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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대장정 제23구간 / 점봉산] 문화 | |||||
백두대간에는 천연기념물이나 여러 종의 보호 동식물 및 멸종위기의 생물들이 살고 있다. 백두대간은 국토의 등줄기로서 생태축이자 중첩된 산악군으로 인하여 접근도가 낮고 상대적으로 개발이 덜된 지리적 특성 때문에 고유한 동식물종들도 다양하며, 우리는 그들을 토종 동식물, 혹은 자생 동식물종이라고도 부르기도 한다.
풍수에서 땅에는 생명의 기운(生氣)이 있다고 하고, 지리학에서 장소에는 혼(魂·genius loci)이 있다고 하는데, 백두대간이라는 복합적 생태계 속에서 산삼은 산맥의 비장처(秘藏處)에 드러나지 않게 뿌리내려 오랜 기간 동안 백두대간의 기운이 응축된 상징적이고 특징적인 식물이기 때문이다.
지리적으로 산삼은 북반구 일대에 분포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나는 산삼의 약효가 단연 뛰어나다고 알려진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 산삼은 제주도를 제외한 전역에서 나는데, 백두대간에 산삼 분포지가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특히 조침령에서 한계령에 이르는 구간에서 양양군 서면 오색리 남설악의 설악산 일대는 유명한 산삼 산지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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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조 때 중국에서 역수입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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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삼은 불로초(不老草)로서 죽는 사람도 살린다는(起死回生) 약효로 하늘이 만든 것으로까지 높이 존숭되었는데,
이러한 산삼에 대한 신비로운 인식으로 말미암아 심마니들에게 있어서 산삼이 나는 산은 산신숭배의 신앙과 연계되었고, 성스러운 영물로서 산삼에 대한 심마니들의 금기도 생겨났다.
식물학적으로 산삼은 오갈피나무과에 분류된다. 산삼은 추위에 강한 한지(寒地) 식물로서, 생육환경은 온도가 높지 않고 직사광선이 비치지 않는 산간 경사지의 소나무와 활엽수의 혼합림 밑에 발달한 갈색토에서 잘 자란다.
약리학적으로 산삼의 약효는 한반도에서 자란 산삼이 사포닌 등의 종류에서 월등하다고 알려졌는데, 그 이유는 기후와 지형적인 이유 등 여러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일부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산삼의 효능 차이를 한국의 고려 산삼-고려산 재배산삼-길림 산삼-시베리아 산삼-미국·캐나다 산삼 순으로 발표한 바 있다.
산삼이 문헌에 기록된 것은 약 2천 년 전 전한(前漢) 원제시대(元帝時代)에 사유(史遊)가 쓴 급취장(急就章)에서 볼 수 있다고 한다. 삼이 서양인에게 알려진 것은 1692년 네덜란드인의 저술을 통해서이며, 그 후 프랑스 신부가 중국에 파견되어 산삼에 대한 기록을 유럽으로 보내고, 아울러 캐나다의 원주민도 산삼을 약용으로 사용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산삼의 채취는 고려 시대까지만 하여도 매우 많았는데, 고려 말기에 이르면서 중국(원)의 요구와 왕실의 수요 증가로 인하여 급격히 부족해지다가 급기야 조선 세종 조에는 희귀한 상태에 이르렀으며, 이후 계속되는 화전(火田)의 확대로 인하여 산삼의 생육과 채취 환경이 더욱 나빠졌으니 영조 대에는 중국에서 역수입하는 지경에 이르기도 하였다.
산삼 분포지역은 북위 30도에서 48도에 이르는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적인 주요 자생지는 중국의 태행산맥 일대, 만주의 봉천·길림·흑룡 일대의 밀림지대, 러시아의 흑룡강 연안지역, 캐나다의 퀘벡과 마니토바 주의 타이가 기후지역, 미국의 애팔래치아 산맥 일대, 한국의 제주도를 제외한 전 지역이다.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산삼산지로는 강원도 인제군 북면 한계리 내설악과 양양군 서면 오색리 남설악의 설악산 일대, 지리산 일대로 알려져 있으며, 그밖에 태백산, 소백산, 치악산 등이 있는데, 이들 지역에는 심마니들이 집단적으로 마을을 이루고 살았다.
원래는 인삼이 산삼…재배삼은 가삼
산삼에 대한 우리 고유의 명칭은 심이며, 산삼을 캐는 사람을 심마니라고 부른다. 조선시대에 산삼은 인삼이라고도 하였고, 집에서 키우는 것을 가삼(家蔘)이라고 하였다. 그래서 요즘에 부르는 인삼은 재배하는 삼을 일컫는 말이지만, 예전에는 산삼을 가리키는 말이었음을 알 수 있다.
심마니(심메마니)들에 있어서 산삼은 신앙의 대상물로 여겨지기도 하였으며, 산삼이 나는 산은 산신숭배의 대상으로도 되었다. 규원사화(18세기)에 의하면 ‘백두산 일대에 때로 산삼이 나서 세상 사람들이 불로초라 하니 산에 사는 사람들이 캐내고자 하면 반드시 목욕재계하고 산에 제사를 지낸 뒤에야 비로소 캐낸다고 한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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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마니들은 산삼에 대한 금기가 있다. 그들은 산삼을 캐러 들어가기 전에 1주일 전부터 부정 탈 것을 꺼려 주로 집안에서만 생활하고 사람들을 만나지 않으며 거리 출입조차 삼간다. 자주 목욕을 하여 신체를 청결히 하고 여자와 동침도 하지 않는다. 과거에는 일정기간동안 어육류를 먹지 않고 채식만 하였으며, 입산 날짜의 택일과 산신께 바칠 공물 준비 등에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고 한다.
이러한 산삼과 산악신앙을 연계하는 문화적 전통은 지금까지도 지속되어
산삼은 예전에 사람 인(人) 자를 붙여서 인삼이라고도 불렀으니 그 모양도 사람처럼 생긴 영물(靈物)로 인식되었다. 산삼의 별명으로는 생김새에 따라서 동자삼(어린 애의 모습으로 생긴 산삼으로 최고로 친다), 봉황삼(봉황이 하늘을 가로질러 나르는 모습), 용삼(용틀임 삼·용이 무지개를 타고 승천하는 모습), 구삼(거북이 모습), 덥석부리(털이 많은 삼), 음양삼(남녀의 생식기를 닮은 모습), 꿩부리삼(목이 긴 삼), 거미삼(뿌리에 가달이 많은 삼) 등의 이름으로도 불렀다.
지역에 따라 산삼의 형태 차이도 있다는데, 설악산에서 나는 삼은 빛깔이 누렇고 약통이 날렵한 뼈삼이며, 오대산에서 나는 삼은 색이 희고 통통하게 살이 많이 쪘다고 하니, 각기 설악의 골산(骨山)과 오대의 육산(肉山)의 모양이 산삼의 유형에 반영되고 있기에 흥미롭다.
그리고 천연 삼인지 재배 삼인지에 따라서 구별되는 명칭도 있다. 천연 삼을 천종(天種)이라고 하고, 새에 의해 삼씨가 퍼뜨려져 난 삼을 지종(地種)이라 하며, 사람이 삼씨를 산에 뿌려서 채취한 것을 인종(人種), 혹은 포삼이라고 한다. 장뇌 역시 인종의 일종으로 사람이 집에서 재배한 삼을 일컫는 말이다.
재배산삼에 대한 지리학적 연구(정월숙, 1990년)에 의하면, 산삼의 재배지로 알려졌던 곳은 강원도 삼척군 노곡면 여삼리와 상반천리, 인제군 북면 한계리와 진부리, 기린면 현리, 상남면 미산리와 미다리, 홍천군 내촌면 화상대리, 정선군 북면 남평리 등지인데, 근자에 와서는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백두대간에서 산삼을 성공적으로 재배한다면 ‘백두대간 산삼’이 한국만이 아니라 세계적인 상표로 등장할 날도 그리 멀지 않은 듯한데, 국토의 상징축인 백두대간을 널리 알리는 계기도 되고, 산삼의 탁월한 약효를 온 인류에 보급하는 기회도 될 듯하여 전략상품으로서 기대가 크다.
[백두대간 대장정 제23구간 / 점봉산] 식생
태고의 식생 간직한 남한 최고의 천연림
얼레지·동의나물 꽃밭 이루고, 보호종 가시오갈피·한계령풀 분포
설악산 대청봉에서 백두대간을 따라 남쪽으로 한계령, 망대암산을 넘으면 점봉산(1,424m)에 이른다. 이 산 주능선 북쪽은 설악산 국립공원에 포함되어 있다. 오색약수로 더욱 유명한 이 산을 백두대간 산릉으로 넘으면 산 남쪽에 진동리라는 마을이 있다. 아는 사람도 드물다. 더욱이 강선리 골짜기와 너른이골 등 태고의 신비에 싸인 이곳 생태계를 직접 답사해본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점봉산 정상에서 백두대간은 동쪽으로 방향을 틀어 왼쪽에 오색약수터를 놓고 단목령을 향해 내려간다. 단목령은 오색과 진동리를 잇는 백두대간 고갯마루다. 예전에는 이 길을 통해 진동리 주민들의 양식이며 생활물자가 지게에 실려 운반됐다.
그도 그럴 것이 자동차를 타고 진동리로 접근하는 지금도 인제군 기린면 현리에서 진동리까지 1시간쯤 걸리는 것을 생각하면, 자동차가 없던 시절에 지금의 찻길을 따라서 물자를 운반하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기린초등학교 진동분교인 진동리의 조그만 학교가 예전에는 오색초등학교에 속한 분교이던 시절도 있었다. 행정구역 상으로 오색은 양양군, 진동리는 인제군인 것을 생각하면 재미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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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목령 일대 고산평지에 습지 크게 발달
단목령 일대는 고도의 높낮이가 거의 없는 평지와 습지를 형성하고 있어 생태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해발 800~1000m에 이르는 이곳은 고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위도도 남한에서는 북쪽에 치우쳐 있고, 크고 작은 습지가 형성돼 있어 생태적 의미가 크다. 이런 지형 때문에 예전에는 백두대간을 종주하는 사람들이 이 구간을 마의 구간이라 부를 만큼 독도에 어려움을 겪었던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평평하고 높낮이 차이가 적은 이러한 지세는 진동리쪽으로만 해당될 뿐 북쪽 오색쪽으로는 경사가 급한 지형과 계곡이 이어져 대조를 이룬다. 이 일대 습지에는 동의나물, 홀아비바람꽃, 꿩의바람꽃, 속새, 애기앉은부채 등이 무리 지어 자라고 있다.
5월 초순 이곳에서는 습지를 가득 메우고 있는 동의나물 군락을 여러 곳에서 만날 수 있다.
질퍽거리는 습지 안으로 발을 들여놓지 않더라도 채 잎이 나지 않은 봄숲 속에서 벌어지는 봄꽃의 은밀한 속삭임이 저절로 전해져 온다. 샛노란 꽃의 아래쪽에 달려 있는 진초록 잎도 아름답다. 단목령 일대 습지에는 동의나물 외에도 양치식물인 속새가 큰 무리를 지어 자라고 있다. 이 식물은 상록성으로서 겨울 눈속에서도 푸름을 간직하는 식물이다.
단목령에서 대간 마루금을 따라 정상 반대쪽으로 가면 북암령이라는 고개에 이른다. 이 북암령 일대의 4월은 봄과 겨울이 공존하는 시기로, 동해 바다를 따라 올라온 봄바람이 동해쪽 산자락 곳곳에 봄기운을 함빡 쏟아 붇는가 하면, 높은 곳에는 겨우내 쌓였던 묵은 눈 위로 느닷없이 봄눈이 새하얗게 내려앉기 일쑤다.
그토록 많은 꽃을 피우기에는 피울 수 있는 기간이 너무 짧아서일까? 북암령은 이른 봄부터 꽃 피울 채비로 분주하다. 눈이 채 녹기도 전에 생명의 싹을 피워 올리는 것을 보면 눈물겹기까지 하다. 4월 하순이 되면 북암령에서는 봄기운을 흠뻑 머금은 대지 위로 수많은 봄꽃들이 고개를 내밀고 꽃망울을 터뜨리며 봄노래를 시작한다. 노루귀, 올괴불나무, 복수초, 너도바람꽃, 처녀치마, 왜현호색, 제비꽃들이 형형색색의 꽃과 새 잎을 달고 봄의 향연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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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시오갈피나무: 환경부가 멸종위기야생식물 II급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는 떨기나무로서, 어린 줄기에 바늘처럼 가는 가시가 많이 돋아난다.
2. 가지괭이눈: 우리나라의 괭이눈 종류들 가운데 가장 늦게 꽃을 피워서 6월까지 꽃을 볼 수 있다. 경북 이북의 깊은 산에 자란다.
3. 갈퀴현호색: 중부 이북의 높은 산 숲속에 자라는 우리나라 특산식물로서 이른 봄에 꽃이 핀다. 꽃받침이 갈퀴처럼 가늘게 갈라진다.
4. 너도바람꽃: 눈 속에서 꽃이 필 정도로 일찍 개화한다. 꽃잎처럼 보이는 하얀 부분은 꽃받침이고, 그 안쪽에 노란 빛이 나는 것들이 꽃잎이다.
애기앉은부채 대군락 이뤄
애기앉은부채는 눈 속에서 엽록체도 생기지 않은 듯 노란 빛을 간직한 채 새순을 피워 올린다. 꽃도 예쁘지만 눈 속에서 올라오는 새싹의 모습을 사람들은 더욱 신기해 한다. 이처럼 일찍 파릇한 새순을 피워 올리기 때문에 동면에서 깨어난 곰들의 먹이가 된다고 한다. 그래서 이 지역 사람들은 점봉산 일대에 지천으로 깔린 이 식물을 ‘곰풀’이라 부르기도 한다.
중부지방 산에서 볼 수 있는 앉은부채와 비슷하지만, 잎 모양이 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그것으로 두 식물을 구분하기 어렵다. 가장 쉽게 구분할 수 있는 특징은 개화하는 시기다. 앉은부채는 3월 중순부터 4월 초순에 잎보다 먼저 꽃이 피는 반면, 애기앉은부채는 6월 말부터 8월 초에 잎이 완전히 시든 후 지면 가까운 곳에서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
이른 봄에 꽃피는 식물 중에는 잎보다 먼저 꽃이 피는 것들이 꽤 여러 종류 있다. 하지만 애기앉은부채처럼 눈도 녹기 전에 잎이 나고, 잎이 완전히 시든 후 꽃이 피는 식물은 찾아보기 어렵다. 진한 자줏빛 포(苞) 안에서 피는 육수화서라는 꽃도 아름답다. 낙엽 색깔과 비슷하고 잎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땅 바로 위에서 피기 때문에 처음 발견하기가 어렵지만, 일단 한 송이를 찾으면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여러 송이를 찾을 수 있다.
진동계곡 이곳 저곳에 많은 개체가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열매는 두 해에 걸쳐 성숙한다. 거의 땅속에 묻혀서 자라는데 이듬해 꽃이 필 때가 되면 어린애 주먹만한 크기로 자라고 씨들이 익는다.
1. 동의나물 전국의 산 습지에 자라는 여러해살이풀로 꽃은 4~5월에 핀다. 나물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독초로 알려져 있다.
2. 무늬족도리 중부 지방에 자라는 한국특산식물로, 점봉산 자락의 사질토양에서 드물게 발견된다. 꽃은 4~5월에 피며, 족도리를 닮았다.
3. 복수초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의 산에 자라는 여러해살이풀로, 점봉산에서는 능선 가까운 사면에서 발견된다. 4월에 잎보다 먼저 꽃이 핀다.
4. 애기앉은부채 중부 지방의 깊은 산에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이른 봄에 잎이 일찍 나오며, 꽃은 7~8월에 잎이 시들고 난 뒤 핀다.
북암령에는 이른 봄부터 부지런히 한해살이를 시작하는 식물이 하나 더 자라고 있다. 한계령풀이다. 이 식물 역시 눈 속에서 새싹을 피울 때 이미 꽃봉오리를 달고 있다. 엽록체가 만들어지지 않아 노란 빛을 띤 채 잎이며 꽃을 만들고 있다가 눈이 녹자마자 땅 위로 나와 잎과 꽃을 동시에 피운다. 꽃을 피운 한계령풀의 아름다운 모습은 본지 2006년 3월호 백두대간 대장정 태백산 구간의 식생 부분에서 다룬 바 있다.
세계적으로 몇몇 지역에만 불연속 분포를 하는 매자나무과의 이 여러해살이풀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식물표본관에서도 표본조차 찾기 어려운 식물이다. 연구도 잘 되어 있지 않은 상태다. 오래 전에 나온 우리나라 식물도감에서는 이 식물을 한해살이풀로 기록하고 있을 정도다. 제대로 된 표본이 없고, 또 산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식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땅 위에 솟은 줄기의 높이는 20~30cm쯤 된다. 신기하게도 이 식물의 땅속줄기는 10~20cm나 된다. 그리고 땅속줄기의 맨 밑은 콩나물 뿌리만큼이나 가늘어진다. 놀랍게도 그 가느다란 땅속줄기 끝에 지름 3~5cm나 되는 둥근 덩이뿌리가 붙어 있다. 한해살이풀이 아니라 여러해살이풀임을 증명해주는 것이다. 식물표본으로 채취할 때 덩이뿌리까지 완벽하게 캐지 못했던 것이 이 식물을 한해살이풀로 오인하게 했던 모양이다. 북한에서는 멧감자라 부른다.
꽃이 피는 시기는 길지 않다. 필자가 몇 해 동안 북암령에 자라는 한계령풀을 관찰한 바로는 4월20일에서 30일까지가 가장 많은 꽃이 피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 식물의 씨는 5월 말에서 6월 초면 완전히 익는다. 씨가 모두 익은 다음에는 줄기며 잎이 모두 시들어 없어진다. 한해살이를 여름이 오기 전에 모두 마감하는 셈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한계령풀의 분포지로는 점봉산, 가리왕산, 태백산, 금대봉 등지가 고작이다. 이밖에 강원도 다른 곳의 높은 산에도 자랄 것으로 예상되지만, 자생지가 그다지 많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에 점봉산 일대가 가장 많은 개체가 자라는 남한 최대 군락지다. 점봉산에서는 북암령, 곰배령 일대와 그밖의 여러 골짜기에 무리 지어 자라고 있다. 한편 환경부에서는 지난 2005년 새로 제정된 야생동식물보호법에 의해 한계령풀을 멸종위기야생식물 II급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점봉산을 대표할 만한 식물의 하나인 한계령풀은 자생지에서 어린 개체를 많이 발견할 수 있는 것으로 보아 번식도 잘 되는 듯하다. 앞으로 더욱 연구가 되어야 하겠지만 지역 주민들이 특산품으로 개발할 여지가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처럼 한계령풀은 열목어와 함께 점봉산 진동계곡의 보존된 생태계를 대변하는 상징식물이 되고 있다.
점봉산에는 한계령풀 외에도 환경부의 다른 법정보호종을 비롯하여 희귀식물들이 많이 생육하고 있다. 환경부 보호종 가운데 하나인 가시오갈피나무는 중부 이북의 깊은 산에 드물게 자라는 떨기나무다. 약효 때문에 무분별하게 채취되고 있어 환경부가 멸종위기야생식물 II급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중국산 개체들이 재배되고 있지만, 점봉산 몇몇 곳에서 자생하고 있다.
무늬족도리는 최근에 우리나라 특산식물로 기록된 여러해살이풀이다. 잎과 꽃에 알록달록한 무늬가 있어 우리말이름이 붙여졌다. 또한 이곳 진동리에서 처음 발견되었기 때문에 진동족도리풀이라 부르기도 한다. 경기도, 강원도, 충북의 깊은 산 바위 겉이나 사질토양에서 자란다.
구실바위취는 중부 이북에 자라는 한국특산식물로서, 점봉산에서는 남쪽 계곡의 상부쪽에 자생하고 있다. 계곡 상부의 습기가 많은 흙에 생육하며, 꽃은 6~8월에 핀다. 잎 모양이 여름철에 볼 수 있는 애기괭이눈 무성지의 크고 둥근 잎과 비슷해 꽃이 없을 때는 주의를 기울여야 발견할 수 있다.
모데미풀은 지리산에서 처음 발견된 한국특산식물로서 점봉산, 설악산 일대가 분포의 북쪽 한계가 되는 식물이다. 한라산부터 지리산을 거쳐 이곳 점봉산 어름까지만 분포하는 셈이다. 점봉산에서는 계곡 부근의 몇몇 곳에 꽤 많은 개체가 자라고 있다. 꽃은 5월에 핀다.
산자락에 자라고 있는 귀한 식물 중엔 용머리가 대표적이다. 아직 법적 보호식물은 아니지만 자라는 곳이 몇 곳 안 되고, 꽃이 아름답기 때문에 채취압력도 높은 식물이다. 점봉산에서도 진동계곡의 길가 풀밭에 자라고 있기 때문에 자생지 파괴의 위험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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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왜미나리아재비 중부 이북의 높은 산에 드물게 자라는 여러해살이풀로 꽃은 4~5월에 핀다. 점봉산에서는 한계령풀, 피나물 등과 어울려 자란다.
2. 털중나리 전국의 산과 들에 자라는 나리의 한 종류로, 줄기와 잎에 미세한 털이 많다. 꽃은 6~7월에 1~6개씩 피어 밑을 향한다.
3. 동자꽃 흰꽃 주황색 꽃이 피는 동자꽃의 변이체로서 순백색 꽃을 피운다. 높은 산에서 드물게 발견되는데, 점봉산에서도 발견된 적이 있다.
인간간섭으로 형성된 곰배령에는 여름·가을꽃 많아
점봉산 일대 백두대간의 남쪽 진동리. 이 마을로 흘러내리는 점봉산의 크고 작은 개울들은 개인산에서 흐른 물과, 현리에서 내린천에 합수되는 물과 함께 방태천의 원류가 된다. 점봉산의 너른 품새는 개울들의 수량을 풍부하게 하고, 더욱이 그 물들은 어떤 오염원도 갖지 않기 때문에 사시사철 깨끗하고 풍부한 수량을 자랑한다. 이 덕에 청정계곡의 상징으로 일컬어지는 희귀 담수어류인 열목어가 진동계곡 어디에서나 살고 있다.
진동리 상부의 숲은 산림청이 천연림보호구역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강선리계곡, 너른이골, 북암골 등의 골짜기 상부는 모두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강선리계곡은 진동리에서 점봉산 정상쪽으로 이어지는 가장 긴 골짜기로 진동계곡의 원류라 할 수 있다.
이 골짜기를 따라서 2시간 남짓이면 올라설 수 있는 곳이 곰배령이다. 점봉산 정상에서 남쪽으로 2.5km쯤 떨어져 있는 고개에는 오래 전 인간활동에 의한 인위적인 초원이 형성되어 있다. 이 초원에 여름부터 가을까지 수많은 자생식물이 꽃을 피워 꽃밭을 이룬다.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여름 꽃이 피기 시작해 가을까지 종류를 바꿔가며 수많은 식물이 꽃을 피운다. 터리풀, 둥근이질풀, 참산부추, 까실쑥부쟁이, 말나리의 대군락 앞으로 점봉산 능선들과 골짜기가 어우러져 빚어내는 멋진 풍광이 펼쳐진다. 하지만, 최근 들어 유명세를 타면서 이곳을 찾은 사람들의 숫자가 급증하여 생태계 훼손문제가 불거지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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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머나먼 기억속에 있던 점봉의 추억을 하나둘 꺼내어 회상을 하게 만드는군요...성수님의 배려에 고마움을 느낌니다.
설악산을 조망할수 있어 기회되면 가보겠습니다! 요사이 성수님이 공부 넘 마니 시켜서 머리에 적립불가능이라네요~~ㅋㅋ
언제 가셨나했더니..추억 산행기군요
남선배님과의 추억 산행기도 조만간 개봉박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