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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의 마트는 24시간 불 밝히고 손님을 기다린다.
언제든 좋으니 찾아오라는 투다. 하지만 시골의 5일장은 다르다. 손님더러 기다리라 한다. 5일에 한번 찾아올테니 기다리라 한다. 마치 생명체처럼 제 발로 왔다가 사라진다. 5일 후에 올테니, 모자르면 아쉬운데로 살아보라 한다. 부족할 것 없는 세월이지만, 예전에도 그랬듯 아쉬워도 살아 진다고 5일장은 말해준다. 해가 바뀌고, 계절이 바뀌고 춘삼월 장이 선다. 매달 1일과 6일에 서는 횡성 5일장은 “동대문 밖에서 제일가는 장”이라 할 정도로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진 민속장이었다. 물론 장이 가장 크게 서던 시절의 얘기다.
옛날 얘기 나온 김에 더 보태자면, 횡성장은 강원도에서 처음으로 만세운동을 벌였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1919년 4월 1일 횡성장날을 기해 만세운동을 벌였던 것. 또 일제 침략시기에는 일본상인들이 상권을 형성하려고 노력했으나 횡성상인들과 주민들이 단합해 불매운동을 벌여 일본상인들이 상권을 형성하지 못했던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조용하지만 우직한 강원도민들의 모습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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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음직스러운 옛날과자, 풋풋한 봄나물, 겨우내 따뜻한 방에서 띄웠을 메주가 임자를 기다리고 있다
1일 6일, 다섯 밤 자고 만나는 횡성5일장
횡성장은 횡성읍 한가운데서 열려 찾기 쉽다.
횡성시외버스터미널에서 나오자마자 보이는 사거리에서 횡성농협을 찾으면 그 주위로 골목마다 장이 선다. 왁자지껄한 장터. 시각적으로 보이는 울긋불긋한 풍경들도 사람 흥을 돋우지만, 이런 저런 먹을거리가 섞여 나는 구수한 냄새도 장터에 왔음을 실감케 한다. “세일합니다” 하는 세련된 마이크 소리대신 “콩 좀 사가지?” 라는 은근한 할머니의 반말이 가던 발걸음을 돌려 세운다.
으레 장터가 그렇듯 골목마다 없는 게 없다. 언제 캤는지 흙속의 수분까지 뿌리에 머금은 봄나물은 5일장에서 만나는 봄 풍경 중 가장 반갑다. 냉이는 두 손으로 받아도 넘칠 만큼 담아 2,000원이란다. 긴 머리카락은 곱게 틀어 올린 듯한 모습의 달래도 반갑기는 매한가지.
“할머니, 나물 어디서 온 거예요?” 시골장터에서 이런 바보 같은 질문도 없다. 마트에서나 ‘생산지’ 운운하지, 빨간 바구니에 물기 머금은 나물을 앞에 두고 생산지가 어딘지를 묻는 건 너무 어리석다 싶다. 할머니 대답이 걸작이다. “어디서 오다니? 우리 밭에서 오지.” 나물은 어디선가 오는 게 아니라, 그냥 집 앞 밭에서 캘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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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각한(?) 표정으로 흥정중인 파는 아저씨와 사는 아줌마. ▲ 지금은 야채상태 점검중, 이상무! ↑↑
▲ ↑ "담고 또 담고" 바쁜 손길. 더덕은 횡성5일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품목. 색색깔 잠옷은 정가 5,000원!
동해에서 직송한 미역을 판다는 트럭 아저씨는 “국밥 한 그릇이면 힘이 난다”며 숟가락을 들어 보인다. “이렇게들 살아”. 여기서 ‘이렇게’는 모르긴 해도 ‘열심히, 부지런히’ 란 뜻을 담고 있는 듯 보인다. 대로변 봄볕이 내리쬐는 농협 앞 계단에서 배를 팔던 할머니는 목이 타셨던지, 앉은 자리에서 팔던 배 하나를 깎아 드신다. “파는 것만 찍지 말고, 먹는 것도 좀 봐봐. 어때?” 지나던 기자를 불러 세운다. 10년 동안 장터에 나왔다는 할머니는 "여기가 내 자리"라 했다. 마치 집 마당에 앉은 양 편안해 보이는 모습이 이방인의 마음까지 푸근하게 만든다.
이젠 시골장터마저 정비되어 전국적으로 비슷해지는 형국과 달리 횡성 5일장은 여전히 시골장터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외지인들이 많지 않은 것도 한 이유인 듯 했다. “서울에서 여기까지 뭣 하려 왔냐”며 “여긴(횡성) 죄다 여기(횡성) 사람”이란다. 지역민들에겐 낯선 기자가 도리어 장날 구경거리다. 어디서 왔으며, 뭘 하는 사람이며, 나이까지. 하지만 호기심 많은 배 할머니 옆 나물 할머니는 마냥 사진기가 피하고픈 모양이었다. “아, 왜 나까지 끼워서 찍고 그래”. 연신 손사래 치면서도 “곱다”는 한마디에 “근데 그거 테레비에 나오는 건가” 하고 되묻는다. 살면서 한번도 부러 웃을 이유가 없었던 마냥 수줍은 미소가 곱다.
오천 원짜리 빨간 잠옷의 화사함, 옛날 과자의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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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보단 계란! 계란자랑이 먼저인 할머니 ▲ "테레비에 나오는 건가?" 마냥 수줍은 소녀 할머니
장터는 봄볕처럼 따습다. 5,000원 짜리 빨간 아줌마(?) 잠옷도 회사하고, 장정 한명이 들어가도 남을 만큼 커다란 비닐봉지에 가득 찬 색색깔 과자도 화사하다. 마트의 그것처럼 전자저울에 달아 주진 않아도 누구도 가격에 불만을 갖지 않는다. 그만큼 ‘알아서 챙겨주는’ 우리식 서비스가 있기 때문이다. ‘기분이다’ 하고 한움큼 더 얹어 주는 ‘덤’ 말이다. 장사하는 장터에 밑지는 장사가 있겠냐만, 전자저울엔 "기분이다"란 버튼이 없는 탓에 기분 낼 일도 없다. 시골장터에서 마음이 부른건 이런 이유 때문일게다.
장터구경 끝난 후엔
장터 구경에 배가 출출해 질 즈음 장터 음식에도 눈독을 들여보자. 장터 골목 여기저기 분식류는 물론 강원도 전통음식을 파는 곳도 많다. 메밀전병과 올챙이국수가 대표적이다. 올챙이국수는 국수의 길이와 생긴 모양이 올챙이와 비슷해서 붙여진 이름. 주로 산간지방에서 많이 나는 옥수수를 이용해 만든다. 묽은 양념간장으로 국물을 말아내는 한 그릇이면 속이 든든해진다. 한 그릇에 2,000원 가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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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대표적인 먹을거리인 올챙이국수 ▲ 횡성의 대표 먹을거리 더덕요리(더덕구이와, 더덕밥)
하지만 횡성하면 무어니 무어니 해도 더덕과 한우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장터에서도 유난히 더덕판매상이 많다. 더덕 구매는 공근농협, 태기산더덕 영농조합법인, 횡성더덕공판장 등(기사 하단 참조) 여러 곳에서 가능하다. 더덕을 이용한 요리도 인기인데 특히 횡성군 먹거리단지에 있는 박현자네 더덕밥이 유명하다. 더덕향과 더덕이 밥과 잘 어우러진 더덕밥과 함께 더덕구이, 더덕무침, 더덕튀김 등 더덕으로 만들 수 있는 요리를 한상에 받아볼 수 있다. 더덕밥을 먹고 나면 더덕의 영양분 때문인지 몸이 좋아진 느낌이 들 정도다.
실제 더덕은 육질이 연하고 아삭아삭하며 향이 강하고 주성분인 사포닌과 인우린 등의 성분이 위장은 물론 폐와 신장에도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국 더덕 수요의 25%를 공급하는 횡성, 이곳 5일장에서 더덕 한 봉지 산다한들 후회는 없을 성 싶다. 보통 한 바구니에 만원 단위로 판다. 한편 횡성군은 “횡성 더덕은 산더덕과 똑같은 더덕을 생산한다는 마음으로 더덕을 재배한다. 특히 환경 영향을 많이 받는 더덕은 예로부터 산더덕으로 유명한 태기산 중턱의 청정한 지역에서 자연조건 그대로 재배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산더덕과 똑같은 더덕을 재배하는 마음으로
볏집구하기 좋은 산간지방에서 자라는 횡성 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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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각이 먼저 반응하는 봄나물, 더덕, 한우. 횡성에서 맛보는 먹을거리에 횡성 나들이가 설렌다.
최근 SBS 일요일이 좋다(패밀리가 떴다)라는 프로그램이 횡성에서 촬영돼 인기를 끌었다. 무엇보다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한우’. 횡성의 가장 대표적인 브랜드라 할 수 있는 횡성 한우는 4대 우시장에 들 정도로 이름이 나 있다. 추운 산간지방이기 때문에 소에 지방축적률이 높아 육질이 부드럽고 향미가 뛰어기 때문.
횡성군은 “한우사육이 발달하려면 산간지방이면서도 논농사가 발달해 볏짚 구입이 용이해야 하는데, 이러한 조건 역시 갖춘 곳이 바로 횡성이다. 또한 기온 역시 낮과 밤의 일교차가 뚜렷해 육질 고유의 맛을 생성해 줄 수 있으며, 깨끗한 자연환경으로 최적의 사육환경을 두루 갖춘 곳”이라 설명한다.
횡성 한우고기는 육즙이 풍부해 감칠맛이 나고 부드러우며 씹는 맛이 훨씬 풍부하다. 또한 혈액 순환과 성인병 예방에 도움을 주는 불포화 지방산 함량이 가장 높으며 가열 후에도 부드러운 육질과 풍부한 육즙이 그대로 남아있다. 횡성축협판매장, 횡성축협둔내판매장, 횡성한우프라자(본점, 새말점, 창동점)에서 한우를 구입할 수 있다.
체험마을 어디가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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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있는 그대로의 농촌! 농촌체험마을 밤두둑마을
산채마을(녹색관광마을)은 강릉으로 가는 길 둔내면에 위치하고 있다. 특히 이 마을은 마을준비단계에서부터 밭에 대규모 산채단지를 구성하고 체험장과 산채공원 등을 조성해 체험이 가능토록 했다. 이곳에서는 태기산 자락에서 자란 고사리, 더덕, 곰취 등 청정지역산나물에 대해 알아보고 직접 산나물을 캘 수 있다. 단체가 아닌 개인이나 가족 숙박은 산채마을 펜션에서 가능하다.
TIP
횡성 5일장 가는 길
대중교통-동서울에서 출발하는 횡성행 버스는 10시 10분, 12시 50분, 17시 10분 세 번 있으며 소요시간은 2시간. 요금은 일반 8,500원이다. 버스터미널에서 횡성축협 네거리 방면으로 가면 장이 선 모습이 보인다.
자가운전-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경부고속도로 신갈 IC나 중부고속도로 호법 IC에서 영동고속도로로 진입해 여주를 지난 뒤 만종분기점에서 중앙고속도로를 이용해 횡성 IC나 원주 IC 등을 이용하면 된다.
※ 장은 매월 1, 6, 11, 16, 26 일에 선다. (31일에는 장이 서지 않는다)
※ 현재 드라마촬영장인 횡성테마랜드는 지난 1월 19일 이후로 내부공사로 인해 휴장한 상태. 개장일은 아직 미정이다.
더덕판매처 ▷ 더덕판매처 |
한우판매처 ▷ 한우음식점 |
공근농협 033-342-8656 태기산더덕 033-345-1111 횡성더덕공판장 033-345-2888 횡성먹거리단지 내 박현자 더덕밥 033-344-1116, 033-344-3513 |
횡성축협 판매장 : 033-343-9906 횡성축협 둔내판매장 : 033-342-1203 횡성한우프라자 본점 : 033-345-6160, 345-6161 |
횡성농촌체험
밤두둑마을 033-343-7675 ☞밤두둑마을 자세히 보기
산채마을 033-345-9196 ☞산채마을 자세히 보기
산채마을 펜션 ☞산채마을 펜션 자세히 보기
문의: 횡성군청 문화관광과 033-340-2546
출처 : 대한민국 구석구석
첫댓글 우리가 청태산은 열심히 다녔는데
횡성근처에 다녀 본 곳이 없네요.
여행기를 묶은 책을 만들 때도 청태산 주변에
여행 팁으로 쓸 말이 없었다는.
네 다들 아마 동감하실겁니다.
저도 횡성은 강림순대만 기억할 정도인데 다시 보아야겠습니다.
먹는데서 탈피해서 배우는 여행으로 바꿔나가야겠다... 마음으로 다짐을 해 봅니다.
지난번 가리왕산휴양림가면서 정선장에 들렀을 때, 검마산 가면서 영양장에 들렀을 때 생각이 납니다.
청태산 가면 횡성장에도 들러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