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통계청에 따르면 2009년 1~10월 막걸리 국내 소비량은 15만 8309kL로 지난해 같은 기간 (11만4422kL) 보다 38.4% 늘어났다. 750mL 기준으로 2억 1000만병 가량이 팔렸다. 1~10월 막걸리 수출량도 지난해보다 10% 늘어난 3964kL로 같은 기간 내 최대치를 기록했다
막걸리가 무엇이길래. 이렇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을까? 1925년 양조장이 세워져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경기도 양평 '지평 막걸리'를 찾아가 막걸리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양조장>
지평막걸리는 1925년에 세워져 일제 강점기를 거쳐 한국전쟁 그리고 지금까지 많은 역사를 담고 있다. 일제 강점기에 한국 주류에 대한 과세와 금지 조치로 시련을 겪기도 했으나, 방효연 사장의 할아버지가 비밀리에 막걸리를 계속 제조해온 덕택에 지금까지 비법이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한국전쟁 당시 지평리 인근에 유일하게 잔존한 건물로 지평리 전투 당시 UN사령부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사령부였음을 알려주는 기념비는 양조장 왼편에 있다.
▲ 1925년 만들어진 지평막걸리 양조장.
<막걸리, 수출하지마라!!>
막걸리 열풍으로 인해 소비량은 물론 수출량 까지 늘었다. 그 시발점은 가까운 나라 일본이다. 지난 10년 사이 수출량이 8배나 늘었다. 일본에서는 배용준과 국순당이 공동개발한 고시레 막걸리를 판매중이다. '피부 미인이 되자'란 부제가 들어있는 고시레 막걸리는 부드럽고, 목넘김이 좋고, 숙취가 없어 젊은 여성층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 고시레 막걸리. 피부재생능력이 있다 하여 젊은 여성층에게 인기가 높다.
우리나라 전통술인 막걸리가 수출되고 세계화가 되는 것은 기뻐할 일이다.
하지만 지평 막걸리 방효연 사장은 "막걸리는 유통기한이 10~15일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수출을 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3개월에서 6개월이라는 유통기한이 필요하다. 그렇게 하면 살균을 해서 막걸리를 생산해야 한다. 그럼 막걸리의 고유한 맛이 사라진다." 고 말했다.
막걸리는 유산균 덩어리다. 막걸리의 성분은 물이 80%이다. 나머지 20%는 알코올, 6-7%, 단백질, 2%, 탄수화물, 0.8% 지방 0.1%이다. 나머지 10%는 식이섬유, 비타민 B,C와 유산균 효모 등이 있다. 막걸리 한병에는 700-800억개의 유산균이 들어있으며 이는 유구르트 100-120병 정도와 같다. 유산균은 장에서 염증이나 암을 일으키는 유해세균을 파괴하고 면역력을 강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막걸리는 다이어트 효과가 있다. 막걸리에는 필수아미노산 성분이 들어 있어 지방저장을 억제하고 체중유지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비타민 B는 피로완화와 피부재생, 시력증진 효과를 가지고 있으며, 식이섬유가 풍부하여 대장운동을 활발하게 하여 변비 예방은 물론 심혈관질환예방 효과도 있다.
이 모든것은 발효가 되어서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살균을 하게 된다면 막걸리의 효능을 다 느껴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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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제대로 알아보자!!>
막걸리는 쌀처럼 녹말이 풍부한 곡물을 발효시켜 만든 우리의 대표적인 전통 민속주다. 삼국시대 이전부터 전해진 것으로 보이는 막걸리는 다양하게 진화해 왔다. 찹쌀과 같은 곡물을 쪄서 만든 누룩에서 나온 효모를 이용하는데, 누룩이나 쌀이나 밀의 녹말에서 분해된 당을 알코올로 발효시키는 발효제의 역할을 한다. 거친 채로 걸러서 만든 걸쭉한 탁배기, 윗 말국을 따른 동동주, 용수를 박아서 만든 청주 등이 있다. 막걸리나 탁배기는 주린 배를 채우기에 좋고 청주는 제례에 쓰인다.
그럼 막걸리의 제조법은 어떻게 될까?
▲ 지평 양조장 입구에 들어서면 '불조심'이란 문구가 눈에 띈다.
양조장이 깨끗하면 술이 맛이 없다? 막걸리를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곰팡이다. 양조장이 깨끗하면 보기에 청결하기는 하지만 균 배양에 문제가 있다. 곰팡이가 있다고 비위생적이다는 생각은 잠시 접어두는 것이 좋다.
지평 막걸리 양조장 입구에는 불조심이라는 문구가 있다. 화재가 있었는냐는 물음에 양조장이 '왕겨'로 지어졌다고 대답했다. 단열과 수분을 흡수하기 위해 왕겨를 사용하였는데 화재가 일어날 경우 건물이 한 번에 다 타버린다. 일제강점기는 물론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화재 한번 없었다고 하니 신기하다.
▲ 2시간마다 온도를 확인.
방효연 사장만이 출입한다는 균 배양실. 지평막걸리 맛은 백국균 배양에 달려있다. 위의 사진에 담요는 고두밥을 쪄서 충분히 수분을 머금을 수 있게 해 놓은 것이다. 8시간을 방치한 뒤 백국균을 흩뿌리고 균이 뭉치지 않게 2시간 가량 고루 섞어준다. 12시간에서 16시간 정도 28℃의 온도에 맞추어 1차 배양을 한다. 2차 배양은 작은 오동나무 상자로 옮겨서 해야 한다. 오동나무를 쓰는 이유는 "오동나무는 수분을 잘 머금어 배양이 잘된다. 그래서 술 맛이 더 좋아진다."고 방효연 사장은 강조하여 말했다. 요즘 양조장은 제국기(균을 배양하는 기계)를 사용하거나 스테인리스 통에 균을 배양한다고 한다.
균 배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온도와 습도이다. 온도는 28℃,. 습도는 25%로 유지해야 한다. 오동나무에서 배양되는 균은 자체발열을 하여 50℃까지 오를 수 있다. 일정온도 유지는 나무상자를 지그재그로 쌓아 바람을 통해 자연적으로 열을 낮춘다.
균 배양실에서는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기 위하여 연탄을 사용한다. 전기나 기름을 사용하여 온도를 조절 하는 것이 편리하지만 한번이라도 더 보기 위함이다. 2시간 마다 균 배양실에 와서 확인을 한다.
▲ 옹기를 사용하면 과일향이 난다.
균 배양이 끝나면 물과 혼합하여 술이 만들어진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막걸리의 특유의 냄새가 코를 찌른다. 하지만 평소 먹은 막걸리와는 달리 달콤한 과일향이 난다. 양조장이 만들어졌을때 부터 지금까지 옹기만을 사용했다. 옹기를 쓰면 옹기의 공기구멍으로 산소공급이 되기 때문에 자주 저어줄 필요가 없으며 산소과 접촉하여 과일향이 많이 난다.
▲ 효모가 부풀어 오르면 막걸리는 옹기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방효연 사장은 막걸리 제조법을 상세하면서도 쉽게 설명해 주었다. 함께 제조법을 알아보니 여간 손이 가는 게 아니다. 양조장을 2시간 이상 비우면 안되고, 명절도 없고 휴일도 없다.
힘들어도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직접 손으로 하는 이유는 "기계를 사용하면 막걸리를 쉽게 만들 수 있지만 전통방식이 더 맛있는 막걸리를 제조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라고 말했다.
요즘 막걸리 열풍으로 인해 형형색색의 다양한 막걸리가 생산된다. 막걸리 열풍으로 인해 매출량이 늘었는지에 대해 물었다. 방효연 사장은 "그렇지 않다. 우리는 대량생산을 하지 않는다. 좋은 술맛을 내기 위해서 하루에 정해진 양만 생산을 한다. 돈을 벌기위해서 막걸리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나와 상관이 없다" 라고 답했다.
우리가 마시는 막걸리는 대부분 상품화 된 것이다. 막걸리에는 9가지 맛이 있다. 신맛, 단맛, 쓴맛, 누룩 맛, 발효 맛, 텁텁한 맛, 시원한 맛, 얼음 맛, 김치 맛이다. 어떤 막걸리가 좋고 나쁘다는 것은 자신의 입맛에 따라 다르다. 자신의 입맛에 맞고 몸에도 맞는 막걸리가 제일 좋은 것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