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양명주’를 아시나요?
시민언론 민들레 / 오태규(언론인· 전 한겨레 논설실장) 2024. 03.20
‘이채양명주’를 아시나요? 마실 수 없습니다. ‘이채양명주’는 술이 아닙니다. 저도 그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중국에서 새로 출시한 명주의 이름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래서 인터넷을 뒤져봤더니, 전혀 다른 ‘물건’이었습니다.
‘이채양명주’는 윤 정권에서 벌어진 대표적인 '5건의 비리 사건들' 목록입니다. 각 사건의 이름에서 한 글자씩을 따 조합해 만든 신조어입니다. 아마 누군가가 이름을 지으면서 술 이름처럼 보이도록 한 것은, 사람들이 외우기 쉽고 전파하기 쉽게 하려고 한 듯합니다. 작명의 지혜라고나 할까요.
이태원 참사- 채 상병 죽음- 양평 고속도- 명품 백- 주가조작
이태원 참사에서 ‘이’,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에서 ‘채’,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의혹에서 ‘양’,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씨의 명품(디올) 가방 수수 사건에서 ‘명’, 주가조작(도이치모터스) 사건에서 ‘주’ 자를 끌어와 ‘이채양명주’라는 단어를 만들었습니다. 이름을 보고 아쉬움도 적지 않았습니다. 오송 수해 참사도 빠지고, 고발 사주 사건도 빠지고, ‘김건희 특검법’에 ‘여사’라는 호칭을 안 붙인 방송사에 행정지도를 하고, 일기예보에 미세먼지 좋음을 뜻하는 ‘1’를 내보낸 방송사들에 선거운동 위반 혐의를 씌우는 어처구니없는 언론탄압 사건도 빠졌습니다.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닙니다. 한정된다섯 글자 안에 윤 정권에서 벌어졌거나 벌어지고 있는 비리를 다 쓸어 넣을 수는 없으니까요. 그렇다고 비리를 일일이 다 집어넣어 표현하겠다는 욕심에 글자 수를 마구 늘리면 기억하기 어렵겠죠. 더 중요한 건 ‘이채양명주’라는 단어가 탄생하는 순간, 그 뜻이 다섯 개의 구체적인 사건을 뛰어넘어 윤 정권의 총체적 비리를 지칭하는 것으로 넓어졌다는 겁니다. ..........(이하 생략)
원글; 오태규(언론인· 전 한겨레 논설실장), <윤 정권 총체적 비리의 뇌관이 된 ‘이채양명주’의 ‘채’> 중에서
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https://www.mindle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76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