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부터 패션 잡지 보는 거 좋아하고
인형 옷 만드는 것도 좋아해서 전공도 패션 쪽으로 했어요.
의류학과 들어가서 학부 시절에는 정말 재밌게 공부 했는데
사회에 나와보니 현실의 벽은 너무나 높더라고요.
디자인 실 막내로 들어가서 온갖 잡일과 피팅만 죽어라 하고
매일같이 이어지는 새벽 근무 때문에 개인 시간 갖는 것은 꿈도 못 꾸고
또 나름 이름있는 회사에 입사한 거였는데도 연봉이 굉장히 박했어요.
지금 밝히기 쑥스러울 정도로요~^^;;
이쪽 업계가 다 그런 편이고 그걸 몰랐던 것도 아니기에
처음 시작할 때부터 각오 단단히 했었지만 가끔 동대문 시장
바닥에 앉아 아픈 다리를 주무를 때는 한숨이 나오더라고요.
내 열정이 이것밖에 안 되었었나 스스로에게 실망스럽기도 하고~
그래도 버틸 수 있을 만큼 버텨 보자고 다짐하면서 이를 악물었건만
경기 더 나빠지고 구조조정 들어가면서
애정 갖고 일했던 첫 회사와도 빠이빠이 하게 되었네요.
아쉽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홀가분한 생각도 들었어요.
월급을 차곡차곡 모아둬서 금전적으로 아쉬웠던 상황도 아니었구요.
그런데 맨날 뉴스에서 경기 불황, 일자리 부족, 청년 실업자 어쩌고 할 때마다
그냥 남 얘기 같았었는데 제가 직접 겪고 나니까 와 정말 살벌하던데요?
경력도 있고 in서울 4년제 나온데다 학점도 나쁘지 않는데 서류 통과도 안 되는 거예요.
이력서를 잔뜩 넣었는데도 불러주는 회사는 없고 휴~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잘 가는 인터넷 쇼핑몰의 네이버 설명을
무심코 봤는데 주인장 언니가 의류학과 출신이었더라 고요.
그 사이트 옷이 참 예쁘고 가격 대비 원단 퀄릿도 좋아서
갈 때마다 호감이었는데 역시나 싶었죠. ㅎㅎ
근데 동생이 옆에서 언니도 해보지 않겠냐고 바람을 넣길래
그냥 웃고 넘겼는데 며칠 후에 TV에서 창업 성공 스토리인가?
뭐 그 비슷한 컨셉으로 대박난 의류 쇼핑몰을 소개해주는 프로를 우연히
보게 되었어요. 미시 아줌마 한 분이 운영하는 곳인데 직접 모델도 하고
사진 촬영은 남편이 해서 인건비도 따로 안 드는데 연 매출이 무려 십 억이라고…
헉 소리 나며 놀랬다가 동생 얘기도 있고 해서 혹시 나도? 하는 생각이 들더라 고요.
마침 고딩 때 베프가 사진을 전공했거든요.
웹은 친구도 좀 하고 저도 좀 다룰 줄 알고 해서 같이 동업하면 좋지 않을까?
했던 생각이 모락모락 나다가 점점 커지다가 비로소 결심을 하게 되었답니다~
하기로요!
친구는 대찬성이었죠~^^
근데 쇼핑몰 하나를 오픈 하기까지 그렇게 신경 쓸 일이 많은 줄은 몰랐어요.
한동안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답니다. 촬영은 친구가 하고 모델은 제가
직접 해도 될 것 같아서 뭐 그렇게 크게 준비할 게 있나 싶었는데
쇼핑몰 이름부터 시작해서 도메인 문제까지 골치 아프더라고요.
지금은 어찌어찌 예쁜 이름도 정해지고 도메인도 구입해 놨지만 그게 끝은 아니었고
판매할 옷들 컨셉 잡는 것도 쉽지 않아 친구와 몇 번 언성을 높이기도 했어요.
잘 나가는 쇼핑몰 모니터링도 꾸준히 하고 시장조사도 열심히 해서
타겟 연령층은 20대 중반~30대 초반 여성으로 잡아 놓기는 했는데
오피스룩 위주로 갈지, 캐쥬얼 하게 갈지, 페미닌하게 가야 할지
갈피 못 잡고 우왕좌왕하기도 하고
웹의 세세한 디자인까지 일일이 체크해야 하고~
특히 모델 맡기도 했던 저는 난데없이 급 다이어트 모드로 바꾸느라
두배는 더 힘들었던 것 같애요~^^
그렇게 친구와 사방팔방 뛰어 다니다가 도매 시장에서 발품 팔아 힘들게 고른 옷을
최대한 예쁘게 보여주는 것이 우선이겠다 싶어서 스팀다리미도 구입했지요.
친구가 옷 촬영 해놓고 사진 진짜 잘 찍지 않았냐면서 희희낙락 거리면
저는 모델이 좋아서 옷발이 사는 거라고 받아 치고
그러면 친구는 또 스팀다리미 때문에 옷이 예뻐 보이는 거라 그러고 ㅎㅎ
오픈 준비를 하는 내내 힘들었지만 친구랑 추억도 쌓고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무엇보다 내 일을 한다는 느낌, 살아있다는 느낌이 저를 꽉 채워서 참 좋았던 듯~
그런데 책이나 인터넷도 찾아 보고 주변 지인들께 조언도 구하면서
저희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한 쇼핑몰 오픈을 코앞에 두고서
아직도 좀 부족한 듯하고 빠뜨린 게 있을 것만도 같은
이 심정은 대체 뭐란 말입니까~^^ 혹시 제가 미처 챙기지 못한 부분이
있는 건지 준비할 건 다 했으니까 이대로 오픈 그냥 해도 되는 건지……
이쪽 일 해보셨거나 잘 알고 계신 분들 있으면 어떤 내용이라도 좋으니
도움될만한 소중한 코멘트 혹은 따뜻한 격려의 한 말씀 부탁 드릴게요.
첫댓글 다 준비하신 거 같아요~~ 저도 작년에 3개월 정도 했었는데..지금은 뭐..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