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재선충병 훈증방제 시 안전성 분석
소나무재선충병 훈증방제 시 발생되는
유독물질 MIC에 대한
안전성 분석
글·사진 정찬식 |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병해충연구과
훈증방제 시 MIC 발생 ‘건강에 위협’ 지적
지난 8월 12일 중국 톈진에서 대형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사고 당시 직접적인 사고 피해와 함께 시안화수소와 같은 맹독성 물질의 발생에 따른 직·간접
피해가 우려됐다. 이러한 신경독성 가스에 노출될 경우, 심한 경우 호흡기나 심장의 기능 정지로
사망에 이르게 된다. 복잡한 공정으로 합성되어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화학물질의
대부분은 부적절한 관리나 오용 시 이처럼 인간을 포함한 생태환경에 큰 재앙을 불러올 수 있는
위험성이 항상 존재한다.
국내에서도 지난 5월 말 유독가스에 의해 국민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는 기사가 언론에서 보도된
바 있다. 소나무재선충병 훈증방제 시 사용되는 메탐소듐(Metam Sodium)의 분해 과정에서
유독가스인 이소시안산메틸(Methyl Isocyanate, MIC)이 발생되며, 따라서 현재 소나무재선충병
피해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훈증무더기는 작업자, 등산객 및 인근 주민의 건강에 심각한 위협
요인이 된다는 내용이다.
<그림1? 훈증제 메탐소듐의 분해 과정
소나무재선충병에 감염된 소나무는 보편적으로 벌채 후 파쇄, 훈증, 소각 등의 방법으로 제거되는데,
피해 상황, 임황, 지황 등에 따라 방제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적합한 방법을 선택해 적용하고 있다.
이 가운데 훈증방제 방법은 현장에서 모든 방제가 완료되고 잔가지 등 누락목 발생 가능성이 작으며
작업 효율이 높아 많이 이용되는 방법이다. 훈증 약제인 메탐소듐은 토양 내 수분에 의해
이소티오시안산메틸(Methyl Isothiocyanate, MITC) 가스로 분해되고, 이때 토양의 곤충,
선충, 세균 등을 죽이는 농약의 역할을 하게 된다. MITC는 다시 이황화탄소, 황화수소 및 MIC 가스
등으로 분해되는데, 강력한 빛에 의한 광분해와 OH- 라디칼 이온에 의한 산화반응의 조건이 충족될
경우 MIC로 분해된다. 이러한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미생물 또는 기타 비생물적 반응에 의해
다른 형태의 부산물로 분해된다. 메탐소듐, 다조멧 등 카바메이트계 훈증제의 중간 대사물질인 MIC는
무색무취의 고독성 가스로 강력한 신경독성을 갖고 있다. 호흡 장애(폐, 심장 등), 혈액순환 및
중추신경계 장애 등을 유발해 급성 노출 시 사망에 이를 수 있고, 임신부의 사산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MIC는 1984년 인도 보팔시 화학공장에서 발생하여 3만 명 이상이
사망한 ‘보팔참사’의 원인 물질이기도 하다. 보팔 참사 시 대기 중 MIC 농도는 13~100ppm
(3만 3,000~25만 5,000㎍/㎥) 수준이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림2> 메탐소듐 처리에 따른 시간 및 거리별 MIC 발생량
소나무재선충병 훈증방제 시 MIC가 어느 정도 발생하는지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국내 및 국외에서
조사된 바가 없다. 국립산림과학원과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농생명과학공동기기원
(NICEM)은 6월부터 9월까지 약 3개월에 걸쳐 소나무재선충병 훈증방제 조건에서 MIC 가스의 발생
여부와
발생량을 과학적으로 확인하기 위한 공동시험을 수행하였다. 최종시험은 8월 24일부터 30일까지
경기도 포천시에 소재한 산림생산기술연구소 잣나무 조림지에서 실시하였으며, 일반적인
소나무재선충병 훈증방제 조건과 동일하게 처리한 후 시기 및 거리별 MIC 가스 발생량을
포집·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메탐소듐 훈증제 처리 후 MIC 가스는 측정 전 기간(7일) 작업자, 등산객, 인근 주민에
대하여 노출 허용기준치 이하로 발생되었다. 훈증제 처리 6일 차부터는 모든 측정 지점
(원점부터 50m까지)에서 MIC 가스가 검출되지 않았다. MIC 가스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처리 2m 이내의 MIC 농도는 평균 0.16㎍/㎥(최대 농도 0.60㎍/㎥)으로 고용노동부와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규정하고 있는 일평균 노출 허용기준(Time-Weighted Average)인 50㎍/㎥의
0.3% 수준에 그쳤다. 일평균 노출 허용 기준은 유해물질에 직접적으로 노출되는 작업자들의 안전을
위한 기준으로, 하루 기준 8시간 또는 일주일 기준 40시간 노출 시 허용 가능한 농도를 의미한다.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여 미국 캘리포니아환경청(CalEPA)에서 규정하고 있는 만성노출기준
(Chronic Exposure Level)인 1㎍/㎥과 비교해도 1.6% 수준에 해당한다. 일반적으로 만성노출은
대상 동물군 평균수명의 10% 기간을 기준으로 하며, 인간의 경우 평균수명을 70세로 가정할 때
7년 동안 지속적으로 노출 시 허용 가능한 농도를 의미한다. 훈증제 처리 후 6일 차부터 모든 측정
지점에서 MIC 가스가 검출되지 않았다는 점은 메탐소듐에서의 MIC 발생은 약 일주일 이내에
집중되며, 극미량으로 발생한 MIC 역시 신속하게 대기 중으로 확산·분해됨을 의미한다. 결국,
농약 안전사용 지침과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지침에 의거해 처리할 경우, 소나무재선충병 훈증방제
시 유독가스인 MIC의 발생량은 미미한 수준으로, 국민의 안전과 건강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MIC 가스 포집용 펌프 및 튜브 설치
이러한 시험 결과는 독성학 분야 전문가들의 견해와도 일치한다. 소나무재선충병 훈증방제의
위험성에 대한 언론 보도의 근거가 된 논문의 저자인 미국 네바다대학교 글렌 밀러(Glenn C. Miller)
교수는 “메탐소듐 처리 시 MIC는 빛에 의한 광분해와 OH- 라디칼 이온에 의한 비생물적
산화반응으로 인해 생성된다. (본인의) 논문에서 조사·분석한 미국의 대규모 노지 메탐소듐 훈증
방식과 달리 한국의 소나무재선충병 훈증방제 조건의 경우, ① 1~2㎥ 규모의 소규모 점처리
방식이고 ② 피복재로 밀봉한 상태이므로 MIC의 전구물질인 MITC 가스가 외부로 유출될 확률이
낮으며 ③ 훈증 무더기 내에는 빛이 투과되지 않고 ④ OH- 라디칼 이온의 농도가 매우 낮기
때문에, 일반적인 안전기준을 준수하여 메탐소듐을 처리한다면 작업자 및 주민들에 대한 MIC
노출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자문했다.
“실제 발생 MIC 양 문제없다” 안전성 입증
미국 독성학위원회 공식전문가(Diplomate, American Board of Toxicology)인 빈센트
피시릴로(Vincent J. Piccirillo) 박사 역시 “한국에서 소나무재선충병 훈증방제 시 사용되는
메탐소듐에서 발생하는 MIC의 양은 실제 농경지에서 사용하는 직접 주입 방식의 발생량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TWA 기준치인 50㎍/㎥보다 현저히 낮을 것으로 예측되며, 작업자나
인근 주민들에게 독성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동일한 의견을 제시하였다.
MIC 가스 발생 확인 시험과 전문가 자문을 통해 소나무재선충병 훈증방제 시의 MIC 가스 노출
위험에 대한 안전성은 입증되었으나, 고독성 화학물질의 안전관리와 사용 모니터링에 대한
경각심을 늦추어서는 안 될 것이다. 물론 저온 조건에서의 MIC 발생량은 더 미미할 것으로 예상되나,
소나무재선충병 감염목 훈증방제 주시기인 동절기에도 동일한 기준에 의한 안전성 검사를
실시해야 한다. 특히 MIC 전구물질이자 해충을 죽이는 독성 원인물질인 MITC 발생량 역시 함께
조사할 필요가 있다. 국민의 안전과 건강에 대한 잠재적 위험 요소에 대해 적극 조사하고
분석함으로써 불안을 해소하는 일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이와 같은 신뢰의 바탕에서
소나무재선충병으로부터 한반도의 소나무를 지켜내기 위한 범국민적 노력들은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거리 및 시간별 MIC 가스 포집 시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