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값 연일 하락하는데 ‘둔산 더샵 엘리프’ 등 고분양가 논란
실수요자 분양 받지 못해 눈치보기… 오피스텔 미계약 이어져
올해 예상치 못한 기준금리 인상 등의 변수로 부동산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아파트값이 하락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전지역에서는 ‘둔산 더샵 엘리프’ 등 고분양가 아파트가 잇따라 실수요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심리적 저항선을 넘어섰다는 것이 부동산업계의 분석이다.
#. 추락하는 아파트값… 언제까지?
현재 대전지역의 부동산시장은 연일 하락하면서 거래절벽을 넘어 빙하기에 들어섰다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실제로 대전 종합주택 매매가격지수는 지난해 104.2포인트로 정점을 찍은 뒤 올해 9월 102.1포인트로 급락했다. 전국도 올해 2월 104.8포인트로 최고점을 달성한 이후 9월에는 103.9포인트로 떨어졌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올해 부동산시장이 계속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여야가 대선공약으로 주택을 공급과 수반되는 인프라 투자를 늘리기로 했고 ‘부동산 규제 완화(정상화)’, ‘미국 연준의 저금리 기조 지속(최소 올해)’ 전망 등의 긍정 변수가 존재해서다.
부동산시장의 기대는 모두 어긋났다. 일단 부동산 규제 완화가 확실히 이뤄지지 않았다. 물론 새 정부가 규제지역 무주택자와 1주택자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 한도를 50%로 조정하고 15억 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담대를 허용했지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는 여전한 상황이다. 또 급작스러운 미국발 기준금리 상승(4.00%)으로 국내 기준금리가 3.00% 이상을 바라보면서 실수요자들이 부동산대출을 받기 어렵던 와중에 대출이자 부담까지 강화됐다. 글로벌 분쟁과 전쟁으로 건설 원자잿값이 상승함에 따라 주택공급도 원활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대전지역 종합주택 매매수급은 지난 2021년 7월 125.7포인트로 정점을 찍은 후 올해 9월 87.1포인트까지 급락했다. 수요자가 적으니 아파트값이 하락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대전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하락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규제가 여전한 데다가 미국발 기준금리 상승세가 정점을 찍지 못해 대출 부담이 더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지나치게 오른 측면도 있어 정상화 심리 때문이라도 계속 떨어질 것이다”라고 시장 상황을 예견했다.
#. 대전 분양가 2천만원 시대… 이래도 되나?
대전은 수도권과는 독립적인 방향으로 아파트값이 형성됐다. 작금의 상황은 전국적 현상이나 대전·세종지역의 하락 폭은 더 크다. 올해 10월 10일까지 종합주택 매매가격은 전국의 경우 -1.94%에 그친 반면 세종은 -8.66%, 대전은 -4.01%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전세가격도 전국은 -1.91%인 반면 세종은 -11.8%, 대전은 -4.77%까지 추락했다. 즉, 대전·세종지역의 부동산시장이 그동안 과열된 측면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미분양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다. 대전지역은 8월에만 668세대, 9월에는 1403세대가 미분양됐다. 특히 지역민들의 관심도가 높았던 ‘한화 포레나 대전월평공원’조차 계약률 50%를 채우지 못했다. 또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특별공급·1순위·2순위 순으로 청약 접수한 ‘대전 도안 우미린 트리쉐이드’는 1순위에서 주택형 9곳 중 4곳, 2순위 주택형 9곳 중 2곳에서 미달 사태가 발생했고, 특별공급 청약률도 41%에 그쳤다. 3.3㎡당 1800만 원대 고분양가가 원인으로 분석됐다.
이 같은 고분양가에는 높은 토지구입비, 원자잿값과 인건비 상승 등의 원가 상승 요인이 작용한다. 그렇지만 지역민들 입장에서는 너무 높다는 원성이 모인다. 대전 도안 2-3블록의 경우 34평형 기준 3.3㎡당 1996만 2300원이 책정됐다. 발코니 확장비를 포함하면 2056만 원, 냉방비·배관비 등 기타 비용까지 포함하면 실질적인 분양가가 2100만 원대에 다다른다.
포스코건설과 계룡건설산업이 용문1·2·3구역 주택재건축을 통해 짓는 ‘둔산 더샵 엘리프(2763가구)’는 3.3㎡당 1838만 원으로 결정했다. 발코니 확장, 시스템에어컨 설치, 가전제품 설치 등 옵션 비용을 추가하면 2000만 원대가 훌쩍 넘는다. 분양가를 낮출 수밖에 없다 보니 옵션 선택으로 실질 분양가를 높이는 꼼수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옵션 비용은 중도금 대출에서 제외돼 온전히 지역민들이 부담해야 한다.
반면, 한화건설의 ‘포레나 대전학하(1754가구)’는 분양가가 3.3㎡당 1540만 원이다. 공공택지로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는 ‘갑천2구역 트리풀시티 엘리프(936가구)‘도 1374만 원에 불과하다. 물론 입지 여건 등의 책정 조건에 차이가 있으나 너무 격차가 크다는 게 지역민들의 반응이다.
아파트 분양을 준비하는 이 모(44·대전 유성구) 씨는 “그동안 단기간 가격이 폭등한 것은 호가만 올랐지 거래량은 많지 않은 비정상적인 측면이 있었다고 들었다. 아파트값은 떨어지는데 분양가는 더 오르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다들 섣불리 분양 받았다가 대출 폭탄을 받지 않으려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다. 미분양이 속출될 거라고 본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 미분양 속출하면 주거용 오피스텔 등도 악영향
부동산학계에서는 분양가가 높게 책정된 것에는 분양가를 심사하고 보증하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키운 면이 없지 않다고 말한다. 목원대 금융보험부동산학과 정재호 교수는 “대전지역 민간아파트는 상한가 지역이 아니라서 도안 아이파크의 경우 3.3㎡당 1500만 원으로 결정돼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다. 그런데 분양을 보증하는 HUG가 보증금액을 산정하는 기준을 지난 7월에 변경했다. 기존엔 인근 시세 산정 시 준공 후 20년 이내 사업장을 일괄 선정하던 것에서 준공 후 10년 이내 사업장을 우선 선정하면서 분양가가 높아질 수밖에 없던 것이다. 또한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지정됐다가 자율적으로 풀리는 번복 상황도 분양가를 높였다”고 지적했다.
고분양가에 따라 미분양 사태가 속출될 것이 자명해지면서 아파트 외 다른 부동산에도 악영향이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더해진다. 정 교수는 “보통 매매가 활성화되면 분양도 같은 흐름을 갖는다. 하지만 아파트값이 하향 안정화되는 상황에서 분양가는 반대로 가는 엇박자가 나면 결국 내집 마련 자금이 부족한 실수요자는 분양받지 못하고 자금 여유가 있는 사람에게 분양 혜택이 갈 수밖에 없다”며 “이러한 실수요자의 눈치 보기 상황에서 주거용 오피스텔까지 계약 미달 사태가 이어질 수 있다. 아파트가 공급 부족이라면 주거용 오피스텔이 대체재가 될 수 있으나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는 주거환경과 자본이득이 적어 투자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라고 경고했다.
조길상·정은한 기자
출처 : 금강일보(http://www.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