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하 시 모음 5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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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움
김지하
불꽃이 타는
이마 위에 물을 이고
물의 진양조의 무게 아래 숨지는
나비 같은 가벼움
나비 같은 불꽃이 타는
이마 위에 물살을 이고
퍼부어 내리는 비의 쌔하얀
파성을 이고 불꽃이 타는
이마 위에 이마 위에
총창이 그어댄 주름살의 나비 같은
익살을 이고
불꽃이 타는 그 이마 위에
물살이 흐르고 옆으로
옆으로 흐르는 물살만이 자유롭고
불꽃이 타는 이마 위에
퍼부어 내리는 비의 쌔하얀
공포를 이고
숨져간 그 날의 너의
나비 같은 가벼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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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김지하
낙엽철
햇빛 속에서
머리를 긁어 올린다
흰 비듬이
우수수 쏟아진다
가슴에 꽂힌
모진 눈빛들 칼끝 같은 말들
다 쏟아진다
푸른 하늘
제주 어디쯤
검은 돌 틈 흰 갈꽃에 가 있는
내 마음 그물 새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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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꽃
김지하
싸늘한 듯 살가운
가을 풀 냄새
이리
돌아오는 옛 마을
코끝에
또 가슴속에
갈꽃 하나 흔들려
나
지금
거리에서 버티고
모멸에도 미소짓고
술 취한 밤
파김치 발길이
집 찾아 돌아오고
또 돌아오는 것은
갈꽃 하나
내 아내
마음의
틈
이 가을
숨쉬는 일 모두 다
아아 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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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김지하
마음 산란하여
문을 여니
흰눈 가득한데
푸른 대가 겨울 견디네
사나운 짐승도 상처받으면
굴속에 내내 웅크리는 법
아아
아직 한참 멀었다
마음만 열고
문은 닫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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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김지하
걷기가 불편하다
가야하고 또 걸어야 하는 이곳
미루어 주고 싶다.
다하지 못한 그리움과
끝내지 못한 슬픈 노래를
허나
길은 걸어야 하고 생각은
가야 하나 보다.
눈물이 흐른다.
보내야 하고 잊어야 하는 이곳
눈 있어 보지 못한 너와
입 있어 말 못하는 내가
허나
길은 걸어야 하고
생각은 가야 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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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그늘
김지하
아
이제야 그늘 속에
꽃
핀다
꽃과 그늘 사이
언젯적부터인가
그 긴장은
이제야
짧은 행간에
웬 무늬무늬 드러나
흰 무늬들
속의 속
흐드러진다
내 삶의
꽃
여기
청도 각북골에 와
엎드린 한 새벽에 흘러
흘러 넘치며 아롱거리는
샘물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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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김지하
기다림밖엔
그 무엇도 남김 없는 세월이여
끝없는 끝들이여
말없는 가없는 모습도 없는
수렁 깊이 두 발을 묻고 하늘이여
하늘이여
외쳐 부르는 이 기나긴 소리의 끝
연꽃으로도 피어 못 날 이 서투른 몸부림의 끝
못 믿을 돌덩이나마 하나
죽기 전엔 디뎌보마
죽기 전엔
꿈없는 네 하얀 살결에나마 기어이
불길한 꿈 하나는 남기고 가마
바람도 소리도 빛도 없는 세월이여 기다림밖엔
남김 없는 죽음이 죽음에서 일어서는
외침의 칼날을 기다림밖엔
끝없는 끝들이여
모든 끝들이여 잠자는 끝들이여
죽기 전엔 기어이
결별의 글 한 줄은 써두고 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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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한때
김지하
나 한때
잎새였다
지금도
가끔은 잎새
해 스치는 세포마다
말들 태어나
온 우주가 노래 노래부르고
잎새는 새들 속에
또 물방울 속에
가없는 시간의 무늬 그리며
나 태어난다고
끊임없이 노래부르고 노래부른다
지금도
신실하고 웅숭스런
무궁한 나의 삶
내 귓속에
내 핏줄 속에 울리는
우주의 시간
나 한때
잎새였다
지금도
가끔은 잎새
잊었는가
잎새가 나를 먹이고
물방울이 나를 키우고
새들이 나를 기르는 것
잊었는가
나
오늘도
잎새 속에서
뚫어져라 뚫어져라
나를
쳐다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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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
김지하
길 너머
저편에
아무것도 없다
가야 한다
나그네는 가는 것
길에서 죽는 것
길 너머
저편에
고향 없다
내 고향은
길
끝없는 하얀 길
길가에 한 송이
씀바귀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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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김지하
바람은 풍덩풍덩 불고
햇볕은 사뭇 초봄인데
매지리 못가에 앉으니
괴로움도 기쁨도 자취 없고
파문 자취만 물 위에 남는다
이울어진 함석집 한 귀퉁이
늦은 탈곡이 한창인데
나는 항상 구경꾼
나는 항상 여행자
내 속에서도 늦은 탈곡이 한창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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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선 희망
김지하
내리는 비를 타고
한없이 내려라
증발의 날을
기다림도 없이
내려라
내린 속에 떠오르는
첫 무지개
태양도 없이 떠오르는
비 오는 날의
낯선 낯선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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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무렵
김지하
눈부신 흰 시루봉 저녁
어여쁜 분홍 노을
내 시린 이마에 타는 노을
행길 저기서
아이들과 함께 공받기 하는 내 속에
행길 여기서
아이들과 함께 공받기 보고 있는 내 속에
담배 피우며 신문을 읽고 있는
내 속에 노을 무렵에
되똥거리는 빛나는 재잘거리는
닭, 참새, 붉은 구름, 사철나무 스쳐
지나는 바람, 머언 거리의 노래 소리
노래 소리 속에
나와 함께 공받기 하는 아이들 속에
눈부신 흰 시루봉 저녁
어여쁜 분홍 노을
내 시린 이마에 타는 노을
우리 집에 문득
불 켜질 때 나는 다시 혼자다
오늘은 새벽까지 술을 마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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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두 꽃
김지하
빈손 가득히 움켜쥔
햇살에 살아
벽에도 쇠창살에도
노을로 붉게 살아
타네
불타네
깊은 밤 넋 속의 깊고
깊은 상처에 살아
모질수록 매질 아래 날이 갈수록
흡뜨는 거역의 눈동자에 핏발로 살아
열쇠소리 사라져버린 밤은 끝없고
끝없이 혀는 짤리어 굳고 굳고
굳은 벽 속의 마지막
통곡으로 살아
타네
불타네
녹두꽃 타네
별 푸른 시구문 아래 목 베어 횃불 아래
횃불이여 그슬러라
하늘을 온 세상을
번뜩이는 총검 아래 비웃음 아래
너희, 나를 육시토록
끝끝내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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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두 꽃
김지하
빈손 가득히 움켜쥔
햇살에 살아
벽에도 쇠창살에도
노을로 붉게 살아
타네
불타네
깊은 밤 넋 속의 깊고
깊은 상처에 살아
모질수록 매질 아래 날이 갈수록
흡뜨는 거역의 눈동자에 핏발로 살아
열쇠소리 사라져버린 밤은 끝없고
끝없이 혀는 짤리어 굳고 굳고
굳은 벽 속의 마지막
통곡으로 살아
타네
불타네
녹두꽃 타네
별 푸른 시구문 아래 목 베어 횃불 아래
횃불이여 그슬러라
하늘을 온 세상을
번뜩이는 총검 아래 비웃음 아래
너희, 나를 육시토록
끝끝내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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短詩
김지하
短詩 하나
끊으려면 잇는 법
아주 잊히기 위해
이리 우뚝 선다
이루지 못하고 가는 것이 사람이라
오늘
진지하게
죽음을 한번 생각한다.
短詩 둘
내 가슴에 달이 들어
내 가난한 가슴에
보름달이 들어
고층 아파트 사이사이를
산책 가는 내 가슴에
가을달이 들어.
短詩 넷
진종일 바람 불고
바람 속에 꽃 피고
꽃 속에 내 그리움 피어
세계는 잠시도 멈추지 않는데
내 어쩌다 먼 산 바라
여기에 굳어 돌이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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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녘
김지하
무엇이 여기서
무너지고 있느냐
무엇이 저렇게 소리치고 있느냐
아름다운 바람의 저 흰 물결은 밀려와
뜨거운 흙을 적시는 한탄리 들녘
무엇이 조금씩 조금씩
무너져 가고 있느냐
참혹한 옛 싸움터의 꿈인 듯
햇살은 부르르 떨리고
하얗게 빛 바랜 돌무더기 위를
이윽고 몇 발의 총소리가 울려간 뒤
바람은 나직이 속살거린다
그것은 늙은 산맥이 찢어지는 소리
그것은 허물어진 옛 성터에
미친 듯이 타오르는 붉은 산딸기와
꽃들의 외침소리
그것은 그리고
시드는 힘과 새로 피어오르는 모든 힘의 기인 싸움을
알리는 쇠나팔소리
내 귓속에서
또 내 가슴속에서 울리는
피끓는 소리
잔잔하게
저녁 물살처럼 잔잔하게
붓꽃이 타오르는 빈 들녘에 서면
무엇인가 자꾸만 무너지는 소리
무엇인가 조금씩 조금씩
무너져 내리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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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
김지하
공허하므로 움직인다
시장해서
나
너를 사랑했노라
땅 위의 풀과 벌레
거리의 이웃들
해와 달별과 구름 모두 다
모두 다 죽어 가는 이 한낮
내 속에
텅 빈속에
바람처럼 움트는
왠 첫사랑 우주 사랑
그 새붉음을
본다
공허하므로
공허함으로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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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화과
김지하
돌담 기대 친구 손 붙들고
토한 뒤 눈물 닦고 코풀고 나서
우러른 잿빛 하늘
무화과 한 그루가 그마저 가려섰다.
내겐 꽃시절이 없었어
꽃 없이 바로 열매맺는 게
그게 무화과 아닌가
어떤가
친구는 손뽑아 등 다스려주며
이것봐
열매 속에서 속꽃 피는 게
그게 무화과 아닌가
어떤가
일어나 둘이서 검은 개굴창가 따라
비틀거리며 걷는다
검은 도둑괭이 하나가 날쌔게
개굴창을 가로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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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김지하
가겠다
나 이제 바다로
참으로 이제 가겠다
손짓해 부르는
저 큰 물결이 손짓해 나를 부르는
망망한 바다
바다로
없는 것
아득한 바다로 가지 않고는
끝없는 무궁의 바다로 가는 꿈 없이는 없는 것
검은 산 하얀 방 저 울음소리 그칠 길
아예 여긴 없는 것
나 이제 바다로
창공만큼한
창공보다 더 큰 우주만큼한
우주보다 더 큰 시방세계만큼한
끝간 데 없는 것 꿈꿈 없이는
작은 벌레의
아주 작은 깨침도 있을 수 없듯
가겠다
나 이제 가겠다
숱한 저 옛 벗들이
빛 밝은 날 눈부신 물 속의 이어도
일곱 빛 영롱한 낙토의 꿈에 미쳐
가차없이 파멸해 갔듯
여지없이 파멸해 갔듯
가겠다
나 이제 바다로
백방포에서 가겠다
무릉계에서 가겠다
아오지 끝에서부터라도 가겠다
새빨간 동백꽃 한 잎
아직 봉오리일 때
입에 물고만 가겠다
조각배 한 척 없이도
반드시 반드시 이젠 한사코
당신과 함께 가겠다
혼자서는 가지 않겠다
바다가 소리 질러
나를 부르는 소리 소리, 소리의 이슬
이슬 가득 찬 한 아침에
그 아침에
문득 일어서
우리 그 날 함께 가겠다
살아서 가겠다
아아
삶이 들끓는 바다, 바다 너머
저 가없이 넓고 깊은, 떠나온 생명의 고향
저 까마득한 화엄의 바다
가지 않겠다
가지 않겠다
혼자서라면
함께가 아니라면 헤어져서라면
나는 결코 가지 않겠다
바다보다 더 큰 하늘이라도
하늘보다 우주보다 더 큰 시방세계라도
화엄의 바다라도
극락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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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게
김지하
내게서 이제
다 떠나갔네
옛날 훗날도
먼 곳으로 홀가분하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네, 남은 것은
겉머리 속머리
가끔 쑤시는 짜증뿐
빈 가슴 스쳐 지나는
윗녘 아랫녘 바람 소리뿐
내게서 더는
바랄 것 없네
버리려 떠나 보내려
그토록 애태웠으니
바랄 것은
아무것도 없네, 바랄 것은
몹시도 시장한 중에
눈 밝혀 찾아 먹는 밥 한 그릇
배부르면 배 두드려
대중없이 부르는 밥노래 한 가락뿐
춘란 뽑혀
멀리 팔려간 티끌 이는 길섶
못생긴 여뀌닢여뀌 잎으로 잔뜩
비틀어져 내 다시 났으니
바람아
내 잎새에 와 무심결에
새 햇살로 흔들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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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학봉(白鶴峰)
김지하
멀리서 보는
백학봉白鶴峰
슬프고
두렵구나
가까이서 보면 영락없는
한 마리 흰 학,
봉우리 아래 치솟은
저 팔층 사리탑
고통과
고통의 결정체인
저 검은 돌탑이
왜 이토록 아리따운가
왜 이토록 소롯소롯한가
투쟁으로 병들고
병으로 여윈 지선知詵스님 얼굴이
오늘
웬일로
이리 아담한가
이리 소담한가
산문 밖 개울가에서
합장하고 헤어질 때
검은 물위에 언뜻 비친
흰 장삼 한 자락이 펄럭,
아 이제야 알겠구나
흰 빛의
서로 다른
두 얼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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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김지하
북풍은 가슴을 꿰뚫고
이마 위에 눈 쌓인 시루봉이 차다
삶은 명치끝에
노을만큼 타다 사위어가는데
온몸 저려오는 소리 있어
살아라
살아라
울부짖는다
한치 틈도 없는 벼랑에 서서
살자 살자고
누군가 부르짖는다
거리에 나서도
아는 사람 없는 빈 오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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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
김지하
벽
그것뿐
있는 것은 그것 하나
살아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오직 하나
벽
그것뿐
내 마음에
내 몸에 몸 둘레에
너와 나 사이 모든 우리들 사이
벽
다시 벽
네 이름을 쓰는
내 그리움을 눌러서 쓰는
벽
붉은 벽
옛날 훗날
꿈길도 헛것도 아닌 바로 지금 여기
내 마음이 네 가슴속에
네 몸속에 내 살덩이가
파고들어 파고들어 끝없이 파고들어
기어이 본디는
하나님이 화안이 드러나 열리는
자유, 열리는
눈부신 빛무리 속의 아침바다
그것을 손톱으로 쓰는
그것을 흐느낌으로 우리가 쓰는
온몸으로 매일 쓰는
벽
네 이름을 쓰는
내 그리움을 눌러서 쓰는
벽
그것은 이미 우리 앞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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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김지하
내일 새벽
나의 죽음 뒤에
아마도
별이 뜰 것이다
불쌍한 우리 네 식구처럼
네 개의
푸른 별 뜰 것이다
우주의 비밀이다
살아서는
내 몸 속에 빛나던,
아름답던,
나를 이제껏
살게 했던
그 별이 처음으로
우주에 뜰 것이다
숨어 있던 별,
아마도
내일 새벽
나의 죽음 위에
비밀을 열 것이다
다시 산다면
나는
불쌍한 우리 네 식구처럼
네 개의 푸른 별로
항상 떠
내내 비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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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마저 보이지 않네
김지하
아직은 따스한 토담에 기대
모두 토해버리고 울다 일어나
무너진 토담에 기대 우러른 하늘
아무것도 없는
댓잎 하나 쓰적일 바람도 없는
이렇게 비어 있고
이렇게 메말라 있고
미칠 것만 같은 미칠 것만 같은
서로서로 물어뜯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저 불 켠 방의 초라한 술자리 초라한 벗들
날이 새면
너는 진부령 넘어
강릉으로 오징어잡이, 나는
또 몸을 피해 광산으로 가야 할 마지막
저 술자리
서로 싸우지 않고는 서로 물어뜯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낯선 마을의 캄캄한 이 시대의 한 밤
토담에 기대 우러른 하늘
아아 별빛마저 보이지 않네
☆★☆★☆★☆★☆★☆★☆★☆★☆★☆★☆★☆★
不歸
김지하
못 돌아가리
한번 딛어 여기 잠들면
육신 깊이 내린 잠
저 잠의 저 하얀 방 저 밑 모를 어지러움
못 돌아가리
일어섰다도
벽 위의 붉은 피 옛 비명들처럼
소스라쳐 소스라쳐 일어섰다도 한번
잠들고 나면 끝끝내
아아 거친 길
나그네로 두번 다시는
굽 높은 발자국소리 밤새워
천장 위를 거니는 곳
보이지 않는 얼굴들 손들 몸짓들
소리쳐 웃어대는 저 방
저 하얀 방 저 밑 모를 어지러움
뽑혀나가는 손톱의 아픔으로 눈을 흡뜨고
찢어지는 살덩이로나 외쳐 행여는
여윈 넋 홀로 살아
길 위에 설까
덧없이
덧없이 스러져간 벗들
잠들어 수치에 덮여 잠들어서 덧없이
한때는 미소짓던
한때는 울부짖던
좋았던 벗들
아아 못 돌아가리 못 돌아가리
저 방에 잠이 들면
시퍼렇게 시퍼렇게
미쳐 몸부림치지 않으면 다시는
바람 부는 거친 길
내 형제와
나그네로 두번 다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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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김지하
리듬은 떠나고
비만 내린다
내리는 빗속에
춤추며 하소하나
리듬은 떠나고
비만 내린다
내리는 빗속에
온갖 것 소리지른다
흙도 사금파리도
상추잎도 소리지른다
닫힌 몸 속에서
누군가 소리지른다
외침의 침묵
리듬은 떠나고
비만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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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산
김지하
빈산
아무도 더는
오르지 않는 저 빈 산
해와 바람이
부딪쳐 우는 외로운 벌거숭이 산
아아 빈 산
이제는 우리가 죽어
없어져도 상여로도 떠나지 못할 아득한 산
빈 산
너무 길어라
대낮 몸부림이 너무 고달퍼라
지금은 숨어
깊고 깊은 저 흙 속에 저 침묵한 산맥 속에
숨어 타는 숯이야 내일은 아무도
불꽃일 줄도 몰라라
한줌 흙을 쥐고 울부짖는 사람아
네가 죽을 저 산에 죽어
끝없이 죽어
산에 저 빈 산에 아아
불꽃일 줄도 몰라라
내일은 한 그루 새 푸른
솔일 줄도 몰라라.
☆★☆★☆★☆★☆★☆★☆★☆★☆★☆★☆★☆★
빗소리
김지하
눈감고
빗소리 듣네
하늘에서 내려와
땅을 돌아 다시 하늘로
비 솟는 소리
듣네
귀 열리어
삼라만상
숨쉬는 소리 듣네
추위를 끌고 오는
초겨울의 저 비
산성비에 시드는
먼 숲속 나무들 저 한숨 소리
내 마음속 파초잎에
귀 열리어
모든 생명들
신음 소리 듣네
신음 소리들 모여
하늘로 비 솟는 소리
굿치는 소리 영산 소리 듣네
사람아
사람아
외쳐 부르는 소리
듣네
☆★☆★☆★☆★☆★☆★☆★☆★☆★☆★☆★☆★
사람 사이의 틈
김지하
아파트 사이사이
빈틈으로
꽃샘분다
아파트 속마다
사람 몸 속에
꽃눈 튼다
갇힌 삶에도
봄 오는 것은
빈틈 때문
사람은 틈
새일은 늘
틈에서 벌어진다
☆★☆★☆★☆★☆★☆★☆★☆★☆★☆★☆★☆★
사랑
김지하
꽃 피어도
나비
오지 않는다
봄의 적막이
속에 든다
춥고
외로와
사랑하고저 하나
내밀어 볼
팔
없다
온 마음
맨몸이 죽도록
거리를 걷는다
피투성이로 걷는다
사랑하고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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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은 행동
김지하
겨울 나무를 사랑한다면
봄은 기적 같으리
고독한 사람이
물 밑을 보리
이리저리 흩날리는
가랑잎에 훨훨훨
노을 불이 붙는다
산책은
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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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김지하
저 청한 하늘 저 흰 구름
왜 나를 울리나
밤 새워 물어뜯어도 닫지 않을
마지막 살의 그리움
피만 흐르네 더운 여름날
썩은 피만 흐르네
함께 답세라 아 뜨거운
새하얀 사슬 소리여
날이 밝을 수록 어두워 가는
암흑 속의 별밭
청한 하늘 푸르른 저 산맥 넘어
멀리 떠나가는 새
왜 날 울리나 뜨거운 햇살
새하얀 저 구름
죽어 너 되는 날의 아득함
아 묶인 이 가슴
☆★☆★☆★☆★☆★☆★☆★☆★☆★☆★☆★☆★
새봄3
김지하
겨우내
외로웠지요
새봄이 와
풀과 말하고
새순과 얘기하며
외로움이란 없다고
그래 흙도 물도 공기도 바람도
모두 다 형제라고
형제보다 더 높은
어른이라고
그리 생각하게 되었지요
마음 편해졌어요
축복처럼
새가 머리 위에서 노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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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김지하
생명
한 줄기 희망이다
캄캄 벼랑에 걸린 이 목숨
한 줄기 희망이다
돌이킬 수도
밀어붙일 수도 없는 이 자리
노랗게 쓰러져버릴 수도
뿌리쳐 솟구칠 수도 없는
이 마지막 자리
어미가
새끼를 껴안고 울고 있다
생명의 슬픔
한 줄기 희망이다.
☆★☆★☆★☆★☆★☆★☆★☆★☆★☆★☆★☆★
서편
김지하
내 마음에
불길 꺼지고
밤낮
흰 달 뜬다
차가운 자리
노을마저 스러져
무서운 꿈마다
꽃 피어난다
지난날 회한도
이제는 즐거움
아파트 사이
봉숭아 한 잎에도
하늘 든다
님아
이젠 오소서
와
검은 삶에
붉은 살 돋우시라
나 지금
서편으로 가는데.
☆★☆★☆★☆★☆★☆★☆★☆★☆★☆★☆★☆★
아파트 꿈
김지하
나는
아파트에다
토담집을 짓는다
아파트 사이사이로
돌아 나가는 강물이 있어
산책길에
내 발을 적신다
음악이 들리는 창문
장미가 피는 창문
라일락이 서 있는 창문은
모두 다 내 집이다
내 눈의 집
저녁달이 오르면
내 눈은 거대한 우주가 되어
아파트 위에 둥실 뜬다
내 눈은 이제
빛
푸른 초원 비취는
구월 밤의
빛.
☆★☆★☆★☆★☆★☆★☆★☆★☆★☆★☆★☆★
애린
김지하
외롭다.
이말한마디
하기도 퍽은 어렵더만
이제는 하마.
크게
허공에 하마
외롭다.
가슴을 쓸고가는 빗살
빗살사이로 언듯언듯 났다 저무는
가느다란 햇살들이 얕게 얕게
지남 날들 스쳐지날수록
얕을수록
쓰리다.
입 있어도 말건넬이
이세상엔 이미없고
주먹 쥐어보나
아무것도 이젠 쥐어줄수없는
그리움마저 끊어짐 자리
밤비는 내리는데
소경 피리소리 한자락
이리 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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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서
김지하
잊어줘
난 벌써 잊었어
볼펜이 말 안 듣는 걸 봐
아니야
펜이 나빠서가 아니야
잊었어
귀밑머리 하얘지고
한 달이 하루같이 바삐 스러져가는
그때만 기다리고 있어
잊어줘
함께라는 말
지금 여기 끝끝내 우린 함께라는 그 말
그 말만 잊지 말아줘
나머지는 얼굴도
이름마저도 다 잊어줘
난 벌써 잊었어
아니야
엽서 위의 얼룩은 눈물자국이 아니야
창살 사이 흩뿌리는 빗방울자국이야
아니야
벽 위에 손톱으로 쓴 저 구절들은
네게 바친 것이 아니야
아니야
지금 쓰는 이 엽서는
네게 부칠 것이 아니야
습작이야 습작
손 무디어지지 않기 위해
그래
잊어줘
난 벌써 잊었어
단 하나
함께라는 말
지금 여기 끝끝내 우린 함께라는 그 말
그 말만 잊지 말아줘
나머지는 얼굴도
이름마저도 다 잊어줘
난 오래 전에
아주 오래 전에
벌써 잊었어
애린이란 네 이름마저
그 옛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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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서
김지하
잊어줘
난 벌써 잊었어
볼펜이 말 안 듣는 걸 봐
아니야
펜이 나빠서가 아니야
잊었어
귀밑머리 하얘지고
한 달이 하루같이 바삐 스러져가는
그때만 기다리고 있어
잊어줘
함께라는 말
지금 여기 끝끝내 우린 함께라는 그 말
그 말만 잊지 말아줘
나머지는 얼굴도
이름마저도 다 잊어줘
난 벌써 잊었어
아니야
엽서 위의 얼룩은 눈물자국이 아니야
창살 사이 흩뿌리는 빗방울자국이야
아니야
벽 위에 손톱으로 쓴 저 구절들은
네게 바친 것이 아니야
아니야
지금 쓰는 이 엽서는
네게 부칠 것이 아니야
습작이야 습작
손 무디어지지 않기 위해
그래
잊어줘
난 벌써 잊었어
단 하나
함께라는 말
지금 여기 끝끝내 우린 함께라는 그 말
그 말만 잊지 말아줘
나머지는 얼굴도
이름마저도 다 잊어줘
난 오래 전에
아주 오래 전에
벌써 잊었어
애린이란 네 이름마저
그 옛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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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山詩帖
김지하
외로울 땐
풀잎 하나도 정답다
하늘 가득 스모그 속에
아직도 살아있는 개지
아
참새 지저귀고
아직도 꽃이 피고
하늘엔
흰 구름도 흐른다
아파트에 쭈그려 앉아
허공 한 쪽 볼 수 있으니
내 삶
아직도 괜찮다
고마워
눈물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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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산책
김지하
숙인 머리에
종소리 떨어지고
새들이 와 우짖는다
숙인 머리에
바람이 와 소스라치고
가슴 펴라
가슴 펴라 악쓰고
숙인 머리에
별 뜬다
오늘밤은 무슨 꿈을 꾸랴
먼 하늘엔 새빨간
노을 쏟아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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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김지하
빛 밝은 삼월 아침
상여 소리 지나는데
황매꽃 지고
꽃상여 지나는데
산란하던 마음
이리 차분해
황토 한줌
황산 어디쯤 산이면 어디쯤
눈부실 황토 한줌
종이꽃 하나
내 목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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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심의 괴로움
김지하
봄에
가만 보니
꽃대가 흔들린다
흙 밑으로부터
밀고 올라오던 치열한
중심의 힘
꽃피어
퍼지려
사방으로 흩어지려
괴롭다
흔들린다
나도 흔들린다
내일
시골 가
가
비우리라 피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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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근처
김지하
가긴 가지만
근처까지만 가는 길
구름 도는
봉우리 저 푸른 빛
영기(靈氣)도 원한(怨恨)도
함께 서린 지리산 저기
안 간다
우러러볼 뿐
간다만
구례(求禮) 화엄사(華嚴寺)
화개(花開)까지만
강 건너가고
작은 폐활량에
헐떡이며 쉼없이 가고
다 가면
못 오리
가긴 가지만
근처까지만 가는 그 길
돌아서는 뒤꿈치가
유난히도 둥글고 하얗던 그 날
고달픈 아름다운
가며
가지 않는
이순(耳順) 근처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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쳐라
김지하
노을이여
나를 쳐라
내 마음을 쳐라
불타는 노을이여
새벽에나 겨우겨우 길 찾아나서는
둔한 내 마음을
잠든 내 삶을 쳐라
맑은 샘물에다 구원 청하는
산란한 내 마음
더욱 더 산란하게 쳐라
산란하여
아으
소리치며 벌떡 일어서게 쳐라
일어서 아무 때 아무 곳이든
뚜벅뚜벅 진흙길 나서게 쳐라
쳐라 쳐라
힘차게 쳐라
사그라드는 애잔한 끝만 남은
덧없는 노을이여
노을이여
쳐라 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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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롱불 진달래
김지향
삭둑삭둑 키를 잘라낼 땐
피 한 방울 안 나던 진달래
오늘 아침 창문을 열고 보니
꽃분홍 선혈을 뒤집어쓰고 있네
조금씩 가지를 쳐낼 땐
신음소리 한 마디 안 내던 진달래
오늘 아침 물주다 보니
빨갛게 켜든 초롱불 속에
마디마디 아픔이 웅크린
눈물을 감추고 있네
초롱불 한 잎 한 잎 만지작거리다
돌아선 나의 등뒤에서
진달래 아픈 비명소리가
딸,딸,딸, 신발을 끄을며 따라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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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는 목마름으로
김지하
신새벽 뒷골목에
네 이름을 쓴다 민주주의여
내 머리는 너를 잊은지 오래
내 발길은 너를 잊은지 너무도 너무도 오래
오직 한 가닥 있어
타는 가슴속 목마름이 기억이
네 이름을 남 몰래 쓴다 민주주의여
아직 동트지 않은 뒷골목의 어딘가
발자국 소리 흐르락 소리 문 두드리는 소리
외마디 길고 긴 누군가의 비명소리
신음소리 통곡 소리 탄식 소리 그 속에 내 가슴팍 속에
깊이깊이 새겨지는 네 이름 위에
살아오는 삶의 아픔
살아오는 저 푸르른 자유의 추억
되살아오는 끌려가던 벗들의 피묻은 얼굴
떨리는 손 떨리는 가슴
떨리는 치떨리는 노여움으로 나무판자에
백묵으로 서툰 솜씨로 쓴다.
숨죽여 흐느끼며
네 이름을 남 몰래 쓴다.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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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김지하
사랑은
틈
내안에 벌어지는
꽃이파리 하나
해살 비쳐들고
바람 불어오고
벌이 오고 또 나비가 오고
흰 구름 흐르다 흐르다
밤이면
푸른 별자리들 기울어
이슬 내리고
사랑은
틈
거리에서도
아아
너로 하여
나
우주에 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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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옷
김지하
새라면 좋겠네
물이라면 혹시는 바람이라면
여윈 알몸을 가둔
옷 푸른빛이여 바다라면
바다의 한때나마 꿈일 수나마 있다면
가슴에 꽂히어 아프게 피 흐르다
굳어 버린 네모의 붉은 표지여 네가 없다면
네가 없다면
아아 죽어도 좋겠네
재 되어 흩날리는 운명이라도 나는 좋겠네
캄캄한 밤에 그토록
새벽이 오길 애가 타도록
기다리던 눈들에 흘러 넘치는 맑은 눈물들에
영롱한 나팔꽃 한번이나마 어릴 수 있다면
햇살이 빛날 수만 있다면
꿈마다 먹구름 뚫고 열리던 새푸른 하늘
쏟아지는 햇살 아래 잠시나마 서 있을 수만 있다면
좋겠네 푸른 옷에 갇힌 채 죽더라도 좋겠네
그것이 생시라면
그것이 지금이라면
그것이 끝끝내 끝끝내
가리어지지만 않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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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톳길
김지하
(1)
황톳길에 선연한
핏자욱 핏자욱 따라
나는 간다 애비야
네가 죽었고
지금은 검고 해만 타는 곳
두 손엔 철삿줄
뜨거운 해가
땀과 눈물과 모밀밭을 태우는
총부리 칼날 아래 더위 속으로
나는 간다 애비야
네가 죽은 곳
부줏머리 갯가에 숭어가 뛸 때
가마니 속에서 네가 죽은 곳
(2)
밤바다 오포산에 불이 오를 때
울타리 탱자도
서슬 푸른 속이파리
뻗시디뻗신 성장처럼 억세인
황토에 대낮 빛나던 그날
그날의 만세라도 부르랴
노래라도 부르랴
(3)
대?에 대가 성긴 동그만 화당골
우물마다 십년마다 피가 솟아도
아아 척박한 식민지에 태어나
총칼 아래 쓰러져 간 나의 애비야
어이 죽순에 괴는 물방울
수정처럼 맑은 오월을 모르리 모르리마는
(4)
작은 꼬막마저 아사하는
길고 잔인한 여름
하늘도 없는 폭정의 뜨거운 여름이었다
끝끝내
조국의 모든 세월은 황톳길은
우리들의 희망은
(5)
낡은 짝배들 햇볕에 바스라진
뻘길을 지나면 다시 모밀밭
희디흰 고랑 너머
청천 드높은 하늘에 갈리던
아아 그날의 만세는 십년을 지나
철삿줄 파고드는 살결에 숨결 속에
너의 목소리를 느끼면 흐느끼며
나는 간다 애비야
네가 죽은 곳
부줏머리 갯가에 숭어가 뛸 때
가마니 속에서 네가 죽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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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김지하
목련은 피어
흰빛만 하늘로 외롭게 오르고
바람에 찢겨 한 잎씩
꽃은 돌아
흙으로 가데
가데
젊은 날
빛을 뿜던 친구들 모두
짧은 눈부심 뒤에 남기고
이리로 혹은 저리로
아메리카로 혹은 유럽으로
하나 둘씩 혹은 감옥으로 혹은 저승으로
가데
검은 등걸 속
애틋했던 그리움 움트던
겨울날 그리움만 남기고
무성한 잎새 시절
기인 긴 기다림만 남기고
봄날을 가데
목련은 피어
흰빛만 하늘로 외롭게 오르고
바람에 찢겨 한 잎씩
꽃은 돌아
흙으로 가데
가데
젊은 날
빛을 뿜던
아 저 모든 꽃들 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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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제된 댓글 입니다.
초록지안님..워요..
늘 댓글 사랑에..감사함을 전합니다...
고운 인연 되어 주셔서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요...
자주 뵙구요...
풍성한 오곡백과와
황금같은 연휴 덕택에 마음도 풍성한 추석입니다.
행복한 명절 보내세요..수고 많으셨어요..
아고..워요..
보며
그도세상김용호님..
몸도 마음도 바쁜 추석명절 인데요...
소중히 올려주신
김지하님의 고운시...감사 드립니다..
풍성한 보름
추석 소망도 빌어보시고
넉넉한 웃음 많이 나누시는 행복한 추석 보내세요
수고 많으셨어요..
시 모셔 갑니다 ~~감사합니다 ^*^
늘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건필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