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작품을 사야 하나요?" 현장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다. "우선 좋은 그림부터 사세요"라는 애매한 답변이 최선일 경우가 많다. 그 질문엔 "나중에 돈이 되는 작품이 뭔가요?"라는 속내가 들었음을 알기에 즉답이 힘든 것이다.
결론적으로 미술품 투자는 안목이 90%를 차지한다. 안목에는 개인의 감성 기호가 포함된다. 나머지 10%는 외부 요인, 가령 작가에 대한 정보나 국내외 트렌드 이해 등이다. 후자는 객관적인 창구를 통해 습득이 가능하지만, 전자는 쉽게 통달할 수 없다.
흔히 '미래의 박수근'을 사면 된다지만, 그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미술 애호의 길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옳다. 과연 우리나라 미술계의 미래를 선도할 주인공은 누구일까? 그런 작가의 작품을 미리 살 수 있다면 일거양득이다.
유능한 프로컬렉터로서 성장하는 데 꼭 필요한 정보로는 현명한 작품 구입 방법·관리 요령·판매 시기·신뢰할 만한 정보 창구 등 많겠지만, 우선 첫 회인 만큼 기본적으로 미술의 장르와 현대미술의 영역에 대해 살펴보자.
지금 뉴욕의 휘트니뮤지엄에선 개관 이래 최대 규모 전시가 열리고 있다. 주인공은 세계적인 이슈메이커인 미국 팝아티스트 제프 쿤스(59). 전시명은 '제프 쿤스 회고전(Jeff Koons : A Retrospective)'으로 그의 1935년 작품 세계를 지하에서 4층까지 2만7000스퀘어피트 공간에 빼곡하게 채웠다. 이 중엔 지난해 5840만달러(약 590억원)에 팔려 쿤스를 생존 작가 중 '최고가의 미술가' 자리에 올려 준 '풍선개(yellow)' 시리즈도 선보이고 있다.
제프 쿤스는 '다이아몬드 해골'의 스타 작가 영국의 데미안 허스트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인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쿤스가 과연 천재인지 과대평가된 작가인지 의견이 분분하지만, 세계 현대미술사에 비중 있는 영향력을 발휘하는 작가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데 제프 쿤스는 어느 장르의 작가일까? 서양화가, 조각가, 설치미술가, 사진가…? 결론은 모든 장르를 소화해 내는 만능 엔터테이너다. 실제 이번 전시엔 일반 조각과 설치성 입체 작품, 회화, 드로잉 등 다양한 기법의 120여점이 전시되고 있다.
요즘 현대미술의 특징 중 하나는 장르 파괴 혹은 융합이다. 미술의 생명은 '동시대적 감성'의 표현에 있다. 지금은 유사 장르 간 융합으로 제3의 시너지 효과를 이뤄내는 것이 장려된다. 이는 꼭 미술에만 국한되는 트렌드라기보다는 디자인이나 건축, 음악 등 영역 불문이다.
우리나라 미술가 중 故 백남준 화백이나 현재 프랑스 베르사유궁에서 초대전을 갖는 이우환 화백 역시 다장르 작가의 선두주자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우리나라는 아직도 장르 간 교류가 폐쇄적이고 소극적이다.
미술품의 가치는 표현 기법이나 재료로 판명되지 않는다. 금박을 입힌 그림보다 먹선 한 줄 그은 그림이 비싼 예는 허다하다. 어떻게 표현했나보다, 무엇을 담고 있는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작가적 정체성으로 어떻게 동시대적 감성을 재해석하고 있는가가 관건이다.
조만간 우리도 문화가 생활이 되는 시대를 맞게 될 것이다. '상품'이 아닌, '예술품'으로서의 미술품의 진가를 발견해 보자.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미술평론가
첫댓글 아트테크 관심가져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