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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원? 그들의 밥상은 소박하지 않다! 쌀국수 |
옛날 어떤 왕은 면 음식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면만 먹다 기가 쇠약해져 입이 돌아갔다고 한다. 아직 그 경지(?)까지는 이르지 않았지만 면 종류라면 사족을 못 쓰는 사람으로서 베트남은 쌀국수 하나만으로도 아주 흡족한 여행지라 할 수 있다. 10일간의 여행 동안 삼시 세끼 모두를 다양한 쌀국수로 해결하며 찾아낸 본토 쌀국수의 맛. 그리고 그 와중에서 만난 쌀국수 이상의 베트남 음식과 재미있고 독특한 베트남 음식 문화 속으로 당신을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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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남부지역의 풍부한 쌀 자원으로 인해 여전히 최대 쌀 수출국 가운데 하나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베트남에서 쌀로 만든 음식이 발달한 것은 당연한 일일 수 밖에 없다. 덕분에 풀풀 날리는 쌀밥과 함께 베트남식 만두와 전병, 과자, 떡, 국수는 중국이나 우리나라와는 다른 독자적인 모습으로 발달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독자적인 스타일로 알려진 것이 쌀국수다.
1 베트남식 김치의 재료. 베트남 재래 시장에 가면 우리나라만큼이나 다양한 김치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2 쌀국수 전문점인 포 24의 쌀국수는 우리나라에서 먹었던 쌀국수와 똑같다.
우리가 알고 있는 체인점 형식의 포호아는 이곳에서 쌀국수를 맛본 미국인이 이 상호를 도용해 미국에 건너가 만든 별도의 쌀국수 전문점으로, 우리나라는 베트남 원조 포호아가 아니라 미국 체인점을 프랜차이징한 것이다. 이곳 쌀국수의 특징은 진한 국물과 다양한 채소. 국물에 넣어 먹는 채소의 종류는 숙주나물과 박하 잎, 라임의 기본 외에도 상추와 시금치, 쑥을 비롯한 이름을 알 수 없는 베트남의 다양한 야채가 쟁반 가득 푸짐하게 나온다. 그중 우리 입맛에 맞지 않는 역한 맛의 채소가 있으니 반드시 살짝 씹어보고 국수에 넣는 것이 좋다. 이렇게 푸짐한 쌀국수 한 그릇의 가격은 1만 동으로 약 300원이다. 아무래도 원조 집에서 먹어보는 것이 좋겠지만, 포호아는 시내 중심가와 다소 떨어져 있어 불편한 점이 있다. 그래서 여행자들이 쉽게 찾아가는 곳이 시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포2000이나 포24다. 이 두 곳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체인점 형태로 깔끔하고 정갈하며, 세계인의 입맛에 맞게 육수를 다소 묽게 만들어 느끼함을 줄이고 깔끔함을 더한 것이 특징이다. 다만 먼저 포호아에 들른 사람이라면 채소류가 기본인 3~4종만 나오는 것이 아쉬울 수도 있다. 그런데도 가격은 포호아 가격의 약 두세 배다.
포호아와 같은 쌀국수 전문점은 일반 서민들이 자주 애용하는 곳이지만, 쌀국수 종류는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찾은 곳이 ‘분타 Bunta(84-8/822-9113, www.tamsonco.com)’다. 분타는 서민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고급 레스토랑으로 주로 상류층과 외국인들을 상대하는 곳이다. 다양한 음식을 취급하지만, 역시 최고의 메뉴는 50종류가 넘는 쌀국수라 할 수 있다. 메뉴판에 쌀국수가 너무 많아 매니저인 송 Huynh Xuan Son에게 정통 쌀국수를 달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그는 매우 난감하다는 듯 다시 메뉴를 내밀었다.
“쌀국수는 조리법에 따라 국물이 있는 것과 없는 것, 볶은 것 세 가지가 있으며 북부식, 중부식, 남부식 양념에 따라 맛이 다릅니다. 또 육류, 해산물, 채소 등의 재료에 따라 다시 수십 가지 쌀국수로 나눠지니 딱히 어떤 것이 정통이라고 말하기 어렵군요.” 제대로 된 쌀국수를 먹으려면 우선 먹는 사람이 조리법부터 양념 스타일, 재료까지 하나하나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그 선택이 곤란하여 그냥 조리법에 따른 세 가지를 달라고 요청했다. 국물이 있는 것은 익숙한 맛이었으며, 국물이 없는 것은 다소 심심하지만 곁들인 재료의 풍미를 잘 살려주었다. 볶은 것은 면 자체에 재료의 맛이 배어 있으며 쫄깃쫄깃한데, 중국식 볶은 면에 비해 많이 볶지 않아 부드럽고 채소의 향이 더 잘 살아 있다. 가격은 포호아에 비교해 대여섯 배.
다국적 퓨전 음식의 진수, 베트남 일상 음식
점심 식사로 가장 많이 먹는 음식은 한마디로 우리나라의 백반과 같다. 베트남식 백반은 밥과 국, 야채, 육류나 생선 요리가 기본으로 나오는데, 최근에는 뷔페식 백반이 유행하고 있다. 뷔페식 식당 중에서 남녀노소 남녀노소 모두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곳은 ‘플래닛 레스토랑 Planet Restaurant(84-8/930-5935, www.planetbarcoffee.com)’이다. 이곳은 매일 다양한 야채와 두 종류의 국을 준비해 손님들이 각자의 입맛에 맞는 밑반찬을 고를 수 있으며, 여기에 육류나 생선 요리를 별도로 주문해 곁들여 먹을 수 있다. 레스토랑 스타일이라 깔끔하고, 우리나라 음식 맛과 큰 차이가 없으며 가격도 저렴한 편. 호치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트렌드라고 하니 한 번쯤 경험해볼 만하다.아침과 점심만 보면 베트남 식단은 대단히 검소한 편이다.
남카는 베트남 궁중 요리와 서양 요리를 현대적으로 조화시킨 퓨전 요리점으로, 인테리어와 서비스가 마치 왕이 된 듯한 느낌을 갖게 할 정도로 고급스러움을 자랑한다. 흔히 여행을 가면 그 나라 전통 음식을 찾지만 베트남만큼 전통 음식을 찾기 힘든 나라는 없을 것이다. 역사적으로 중국, 프랑스, 미국의 지배를 받는 동안 베트남 요리는 이미 오래전에 상당 부분 퓨전화되었기 때문이다. 베트남의 요리가 이러니 일찍부터 세계무역의 중심지였던 호치민은 어떻겠는가? 퓨전화된 전통 요리를 바탕으로 지금도 전 세계의 고유 음식들이 퓨전화 되고 있는 중이니, 호치민에서 전통 음식 운운하는 것은 바보 같은 일일 뿐이다. |
기자/에디터 : 성열규 / 사진 : 민희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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