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금리 인상 지속 우려'는 아직 가시지 않고 있다 / 8/10(목) / 동양경제 온라인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정말 안정된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필자는 "인플레이션이 앞으로도 고공행진을 계속할 가능성이 있어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금리인상을 계속할 위험은 사라지지 않았다" 고 본다.
■ FRB '인플레이션 고공행진' 경계하고 있다
연준은 7월 25~26일 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책금리인 페더럴펀드(FF) 금리 유도 목표를 0.25%포인트 올려 연 5.25~5.50%로 잡았다.
이때 FOMC 성명문도 지난 5월 23일 개최 때부터는 금리인상 부분을 제외하고는 거의 달라진 게 없었다. 즉 FRB는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필요하면 새로운 금리인상을 실시하는 것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라고 하는 자세를, 재차 나타냈다.
확실히 시장 일각에서는 전년 동월 대비 3.0% 오르는 데 그친 6월 소비자물가 등에 따라 '금리인상은 종료됐다' 는 낙관적인 시각이 있다. 물론 '향후 데이터 나름'이라는 기본 상황은 불변이다. 하지만 이번 성명문 수정이 거의 없었다는 것은 연준이 인플레이션과 관련해 고공행진을 경계하는 신중한 자세를 굽히지 않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FRB는 향후 어떤 금융정책을 내놓을 것인가. 관건은 역시 향후 물가동향이다. 다음 9월 FOMC(19~20일)까지는 2개월치 CPI(소비자물가지수)가 발표된다.
FRB는 한 차례의 경제발표 결과만으로 통화정책을 판단하지 않는다. 하지만 6월분에 이어 7월분이나 8월분도 예상을 밑도는 낮은 증가세가 이어진다면 정책을 변경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 이때는 9월 FOMC에서 처음으로 이번 금리인상 국면이 종료됐을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할 수 있다. 아울러 닷 차트로 불리는 FRB 고위 관계자의 금리 예상 중간값도 0.25%포인트 낮춰 현재의 5.25~5.50%에 맞출 수도 있다.
반면 소비자물가지수가 다시 예상을 웃돌아 인플레이션이 고공행진할 위험이 커졌다는 관측이 높아지면 FRB는 FOMC 회의 때마다 데이터를 보고 금융정책을 결정한다는 기존 방침을 유지, 다음 9월이나 그 다음 10월 31~11월 1일 회의에서 0.25%포인트 추가 금리를 올릴 가능성도 있다고 보는 게 좋다.
그렇다면 왜 필자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이대로 후퇴하기보다는 오히려 다시 높아져 FRB가 추가 금리인상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고 보는가.
6월 CPI가 주가 큰 폭 상승의 계기가 된 것은 특히 핵심지수와 주거비, 서비스 가격 등 일단 오르면 쉽게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였던 분야의 성장세마저 크게 둔화된 점이 깜짝 놀랐다.
■ '베이스 효과'에 현혹돼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순조롭게 후퇴할 것이라는 전망은 지나치게 낙관적이다. 확실히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3.0% 상승으로 5월의 4.0%에서 1%포인트나 급저하.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핵심지수도 4.8%로 5%선이 무너졌다.
하지만 이는 '베이스 효과'라고 불리는 전년 상승분이 너무 빡빡해 발사대가 높아졌기 때문에 낮은 숫자가 나왔다는 부분이 크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2022년 6월 CPI는 종합지수가 전년 대비 9.1%로 이번 물가상승 국면에서 가장 높은 성장세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상품 가격 급등의 영향이 가장 크게 나타난 결과였다.
이번 숫자는 여기서 물가가 얼마나 더 올랐는지를 보는 셈이니 성장세가 낮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지난해에는 7월 이후 에너지 가격 급락이 주도하는 형태로 급속히 물가 상승세가 둔화됐다. 향후는 반대로 베이스 효과가 희미해져 가는 가운데, 전년 대비 성장이 강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봐 두는 편이 좋다.
물론 경계해야 할 것은 기저효과뿐만이 아니다. 지난 8월 1일 '미국 신용등급 강등 쇼크' 전인 7월 20일에도 장기금리가 크게 올랐지만 배경에는 이른 아침 발표된 실업보험 신청 건수다. 예상과 달리 22.8만개로 크게 감소, 고용시장이 여전히 힘을 얻고 있다는 시각이 새삼 강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고용이 호조를 유지하는 한 임금 상승 압력도 쉽게 후퇴하지 않아 서비스 가격 등의 상승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8월 4일 발표된 7월 고용통계도 비농업 일자리 수가 늘어나야 예상을 밑돌았지만 시간당 임금은 예상을 웃돌아 임금 상승 압력의 강도를 재확인하는 내용이 됐다. 앞으로 인플레이션 전망이 재차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 유가 오름세, 엘니뇨로 식량가격 상승 우려도
아울러 상품 가격 동향에도 충분한 경계가 필요하다. CPI는 가장 최근 정점을 찍은 지난해 6월 이후 에너지 가격을 중심으로 한 상품시장 하락이 주도하는 형태로 순조롭게 둔화돼 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 구도가 무너질 수도 있다.
우선 원유 선물가격은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등의 적극적인 추가 감산으로 세계 수급 차질이 예상되는 가운데 유가는 7월 이후 점차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8월 9일 뉴욕시장 지표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가격은 배럴당 84달러 선을 기록, 약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밀과 옥수수 가격만 해도 지난달 7월 17일 러시아가 해상회랑을 설치함으로써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출 합의에서 이탈했다. 동국 항만에 대한 공격을 재개함으로써 수출품인 밀과 옥수수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또 미국에서 곡창지대인 중서부에 폭염이 계속되고 있는 것도 옥수수뿐 아니라 콩 작황을 악화시킬 우려가 높다고 봐야 한다.
억지로 말하면 연말에 걸쳐 엘니뇨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예보는 계속되고 있어 아시아 국가에서도 이상기후로 농산물이 큰 피해를 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런 가운데 설탕이나 커피 같은 상품 가격에도 매수의욕이 강해지고 있다.
이러한 상품 가격 상승이 배경이 되어, 인플레 압력이 재차 강해질 가능성은, 의외로 높지 않은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인플레 승리를 선언하고 자신 있게 금리인상 중단을 단행할 수 있는 것은 아직 한참 멀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