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담] 우리가족 제주 여행기-3-

[찌니채니]

10월 12일 (토요일)

오늘은 채은이가 완전 회복했나보다. 일등으로 일어났다.
진주식당의 해물뚝배기가 생각나긴 했지만 어제 사온 빵과 과일들로 요기를 하고 짐을챙겨 길을 나섰다.
여기저기서 먹어본 귤 중 가장 맛 좋았던 진주식당 앞에서 귤을 사고 신라 호텔로 향했다.
롯데와 비교하여 화려한 맛은 없지만 자연스럽고 정겨우 멋은 더했다.
남편도 '바로 이거야, 롯데는 너무 artificial해!'를 외쳤다.
우린 쉬리의 언덕은 일부러 외면하고 중문 해수욕장까지 나 있는 길을 걸었다.
바닷가 전망대에서 바라보니 멀리 하이얏트까지 한폭의 그림이였다.
그 해안을 보고 차마 내려가지 않을 수 없어 고급스런 계단번호가 매겨져 있는 운치있는 나무계단을
딛고 아래로 내려갔다. 어제 산방굴사를 오르던 계단하고는 또 다른 맛이었다.
여기저기 둘러보고는 아쉬움을 뒤로한 채 오!설록으로 향했다.
아무래도 시간이 남을 것 같아 중간에 [소인국 테마파크]에 들렀다.
아마 우리에게 국민카드가 없었다면 가지 않았을 것이다.
그다지 호평받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별 기대 없이 갔고 그에 비하면 볼만 했다.
모형물 수도 꽤 많았고 성곽의 부스러진 곳까지 그대로 재현한 것이 재미있었다.
다음, 녹차 아이스크림의 기대를 갖고 방문한 [오설록].
녹차밭의 풍경도 일품이였고, 고급스럽게 잘 꾸며진 곳에서 잘 쉴 수 있었다.
점심식사를 해야 하는데 추천받은 흑돼지집까진 너무 멀고해서 그냥 이름만 들어본 협재해수욕장 앞
[상록가든]에 들어갔다.
'난 정말 흑돼지요' 라고 하듯 검정털이 송송 박혀있는 고기들..흐흐.
난 거의 아무것도 먹을 수가 없었지만 담부터 제주에 오면 남편의 흑돼지 타령을 더이상
안들어도 된다는 소득만큼은 올렸다.
이제 마지막 목적지인 [한림공원].
정말 넓더라. 볼거리도 많고. 솔직히 너무 많아 마지막 즈음엔 도대체 끝은 어디인가 라는
약간 지친 소리도 나올 정도이다.
개인적으론 분재, 수석쪽이 가장 좋았다. 어디서 그리 희귀한 돌들을 다 구했을꼬.
또한 30년 전 씨앗으로부터 길러냈다는 워싱턴 야자수도 어쩜 30년 동안 그리 키가 많으 컸을까.
수종을 참 잘 골랐다는 생각도 들었다. 게다가 우리집 거실에 있는 30년이 훌쩍넘은 관음죽의 키와 비교해 보니...
마지막, 입구쪽 매 놓은 그물그네에 누워 잠깐 쉬자니 낙원이 따로 없었다.
그물그네가 이리도 편안한 것인 줄 미처 몰랐다.
이제 공항으로 가는 길, 하귀~애월간 해안도로를 타려고 했으나 어찌하다보니 거의 하귀까지 와 버렸네.
그냥 갈 순 없다 싶어 차를 돌려 해안도로로 올랐다. 사람 맘이 참 간사한게 그동안 몇번 해안도로를
보았다고 좀 시큰둥하다. 사실 공항에서 바로 이쪽으로 왔다면 여기가 제일 멋있다고 했을 것을.
시간에 여유가 많다고 생각했는데 이뿔사 그게 아니다.
오일장 근처엔 왜이리 차가 막히는지.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그래서 갈치, 고등어 하나 못사고.
게다가 채은은 응가가 하고 싶다고 하질 않나. 저녁먹고 우리의 8시 비행기 타기도 빡빡하다.
물항식당이나 성복식당까지 찾아가는 건 포기다. 왜냐면 이왕가는거 시내에 있는거 말고 서부두쪽으로
가야하는게 내 욕심인데 거기까진 너무 무리일 듯 싶었던 것이다.
대신 첫날 지나치며 보았던 서문로터리[태광식당]을 찾아갔다.
역시 사람이 많더군. 그리고 제주 삼겹살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하지만 아쉬움 하나. 한치나 오징어를 잘 구분 못하는 우리 남편같은 사람은 삼겹살 주물럭만
먹는다면 계산할 때 좀더 즐겁지 않을까 싶다.
계속 시간에 쫓기며 공항으로 향하고 난 짐 수속을, 남편은 렌트카 반납을 맡았다.
기름도 첨 받았을때 보다 좀 적은 게 아닌가 걱정이 되었는데, 아예 게이지를 보지도 않더란다.
괜히 걱정을 사서 했다.
정말 즐겁고 여행다운 여행이였다. 비록 아쉬운 점도 있고 가지 못한 곳도 많지만
다음 제주여행을 기약할 수 있어 더 좋은 것 같다.
아무래도 조만간 다시가지 싶다. 어쩜 마일리지 모은 거 모두 제주 여행으로 써 버릴지도..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