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섬 남해, 죽방멸치를 품었네
남해 별미 멸치회&멸치쌈밥
흔히들 ‘멸치도 생선이냐’고 묻는다. 정말 몰라서 묻기 보다 생선 중 몸체 작은 것으로 순위권을 다투는 멸치에 대한 약간의 무시를 품고 있는 말이다. 마르고 빈약한 체격을 가진 이를 두고 ‘멸치‘라고 놀리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한번이라도 제대로 된 멸치를 맛봤다면 도저히 할 수 없는 말이다. 아마도 그들은 ‘죽방멸치’를 접하지 못했으리라.
남해 지족해협 죽방렴, 어디에 쓰는 물건이고?
그림 같은 한려수도 물길을 품은 남해는 1973년 남해대교가 놓이기 전까지는 ‘섬’이었다. 지도를 살펴보면 남해도와 창선도가 나비의 날개처럼 펼쳐져 있다. ‘나비섬’이라는 보드라운 별명을 갖게 된 연유다. 하동과 남해를 잇는 남해대교, 사천 삼천포와 창선도를 잇는 창선·삼천포대교가 이들을 뭍으로 끌어냈다. 이들 연육교 덕분에 남해는 섬에서는 벗어났지만 쉽게 찾기에는 여전히 멀다. 이 대목에서 남해 멸치를 맛본 이들과 아닌 이들의 답이 나뉜다. 남해 죽방멸치를 맛본 이들은 봄 멸치 시즌이 되면 남해를 찾는다. 거리는 멀지만 달큰한 멸치맛이 자꾸 생각나 어쩔 수가 없단다.
남해에 들어서면 부채 모양으로 촘촘하게 박아 놓은 참나무 말뚝이 보인다. 귀한 남해 별미 ‘죽방멸치’를 잡는 죽방렴이다. 조선시대부터 조수간만의 차가 큰 해역에서 사용된 전통어업 방법으로 남해 멸치가 귀한 대접을 받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죽방(竹防)’은 대나무로 만든 둑, 방죽으로 대나무 어사리라고도 부른다.
이제 수백리길 마다 않고 달려가게 하는 멸치맛을 보러 가보자. 앞서 설명했듯 남해 멸치요리를 맛보고 싶다면 지족해협을 품은 삼동면이나 미조면으로 가야한다. 삼동면의 우리식당(055-867-0074)이나 미조면의 미조식당(055-867-7873) 등 유명한 멸치전문점들이 자리한다. 모두 남해읍에서 제법 먼 거리다. 남해 여행 동선에 따라 움직이면 좋겠다.
멸치요리는 크게 멸치회와 멸치쌈밥, 멸치구이 등으로 맛볼 수 있다. 내장을 제거해 미나리, 양파 등 야채를 더해 고추장 양념장으로 무쳐낸 멸치회는 새콤달콤함 맛이 으뜸이다. 막걸리 식초에 절여낸 덕분에 비린내도 걱정할 필요없다. 매년 봄이면 가장 맛 좋은 멸치회를 맛볼 수 있다. 여름까지도 멸치를 잡지만 6월이 지나가면 산란을 준비하느라 멸치뼈가 억세진다. 양념해 나온 멸치회는 그냥 맛보아도 좋지만 남해 마늘을 곁들이면 더 칼큼하게 즐길 수 있다. 제공=한국광광공사
@동포세계신문(友好网報) 제293호 2013년 5월 25일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