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 글을 올릴까 하다가, 아직 우리 아이도 학령기 이전이라서 여기에 올립니다.
얼마전 '요리치료'라는 글을 보고 발끈하였다가, 도저히 그냥 있을 수만 없어 한 자 적고 갑니다. 글을 올리신 분의 의도는 순수하셨으리라 믿고 있습니다. 그러나 의도와 상관없이 저 스스로나 우리 같은 부모들이, 이 넘치는 치료법의 홍수속에서 익사할까봐 오늘도 걱정반 분노반 입니다.
여기 계신 부모님들은 운영진이신 찬양님의 글은 읽어보셨는지요?
자폐치료의 출발점에 서 계신 부모님들을 위한 글입니다.
http://cafe.daum.net/jape1234/Acva/11730
구구절절히 옳은 말씀이고, 그 내용을 처음 접했던 3년전이나 지금이나 저에게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자폐는 아직도 원인이 불분명하고 기적적인 치료법은 더우기 없습니다.
다만, 조기 발견하여 집중적인 치료프로그램을 시행하는 것이 좋다고 하는 것은 증명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기적의 치료법이 없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오늘도 수없이 많은 치료법들이 새로 생기며 난무한다는 점입니다.
여러분들에게 생소한, 미국의 자폐부모들이 실제로 택하는 비주류 요법을 소개해드려볼까요? 아마 듣도 보도 못한 것도 많으실 겁니다.
- Chelation Therapy (킬레이션 치료)
EDTA라는 아미노산을 주사하고 배출하여 몸의 노폐물을 제거하는 치료법....이랍니다.
우리나라에도 킬레이션 치료, 들어와 있습니다. 이게 어디 좋으냐면 고혈압, 동맥경화 및 고지혈증, 협심증, 혈액 순환 장애, 뇌졸중 (중풍) 및 치매 예방 (알츠하이머 치매, 노인성 치매, 파킨슨병..), 노화의 원인인 유해 활성산소(Free Radica)의 제거, 노화 예방, 만성 피로 증후군, 전신 무력증, 두통, 기억력 저하, 발기 부전, 성기능 장애, 피부 노화, 피부경화증, 알러지성 피부질환, 당뇨의 합병증, 암 및 성인병, 퇴행성 관절염, 골다공증, 중금속 과다 축적, 납, 철분 중독 (ADHD ;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 디기탈리스 독성에 의한 심실 부정맥의 조절, 고칼슘혈증의 치료제... 랍니다.
제가 보기엔 어렸을 때 약장수 약하고 뭐가 다를까 싶습니다.
- Gluten-free, Casein-free Diet (글루텐 및 카제인 제한 식단)
단백질인 클루텐 또는 카제인을 섭취하지 않는 식단 치료법입니다. 물론 자폐아에게 실제 효과가 있는 경우도 있다고 의사샘께도 들었습니다. 단, 그 자폐아가 글루텐, 가제인에 알러지가 있는 경우.
제가 보기엔 한약먹을 때 밀가루, 커피, 돼지고기 피하라는 것과 뭐가 다를까 싶습니다.
- Essential fatty acids (한마디로 오메가3 섭취법)
오메가3는 많이들 드시니까 따로 필요 없을 것 같군요. 참고로 오메가3 드시고 계시는 저희 어머님은 자폐증 환자 아닙니다.
- Holding Therapy (안아주기 치료)
많이 않아주면 된다는 듯 싶네요. 안고 업고 빨아대는 우리나라인데도 자폐아가 생기는 이유를 알 수 없습니다.
이러니 '치료'라는 말을 붙이면 다 치료가 됩니다.
강강술래치료(진짜 있습니다), 동물매개치료(이건 솔직히 저도 두번 해봤습니다), 연극치료, 거기에 요리치료...
그래서 제가 구상해봤습니다. 이런 치료법은 어떻습니까?
- 농사치료 : 농작물을 기르며 대소근육을 운동하고, 땅의 기운을 받아 아이의 정신적 밸런스를 유지하고 자연친화적 환경 속에서 아이를 치료 운운...
- 낚시치료 : 낚시를 통해 자연과의 상호교감을 이루고 낚싯대를 다루면서 운동능력을 향상시키며...
- 줄넘기치료 : 두발뛰기를 통한 손과 발의 통합운동능력을 기르고 대근육 소근육 어쩌고 저쩌고...
자폐를 이해하고 치료법을 찾겠다고 교보문고의 특수교육 관련 분야에 있는 책이란 책은 다 훑어보던 기억이 납니다.
그 와중에서 제가 배웠던 건, 자폐치료의 선진국이라는 미국조차 기적의 치료법은 없고, 다만 조기 발견하여 조기중재(개입)하여 집중적으로 프로그램을 돌린다는 점. 그래서 자폐아의 예후가 개선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저 아래 에반맘이 말씀하시는 ABA나, 또는 TEACCH, DTT 같은 것들이지요 (뭐냐고 묻지는 말아주세요. 저도 잘 모릅니다. 끙)
아직 우리나라는 이런 프로그램이 많이 없어요. 이유가 뭘까 생각해보면 복합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집중치료는 돈이 많이 들텐데 그걸 지원해줄 정부의 시스템이나 인식이 낙후되었기도 하고, 아직 자폐부모들의 인식이 과학을 기반으로 한 프로그램에 노출되지 않은 탓일 수도 있고, 혹은 전문가가 없어서일수도 있고...
어쨌거나 이외에 미국에서도 사용하는 과학기반의 프로그램이라는 게 (병원처방의 약물치료를 제외한다면) 대개는 감통치료, 언어치료, 음악치료, 미술치료, 동물매개치료 정도이고, 이 역시 공교육시스템의 기본적인 주류치료법을 받으면서 보완적으로 추구한다는 점이 중요하겠죠.
미국에 살던 제 어느 선배, 2급 자폐아인 아들을 데리고 귀국한 지 몇 년 되었습니다. 미국에서 낳은 아이라 그대로 두면 더 좋았을 것 같아 왜 그랬느냐 물으니 이렇게 대답합니다. "한국엄마들의 힘" 그리고 "같이 살아야 하는 건 결국 같은 한국의 아이들"
우리나라 엄마(또는 아빠)들의 능력이 이만큼 대단합니다. 그러니 조금만 더 현명해지시기 바랍니다.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이런 저런 치료에 한약도 먹여봅니다만 제가 보기엔 장사치들 배불리는 데 일조하는 것 같습니다.
참고로 제가 가지고 있는 치료법과 관련된 그림 파일을 하나 첨부합니다.
제목은 "자폐 범주성 장애"이고 지은이는 Richard Simpson, 출판사는 시그마프레스, 이소현 이라는 분이 번역했군요. 내용은 자폐장애아를 위한 치료방법을 소개하는 책인데, 각 방법과 관련하여 분석하고 의견을 제시한 책입니다. 방법을 설명했다기보단 소개를 하고 자료를 제공하는 정도입니다. <표>에서 위의 두 칸이 과학적으로 검증되었거나 가능성이 높은 치료법, 아래 두 칸은 과학적 검증이 부족하거나 비추천되는 치료법입니다.
이렇게 얘기하면서도 우리 아이 역시, 저 아래 과학적 검증이 부족하다는 음악치료, 미술치료, 두개 받고 있습니다. 원참. 슬픈 현실이지요... (베라르-청각통합훈련-은 와이프가 시키겠다는 거 저는 말리고 있으니 그나마 두개지요. 아이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