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들 하십니까, 얼마전까지 라이브 앨범에 대한 콤보를 써 오던 은빛세계입니다.
인제 8편입니다. 게으름의 극치(일이 바빠서....란 핑계를 새삼 대보지만, 게으른 건 사실이다)에 젖어 한동안 눈팅만 하며 살았습니다. 사무실에서 남들 다 왔다갔다 하는 가운데 장시간 콤보에 집중해서 쓰기도 사실 어려웠구요. 이제 다시 8편을 써 보려 합니다.
오늘의 타겟으로 정한 밴드는, 정확히 말하면 인물은, 바로 마이클 쉥커입니다. 독일을 대표하는 기타리스트, 금발에 청재킷, 그리고 은색의 플라잉 V로 대표되는 록계의 살아있는 전설입지요. 그의 수많은 디스코그라피 가운데 제가 고른 라이브의 명반은 바로 이 앨범입니다.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home.planet.nl%2F%7Emondria%2Fmsg%2Fdiscography%2Funplugged1.jpg)
사실 이 앨범은 90년대 초반 락씬에 불던 언플러그드 바람을 타고 만들어진 수많은 언플러그드 앨범 중의 하나입니다. 그 유명한 에릭 클랩튼의 언플러그드를 비롯해, 너바나, 본조비 등등 수많은 언플러그드 앨범이 쏟아져 나왔죠. 물론 그 중에 상업적으로나 음악적으로도 성공한 앨범은 극히 일부입니다만.
이 앨범 역시 상업적으로는 크게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음악적으로는 매우 좋은 앨범이라고 생각됩니다. 저도 이 음반을 한번 듣고는 뿅 가버렸으니까요.
86년 몬스터즈 오브 락 투어 장면
아울러, 이 앨범은 로빈 맥콜리와의 제 2기 MSG 시대를 마감하는 앨범이기도 합니다. 잘들 아시다시피, 1983년 10월 22~23일 양일간 펼쳐진 런던의 해머스미스 오데온 라이브를 담은 "Rock will Never Die" 앨범을 끝으로 마이클은 게리 바든과 이별을 고하고 한동안 잠잠하다가, 1985년 로빈 맥콜리라는 새로운 싱어를 맞아들여 새로운 MSG(McAuley Schenker Group)을 결성합니다. 그리고 나서 Perfect Timing, Save Yourself, MSG 등 3장의 앨범을 내놓은 뒤, 가진 라이브를 녹음한게 바로 이맘때입니다.
Save Yourself 앨범을 발표하고 나서 마이클은 프로모션차 한국에도 온 적이 있었죠. 저는 당시 집이 서울이 아니어서 가보지는 못했지만 정말 보고 싶었습니다. 미니 라이브도 했다고 하던데 정말 아쉽습니다.
로빈 맥콜리는 아시다시피 그룹 그랑프리 출신이며, 이후 제이슨 베커 추모 앨범에 참여하고, 맥스 타와가니의 앨범 Twister 에도 참여했으며, 이후 마이클과 만나 5장의 앨범을 함께 작업한 뒤, 이후에는 솔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2001년 도닝턴 Blues & Jam 라이브 장면
그럼 본 앨범에 대해 상세히 알아보도록 하죠.
본 앨범은 1992년 3월 2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의 Anaheim Celebrity Theatre에서 가진 언플러그드 공연을 녹음한 것입니다. 애너하임에는 유명한 디즈니랜드가 있구요, 메이저리그 애너하임 에인절스의 홈타운이기도 합니다.
공연 멤버는
Robin McAuley - Vocals
Michael Schenker – All Acoustic Lead Guitars
Michael Sercombe - Rhythm Guitars, Backing Vocals
입니다.
관중수는 약 2천명 정도로 보이며, 앨범 전체를 통틀어 전기음은 단 한음도 없으며, 오직 통기타와 목소리만으로 환상의 라이브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수록곡은 총 11곡으로 주로 Perfect Timing, Save Yourself 앨범의 수록곡을 중심으로 간간이 UFO시절의 곡들을 섞어 들려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일본의 도시바/EMI에서 발매한 리마스터링 버전에는 Paradise, Only You can rock me 가 보너스로 실려 있습니다.
흔히 쉥커 옹에게는 게리 바든이 가장 잘 어울린다고들 하죠. 그래서 저도 처음 이 앨범을 살 때 사실 반신반의하며 샀던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로빈 맥콜리야말로 또달리 쉥커 옹의 어쿠스틱과는 진짜 궁합 잘 맞습니다. 그런데 일렉 사운드가 담겨 있는 스튜디오 앨범에서의 로빈의 목소리보다는 이 어쿠스틱 앨범에서의 목소리가 더 청아하고 감미롭습니다. 특히 빠른 곡보다는 발라드에서 들려주는 깨끗한 목소리는 정말 일품입니다. 로빈은 예전에 1985년인가에 Far Corporation이라는 프로젝트 앨범에서도 참여한 적이 있지요.
쉥커 옹의 기타는 뭐 일렉과 어쿠스틱을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 불꽃을 튀겨 댑니다. 일본에서만 발매된 이 공연의 라이브 비디오(뭐 지금은 동영상으로 인터넷을 떠도니 잘 찾아보시면 구하실 수 있습니다)를 보면 쉥커 옹의 어쿠스틱 기타는 플라잉브이형이 아니라 오베이션 스타일이지만 겉면에는 플라잉브이 그림이 그려져 있어 언뜻 보면 플라잉브이 같습니다. 개인적으론 Rock Bottom이 수록되어 있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만.
그럼 수록곡을 하나하나 살펴 보지요.
1. Anytime
관중들의 환호성소리와 함께 장내아나운서가 오늘의 주인공을 소개합니다. 원어로 볼까요?
“How are you doing in the night? Sound’s good. Are you ready? Well, please welcome in an unplugged evening with M.S.G.”
이어 청아한 어쿠스틱 기타소리와 함께 흘러나오는 첫곡입니다. 1989년작 “Save Yourself” 수록곡입니다. 걸쭉하면서도 구수하고 그러면서도 맑은듯한 로빈의 목소리가 일품이고 일렉기타와 전혀 다름없이 한음한음 정확하게 짚어가는 쉥커 옹의 기타가 듣기 좋은 발라드 곡입니다.
2. We believe in love
8비트로 흘러가는 흥겨운 로큰롤풍의 넘버입니다. 1992년작 “M.S.G.”에 실린 곡입니다. 이 앨범은 도켄 출신의 제프 필슨, 그리고 현 스콜피언스의 드러머인 제임스 코탁이 참여했던 앨범입니다. 특히 후반부에 16비트로 리듬이 빨라지면서 쉥커옹이 뿜어내는 스피디한 연주는 그야말로 감동 그 자체입니다.
3. What happens to me
첫 곡 “Anytime”에 이은 발라드 콤보 2탄입니다. 역시 1992년작 “M.S.G.”에 실린 곡입니다. 잔잔한 아르페지오에 얹힌 로빈의 애절한 목소리와 폐부를 찌르는듯한 쉥커옹의 연주가 듣는이를 무아지경에 몰고 갑니다.
4. Bad boys
다시 빠른 곡입니다. 관중들을 느리게 갔다가 빠르게 갔다가 하면서 흥을 돋구고 있네요. 1989년작 “Save Yourself” 수록곡인데요, 로빈이 직접 탬버린을 치면서 노래를 부르고 쉥커옹의 연주는 불꽃을 튀깁니다. 일렉버전의 리프를 어쿠스틱으로 연주하면서 간주를 간간이 섞어 주는데 이 역시 일품입니다.
5. Gimme your love
1987년작 “Perfect Timing” 앨범의 수록곡입니다. 다른 곡들에 비해 좀 평이한듯한 16비트 넘버입니다. 그러나 역시 쉥커옹의 연주만은 생생히 살아옵니다.
그다지 좋아하는 곡은 아니라서 이만…………………….
6. Natural thing
UFO시절의 1976년작 명반인 “No Heavy Petting”의 포문을 열었던 곡입니다. 특히 이 앨범에는 명곡 “I’m a loser”, 그리고 죽음의 명발라드 “Belladonna”가 실려 있습니다. 아직 못 들어보신분은 필청하시길.
로빈의 목소리는 필 모그의 목소리에 버금가게 불러주는 것 같습니다. 쉥커옹의 기타와 상당히 잘 맞는 느낌이고 기타 역시 일렉 버전 못지않게 스피드한 솔로를 들려줍니다.
7. Perrier
이 곡은 원래 일본 라이브앨범인 “One night at Budokan” 앨범에 “Courvoisier Concerto”란 제목으로 실려 있던 짧은 기타 연주 소품으로 다음곡인 “Lost Horizon”과 절묘한 2단콤보를 이루었던 곡이었죠. 이 곡을 다시 재편집한게 바로 “Perrier” 입니다.
원래 미국에서 잘 팔리는 생수 이름이죠. 아마도 이 생수처럼 클린한 음악을 들려주겠다는 의도가 아니었을까요? 짧지만 아주 듣기 좋은 곡입니다. 마치 랜디의 “Dee”를 듣는것처럼요.
8. When I'm Gone
이어지는 필살발라드 2단콤보의 첫번째 주자입니다. 1992년작 “M.S.G.”에 실린 곡입니다. 로빈의 절규하는듯한 목소리가 일품입니다. 이 앨범에서 강추하는 곡입니다. 레오님이 좋아하실 스타일인데.
9. Never Ending Nightmare
이 곡 역시 레오님이 좋아하시는 곡이죠. 저도 아주 강추하는 발라드 필살기 2단콤보의 결정타 입니다. 역시1992년작 “M.S.G.”에 실린 곡입니다. 눈을 감고 가만히 들으면 곡에 빠져드는 느낌이 저절로 생깁니다. 원곡에는 후반부에 통렬한 일렉트릭 기타 솔로와 함께 분위기가 반전됩니다만 여기서는 부드럽게 마무리하네요.
10. Doctor Doctor
누구나 아는 그렇지만 절대 명곡의 하나인 곡입니다. 혹자는 4대 치욕곡의 하나라고도 하지만. 항상 일렉 버전으로만 듣다가 이렇게 어쿠스틱으로 듣는 맛이 또 색다르네요. 도입부의 영롱한 아르페지오도 넘 듣기 좋고.
그치만 제가 들어본 가장 멋진 버전은 뭐니뭐니해도 “Rock Will Never Die” 앨범에 있는 클라우스 마이네, 루돌프 쉥커, 게리 바든과 함께 한 버전이 아닐까 싶네요.
11. Lights Out
역시 UFO 시절의 개명곡입니다. 달리 설명이 필요없겠죠. 불꽃 튀는 핑거링이 감동으로 몰고 갑니다. 개강추의 곡입니다. 게리 바든에 결코 뒤지지 않는 로빈의 힘찬 목소리도 일품입니다.
이렇게 해서 앨범 전곡을 다 디벼 봤습니다. 이 앨범에 한가지 아쉬운게 있다면 “Into The Arena”를 어쿠스틱으로 편곡해서 연주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것이구요. 아직도 정력적으로 활동하는 쉥커옹. 얼마전에 본 쉥커옹의 월드와이드 라이브 2004에서 느꼈던 약간의 실망감을 이 콤보를 쓰면서 다시 만회한거 같습니다.
그럼 다음에 또 뵙죠. 아, 그리고 다음편에 리뷰했으면 좋겠다 하는 앨범이 있으시면 댓글로 남겨주십쇼. 제가 보고 참고하겠습니다.
첫댓글 글 잘 보았습니다. 은빛세계님의 리뷰는 역시 차분하고 면밀하군요.
수정한 버전입니다.
아 정말 멋진 리뷰 잘봤습니다 대딩시절 알바로 디제이 했을때 많은 맘에드는 여자손님있슴 참 많이도 틀었던 "what happen to me"의 추억이 생각나네요 물론 다 짝사랑으로 끝났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