘째 날
어떻게 잤는지 모르고 아침 6시 알람으로 깨어 아차 싶어 혼자 숙소를 나섰다. 왜냐하면 9시쯤 배를 타고 아래 섬인 보라색 섬으로 간다면 신안의 명소인 태평양염전을 구경하지 못하고 가지 싶어 아침에 혼자라도 둘러보기 위해 나섰다. 숙소에서 약 5km로 가까이 있는 슬로시티 증도의 태평양염전에 도착하니 소금박물관은 닫혀 주위에 있는 천사의 바람 쉼터로 갔다. 이곳은 염생식물원((바닷가, 염분이 있는 호숫가, 암염이 있는 지대에 사는 식물로 퉁퉁마디, 갯길경 ,거머리말, ·해조류 등으로 소금기가 있는 늪에 자라는 식물) 정자 이름이 <천사의 바람 쉼터>로 멋지고 아름다운 곳이었다.
이곳 증도 섬으로 불어오는 봄바람과 아침햇살을 혼자 맞으며 조용하고 고요한 태곳적 신비를 간직한 분위기를 맛보며 시를 한 편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정말 부드럽고 고요한 바람에 일렁이는 띠-풀의 하늘하늘 흐느낌과 저마다의 색깔로 염생식물들이 각자 영역을 차지하며 조화를 이룬 이 멋진 풍광과 분위기야말로 슬로시티의 대명사이자 또한 옆에 소금밭이 햇살에 반사되어 투명하게 하늘을 그려 놓은 모습이 신안의 최고의 명장면으로 남지 싶다.
광활하지도 않으면서 적당한 크기에 사람이 걸을 수 있도록 테크길을 조성해 놓아 혼자 호젓이 아침햇살을 안고 봄바람을 받으며 영혼의 편안함과 안식처 같은 느낌을 받는 멋진 풍광을 머리와 가슴에 담고 소금밭을 한 바퀴 둘러보고 다시 숙소 인근에 있는 우전 해수욕장으로 갔다.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섬에 천연으로 조성된 4km에 펼쳐진 모래밭은 아침 햇살과 더불어 빛나게 반짝이며 한 사람을 위해 조성된 천국의 모습이었다.
순전히 오롯이 나를 위해 펼쳐진 우전 해수욕장 아침은 그 누구도 거쳐 간 흔적이 없는 고요하고 평온하게 모래밭을 만들어 주어 그 모래 위에 가족의 이름과 사랑한다는 글귀를 적고 사진을 찍었다. 정말 이때까지 살면서 혼자 이렇게 깨끗하고 고요한 너른 바다를 소유한 적이 없기에 더욱 감회가 깊었다. 즉흥에서 시 한 편을 긁적거려 보고 다시 9시에 배를 타러 가야기에 서둘러 숙소에 도착하기 전, 혹시나 해서 선착장에 연락해 보니 풍랑이 높아 배편이 전면 취소되었다고 하는 바람에 김이 확 빠져 버렸다.
왜냐하면 여기서 배를 타고 보라색 섬이 있는 곳으로 가면 15분의 거리지만 차를 타고 다시 무안으로 나갔다 목포로 가서 둘러 들어가면 약 1시간 30분으로 허비가 되기 때문이지만 하늘이 도와주지 않는데 어쩔 수 없지 않은가? 그래서 그냥 돌아가기에는 섭섭하기에 아침에 나 혼자 갔던 태평소금 염전을 단체로 다시 갔다. 9시가 넘어서 소금박물관을 잠시 구경하고 인근 소금 아이스크림도 맛보고 이곳 명품인 선물로 신안 소금과 김 등 몇 가지를 선물로 사고 천사의 바람 쉼터를 다시 한번 단체로 걸어 보았다.
마침 바닷물이 빠진 도랑에는 신안의 명물이 짱뚱어들이 제각기 크기로 펄 속을 뒹굴고 있었다. 신안 하면 짱뚱어인데 짱뚱어 요리나 맛을 보지 못하고 그냥 스쳐 가기만 하니 아쉽기는 하였다. 다시 염전을 출발해 부지런히 무안을 거쳐 보라색 섬이 있는 압해도로 들어갔다. 어영부영 시간이 지나고 보니, 막상 보라색 섬에 들어가 제대로 된 식당이 없을 것 같아 조금 이른 시간이지만 천사대교를 건너기 전 마침 낙지 축제를 준비하고 있는 송곳여객터미널 회센터로 갔다. 알고 들어간 것은 아니지만 순간 판단이 운 좋게 맛집이 많은 곳으로 갔다.
점심시간 1시간 정도 전이라 다소 조용하면서 시설 좋은 집으로 선택해 이 고장에서 유명한 뻘낙지 한 상 1인당 5만 원짜리를 맛보았다. 이왕 이곳으로 온 이상, 제대로 된 낙지 한 상(탕탕 이, 호롱, 초무침, 연포탕)을 맛보았다. 이 고장에서 나는 뻘낙지라서 그런지 맛도 가격도 서비스도 좋았다. 김한중 본부장은 낙지를 먹지 못해 회 덧밥으로 대신했지만 이런 맛을 못 보다니 다들 아쉬워했다.
아침 겸 점심을 먹고 다시 부지런히 보라색 섬으로 갔다. 섬 길이다 보니 다소 굴곡지고 도로도 확장 중이라 빨리 달릴 수 없어 쉬엄쉬엄 가니 어느덧 퍼플섬에 도착하고 보니 전국에서 온 관광객들로 붐비었다. 주로 노인네들의 단체관광이 많았고 일부는 가족끼리도 보였다. 최근에 뜨겁게 떠오르고 있는 퍼플섬이 새로운 관광명소로 소개되어서 그런지 실제 크게 볼거리도 없지만, 입소문을 타고 많은 사람으로 분비되었다.
우리도 관광객 틈에 끼여 안좌도에서 출발해 반월도와 박지도를 거쳐 다시 안좌도로 돌아 나왔다. 섬, 세 곳을 자주색의 보랏빛 다리로 연결해 바다 위를 걸어보면서 연해와 서해의 바다를 구경했다. 마침 바람도 불고 날씨도 쾌청하지 않아 약간 쌀쌀한 기운으로 부지런히 걷고 나오자 옅은 비가 오락가락하며 우리를 마중했다. 다시 오락가락하는 우중에 열심히 달려 목포로 나와 김한중 본부장이 근무할 시 소개하고 싶었던 목포의 명소 2곳을 방문하게 되었다.
유달산 자락에 구시가지인 일본영사관과 성옥기념관을 갔다. 먼저 성옥기념관의 이훈동 선생의 호로, 목포 최초의 법인문화재단으로 조선내화(주)의 창업자로 선생의 88세 이수를 기리기 위해 2003년 선생의 자녀들이 모은 근 현대작품의 전시관이었다. 조선내화는 박정희와 인연으로 연결되어 포스코에 납품하면서 성장한 회사로 장학재단과 사회복지사업을 해온 목포의 향토기업이었다.
선생님이 모은 보물급 문화재들을 많이 소장하고 있어 세월이 지나면 국보급 문화재로 승급될 많은 시화와 유물들이 있어 가이드로부터 자세한 안내 설명을 듣고, 다음은 근방에 있는 근대역사박물관으로 갔다. 목포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인 舊 일본영사관(국가사적 제289호)을 잠깐 둘러보고 나왔다. 근대 목포의 옛 시가지와 당시 문화를 이해하는데 귀중한 자료들을 잘 관리해오고 있어 목포 시민이라면 꼭 한 번 방문해야 할 곳이었다. 나오니 비는 오락가락하고 시간은 어느덧 5시가 가까워지자 갈 길이 멀고 피곤하여 부담으로 다가왔다.
서울 일행의 ktx 시간이 6시 15분이기에 그전까지는 동행하다 역까지 모셔다 주어야 하고, 먼 길이기에 술을 한잔하고 기차를 타면 수월하게 갈 수 있으니 저녁 겸 반주하러 목포항 근처인 시장 입구인 삼학도 어부횟집으로 가서 회 대신에 갈치 조림과 구이로 한잔하면서 요번 청금회 여행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완전체가 아닌 김재현 형님이 개인적 사정으로 빠지면서 5명이 다소 생소한 신안 1박 2일 여행을 이렇게 마무리하고 헤어지게 되었다. 너무나 힘든 1박 2일의 육체적 피곤 속에 이날 저녁도 목포에서 저녁 6시 넘어 출발해 집에 도착하니 10시쯤 되었다. 일단 논문이 걱정되었지만, 사람이 살고 봐야 하기에 피곤하여 어찌 잤는지 모르고 잤다.
♣ 여행 결론
다른 분들은 시간적 여유가 많아 느긋한 심정으로 여행을 왔는데, 나만 바쁘게 논문 발표와 겹쳐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강행한 여행이라 개인적으로 굉장히 힘들었다. 그렇지만 어차피 계획된 것이기에 최선을 다하고자 육체는 물론 영혼까지 얹어 소진했기에 진작 그 후유증은 엄청났다. 기억에 남은 1박 2일의 신안 섬 여행이지 싶다. 논문 발표 1주일을 앞두고 절대적으로 시간과 집중을 요구하는 타이밍에 1박 2일 섬 여행이라니 자초한 점도 없지 않다.
지금도 생각이 난다. 신안 하면 고요히 아침 바닷가 태평양염전에 부는 부드러운 바람에 일렁이는 띠풀의 물결이 스쳐 가는 천사의 바람 쉼터에서 영혼을 뉘고 쉬고픈 느림과 비움의 미학을 느끼고 싶었고, 우전 해수욕장의 너르고 긴 흰 모래사장의 아름다운 해변과 섬을 사랑하고 싶어진다. 슬로우시티의 평온함과 안온함이 그리워진다.
이 모두가 세월이 지나면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 있겠지. 예순의 나이, 뜨거운 열정만을 갖고 쉼 없이 부닥치다 호되게 혼나고 아팠던 순간들이 뚜렷한 추억과 기억으로 남겠지. 그렇지만 삶에서 이런 한 구석도 열정으로 살아온 한 과정이라고 보고 사랑한다. 가끔은 쉬어서도 가자. 너무 앞으로만 가지 말고, 옆을 보면서도 살아보자.
첫댓글 목포와 신안군 여행기 잘 보고 갑니다.
항상 좋은 나날 되세요.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