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t1.daumcdn.net/cfile/cafe/99FF00395ED9728713)
다림이 읽어봐라, 아빠와 딸
해당화 피고 지는 섬 마을에
철새 따라 찾아온 총각 선생님
열아홉 살 섬 색시가 순정을 바쳐
사랑한 그 이름은 총각 선생님
서울엘랑 가지를 마오 가지를 마오
구름도 쫓겨 가는 섬마을에
무엇하러 왔는가 총각 선생님
그리움이 별처럼 쌓이는 바닷가에
시름을 달래보는 총각 선생님
서울엘랑 가지를 마오 떠나지 마오♪
다림아!
반세기도 더 전으로 거슬러 내 나이 스무 살 그 즈음에 유행했던 ‘섬마을 선생님’이라는 노래의 그 노랫말 1절 2절을 그렇게 옮겨 적어봤다.
그때 우리 가요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이미자라는 가수가 너무나 고운 음성에 애절한 분위기로 불러서 대중적 인기몰이를 했었다.
노래라 하면 동요에 찬송가에 가곡에 대중가요에 팝송에 칸초네까지 두루 좋아하던 나도, 물론 그 노래에 푹 빠져서 숱하게 듣고 또 불렀다.
그리고 그 노래를 듣고 부를 때마다, 나는 지그시 눈을 감고 해당화 피고 지는 그 섬마을의 아름다운 풍경과 가무잡잡한 열아홉 살 순정의 섬 색시 얼굴을 떠올려보고는 했었다.
그러나 반세기를 훌쩍 넘기는 그 긴 긴 세월이 흐르는 동안에, 어느덧 나는 그 노래를 잊고 말았다.
그랬던 노래가 다시 내 귓전에 들리고 있었다.
2020년 5월 30일 토요일 오후 2시쯤의 일로, 내 고향땅 문경에서 충북 땅으로 넘어가는 이화령 고개 초입의 작은 사찰인 보현정사에서였다.
내가 이날 그곳 보현정사를 찾은 것은, 내가 카페지기인 우리들 Daum카페 ‘아침이슬 그리고 햇비’ 회원으로 평소 가까이 지내는 방창숙 여사가 함께 가주기를 바라기도 해서였지만, 그 보다는 이날 그 사찰에서 열리는 미뤄진 초파일 행사에 친구의 딸이 아코디언 연주를 한다는 소식을 사전에 들어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화우(和友)의 대표인 변동걸 변호사가 내 친구인 아버지였고, 재즈 아코디어니스트로 제희 퀸텟의 리더인 정희양이 그 따님이었다.
변 대표가 직접 내게 그 소식을 전해준 것은 아니었다.
평소 가까이 지내온 그 사찰의 주지스님이신 현공(玄空)스님께서 이날의 행사에 대하여 그 자세한 일정을 카카오톡 메시지로 내게 띄워 보내주셨기에 알게 된 소식이었다.
그래서 그 사찰을 찾게 된 것이었다.
친구인 그 아버지와의 만남을 위해서만이 아니었다.
그 따님의 아코디언 연주솜씨를 챙겨보고 싶기도 했었다.
그러니까 아버지와 딸의 그 어울림을 보고 싶었던 것이다.
두 해 전 이맘때에도 그 사찰에서 따님의 아코디언 연주를 감격스럽게 지켜보던 친구와 그 부인의 모습을 봤었다.
대견해 하는 그 모습이, 내 가슴에 따뜻한 감동으로 담겼었다.
그때 그 순간의 감동을 생각해서, 또 그 사찰을 찾은 것이다.
역시 그랬다.
보현정사 그 사찰로 들어서는 초입의 계곡을 건너가는 ‘法의 다리’에서부터 들려오는 아코디언 선율이었다.
다가서는 내 모습을 발견하고, 무척이나 반가워하는 그 아버지였다.
잠시 뒤에 아코디언의 선율이 바뀌고 있었다.
‘섬마을 선생님’ 그 곡이었다.
바로 그때, 내 귀를 의심케 하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누군가 그 노래를 따라부르고 있었다.
바로 그 아버지인 내 친구 변동걸 변호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