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1장,
상차림은 깔끔하면서도 눈으로 먼저 음식을 먹게 하고 있다.
보기만 해도 군침이 넘어갈 정도로 맛깔스러운 요리들이 차려져 있다.
“이 요리들을 누가 하신 것입니까?”
황우혁이 놀라는 듯 묻는다.
언제 진희씨가 와서 해 놓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우리 진희아빠가 하신 것일세!”
“네? 장인어른께서 요리를 하신다고요?”
“그렇다네!
내가 아프고 나서 내 입맛을 맞추어 주기 위해서 딸에게 요리도 배우고 음식을 이것저것 많이 하신다네!“
”그러고 보면 진희씨 요리솜씨를 아버님께 물려받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자, 어서 식기 전에 드시게!“
황우혁은 음식 하나하나에 감탄을 한다.
남자가 한 요리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식감과 맛이 뛰어나다.
참으로 즐겁고 맛있는 식사를 한다.
“자네 집에선 우리 민희를 알고 계시는가?”
“아직 인사를 드리지는 않았습니다만 아시고 계십니다.
이제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러 가고 얼른 양가 상견례가 이루어져서 결혼식을 하도록 모든 준비를 하겠습니다.“
”나이들도 꽉 차고 했으니 미루고 있을 필요는 없겠지.
우리는 반대를 하지 않고 있으니 모든 것이 잘 성사되었으면 하는 마음일세!“
황우혁은 진구하고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유쾌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러고 나서 진희의 휴일까지 기다리지 않고 바로 주말에 황우혁의 집으로 초대가 된다.
진희는 처음으로 인사를 드리러 가는 시댁에 어른들에게 드리는 선물을 이것저것 준비를 한다.
보통 남들이 하는 것처럼 고기와 과일 그리고 양주를 구입하고 꽃다발을 준비하고 황우혁의 차를 탄다.
“꽃다발이 참으로 보기 좋습니다.
우리 어머니가 대단히 좋아하시겠습니다.
꽃을 매우 좋아하시거든요.“
”다행입니다.
그러지 않아도 이것으로도 좋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진희는 조금은 불안한 마음이 가셔진다.
남들에게 들은 대로 준비를 하느라고 성의를 다 한 것이다.
그러나 아직 그들에 대해서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 있기에 마음이 불안하고 뭔가 빠진 것이 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꽃을 좋아하신다는 말을 듣고 보니 조금은 안심이 된다.
황우혁의 집은 강남의 중심가에 있다.
생각보다는 대단한 위용을 떨치고 있는 개인주택이다.
강남 노른자위에 정원을 가지고 있는 대지가 상당히 넓은 이층으로 되어 있고 들어가는 대문부터가 사람을 압도하고 있다.
“여깁니다.”
차를 세우면서 집을 보며 말을 한다.
“아,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런 집이네요.”
“집이 어떻튼 사람 사는 것은 다 같은 것입니다.
내려서 들어가십시다.“
진희는 떨리는 마음으로 차에서 내려 다시 집을 돌아본다.
잘 살고 있다는 것은 대충 알고 있지만 이 정도로 대단할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진희로서는 집을 보자 주눅이 든다.
“자, 들어가십시다.”
초인종을 누르고 나서 안에서 확인이 되었는지 육중한 대문이 소리도 없이 자동으로 열린다.
진희는 황우혁의 뒤를 따라 들어가면서 정원을 본다.
갖가지 이름 모르는 정원수들이 너무나 아름답게 가꾸어진 정원이다.
이 정도로 손질을 하려면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조심스럽게 황우혁의 뒤를 따라간다.
황우혁은 진희가 준비해 가지고 온 것들을 양손 가득 들고 진희가 따라 오도록 천천히 걸음을 옮기고 있다.
진희는 꽃다발을 들고 숨소리조차 조심스럽게 하면 따라 간다.
대문에서 집의 현관까지 오르는 돌계단이 자연석을 닮고 상당히 운치 있게 놓여 있는 것은 아마 그렇게 설계가 되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황우혁은 현관문을 열고 안에 대고 큰 소리로 자신이 도착했음을 알린다.
“저희들 왔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내다보는 사람이 없다.
“자, 들어갑시다.”
진희는 조금은 썰렁하다는 생각을 하며 황우혁을 따라 조심스럽게 신발을 벗어 가지런히 놓고는 안으로 들어간다.
“엄마!
저 왔습니다.“
”어서 오너라!“
그제야 안방 문이 열리면서 오민영이 모습을 드러낸다.
“아버지는요?”
“나오실 것이다.
어서 그리 앉거라!“
오민영은 진희에게 눈길을 보내지 않는다.
진희는 들고 있던 꽃다발을 어쩌지 못하고 그대로 들고 있다.
“엄마!
진희씨가 들고 있는 꽃다발을 받아 주세요.“
“그래, 알았다.”
“안녕하세요?”
오민영인 그제야 진희를 바라보며 고개를 까닭하며 아는 척을 하면서 꽃다발을 받아 탁자 위에 놓는다.
서재의 문이 열리면서 황사장이 모습을 드러낸다.
“아버지!
저희들 왔습니다.“
“왔구나!
내가 서류를 보고 있었기 때문에 미처 네가 온 줄을 몰랐구나!
어서 오시오.“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진희는 두 분이 앉기를 기다린다.
그러나 오민영은 그런 진희의 마음을 알지 못한다는 듯 꾸물거린다.
“어서 앉으시오.
저 아이가 인사를 한다지 않소.“
황사장의 재촉에 마지못한 듯 황사장의 곁으로 가서 앉는다.
“인사드리겠습니다.
이 진희라고 합니다.“
진희는 큰 절로 곱게 인사를 드린다.
“잘 와주었소.
생각보다는 참으로 곱고 아름다운 모습이어서 좋소.“
”칭찬해 주시니 감사드립니다.“
그러나 오민영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대로 일어나 주방으로 간다.
진희는 그런 시어머님의 태도에 마음이 불안해진다.
싸늘한 표정으로 자신을 대하는 태도에 마음이 편안하지 않다.
잠시 후에 오민영이 찻잔이 담긴 쟁반을 들고 나온다.
“엄마!
왜 아무런 말씀도 하지 않아요?“
황우혁이 진희가 불안해하는 것을 알고 말을 한다.
“내가 무슨 할 말이 있겠니?
네가 좋다고 하면 그런 것이로구나 하는 것이지.“
”그래도 이 사람에 대해서 알고 싶으신 것이 있잖아요?“
“대충 너를 통해서 들은 것으로 알고 있다.
더 이상 무엇이 알고 싶은 것보다는 네가 하자는 대로 엄마는 따라갈 생각이다.
엄마에게 신경을 쓰지 말고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역시 차갑고 싸늘한 음성이다.
“그렇다면 양가 상견례를 언제 할까요?”
“그것도 네가 하고 싶은 날 알려주면 된다.”
“그런 성의 없는 말이 어디 있어?
양가가 날짜와 시간을 맞추어 나가야 하는 것이지.“
황사장은 아내를 나무란다.
“아버지!
언제가 좋겠습니까?“
“난 아무래도 주말이나 휴일이 되어야 하지 않겠니?
그쪽 사정이 어떠신지 여쭈어 보고 결정을 하도록 해라!“
“네, 잘 알겠습니다.”
황우혁은 어머니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지만 별 내색을 하지 않는다.
“아이들 점심은 준비가 되었소?”
“네!
다 준비가 되면 알려주겠지요.“
그때 주방 쪽에서 아주머니가 점심준비가 다 되었다는 말이 전해진다.
“엄마!
형과 형수는 온다는 연락이 없었어요?“
”그 애들이 바쁜데 어떻게 올 수 있니?“
아들을 보면서 말을 한다.
“엄마가 연락도 하지 않으신 것이 아닌가요?”
오민영은 아들의 말에 대답을 하지 않고 주방으로 간다.
황우혁은 그런 엄마의 태도에 화가 난다.
형이나 형수가 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완전히 어긋난 것이다.
이렇게 손님을 성의 없이 대하는 것만 같아서 진희를 보기에 민망스럽다.
황우혁은 지희의 손을 잡고 식사를 하러 주방 곁에 있는 식당으로 간다.
이미 아버지와 엄마는 식탁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다.
“어서들 앉아라!”
황사장은 그들이 들어와 앉기를 기다린다.
황우혁은 식탁을 보며 점점 더 화가 나는 것을 간신히 가라앉히다.
평소보다 별로 달라진 것이 없는 식탁이다.
황우혁은 그대로 아무런 말도 없이 진희를 자신의 곁의 자리에 앉게 하고 자신 또한 의자에 앉아서 식사를 시작한다.
식사 시간에 그 누구도 말을 하는 사람이 없다.
그저 일하는 아주머니만이 그들의 식사를 말없이 도우며 곁을 지킨다.
진희는 숨이 막히는 것만 같다.
밥을 먹는 것인지 조차 분간을 하지 못하고 시 아버지 되시는 분이 수저를 놓자 진희 또한 조용히 수저를 놓는다.
황우혁 또한 수저를 놓고 진희를 데리고 거실로 온다.
잠시 후에 오민영은 다과상을 가지고 거실로 나온다.
“우리 집은 식사를 하면서 말을 하지 않고 밥을 먹고 있다는 것을 얘기를 한 해 주었니?”
오민영이 아들을 보며 말을 한다.
“엄마!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엄마가 사람을 너무 차갑게 대하는 것이 상대를 답답하게 만든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비로소 황우혁이 한 마디를 한다.
“우혁아!
엄마의 원래 타고난 성품인 것을 어떻게 하니?
엄마는 원래 내 성품을 고치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잘 알잖니?“
오민영은 아들이 화가 나 있음을 안다.
그러나 모르는 척 냉정해진다.
오민영의 눈으로는 한 곳도 마음에 드는 곳이 없다.
나이가 적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뛰어난 미모를 가진 것도 대단한 집안의 딸도 아니기에 며느리 감으로서는 적합하지 않다.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오민영은 그까짓 구멍가게정도로밖에는 생각되지 않고 바로 밑의 동생이 자신의 귀에도 익숙한 의상 디자이너라른 것과 형부가 대 기업의 회장이라고 하는 것 하나만 간신히 그 나마의 명분을 주고 있기에 참고 견디고 있다.
부모가 그저 별 볼일이 없다는 것과 신부 감 자체가 대학을 나오지 못한 것이 오민영으로서는 영 마음에 들지 않은 일이다.
아들의 수준이 겨우 고것뿐인가를 생각하면 자꾸만 가슴에서 화가 치밀어 올라오고 아들에 대한 실망감이 커지고 있다.
황우혁은 생각보다 이르게 진희를 데리고 집에서 나온다.
숨이 답답하게 막혀온다.
“힘들었지요?”
“.................조금요!”
“이해를 해 주세요.
우리 어머니의 성품이 다정하고 따뜻한 것과는 거리가 멉니다.
평생을 그런 성품으로 살아오시는 것 때문에 때로는 우리 형제들조차 어머니와 마찰을 일으키곤 하지요. 그러나 변함이 없으시고 한결같은 성품이십니다.“
“네!”
그러나 진희는 무언가 석연찮은 기분이다.
“진희씨!
나를 믿고 따라와 줄 수 있지요?
결혼을 해서 한 집에서 살아갈 것이 아니니 나를 믿고 따라와요.“
“네!
우혁씨를 믿을게요.“
”고마워요.
그리고 오늘 고생 많이 했어요.“
우혁은 그렇게 무겁고 미안한 마음으로 진희를 집으로 데려다 주고 나서 바로 자신의 집으로 돌아간다.
“엄마!
내가 결혼하기를 바라고 있어요?“
”자식이 결혼하기를 바라고 있지 않는 부모가 어디 있어?“
“엄마가 오늘 어떻게 하셨는지 생각나세요?”
“너도 알다시피 마음이 내키지 않으면 억지로 미소를 짓거나 상냥한 성품이 되지 못하는 것을 어쩌니?”
“무엇이 그다지도 마음에 들지 않으신 거죠?”
“나이가 어리기나 하니 대학을 나오기나 했니?
엄마는 네가 어째서 그런 여자를 사랑하게 되었는지 정말 믿을 수가 없다.
내 아들이 어떻게 키운 내 아들인데 하필이면 대학도 나오지 못하고 일찍 거친 세상풍파를 겪은 여자를 사랑한다는 것이 실망스럽다.“
”그렇다면 이번에도 갈라놓으실 것인가요?“
”이제는 그러지 않겠다.
어차피 네 인생이니 네가 알아서 해 나가길 바라고 있다.
허지만 결혼을 격에 맞추어서 해야 한다.
엄마가 바라는 것은 그것뿐이다.“
”알겠습니다.
그 정도는 충분히 능력이 있는 사람입니다.“
황우혁은 더 이상 엄마의 간섭을 받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인다.
양가 상견례는 진희의 휴일 날 하기로 한다.
부모님과 형제들이 모이는 자리다.
정규호와 진아는 외국에 나가 있기에 참석을 하지 못할 것이고 진숙이는 아들을 출산을 했다.
여자 형제들이 빠지고 박유찬과 오빠내외와 부모님만이 참석을 한다.
황우혁은 고급스러운 한정식 집으로 예약을 한다.
황우혁의 부모님과 형님부부 그리고 누님부부가 참석을 한다.
서로의 수인사가 끝나고 음식이 들어온다.
김소희는 시어머니가 되는 오민영이 참으로 날카롭고 차가운 인상이 마음에 걸리며 마음이 편하지가 않다.
“나이들이 꽉 찬 아이들인데 미루면 뭐하겠소?
하루속히 날짜를 잡고 식을 올립시다.”
황사장의 제안이다.
“네!
안식구들이 상의를 해서 날짜를 잡도록 하지요.“
이민철 또한 안사돈의 표정이 좋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오민영은 별로 유쾌하지 않다는 듯 한 표정이다.
“많이 모자라는 자식입니다.
부디 많은 것을 가르쳐주시고 사랑해 주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김소희가 오민영을 보며 말을 한다.
“제가 가르칠 것이 뭐가 있나요?
저희들 좋아서 행복하게 살아가면 그것으로 된 것이지요.
그리고 남들이 하는 대로 예단도 수준에 맞추어 주셨으면 하는 마음이고 결혼식 또한 남의 수준에 떨어지면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네!
사돈댁의 체면에 맞추도록 노력을 하지요.“
“고맙습니다.
결혼식 날짜야 신부 측에서 잡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네!
좋은 곳에 가서 날짜를 잡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상견례는 결혼식 날짜를 잡는 것으로 해서 끝이 난다.
김소희는 시어머니의 표정이 자꾸만 마음에 걸린다.
제 62장,
시어머니의 시집살이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답답해지는 김소희는 결혼날짜를 잡으러 나가고 싶은 마음이 없다.
“진희야!
조금 더 생각을 했으면 싶다.
시어머니 되실 분이 보통 성품이 아니실 것 같은데.........“
“네!
저도 이미 알고 있어요.
그렇지만 한 집에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니 그다지 마음 쓰지 않아도 되는 것이 아닌지요?“
”그래도 어디 시어머니 말씀을 무시할 수도 없는 것이고 자칫 잘못하면 부부사이도 나빠 질 수가 있을 것인데..........“
“우혁씨는 이미 자신의 엄마에 대해서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런 일로 힘들지 않게 해 주겠다고 했어요. 엄마!
모든 것이 다 내 뜻에 맞는 것이 있겠어요?“
”그래, 그렇기는 하다.
한 집에 살지 않고 넌 일을 하는 사람이니 나와 있는 시간이 많으니 크게 많이 부딪칠 일은 없겠다.“
김소희는 조금 안심을 한다.
결혼날짜는 삼 개월 후인 구월이다.
추석을 열흘정도 앞둔 시기이다.
양가에서 모두 좋다는 찬성을 받고 그들의 결혼준비가 시작이 된다.
예식장은 신랑어머니인 오민영의 뜻대로 호텔 결혼식을 올리기로 한다.
“이제 날짜도 잡혔으니 그 아이를 데리고 오너라!
제대로 밥이라도 해 먹여야 할 것 같다.“
아침 식탁에서 오민영은 아들에게 하는 말이다.
“엄마!
정말 그래주시겠어요?“
황우혁은 기쁨을 감추지 못한다.
“이제 어쩌겠니?
서로 예단과 예물을 무엇을 해야 할지도 상의도 해야 하지 않겠니?“
”네!
주말에 함께 오도록 하겠습니다.“
황우혁은 이제 엄마의 마음이 바뀌었다는 것을 알고 기뻐한다.
주말이 되자 점심시간에 맞추어 진희를 데리러 간다.
진희는 모든 장사 준비를 해 놓고 황우혁을 따라나선다.
시어머님의 초대를 위해서 간단한 선물을 준비한다.
좋아하시는 꽃과 아름답고 세련된 머플러를 준비한 진희다.
“어서 오너라!
바쁜 사람 오라고 한 것이 아닌지 모르겠구나!“
지난번하고는 달리 반갑게 맞이해 주는 오민영이다.
“어머님!
초대를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약소하지만 어머님의 초대에 조그만 성의를 준비했습니다.“
진희는 꽃다발과 함께 가져온 것을 드린다.
“그냥 와도 되는데 많은 신경을 썼구나!
고맙게 잘 받겠다.“
상차림은 지난번 것에 비하면 대단한 상차림이다.
진희는 상차림에서 느껴지는 성의를 본다.
“네가 음식을 하는 사람이라 집에서 아무리 정성을 다 한다고 해도 네가 하는 요리하고는 비교가 되지 않겠지?”
“아닙니다.
무엇보다 최고의 요리는 이렇게 주부들의 손맛이 담겨져 있는 집 밥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음식들이 너무 맛이 있습니다.“
”이제 네가 우리 가족이 된다면 집안의 어떤 행사라도 걱정할 것이 없겠다.
훌륭한 요리사가 있으니 무슨 걱정이겠니? 안 그러니?“
”네!
최대한 노력을 하겠습니다.“
식사가 끝나고 나서 거실로 나와 차와 과일을 먹는다.
“너희들 예물을 어떻게 할 생각이니?”
“엄마!
저희들 예물은 간단하게 할 생각입니다.“
황우혁의 대답이다.
“간단하게라니?
너희들이 홀아비 과부가 만나는 것도 아닌데 예물을 간단하게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평생의 한 번 뿐인 결혼이다.
갖출 것은 갖추어 가면서 결혼식을 올려야 한다.“
”어머님!
일을 하는 제게는 예물이 별로 소용이 없습니다.
그저 간직하고 있기에는 큰돈을 드려서 준비한다면 낭비가 아닐까요?“
”늘 일만하고 살 것은 아니다.
외출을 하고 부부동반으로 나가야 할 때도 있을 것이다.
결혼한 여자가 아무런 패물도 간직하지 못하면 남들의 눈에 어떻게 비쳐지리 것인지도 생각을 해야 한다. 내가 준비를 할 것이니 그렇게 알아라!“
오민영은 딱 잘라서 말을 한다.
“엄마!
그럼 그렇게 하세요.“
황우혁 역시 더 이상 엄마하고 의견충돌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 대답한다.
진희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없어 자리에서 일어난다.
“일간 전화를 하겠다.”
“네, 어머님!”
진희는 인사를 드리고 황우혁의 집에서 나온다.
“엄마 말에 크게 신경을 쓰지 말아요.”
“그래도 어떻게............”
“우리 어머닌 모든 사람들을 의식하는 사람이라서 그래요.
남들의 눈에 어떻게 보일까 하는 그런 마음이 많아요.“
“...........................”
“당신 며느리를 초라하게 데리고 왔다고 남들이 말을 하는 것이 싫은 겁니다.
그러니 엄마가 하는 대로 따라주는 것도 좋겠어요.”
“..............................”
진희는 무엇이라고 대답할 말이 없다.
진희는 시어머님의 의도를 생각해 본다.
자신이 받은 만큼 우혁씨에게 해 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부담스럽다는 마음이 들어 편안하지 않다.
그러나 시어머님의 말을 거역할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하며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결혼비용을 더 추가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결혼식을 간소하게 올릴 생각이었던 진희다.
필요 없는 낭비를 하고 싶지 않은 진희의 마음이다.
“언니!
패물이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니잖아?“
진희는 해외에서 돌아온 언니를 찾아가서 이야기를 한다.
진희의 결혼에 대해서 궁금해 하던 진아가 진희를 잠시 부른 것이다.
“진희야!
살만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당연히 나올 수 있는 말씀이시다.
그런 것에 기죽지 말고 당당하게 받아.
언니가 그에 맞추어서 신랑에게 해 줄 것이니까 절대로 기죽지마!“
“기가 죽어서 그러는 것이 아니고 그런 쓸데없는 낭비를 왜 해야 하는 것인지 이해를 할 수가 없어!”
“꼭 낭비라고 생각하지 마!
더구나 제부가 사업을 하는 사람이니 같은 부부동반 모임도 많을 것이다.
그런 모임에 긴요하게 쓰일 것이니까 그런 마음을 갖지 않도록 해라!“
진아는 여러 가지로 진희의 마음을 다독여준다.
상류층에 사는 방법을 모르는 진희를 진아는 여러 가지 이야기로서 마음을 달래주고 편안하게 이끌어준다.
진희는 조금은 편안한 마음이 된다.
결혼이라는 것이 생각보다는 참으로 많은 것을 생각해야 하고 자신이 알지 못하는 많은 것들이 걸림돌이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진희로서는 언니의 말에 많은 도움을 받는다.
이제 새로운 삶으로의 시작일 뿐이라는 생각을 한다.
여자로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면 또 다른 가족과의 관계가 상당히 중요한 것임을 깨달으면서 조금씩 결혼준비를 해 나간다.
이미 황우혁이 가지고 있는 아파트가 오십 평대의 상당히 넓고 큰 아파트다.
그 아파트를 다 채우려고 해도 가구 값만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시간이 나는 대로 가구점을 들려보기도 하고 팜플랫을 보면서 집을 꾸며보는 생각에 젖곤 한다.
어느 정도 자신의 구상대로 정리가 되면 황우혁과 함께 가구점을 가 볼 생각을 하며 조금은 앞날에 대한 꿈을 꾸기도 한다.
진희의 휴대폰이 울린다.
시어머님의 전화다.
“네, 어머님!”
“바쁜데 전화한 것은 아니냐?”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길게 전화하지 않겠다.
오늘 시간이 어떠냐?“
”오후에는 잠시 시간을 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오후에 잠시 집에 다녀갔으면 한다.
우혁이하고 오지 말고 너 혼자서 왔다 가거라!“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진희는 점심 장사가 끝나고 갈 생각이다.
점심 예약이 너덧 테이블이다.
저녁 예약은 룸이 다 차 있는 상태지만 모든 준비가 되어 있기에 잠시 나갔다 와도 별 지장이 없을 것이다.
진희는 시간을 보며 가게를 나선다.
두어 시간 정도는 외출을 해도 상관이 없다.
가게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시댁이다.
승용차보다는 지하철이 더 빠르기 때문에 진희는 지하철을 이용한다.
“생각보다 일찍 왔구나!”
오민영이 과일과 차를 내온다.
“너를 보자고 한 것은 이제는 예단문제를 얘기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너희들 예물에 대해서도 확실하게 말을 해야 할 것이고.“
”네!“
진희는 그저 대답을 하며 오민영을 바라본다.
“우선 네 예물에 대한 것을 말하자면 패물이 기본적으로 순금세트와 네 탄생석 세트 그리고 다이어 세트는 기본이고 그 외에 두어 가지 보석 세트가 들어가야 할 것이다.”
“............................”
“또한 의상에 대한 것인데 이제는 지금처럼 아무렇게나 옷을 입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제는 시댁에 대한 예의와 체면을 생각해야 한다.“
“네!”
“그리고 네가 해야 할 신랑에 대한 패물은 물론 명품의 반지와 시계 그리고 영국제 양복과 그 모든 것을 준비해야 하는 것은 알고 있겠지?”
“..................................”
“너희들이 살아갈 그 집에 대한 가구들 역시 수입가구로 하고 모든 것 하나에서부터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자, 이것은 시댁에 해 가지고 올 예단 명목이다.“
오민영은 봉투를 내어준다.
진희는 두 손으로 받아든다.
“별로 많은 가족은 아니지만 예단 하나하나에도 내가 지정한 것들로 준비를 해 주었으면 한다.
고등학교만 나온 네가 유학을 한 내 아들과 결혼을 하려고 마음을 먹었다면 그 정도는 이미 각오가 되어 있을 것으로 안다.“
“..............................”
“그리고 중요한 것은 결혼과 동시에 네가 하는 가게를 접어야 할 것이다.
네가 밖으로 나 돌아다니면 남편의 내조를 할 시간이 어디 있겠니?
남편의 사업과 건강을 위해서 온 정성을 다 해야 할 것이기에 난 네가 가게를 한다는 것 자체를 반대한다.“
”네?
그것은 좀................“
“우리 집 가훈대로 따라주기를 바란다.
첫째도 둘째도 무조건 남편을 내조하는 것이 우리 집 여자들이 해야 할 의무라는 것을 명심하도록 해라.“
진희는 무엇이라고 대답을 할 수가 없다.
레스토랑을 그만 둔다는 것은 생각할 수가 없는 일이다.
진희는 오민영이 준 봉투를 핸드백 안에 넣고 일어선다.
더 이상 오랜 시간을 할애를 할 수 없는 일이기에 오민영 앞을 물러나 나오면서 깊은 한숨을 쉰다.
가게를 그만두면서까지 결혼을 해야 하는 것인지............
생각해 보지 않았던 일이다.
아니, 황우혁은 하고 싶다면 말리지 않겠다는 말을 했다.
또한 신랑에게 모든 것을 명품 아니면 영국제 양복이라고 못을 박은 것에 대해서도 깊은 한숨이 새어 나온다.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 회의가 일어난다.
가게로 돌아온 진희는 시간에 늦지 않게 일을 한다.
잠시 자신의 결혼에 대한 것은 접어두고 예약된 요리들을 하기 시작한다.
일을 하고 있으면 모든 근심과 걱정은 멀리 떠나버린다.
그런 것을 걱정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
그렇게 그날의 일을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온 시간은 열한시가 넘은 시간이지만 핸드백을 열고 시어머니가 주신 봉투를 꺼낸다.
예단의 품목들이 궁금한 것이다.
곱게 접은 종이위에 써 내려간 혼수품들이다.
시어머니의 명품 밍트코트와 한복과 두루마기 그리고 시아버님의 한복단추는 금장식이나 호박단추로 달을 것을 명시하고 있고 시어머니의 한복 노리게 역시 최고급의 수정을 넣은 것으로 하라고 명시 되어 있다.
백부님과 숙부님 부부의 양복과 한복 시고모님 부부의 양복과 한복 여자들의 한복에 노리게도 포함이 되어 있다.
우혁씨의 형님부부의 양복과 한복 누님부부에게도 양복과 한복이고 조카들 역시 명품의 의상 한 벌씩이고 남은 친척들에게 돌릴 양털이불이 서른 채가 추가 되어 있다.
진희는 그만 가슴이 탁 막힌다.
명품이라고 하면 진희자신이 가져보지도 않은 것들이기도 하지만 그 한 벌값만 해도 도저히 상상할 수도 없는 금액일 것이다.
일억을 가진다고 해도 시어머님의 요구에는 턱도 없을 것이다.
게다가 오십 여 평이 넘는 아파트에 모든 가구를 수입제로 채운다고 하면 그 비용을 무엇으로 감당을 할 것인가?
진희는 잠을 잊고 깊은 생각에 잠긴다.
그렇게 진희는 며칠을 깊은 고민에 빠진다.
황우혁의 전화를 받지 않고 혼자만의 시간들 속에서 많은 생각을 한다.
참으로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다.
매스컴에서나 보던 일들이다.
혼수로 인해서 수억을 들여야 한다는 것은 상류층의 이야기로 매스컴에서나 나오는 것을 보았을 뿐이다.
그것이 자신의 일로 다가올 수 있으리라고 생각을 할 수 없었던 일이다.
모든 것을 털어도 그것을 충당할 수 있는 능력도 되지 않을뿐더러 설사 그것을 모두 충당을 할 수 있다고 해도 그러면서까지 결혼을 할 필요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한다.
또한 레스토랑을 하지 못하게 하는 시댁이다.
여자는 남자의 뒷바라지만을 강요하는 시댁이다.
진희는 답답한 마음을 달래려고 오랜만에 정미네 할머니가 장사를 하고 계시는 시장으로 찾아간다.
마침 정미가 학교가 끝났는지 할머니를 도와 가게에 나와 있다.
“언니!”
정미는 진희를 보며 반색을 한다.
“잘 있었어?”
“아니 이게 누구여?”
서노인 또한 반색을 하며 반긴다.
“할머니!
자주 오지 못했습니다.
요즘 건강은 어떠신지요?“
”보시다 시피 이렇게 건강해지고 장사도 아주 잘 된다우.
혼자서 손이 딸려서 총각 한 사람 구해서 함께 장사를 하고 있다우.“
”잘 되셨네요.
그리고 정말 건강해 보이세요.“
진희는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후련해진다.
“언니! 우리 이번 월요일 시장이 노는 날 이사를 가요.”
“정말? 어디로?”
“옆의 연립인데 방이 두 개나 있어요.”
정미는 신나는 얼굴을 하며 이야기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