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춘 가도의 겨울을 따라 얌전한 길섶 고을 마석을 아십니까?
지금은 복선전철과 자동차 전용고속도로 에 몸을 내어주고는 조용히
자연의 고독을 사기고 있는 그의 언 마음을 보려면 한참은 그에게
미안하다고 사과를 해야 합니다.
왜 그래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걸 눈치채는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강원도 메아리를 따라서 들길달리다, 서울살이 30년을 훌쩍 넘어와서 진기한 일도
희한타 싶은 사연도 더러 있었지만, 서울서 차로로 1시간 넘나드는 사이에서
장이 열렸다는 소리는 정말 생소했어요.
보기로는 바보상자에서 더러 훔쳐보곤 했지만요. 그 들이 장터를 열고 재잘거리며
겨울을 가로질러 있을거라는건 알지 못했습니다.
계절의 길목을 지키는 손목이 거기 있었네
장터 모퉁이 국밥집안의 순대가 꾸물거리며 있었네
모처럼의 겨울이 나들이 나와 벌려 놓은 질펀한 시장판
엿장수의 신들린 북소리 뭇사내들의 손끝에서 冬風을 때렸네
여린해 겨울의 추억하나 김 올린 찐빵솥에서 끓고 있었네
작은 새싹 같았네
벙어리 장갑은 장터 전봇대에 우에
언 바람을 불려내려는지 꿈꾸듯 앉아있었네
북소리는 그저 겨울따라 방울소리 되었네
내 꿈 하나가 걸려 있었네
나는 미처 알지 못했네
초 사흘과 초 파일에만 뵌다는
그 겨울 낮달같은 장날을
초사흘과 초파일에 열린다는 장터 발걸음을 군데 군데 묶어 놓고 돈과 흥정을 하는
장거리는 넉넉함과 훌렁한 마음이 아니고서는 구석 구석 다니기 쉽지 않겠습디다.
읍사무소 옆에 태평하게 날리는 태극기 아래의 마석파출소도 처음에는 뵈지 않았지요.
장터를 들르는 이들을 검문 검색이라도 하려는지 말없이 보초만 서고 있었습니다.
저야 술 한방울 마시지 않았으니 파출소가 두려울리 있겠어요?
소박 소박 장터안으로 발길을 옮기니, 할머니들의 다한 기운을 빼앗은 곡식들이
빼꼼이 자리를 하고 있더군요. 우리땅의 그분네들은 전쟁을 치러야만 했고, 폐허의
한국을 일으켜 세워야했던 분들 아니겠어요? 후세들에 후한 대접을 받아 마땅하건만
그분들의 죽엄앞에는 일꽃만 피었군요.
얼음꽃만 피었군요. 등꽃 휜가지만 모락 모락 피었군요
진기한 보물이라도 본듯 헤벌쭉한 미소를 담은채 장터길을 따라 올라갔습니다.
나서긴 점심먹으러 나선길, 진기함은 배고픔도 잊게 하는 힘이 있었나봐요.
밥 먹을 생각도 잊고 시냇물같은 장터길을 배회 했지요.
장터국수를 판다는 소장마차안에는 김올린 국수들과 시장사람들의 허기가 뒤엉겨 있구요
굿판을 벌리듯이 두둘겨 우는 엿장수들은 분장을 한채 춤을 타고 있습니다그려.
세상은 요지경이라고 잘난 사람 못난 사람 제 멋대로 산다고
그들은 타고 있는 춤을 거두어 엿을 만들었어요.
반찬 장수 할머니랑, 방한복 장사 할머니랑, 생과자 장수 아저씨 그리고 생선 장수
아저씨들은 소리높여 팔고자하는 소망만큼의 덤을 얹어 침체의 늪을 거두어내고자
하는것 같더군요.
낮선 마을의 시장 한가운데 장터 국밥집에 허름한 문을 밀고 들어갔습니다.
더러의 손님을 맞은 테이블을 거슬러 올라가 따끈한 숭늉같은 방에 앉자 마자
정이 뚝뚝 담긴 순대국이 주인 아줌마 대신 다가와 인사를 했어요.
어서 오세요? 낮선 동네의 장터 구경 잘하셨나요? 하구요
나는 한술 떠 입안으로 밀어 넣는 것으로 답례를 대신했구요.
내장이 그득한 잘 퍼진 숭늉같은 국밥을 뜨거운줄 알면서도 시원하게 먹어댔습니다
주인 아주머니의 독특한 손맛을 곁들여서요.
보고픈 장터보다 배부른 장터는 냉기가 다른가봐요.
그런가 봐요.
하루는 짧은 단편처럼 장터를 안내 해주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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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천마산이 있는 곳이 마석이지요 그 장날에 가보고 싶네요 훈훈한 인심이 살아있고 맛있는 국밥이 있는곳 말입니다 유년의 기억으로 여행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네~ 태천 무음님 날이 허락하시거든 초 사흘날 초파일날 열리는 장에 한번 다녀 오세요 시간은 우리것이니까요? 날이 몹시도 춥죠? 건강 조심하시구요.
네~~ 사람이 살아 숨쉬는 그곳으로 가볼랍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후훗 ~~ 장날의 모습들이 생생하게 느껴 지는군요. 제 고향이 강원도 춘천이라 늘 스쳐 지나는 길목을 언젠가는 다녀 와봐야 겠군요... ^^ 건필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