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파주 용암사 마애이불입상(磨崖二佛立像)

[비오]

경기도 파주 용암사 마애이불입상(磨崖二佛立像)

'누구든지 찾아와 기도하면 어떤 소원이든 이루게 해주겠노라 '

경기도 파주 장지산에 소원을 빌면 무엇이든 이루어진다는 영험한 석불이 있으니 바로 용암사 쌍미륵이다. 경기도 파주시 광탄면 용미리 장지산 기슭에 용암사(龍巖寺)라는 절이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절 뒤에는 이곳 주민들이 ‘용미리 쌍미륵’이라 부르는 거대한 마애이불입상(磨崖二佛立像/ 보물 93호)이 있다. 용암사의 창건 연대는 분명하지 않지만 용미리 석불입상의 조성 배경과 절의 창건에 얽힌 설화가 전하고 있어 이곳 주민들은 마애석불이 만들어진 시기를 고려시대로 잡고 있다. 한 쌍의 석불은 멀리서도 잘 보일 만큼 웅대하다. 따라서 예전에 한양을 떠나 파주 혜음령을 넘어 의주로 가던 길손들에게 멀리서도 우뚝해 보이는 석불이 하나의 길라잡이였을 것이다.

전설에 따르면, 고려조 선종(宣宗)이 후사가 없어 고민하던 중, 하루는 후궁인 원신궁주(元信宮主)의 꿈에 두 도승이 나타나 "우리는 파주 장지산에 사는데 이곳에 있는 바위에 불상을 새기면 소원을 들어주겠노라"고 말했다. 그래서 사람을 보내 알아보니 그곳에 실제로 큰 바위가 있었다. 그런데 꿈에 보았던 두 도승이 꿈에 다시 나타나 왼쪽 바위는 미륵불로, 오른쪽 바위는 미륵보살로 조성할 것을 권하며 "누구든지 찾아와 기도하면, 아이를 바라는 사람은 득남하고 병이 있는 사람은 낫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불상이 완성되고 절을 짓고 나자 원신궁주에게 태기가 있어 왕자를 낳았다고 한다. 그래서 이 석불은 예로부터 아기를 낳지 못하는 아낙네들의 기도처로 널리 알려져 있다.

용미리 마애이불입상은 바위 사이에 세로로 생긴 자연적인 틈을 이용해 두 개의 불상으로 나누어 조성했는데, 전체 높이가 불두까지 합쳐 약 20m에 이른다. 불상 뒤편에서 보면 석불을 어떻게 조성했는지 확실히 알 수 있다. 두 석불입상 모두 본래 그 자리에 있던 거대한 바위에 석불의 몸을 새기고 그 위에 목과 머리, 그리고 갓을 따로 만들어 올린 특이한 형태다. 두 불상 중 키 큰 불상은 연꽃을 들고 있고, 키 작은 불상은 합장을 하고 있다. 전해 내려오는 말로는 연꽃을 든 불상은 남성이고, 합장한 불상은 여성이라고 한다. 석불입상은 우리나라 미륵불의 대부분이 그렇듯 얼굴과 몸의 비례가 맞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들은 석불의 토속적인 모습에서 평온함을 느끼게 된다.

석불의 조성시기에 대해서는 두 가지 견해가 있다. 하나는 전설을 바탕으로 11세기 고려시대 불상으로 보는 것이고, 하나는 1995년에 발견한 불상 하단의 명문을 근거로 15세기 조선시대에 제작된 것으로 보는 견해다. 불상에서 발견된 명문은 총 세 부분으로 나뉘는데, 글씨의 새김이 깊지 않고, 자간이나 행간이 바위 표면에 따라 불규칙하며, 또한 마모가 심하여 정확한 내용을 알기 어렵다. 다만 확인된 명문에서 성화칠년칠월(成化七年七月)로 시작하는 발원문이 있는데 이는 성종 2년(1471년) 때다. 즉 한명회, 함양군, 심장기 등 세조 측근이 불심이 깊었던 세조를 추도하고 세조의 비 정희왕후 윤씨와 성종의 안녕을 기원하기 위해 마애불을 조성했을 것이라는 추론이다.

이 석불을 언제 만들었는지 기록이 없어 특정하기 어렵다. 다만 석불의 특징이나 제작 방식은 고려시대 양식에 가깝다. 하지만 명문에 조선조 성종 때의 왕실 종친, 화주 혜심 등 승려의 이름, 그 밖에 관료 등 시주자 이름이 나열돼 있다. 그리고 명문 뒷부분에는 세조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구절이 있어 이 발원문이 조선조 세조를 추도하고 왕실의 안녕을 비는 내용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파주 광탄 용미리는 세조의 비 정희왕후의 고향이다. 게다가 한명회의 두 딸, 예종의 비 장순왕후 한씨와 성종의 비 공혜왕후 한씨의 무덤인 삼릉이 근처에 있다. 그래서 조선조 성종 때 조성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다만 이미 있던 석불에 명문을 새겼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용미리 마애석불에 대해 언급한 고려시대의 기록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조선시대 사대부들의 글에 이 석불에 대해 언급한 것이 있다. 대부분의 글은 혜음령을 넘으며 올려다보이는 석불을 보고 남긴 시정이다. 조선 중기 문신인 성혼(成渾)이 쓴 <還山道中 詠石將軍(환산도중 영석장군)>에서는 ‘석장군은 일명 쌍미륵인데, 파주의 길옆에 있다’고 했고, 조선 후기 문신인 신익전(申翊全)이 쓴 <坡州道記見(파주도기견>에는 ‘높다란 바위에 쌍불이 합장하고 있다.’고 했다. 불교를 등한시하던 사대부들이 특별히 언급했을 정도로, 이 석불은 근처를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인상 깊은 것이었음에 틀림없다. 따라서 석불이 조선시대에 조성됐으리라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용암사는 절집들이 작고 대부분 최근에 지어 볼거리가 많지 않다. ‘長芝山龍岩寺(장지산용암사)’라는 현판이 걸려 있는 일주문을 들어서면 대웅보전과 함께 절 앞마당에 오층석탑과 다보탑이 서 있다. 그리고 대웅보전을 바라보고 오른편에는 종무소, 왼편에는 수각과 미륵전, 삼성각이 자리하고 있다. 미륵전과 삼성각은 한 전각에 방 하나씩을 차지한 구조라 전각 양쪽에 두 개의 현판이 걸려 있다. 그리고 전각 옆에 이승만 전 대통령이 용암사를 방문했을 때 불사했다는 동자상과 칠층석탑이 있고, 범종각 뒤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방문해 세운 두 개의 석등이 있다. 마애이불입상은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건만 언제 누가 세웠는지 확실히 알 수 없으니 그저 답답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