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아유 - 학교 2015] 07
#1. 비밀 과외 방. 시진의 인터뷰. 밤
시진, 책상에 무기력하게 턱 괴고 앉아 있다.
시진 : 어른들이 그런 얘기하잖아요? 제 나이 때는...평범하지만 학생다운게 제일 예쁘다고... 전 그 말이 정말 싫어요.
아무것도 특별하지 않다는 거니까....
시진 : 한 번도 고민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내가 뭘 하고 싶고, 뭘 잘하는 지.... 그런 건 대학가서 생각하면 된다는데..
그럼 지금은... 아무런 꿈도 없이 살아도 되는 걸까요?
시진의 불안하고 혼란스러운 얼굴에서..
#2. 옥상. 오전
소영과 태광 대치중이다.
소영 : (찢어진 노트한 장과 ‘사랑의 집’ 종이 내밀어 흔들며) 똑똑히 봐!! 통영 이은비랑 고은별 글씨체야. 완전 똑같지?
아빠한테 부탁해서 감정 받아 볼 생각이야!!
태광, 종이 들여다보고 얼굴 굳는다.
소영 : 이렇게 된 이상, 니 말대로 둘 다 까야겠네! 그치? 그래야 공평하지!!
태광 : !! (놀랐지만, 태연히) 그래! 받어! 야! 나도 진짜 궁금하다! 근데 니네 둘 다 깠을 때 누가 더 불리할 거 같냐?
태광, 뒤돌아 가려하면.
소영 : !! (자신 없고, 다급하게) 야!! 공태광!!
태광 : (유유히 뒤돌아) 왜? 자신 없어? (걱정하듯) 그럼, 결과 나올 때까진 너두 조심해라.
소영, 분하지만 어쩔 수 없다. 옥상 밖으로 휙 나가버리면,
태광, 태연하던 얼굴 순식간에 심각해진다.
#3. 세강고 정문 앞. 아침
교문을 들어서고 있는 은비 태광, 은비의 손 잡아끌고 무작정 걸어간다.
은비 : (놀라서) 야!! 공태광!! 너 뭐야?
태광 : (심각하지 않은 척) 고은별!! 우리 땡땡이치자!
은비 : 싫어!! 너 미쳤어? 왜 이래?
은비, 문득 태광의 얼굴 보면 태광 아무렇지 않은 말과는 달리 표정 심각하다.
태광 : 그냥 따라와!!
#4. 버스 정류장. 아침
막 정류장에 도착한 버스 앞문이 열리고, 태광과 은비 올라탄다.
둘을 못 본 채, 뒷문에서 내리는 이안.
버스 출발하고 이안, 문득 버스를 돌아보면 버스에 올라 탄 은비와 태광이 보인다.
이안, 멀어지는 버스 바라보며 주먹을 꽉 쥔다.
#5. 버스 안. 오전
버스에 나란히 앉아있는 은비와 태광.
은비 : (걱정으로) 무슨 일인데! 말해봐!
태광 : 잠깐만..... 잠깐만 있다가.....
은비 : .........
은비, 이어폰 꺼내 양쪽 귀를 막고 창밖을 본다.
태광, 무심히 앞을 보고 가다가 은비의 한 쪽 이어폰 빼며,
태광 : 야!
은비 : ... (그제야 태광을 쳐다보는)
태광 : 한명쯤은...... 있어도 되지 않냐? 니 진짜 이름 불러줄 사람?
은비 : ....!!
태광 : 그거... 내가 하면 안 돼?
마주보고 있는 태광과 은비의 얼굴에서.
#타이틀 <후.아.유?>
#6. 휴게실. 오전
송주, 소영의 앞에 핸드폰 들고 서있다.
송주 : 왜 대답을 안 해? 이거 너...아니지?
소영 : ......
송주 : (혹시나 싶은) ...맞아?
소영 : (웃으며) 당연히 아니지! 통영에 N여고가 누리여고 뿐인 줄 알아?
송주 : ......
소영 : 아빠 따라 서울 온 거라고 내가 얘기 했잖아! 다른 이유 같은 거 없어!
송주 : ......아님 됐어!
송주, 가려는데, 소영, 송주의 팔 잡는다.
송주 돌아보면.
소영 : 참! 송주야! 삼촌이 급히 해외 출장 가게 돼서 오디션 날짜를 며칠만 미루자고 하셨는데, 괜찮아?
송주 : (담담히) ...응! 난 괜찮아!
소영 : (불쌍한 얼굴로) 근데, 나 교실 들어가기 조금 겁난다.
송주 : 너 아니라며, 뭐 어때? 사실... 오해할 수 있지. 통영 N여고에 전학시기도 딱이잖아....
소영 : 그러니까....
송주 : (힘내라는 듯 웃으며) 으유...나랑 같이 들어가자.
송주, 소영을 데리고 교실로 간다.
#7. 교실. 오전
송주와 함께 들어서는 소영,
아이들 소영을 보며 여전히 수군수군 표정 곱지 않은데.
송주, 학생 1,2,3, 앞에 다가가.
송주 : 야!! 소설을 써라. 소설을!! 강소영 아니라니까 괜한 헛소문 내지마!
학생 1,2,3 “잘 못 알았나?” 하는 표정으로 서로 바라본다.
이안, 교실로 들어와 자리에 앉아, 은비와 태광의 빈자리 본다.
#8. 공원일각. 오전
은비, 태광, 벤치에 앉아있다.
은비 : (말하고 싶지 않은) ...니가 무슨 말 하는지 모르겠어.
은비, 자리에서 일어나 가려하면,
태광, 은비 팔 잡아 그 앞을 막아서면서.
태광 : (화나지만, 은비의 마음 이해되고) 그래! 알았다! 너..... 고은별이잖아... 그러니까 진짜 고은별답게 굴어!
그렇게 죄인처럼 있지 말고!!
은비 : ......
태광 : 야! 나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니가 강소영 앞에서 쩔쩔매는 거 진짜 꼴 보기 싫거든!!
은비 : 그러니까 내 일에 신경 쓰지 말라고 했잖아!
태광 : (버럭) 신경 쓰지 않게 해 그럼! 강소영이, 니 뒷조사 같은 거 하고 다니지 않게 확 밟아버리라구! 넌 고은별이니까!!!
은비 : !!
태광 : 강소영은 벌써, 이은비랑 고은별 글씨체 똑같다는 것까지 다 알아버렸는데, 넌 언제까지 난 아니야 소리만 하고 있을 건데?
은비 : !!!
태광 : (화 누르며) 그니까 내가 도와주겠다고. 니가 고은별로 살 수 있게!
더 이상 부정할 수 없는 은비, 태광을 보는 얼굴에서.
#9. 교실. 낮
막 수업 끝나는 종이 울리는 교실.
태광, 뒷문을 열고 들어온다.
김준석 : 공태광! 경고야! 수업 시간 지켜!!
태광, 대답 없이 자리에 가 앉으면,
이안, 은별이 없이 혼자 들어온 태광을 노려본다.
김준석, 수행평가 점수표 한 장 들어 보이며.
김준석 : 수학 수행평가 결과다! (갸웃) 어려웠나.. 만점자가 한 명 뿐이네? 점수표 뒤에 붙여 놓을 테니까 확인하고!
다른 과목 수행평가도 잘 준비해라!!
김준석, 민준에게 점수표 건네고 나가면, 받자마자 확인하는 민준.
강소영, 20점/ 박민준, 19.5/ 고은별, 16.5/......
하윤, 초원 달려들어 점수 확인하더니, 민준과 함께 동시에 놀란 눈으로 소영을 본다.
초원 : 박민준이 아니라, 강소영이야?
민준 : 뒤에 붙이면 봐. (종이 가져간다.)
하윤 : (고소한, 초원에게) 고은별 점수 봤어?
초원 : 공부하는 덴 지장 없다더니.. 아니네..
소영 : !! (의심스런 눈으로 듣고 있다.)
#민준, 점수표 교실 뒤에 붙이면, 아이들 우르르 몰려간다.
해나 효은 등 얼른 가 매직으로 자기 점수 지우며 “짜증나!!”
송주, 은별의 점수 놓고 수근 대는 아이들 향해.
송주 : 야! 니들 점수나 신경 써! (윽박지르고) (아직 화 안 풀렸지만 걱정되는, 혼잣말) 고은별은 또 어디 간 거야...
점수 확인한 시진, 인상 쓰고 한 숨 깊다.
기태파와 태광은 관심 없고, 조용히 자리에 앉아있는 민준.
민준, 공부하는 듯 보이지만 가까이 가면 펜으로 종이가 찢어질 듯 마구 긋고 있다.
#10. 은별모 가게 안. 오전
가게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은비.
은별모 놀란 눈으로 보며 다가온다.
은별모 : 왜 벌써 왔어? 어디 아파?
은비 : 응.. 몸이 좀 안 좋아서 조퇴했어.
은별모 : (걱정되고) 학교에서 무슨 일 있었던 건 아니구?
은비 : (잠시 고민하다가) 응...
은별모 : 병원 갈까?
은비 : 그 정돈 아냐...
은별모 : 얼굴 안 좋다. 그냥 집에 가서 쉬지, 여긴 왜 왔어?
은비, 다가가 은별모의 허리 안으며.
은비 : 그냥.....엄마 옆에 조금만 있다 갈게. 그럼 금방 괜찮아질 것 같아.
은별모와 은비 다정하게 웃고 있는데,
가게로 들어서는 수인모 다가온다.
은비 은별모 웃음기 가신 얼굴로 본다.
수인모 : 안녕하세요?
은별모 : 네....여긴 무슨 일로...?
수인모 : 우리 딸 옷 사러 잠깐 들렀어요.
은비 : 안..녕하세요?
수인모 : 그래.. 은별아..
수인모 은별의 어깨에 손을 대려고 하면,
은별모 당황한 기색 감추며, 은비를 서둘러 집으로 보내려는 듯.
은별모 : (은비에게) 몸 안 좋다며? 얼른 집으로 가!!
은비, 엄마의 당황한 기색 읽고, 어색한 미소로 목례하며 가게 밖으로 나간다.
#11. 교실. 낮
이안, 훈련 가는 길이다.
가방을 메고 교실을 나가려다 문 앞에서 도저히 열 받아 그냥 갈 수 없다.
엎드려 있는 태광의 앞으로 가, 발로 책상을 툭툭 찬다.
태광, 짜증스런 얼굴로 고개를 들면.
이안 : (너무 화가 나지만, 낮게) 야! 너 어디 갔다 왔냐?
태광 : (어이없고) 뭔 상관?
이안 : .....(뚫어져라 보면)
태광 : .....그게 왜 궁금하냐고?
이안 :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수업 좀 들어!
태광 : 걱정해 주는 거냐?
이안 : (이 악물고) 어!!! 나...... 엄청 걱정 되거든!! 그러니까...잘 해라!!!
이안, 휙 돌아서 교실 문 쾅 닫고 나가버리면.
태광 : 뭐야? 저 새끼....
태광, 다시 자리에 엎드린다.
#12. 세강고 일각. 오후 하굣길.
송주, 시진 나란히 걷고 있다.
시진, 은별에게 온 문자메시지 확인하고.
시진 : 은별이 괜찮대!
송주 : (삐진) 누가 물어봤냐?
시진 : (풀죽은 얼굴로) 송주야. 나 오늘 과외 땡땡이 칠 테니까 우리 놀러 갈래?
송주 : 야! 너 엄마한테 괜찮겠어?
시진 : 아...몰라...
송주 : 소영이랑 영화보기로 했는데, 같이 갈까?
시진 : (기분 상해) 됐어....야! 근데 너 너무한 거 아니냐?
송주 : 뭐가?
시진 : 강소영 전학 온지 며칠이나 됐다고... 은별이가 그렇게 싫어하는데...
송주 : 이유도 없이 그냥 싫다는 게 말이 돼?
그 때, 뒤에서 소영이 반갑게 달려와 송주 옆에 서며.
소영 : 송주야!!
송주와 소영 즐겁게 수다 떨고 장난치면
시진, 섭섭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본다.
#13. 민준의 방. 밤
차갑게 가라앉은 분위기.
민준모 : (차분하게 수행평가 시험지 내밀며) 일단 김선생한테 풀이과정 검토 요청했어.
민준 : 확인했어요. ....제가 실수 한 거 맞아요.
민준모 : (찡그리며) 그래?
민준 : 네...정답은 맞는데, 그래프를 조금 잘 못 그려서 감점 처리 됐어요!
민준모 : 왜 그런 실수를 해? 지필시험 점수 잘 받아 놓고 수행평가 점수 깎이는 거 너무 짜증나지 않아?
민준 : 엄마...0.5점이예요!
민준모 : 아들! 0.5점 우습게 알면 안 돼! 0.1에도 갈리는 게 당락이야!!
민준 : (말문 막혀서 고개 떨구는)
민준모 : 아들, 엄마가 무슨 일 하는지 알지? 지는 아들을 둔 엄마가 어떻게 이기는 법을 가르쳐?
민준 : (눈 질끈 감았다 뜨며, 참는)
민준모 : 그치? 실패한 아들을 둔 엄마가 가르쳐주는 성공 비결이 신뢰가 가겠냐구?
민준 : 저 실패 안 해요..
민준모 : (웃으며) 그래야지. 이제 나가서 밥 먹을까? 얼른 하고 나와! (나가려다) 참! 강소영이라는 애는 몇 점 나왔니?
민준 : 모르겠는데요...
민준모 끄덕끄덕 하고 방을 나가면,
민준, 수행평가 시험지 한 손으로 확 구긴다.
#14. 소영의 집 거실. 밤
식탁에 둘러 앉아 밥 먹는 강검사 소영모 소영, 분위기 무겁다.
강검사, 소영모와 소영에게 눈길 주지 않고, 식탁 위에 올려놓은 탭북으로 뉴스를 읽고 있다.
소영모 : (다정하게) 학교는 어때?
소영 : 좋아요. 하나만 빼고..
소영모 : 그게 뭔데?
소영 : (눈치 보며 망설이는) 통영에 걔 있잖아요...사랑의 집...
소영모 : 그 죽은 애 말이니?
소영 : 네...이은비! 저희 반에 걔랑 똑같이 생긴 애가 있어요.
그제야 표정 없이 고개 드는 소영부, 어이없는 눈으로 소영을 본다.
소영 : 떨어져 살던 쌍둥이 언니라는데, 뭔가 이상해요! (얼른 은별의 필체 종이 내밀며) 보세요! 똑같죠?
이은비가 살아있는 것 같아요.
강검사 : (차갑게) 말도 안 되는 소릴!!
소영 : 제 느낌이 확실해요! 아빠 이거 감정 좀 받아주시면 안돼요?
강검사, 종이 받아들자마자 보지도 않고 좍좍 찢어 쓰레기통에 넣으면
소영, 너무 놀라 흔들리는 눈빛으로 아빠를 본다.
소영모 : 여보! 애 얘기 끝까지 들어보지도 않고!!
강검사 : (냉정하게) 너... 내가 10년 세월 공들여 다져온 표밭 버리고, 서울로 온 이유를 잊었니?
소영 : (기죽어서) 알아요. 아니까.....친구 죽였다는 누명 벗으려고 이러는 거잖아요...
강검사 : 누가 뭐래든 그 사건은, 그 애가 가해자고, 니가 피해자인 채로 끝났어.. 들쑤시지 말고 공부나 해!
소영 : 그래도... 소문이..
강검사 : (말 자르며, 단호하게) 그깟 소문이 무슨 힘이 있어! 길어야 1, 2년이지! 약하게 굴다가 된서리 맞지 말고 너부터 잊어버려!
강검사 차갑게 자리를 뜨면, 상심해서 서 있는 소영.
#15. 소영의 방
책상에 앉아 문제집을 풀고 있는 소영. 집중이 되지 않는다.
소영의 귀에, 통영에서 들었던 친구들의 이야기 들리는 듯하다.
여학생1(E) : (속닥거리는) 살인자는 좀 심했다. 강소영이 죽인 건 아니잖아.
여학생2(E) : 강소영 때문에 죽었으면 그게 살인이지...
소영, 펜 던지듯 내려놓으며, 분노 치밀어 오르는.
소영 : 이은비......멀쩡히 살아있으면서 날 그 꼴로 만들어? 나..절대 포기 안 해....
#16. 소영의 집 거실. 밤
쓰레기통에서 #15.의 구겨진 종이 다시 꺼내 드는 손. 소영의 아빠다.
#17. 몽타주. 밤
#은비의 집 앞.
대문 앞을 서성이는 은비. 텅 빈 거리 쓸쓸하다.
#체육관 라커룸.
트레이닝 복 갈아입은 이안 핸드폰을 들고 망설이다 가방을 들고 그냥 나선다.
#은비의 집 앞
은비의 방 닫힌 창문을 뚫어져라 올려다보는 이안.
#체육관 앞
서성이다, 벤치에 앉아 이안을 기다리는 은비.
#18. 은비의 집 앞. 아침
은비, 자전거를 옆에 세워두고 집 앞에 서있다. 이안을 기다리는데, 오지 않자 시계 보며 마음 초조하다.
저 멀리서 달려오는 이안. 하지만 은비를 스쳐 지나가버린다.
은비, 속상한 마음에 뒷모습 바라보다가, 차마 부르지 못하고 천천히 따라간다.
#19. 양재천 산책로 일각. 아침
여전히 자전거 끌고 이안의 뒤를 따라가는 은비, 이안 멀어지자 급한 마음에 자전거에 올라타는데,
출발하려는 순간 철컥 하고 체인이 빠진다.
은비, 따라가지도 부르지도 못하는 상황에 표정 울컥하는.
<플래시백-6회 #40. 거리 일각. 오후>
은비를 두고 돌아서 가버리는 이안.
<플래시백-6회 #43. 복도. 오전>
이안, 은비를 지나쳐 교실로 들어가 버리면.
우두커니 서서 아쉬운 눈으로, 이안을 바라보는 은비.
은비 : (크게) 야!! 한이안!!
이안, 뛰다가 멈추고 천천히 돌아본다.
이안 : (차갑게) 왜?
은비 : .....
이안 : (그냥 본다.)
은비 : 나..... (무슨 말을 하려다, 버럭) 자전거 체인 빠졌어!!
이안 : (퉁명스럽게) 어쩌라구?
은비 : (진심 말하지 못하고, 다시 버럭) 나 자전거 체인 빠졌다구!!!
이안 : (퉁명스럽게) 그래서!!!
은비 : ......(속상한, 눈물 날 것 같다.) 난... 너한테 못 가! 내가 못가니까....니가...와주면 안 돼?
이안, 저벅저벅 은비에게 다가간다.
은비, 양 볼에 눈물 흐르고,
이안, 은비 바로 앞까지 다가와 피식 웃음 터지며.
이안 : (반갑지만 툴툴) 야! 왜 울어? 자전거 고장났다고 우냐?
은비 : (울며) 그래! 자전거때매 운다!!
이안 : 으이그....고은별!! (머리 흩뜨리며) 너 언제 클래?
이안, 예쁘게 은비를 보고, 은비도 눈물 닦으며 웃는다.
#20. 공원 벤치. 아침
샌드위치와 우유 먹으며 앉아 있는 이안과 은비.
은비 입가에 묻은 우유 손가락으로 쓱 닦아주는 이안.
이안 : 맛있냐?
은비 : 아니, 별로!
이안 : 맛없는데 이렇게 잘 먹어?
은비 : 배고파서 억지로 먹는 거거든?
이안 : 치!! 너... 눈물로 은근슬쩍 넘어가려고 하는데! 힘들 때 성질만 부리지 말고, 나한테 얘길 하라구!
은비 : (미안한 맘에 샌드위치 먹다가 멈추며) 뭐든? 다 이해해줄 수 있어?
이안 : (미소로) 어! 뭐든!!
은비 : (말 돌리려 일어나며) 학교 늦겠다. 갈까?
이안 : 아....지각하고 싶다!
은비 : 그래라!
은비, 먼저 일어나 자전거 끌고 가면,
이안, 예쁘게 흘겨보며 얼른 따라간다.
#21. 은별의 방. 아침
은비, 교복을 입고 거울 앞에 서있다. 고은별 명찰을 뚫어져라 본다.
<플래시백-6회 #29. 운동장 일각. 오후>
소영 : 니 동생이 어떤 얘기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알고 보면 내가 더 피해자야!
소영 : (한 걸음 다가가) 숨겨야 할 게 많아서 그런 건 아니구?
<플래시백-5회 #63. 옥상. 오전>
소영 : 니가 그 말 할 줄 알았지... 따순이! 변한 게 없네.....
<플래시백-#8. 공원일각.오전>
태광 : 그래! 알았다! 너 고은별이잖아... 그러니까 진짜 고은별답게 굴어! 그렇게 죄인처럼 있지 말고!!
결심을 단단히 한 듯, 단호한 눈빛으로 자신의 모습을 본다.
#22. 교실. 아침
등교하는 은비, 왠지 예전의 은별과 많이 닮은 듯 당당한 걸음, 차가운 눈빛으로 교실로 들어선다.
태광과 눈 마주치면 태광, 씨익 미소 지어 보인다.
#23. 화장실. 아침
소영, 거울 앞에서 머리를 매만지고 있는데,
화장실 안에서 나오는 은비, 세면기 앞으로 오다가 거울에 비친 소영을 싸늘하게 본다.
은비, 무심히 손을 씻고 있으면.
소영 : 고은별! 안녕?
은비 : (못 들은 척하는)
소영 : 어제 결석했더라! 진짜 아팠던 거 맞아?
은비 : (전혀 동요하지 않고 손 씻는)
소영 : 아니면 공태광한테 무슨 얘기 듣고 도망갔니?
은비 : (도도하게) 무슨 얘기?
소영 : (주위를 둘러보며, 빈정대는) 이렇게 아무데서나 얘기해도 돼?
은비 : (차분하게) 강소영! 따라 와! (앞장 서 나가면)
소영 치!! 비웃으며 은비를 따라가는 소영.
#24. 옥상. 아침
소영과 은비 팽팽하게 시선 마주보고 대치중이다.
은비 : (담담하게) 너! 어제 많이 놀랐다며?
소영 : (태연하게) 신문기사 얘기 하는 거야? 놀라긴. 이은비가 이렇게 멀쩡히 살아있는데...
은비 : (도도하게) 너! 내가 안 무섭니?
소영 : (비웃으며) 뭐? 무서워? 내 얼굴만 봐도, 벌벌 떨던 따순이 많이 컸네?
은비, 소영을 뚫어져라 보다가 기막히다는 듯 여유롭게 웃는다.
은비 : 너도 참 안됐다. 많고 많은 학교 중에 왜 하필 세강고니? 나를 안 만났으면,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새롭게 시작할 수 있었을 텐데,
소영 : (동요하지만, 감추며) 야, 너무 애쓰지 마! 안쓰러워서 못 보겠다. 나 전학 오던 날, 니 눈 보자마자 딱 알았거든?
아.....나는 망했구나....하던 그 표정! (큭큭 웃으면)
은비 : (픽 웃고) 그래서? 필적감정을 한다구? 난 니가 무슨 말을 해도, 아무도 널 믿지 않게 만들 자신 있는데,
괜찮겠어? 고작 그걸로?
소영 : (은비 같지 않은 모습에 혼란이 오고)
은비 : 또 쫓기 듯 전학 가서 적응하려면, 참 피곤하겠다! 아, 전학이 아닌가? 내 동생한테 한 짓 다 밝혀지면 넌 학교가 아니라,
아마 다른 곳으로 가야 될 거야. 그게 어딘진 말 안 해도 알지?
화가 머리끝까지 오른 소영, 손으로 은비 어깨 툭툭 밀며.
소영 : 뭐? 어딘데? 그게 어디냐구? 할 수 있으면 해봐!
은비, 소영의 팔목 잡아 반대쪽으로 확 꺾으면 깜짝 놀라며 “악!” 소리 지르는 소영.
은비 : (소영의 팔 꽉 잡은 채) 내 동생은 당하고만 있었는지 몰라도 난 아냐. 너! 사람 잘 못 봤어!
은비, 소영의 팔 확 밀듯이 놓으면
몸의 균형 잃고, 휘청 하는 소영, 은비를 노려보며.
소영 : 누가 누굴 잘 못 봤는지, 두고 보면 알겠지!
소영, 휙 돌아 나가면, 지친 듯 털썩 벤치에 앉는 은비.
태광, 어느새 다가와 은비 앞에 선다.
은비의 눈높이 맞추며 쪼그려 앉아, 힘겨워 보이는 은비를 향해 따뜻한 미소 지어주는 태광.
#25. 카페. 오전
민준모 시진모 카페에 마주앉아 있다.
민준모 : 전학생 알지? 그 엄마 곧 올 거야.
시진모 : 아...그 강소영인가 하는 애?
민준모 : 응!
시진모 : 걔 수학 수행평가 혼자 만점 받았다면서?
민준모 : !!!!
시진모 : (눈치 없이) 으이구! 그런 거 보면 강남이고 뭐고 잘하는 애는 다 따로 있나봐!
민준모 : 큼!!! (차 한 모금 마시는데)
입구로 들어서는 소영모, 두리번거리다 다가온다.
소영모 : 안녕하세요? 소영이 엄마예요!
민준모, 시진모와 마주 인사한다.
소영모 : 하도 바쁘다고 하셔서....본론부터 말씀드릴게요. (가방에서 소영의 성적표 여러 장 꺼낸다.) 어차피 테스트 거치겠지만,
참고하시라고 가져왔어요.
시진모, 얼른 성적표 들여다보며.
시진모 : (깜짝 놀라서) 힉!!! 전 과목 죄다 일등급이네?
민준모 : (도도하게) 수선 좀 떨지 마! (성적표 힐끗 보고) 성적 훌륭하네요. 근데..지금은 정원이 꽉 차서...
시진모 : (금시초문이다.) 한명 더 들어와도 되는 거 아녔어?
민준모, 시진모를 슬쩍 찌르면.
소영모 알만 하다는 듯이 웃으며.
소영모 : (미소로) 왜요? 민준이보다 성적 좋은 애랑 같은 팀 되면 민준이 사기 떨어질까 봐요?
민준모 : (하하하 웃으며) 그럴리가요.
소영모 : (여유롭게) 오해라면 죄송해요, 듣자니까 돼지엄마들이 자기 자식보다 살짝 떨어지는 애들로만 팀 꾸린다는 말이 있어서..
시진모 : 어머, 그래요?
소영모 : 아뇨... 민준 어머님이 그러신단 얘긴 아니구요..
민준모 : (웃으며) 뭐...충분히 오해하실 수 있죠. 아직 이쪽 분위기를 잘 모르시니까..
소영모 : (지지 않고) 모르긴요, 우리 소영이 통영에서도 대치동 유명강사한테 꾸준히 학습코칭 받아왔어요!
민준모 소영모 미소 짓고 있지만, 분위기 살벌하다.
양쪽의 표정 보고 놀라는 시진모의 얼굴.
#26. 급식실. 낮
송주 시진 소영 밥 먹고 있다.
은비, 급식실로 들어서, 송주 쪽 자리로 다가가면,
소영, 불쾌한 얼굴이고, 송주, 의외라는 눈으로 보는데.
은비, 송주 옆자리에 식판 툭 놓고 앉는다.
송주 : (뚱해서) 뭐하냐?
은비 : (태연히) 너랑 밥 같이 먹을려구 한다. 왜?
소영 : ...!!
송주 : (싫지 않은) 치! 무슨 변덕이냐?
은비 : 내 맘이다! (하고 밝게 웃으면)
송주 : (은별을 흘겨보다가 픽 웃음기 머금고) 어우 미워! 고은별!!
소영, 못마땅한 얼굴 애써 감춘다.
그 때, 차례로 이안 태광 자리로 와 앉는다.
은비 : 송주야! 오디션은... 봤어?
송주 : (먹으며 툭) 어..날짜가 좀 미뤄졌어..
소영 : 삼촌이 출장 때문에 좀 바쁘시다고 해서.
은비 : (소영 흘깃 노려보며) 아....
이안, 깨작깨작 밥 먹는 은비를 향해.
이안 : 너 배 안고프지?
은비 : 어! 별로 생각이 없네.
이안 : (웃으며) 야! 그럼 아침에 샌드위치를 그렇게 많이 먹었는데 배가 고프겠냐?
이안, 은비의 밥 푹 퍼서 자기 식판에 담는다.
태광 송주, 신경 쓰이는 얼굴로 이안과 은비를 본다.
시진 : 언제 만나서 샌드위치를 먹었어? 니네 진짜 부지런하다!
소영 : 그러게, 너희 아침도 같이 먹는 사이야?
이안 : 어!
태광 : (화나서) 야! 밥 같이 먹는데, 무슨 사이가 필요하냐?
은비 : (톡 쏘며) 근데, 강소영! 넌 나한테 왜 그렇게 관심이야?
아이들, 달라진 은비의 말투에 시선 집중 한다.
#27. 교실. 오전
안주리 교탁 앞에 서 있다.
안주리 : 영어 수행평가... 통영 여행 브로셔 제작하는 거 알지?
아이들 : 우우--
안주리 : 조용!! 수학여행 다녀왔으니까 어려울 거 없지? 3명씩 팀 짜왔으니까 합심해서 잘 만들어 보도록.
반장! (종이 건네며) 각자 조 확인해!!
아이들, 반장에게 다가와 각자 조 확인한다.
(민준, 송주, 시진/ 소영, 하윤, 초원/ 은별, 해나, 효은/ 이안, 태광, 기태/ 윤재, 아성, 은수/ 우진, 병규, 진권/ 민석, 승호/)
#조 확인한 아이들 각자 같은 조끼리 모여 웅성거리고 있다.
#28. 카페. 오후
사복차림의 이안, 태광, 기태 서로를 외면한 채, 갑갑한 표정으로 말없이 앉아 있다.
서로 음료수만 벌컥벌컥 들이키다가.
기태 : (이안 태광 둘러보며) 조를 짜줘도....씨...
태광 : 지는....씨...
기태 : 영어는 점수를 주겠다는 거야, 말겠다는 거야!
이안 : 어떻게 할 건데? 일단 조 이름부터 정하자!
태광 : (표정 없이) 꿈도 희망도 없조...?
기태 : (정색하며) 진짜 답없조...
이안 : (진지하게) 이대로는 무리조...
셋이 마주보고 동시에 한숨 쉬며 “예이씨!!!”
이안 : 권기태! 너는 수학여행 갔다 왔잖아. 사진 찍은 거 있지?
기태 : (자신 있게) 자료는 빵빵하지!! (핸드폰 내밀면)
이안, 태광, 기태의 사진 보는데, 배경은 없고 해나와 붙어 찍은 셀카만 잔뜩이다.
태광 : 야! 여기가 통영인지 뉴욕인지 뭘 보고 확인해야 되냐?
기태 : 아이씨!! 우리 조는 끝났어! 야! 5만원씩 내! 브로셔 업체에 맡기자!
태광 : 콜!!
이안 : 그럼 나 이제 훈련가도 되지?
기태, 귀찮은 듯 손짓으로 가라는 손짓하면, 이안 태광 자리에서 일어난다.
뒤따라 일어나던 기태, 건너편 테이블에 혼자 앉아있는 민영을 본다.
기태 : 야야!! 저기저기 (가리키며) 오!!! 이쁜데? 번호나 따봐?
이안 태광, 무시하고 나가버리고,
기태, 잠시 망설이다가 개구지게 웃으며 정민영에게로 간다.
기태 : (민영 앞에 서서) 안녕하세요? 잠깐 앉아도 될까요?
#29. 카페 앞. 오후
이안, 태광 카페 밖으로 나온다. 인사 없이 서로 등지고 걷기 시작하는데,
이안 : (돌아보며) 야! 공태광!!
태광, 멈춰서 돌아본다.
이안 : 고은별 괴롭히지 마라!
태광 : (툭) 내가? 니가 아니구?
이안 : 사고 쳐서 다치게도 하지 말구!
태광 : (억울한) 야! 그건!
이안 : 가라!
이안, 돌아서려는데.
태광 : 야! 한이안!
이안 : (다시 태광 보면)
태광 : 나 고은별 안 괴롭히고, 절대 다치게도 안할 거다! 그러니까 신경 꺼라!
이안, 태광 잠시 바라보다 동시에 뒤돌아 간다.
#30. 휴게실. 오후
은비, 해나, 효은 노트북 펼쳐 놓고 수행평가 준비 중이다.
노트북에 띄워져 있는 수학여행 단체 사진.
해나 : 이 사진에 너만 없잖아! 이 때 너 없어져가지구 얼마나 난리였는지 알아?
은비 : 그래? (웃는데)
단체사진에 작게 찍힌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깜짝 놀라는 은비. 생각에 잠긴다.
<플래시백-6회 #15. 도서관. 낮>
이안 : 아 참.....저번에 내가 말했던 니 목에 상처 말야. 수학여행에서 나 만나기 바로 전에 생긴 거 같았어.
해나 : 그럼, 미륵산은 고은별이 맡고, 동피랑 마을은 효은이! 나는 해저터널 됐지?
효은 : 그래! 그럼 일단 소개글 만들고 편집은 따로 모여서 다시 얘기하자!
해나, 효은 은비가 아무 반응 없자 쳐다보고 있다가.
해나 : 고은별!! 고은별!!! 정신 차려!
은별 : 응? 뭐라 그랬어?
#31. 휴게실 구석. 오후
통신사에 전화를 걸고 있는 은비.
은비 : 저, 한 달 전쯤 통화기록을 확인하고 싶은데요...
상담원(E) : 네, 대리점에 방문하시거나 인터넷으로도 열람이 가능하시구요...
#32. 번화가. 저녁
시진, 가방을 메고 무심히 거리를 지나다가 멀티 화장품샵 통유리 안으로 화기애애한 송주와 소영을 본다.
서로 매니큐어 색깔 고르고, 발라주며, 까르르 웃는 두 사람.
씁쓸한 표정으로 송주와 소영을 보다가 지나가는 시진.
#33. 카페. 저녁
민준, 시진 기다리고 있는데 송주가 오지 않는다.
민준, 컴퓨터로 수학여행 사진 보고있다.
민준 : 차송주 왜 이렇게 안 와?
시진 : (삐진) 걸 내가 어떻게 알아? 궁금하면 니가 전화해보든가!
시진, 기분 안 좋은 표정으로 카페 창 밖 바라보는데
송주, 소영과 다정하게 인사 나누며 헤어지는 모습 보인다.
송주, 카페 안으로 들어오며.
송주 : 미안!! 조금 늦었지?
시진 : (샐쭉하게) 어!
송주 : 니들 과외 다 끝났어?
시진 : (안 쳐다보고) 어!
송주 : (시진의 반응 이상하고) 야! 이시진 너 뭐 안 좋은 일 있었냐?
시진 : .......
민준 : 나 시간 없으니까 빨리 파트 나누자.
민준, 송주, 노트북에 뜬 수학여행 사진 넘겨보고 있다.
시진 기분 상해 보는 둥 마는 둥 하는데,
은별이 없는 미륵산 단체 사진 나오면.
송주 : (안타까운) 여기 단체 사진에 고은별 없잖아. 그 때 화장실에서 억지로 끌고 나왔으면 실종되고 그런 일도 없었을 텐데....
민준 : 단체사진 찍기 직전에 그 화장실?
시진 : !!!
민준 : (의아하게 시진이 보며) 근데, 이시진 너 화장실에서 나오고 나서 무슨 비명소리 같은 거 못 들었냐?
송주 : (놀라고) 그게 무슨 소리야?
시진 : ......
#34. 은별의 방. 몽타주. 저녁
#책상 앞에서 통신사 홈페이지를 열어 통화기록을 보고 있는 은비.
#프린터에서 전화번호 목록이 출력된다.
#은비, 핸드폰 주소록을 비교하며 아는 번호를 하나씩 지운다.
#목록 전체에 빨간 줄이 그어져 있고, 딱 한 개의 번호가 남아 있다.
은비 : (통화시간 보며) 2015년 4월.. 27일.. 밤 9시 45분...
은비, 핸드폰으로 전화를 건다. 받지 않아 끊임없이 이어지는 통화 연결음.
은비, 막 끊으려는데 ‘찰칵’ 하고 연결되면 놀란다.
미주(E) : ......은별이야?
은비 : (조심스럽게) 누구세요?
#35. 공원 일각. 저녁
은비, 공원 산책로를 걷고 있다.
저만치 벤치에 미주가 앉아있는 모습 보이면, 가볍게 손 흔들고 다가간다.
은비 미주 옆 자리에 앉는다.
미주 : 갑자기 연락 와서 놀랐어.
은비 : 미안, 급하게 물어볼 게 있어서...
미주 : ...뭔데?
은비 : 혹시, 수학여행 간 날, 밤에 나한테 전화했었니?
미주 : (은비의 얼굴을 빤히 보다가) 기억.. 났어?
은비 : !!!
미주 : 그 날 밤에 너랑 나랑 만났었잖아....
은비 : !!!!
#36. 미주의 회상. 리조트 야외 일각. 밤
은별, 인적 드문 어두운 곳에 미주와 마주 서있다.
미주, <지나간 일이라고 해서 없던 일이 되진 않아 -수인> 이라는 문자메시지가 담긴 핸드폰 내 보이며.
미주 : (두려움, 화남) 이거...... 너지?
은별 : (차갑게) 잘 봐! 수인이가 보낸 거잖아!
미주 : (격앙된) 그러니까...... 정수인 이름으로 이상한 문자 보내는 사람, 너냐고!!!
은별 : (피식 비웃으며) 왜? 뭐 찔리는 거 있어? 이렇게 무서울 짓을 왜 했어?
미주, 흥분 상태로 달려들어 은별의 몸을 뒤지며.
미주 : (거칠게 몸싸움 하며) 수인이 핸드폰 니가 가지고 있지? 내 놔! 어딨어? 어딨냐구우!!!
은별 : 왜 이래! 나 아냐! 나 아니란 말야!!
미주 : 수인이 핸드폰 어딨어어어! 이러다 나도 죽을 것 같단 말야!!!!!!
은별 : 악!!
몸싸움 도중 넘어지며 나무(또는 파이프 돌기 등에) 목을 긁히는 은별.
은별 : (손으로 목을 감싼 채, 울먹이는)
미주 : (울 것 같다.)
은별 : (울며) 그 문자......나도 받았어. 수인이가 보낸 거...... 맞아!
미주 : (눈물 쏟으며, 버럭) 너 미쳤어? 죽은 애가 어떻게 문자를 보내!!
은별 : 자꾸... 수인이가 나타나. 매일 나를 따라다녀......
미주 : ......!!!!
은별 : 나... 무서워 죽겠는데... 그만 오라는 말을 못하겠어. 수인이한테 너무.... 너무 미안해서......
은별, 주저앉아 참았던 울음 쏟아 낸다.
#37. 공원일각. 저녁 (#35에서 연결)
은비, 놀란 얼굴로 미주를 보고 있다.
#38. 카페. 저녁
송주와 시진, 곧 터질 듯 날이 서 있다.
민준 피곤한 표정으로 둘을 보다가, 가방과 노트북을 들고 일어나 나간다.
송주 : (궁금해서) 야! 이시진! 너 파우치 가지러 혼자 다시 화장실 갔을 때, 무슨 일 있었던 거야?
시진 : (당황하면)
송주 : 야...뭔데...? 너 좀 이상하다.
시진 : 이상하다니? 너 지금 무슨 상상을 하는 건데? 내가 은별이한테 나쁜 짓이라도 했다는 거야?
송주 : 그렇잖아!! 어떤 남자랑 싸웠다는 얘긴 잘만 하더니! 화장실에서 있었던 일은 왜 말 안 해?
이상한 게 있으면 나한테 얘길 하던가, 고은별을 데리고 나왔어야지!!
당황스럽고 미안한 마음에 눈물 그렁한 시진의 얼굴에서.
#39. 미륵산 공중화장실 안. 낮
시진, 화장실로 들어와 세면기 옆에 있는 파우치 발견하고 집어 드는데
깜빡거리다 툭 꺼지는 조명, 놀라는 시진.
순간, 안에서 똑똑 문 두드리는 소리 들리고.
은별 : (두렵지만 차분히) 거기 누구 있어요?
시진, 소리 나는 쪽으로 다가가 노크하려 손을 올리는데.
은별 : 또...... 너야? 대체 언제까지 이럴 건데!
시진 : (손 내리고, 주위 둘러보면 아무도 없다. 작게) 은별...이야?
은별 : .........
시진 : (혼잣말) 통화중인가?
적막.
시진, 잠시 망설이다 화장실의 음산한 기운 느껴져 서둘러 밖으로 나간다.
#40. 카페. 저녁
시진이 울먹이고 있고, 송주도 마음 답답하다.
감정 고조된 두 사람.
시진 : (억울하고, 화난) 그래! 나도 이상하긴 했어! 근데! 불러도 아무 대답 없었어! 은별이 그 전날부터 기분 안 좋았으니까
누구랑 통화하면서 싸우나보다, 설마 별 일 없겠지... 하면서 모른 척 했어!
송주 : (화나서) 뭐? 그걸 말이라고 해?
시진 : 수학여행 내내 너랑 단짝처럼 다니는 게 좋아서 잠깐 모른 척 한 거 맞아!
그치만 은별이 사라지고 나서 내가 얼마나 후회하고 힘들었는지 너는 모르지?
송주 : (미안한, 조금 누그러져) 야...이시진....
시진, 가방 챙겨 들고 카페 밖으로 달려 나간다.
#41. 공원 일각. 밤
은비, 패닉 상태로 앉아 있다.
은비 : (충격이다.) ......수인인 왜.....어떻게 죽은 거야?
미주 : 그건 나도 몰라. 어느 날 학교 갔더니 전날 수인이가 죽었다는 얘기만...들렸어.
은비 : (혼란으로 멍한, 혼잣말하듯) 난....수인이랑 어떤 사이였을까? 왜 환영에 시달릴 만큼 괴로워했던 걸까?
미주 : 내가 아는 건, 나만큼은 아니지만 너도.... 정수인을 싫어했다는 거야.
은비 : !!!!
#42. 은별의 방. 밤
은비, 수인이 은별에게 남긴 메모 보고 있다.
수인(E) : 은별아! 나 못 본 척 해도 괜찮아. 그래도 넌 나의 하나뿐인 친구야...
은비, 생각이 많아지는 표정에서.
#43. 은별모 방. 밤
은별모, 침대에 앉아, 은별의 어린 시절 사진 앨범을 보며 울고 웃다가
똑똑 노크소리 들리면 얼른 눈물 닦고, 앨범 덮어 치운다.
방 문 열리고, 은비 베개 끌어안고 들어온다.
은비 : 엄마!
은별모 : 응....
은비 : 나 오늘 엄마랑 자두 돼?
은별모 : (눈물 참으며) 당연하지. 얼른 이리와!
은비, 은별모 옆으로 들어가 눕는다.
은비 : 엄마 있잖아....
은별모 : 응? 뭔데? 말해 봐!
은비 : 아니야...엄마 옆에 있으면 잠이 잘 올 것 같아서....
#중간 타이틀 <후.아.유?>
#44. 태광의 집 거실. 아침
현관에서 기다리고 있는 기사아저씨.
태광 등교 차림으로 기사를 스쳐 나가며,
태광 : (버스카드 내밀며) 저 오늘 버스 타고 갈게요!!
기사 : (놀라서) 괜찮겠어?
태광 : 타봐야 알죠!!
태광, 미소 지어 보이며 경쾌하게 간다.
#45. 버스정류장 앞. 아침
태광, 경쾌한 발걸음으로 걷다가, 정류장에 서있는 은비를 본다.
오가는 사람들 사이로 보이는 은비가 활짝 웃는다.
태광, 자신을 향한 웃음인 줄 알고 손 들어 인사하며 걸음 옮기려는데,
태광의 옆을 스쳐 지나며 은비에게로 달려가는 이안.
태광, 굳어서 들었던 손을 내린다.
분주하게 오가는 사람들 때문에 이안과 은비 태광을 보지 못했다.
다정하게 서로를 보고 웃더니, 등을 돌려 가는 이안과 은비를 우두커니 서서, 보고 있는 태광에서.
#46. 복도. 아침
해나, 효은 복도를 지나가는데,
안주리, 출근해 막 교무실로 들어가는 것 보이자.
해나, 효은 : (서둘러 피하며) 안녕하세요?
안주리 : 어! (무심히 지나가려다 말고 눈 부릅뜨며) 일루와일루와!!
해나 효은, 가다 급 멈춰서며 표정 일그러진다. 복도 한쪽으로 입 내밀고 서는,
안주리 : (팔짱끼고 뾰족한 눈으로) 내가 윗도리만 입구 돌아다니면 풍기문란이라구 했지?
아이들, 작게 “아이씨” 하며, 양손으로 치마 꾸역꾸역 내리지만 소용없고.
안주리 : 더!더!더!! (끌끌 혀 차며) 다 잘라먹고 뭐 남은 게 있어야 내리지!
해나 : (입 삐죽이며) 샘.... 어제 선보셨죠?
효은 : (가엾다는 듯) 잘... 안되셨어요?
안주리 : 이것들이! 니들 지금 그 표정 뭐야? (버럭) 말 돌리지 마!!
그 때, 복도 끝에서 다가오는 정민영, 발랄한 미니스커트 차림이다.
안주리에게 반갑게 다가와 인사하며.
정민영 : 안녕하세요?
안주리 : 누구...시죠?
정민영 : (싹싹하게) 저 이번에 교생실습 온 정민영입니다!
안주리 : (도끼눈 뜨고, 민영의 짧은 치마를 뚫어져라 보며) 선생님도 첫 출근부터 하의를 깜빡 하셨네요?
정민영, 당황해서 해나, 효은처럼 치마를 슬슬 내린다.
안주리 : (못마땅한 듯 고개 절레절레하며) 따라 오세요! 니들두 가봐!!
#47. 교실. 아침
소란스러운 교실.
송주와 시진 사이에 냉랭한 분위기가 흐르고 은비, 양쪽을 의아한 눈으로 번갈아 쳐다본다.
은비 : (시진에게, 작게) 무슨 일 있었어?
시진 : (시선 피하며) 아냐....
엎드린 채 은비를 바라보는 태광.
그 때, 교실로 들어서는 김준석, 그 뒤로 정민영 따라 들어온다.
기태 민영을 알아보고 입이 떡 벌어지는데,
정민영, 교실의 아이들 한번 주욱 둘러보다가, 기태와 눈 마주치자 여유로운 미소 지어 보인다.
김준석 : 자자!! 오늘부터 한 달간 수학과목 교생실습 오신 정민영 선생님이시다! 아이들한테 인사 하시죠?
정민영 : 여러분! 반가워요! 한 달 동안 잘 부탁드립니다!
아이들, 박수 쳐주며 환호한다.
병규 : 샘!! 몇 살이에요?
윤재 : 남자친구 있어요?
민석 : 저 어때요?
정민영 : 질문은 천천히 받을게요!!
아이들 까르르 웃으면,
김준석 : 또! 또! 오바한다! 친구 아니고! 누나 아니고! 선생님이시란 걸 잊지 마라! 알겠냐? 이상!!
(민영에게) 짓궂은 질문에 일일이 대답 안 하셔도 됩니다!
김준석과 정민영 교실 밖으로 나간다.
#47-1. 복도. 아침
김준석과 정민영 막 교실에서 복도로 나오는데.
기태, 얼른 따라 나와 정민영을 잡는다.
김준석, 앞서 가고.
기태 : (머리 긁적이며 씩 웃는) 샘!! 저 기억나시죠?
민영 : (모른 척) 글쎄...누구더라?
기태 : 샘이나 저나 숨기고 싶은 맘이 똑같네요. 그쵸?
민영 : 아....그 때 카페에서 봤던 그분?
기태 : (헤헤헤 웃으며) 번호 달라고 한 저나, 달란다고 주신 샘이나 쌤쌤이니까 그냥 없던 일로 하죠?
민영 : 어? 난 세강고 학생인거 알고 줬는데?
기태 : 에헤이!!! 거짓말!! 저..대학생인줄 아셨잖아요!
민영 : 너희 영어 수행평가, 브로셔 업체에 맡긴다는 얘기 다 들었어!
기태 : 에이씨!!! 걸 믿으셨어요? 농담이었거든요?
민영 : 어머! 방금 영어샘한테 말할까 말까 고민했는데, 역시 아니었구나? 그럼 잘 만들어서 제출해!!
민영, 기태 어깨 토닥토닥 해주고 가면
기태, 창피하고 화나 표정 질끈! 하고, 교실로 휙 들어가 버린다.
#48. 교정 일각 --> 체육관 앞. 낮
점심시간, 식사 마친 아이들 곳곳에 흩어져 쉬고 있다.
이안, 은비 나란히 체육관을 향해 걷고 있다.
은비, 이안의 가방 하나 들고 있는.
은비 : 야! 이제 가방 셔틀까지 시키냐?
이안 : (엄살 부리며) 내가 요즘 5월 대회준비 때문에 많이 힘들어. 훈련을 너어무 열심히 하다보니까 팔도 아프고...
은비 : 치! (웃는)
이안 : 수영이 얼마나 체력소모가 많은지 너도 알지? (하다가) 참! 근데... 너 수영 되게 잘하거든?
은비 : !!!
이안 : 다음엔 무서워하지 말고 한 번 해봐! 저번처럼 물에 빠져서 나 놀래키지 말구!
은비, 당황해서 들고 있던 가방 이안에게 내밀며.
은비 : 자! 엄살 부리지 말고 니가 들고 가....이렇게 가벼운데...
이안 : 싫어!! (도로 가방 떠넘기며, 기막혀) 어우...이 바보야! 너 진짜 몰라? 내가 왜 이런 쓸데없는 부탁하는지?
은비 : ....(알지만, 말없이 보면)
이안 : 많은 길 다 놔두고, 너희 집 앞으로 아침 운동가고, 기다리던 버스와도 너 올 때까지 몇 대씩 지나보내고,
훈련 사이 한 시간 빌 때마다, 기어이 너 불러내는 이유가... 뭐겠냐?
은비 : ......(설레지만 슬픈)
#체육관이 앞에 보인다.
은비, 멈춰서 이안에게 가방 내밀며.
은비 : (어색하게 웃는) 이제 다 왔으니까 받아!
이안 : (가방 받는다.) 어유...고생했다! 고은별!!
은비 : .....훈련 잘해!
은비, 돌아서 가면, 이안도 돌아서 체육관 쪽으로 간다.
#49. 스탠드. 낮
은비, 복잡한 얼굴로 걸어오다가 스탠드에 누워있는 태광을 본다.
은비, 태광의 앞에 서면, 한쪽 실눈 뜨고 쳐다보는 태광.
은비 : 뭐해?
태광 : 광합성!!
은비, 심각한 표정으로 태광이 누운 스탠드 한 칸 아래 앉는다.
태광 : (누운 채 고개 돌려 은비 보며) 야! 너 또 왜 이렇게 인상 구기구 있냐?
은비 : 공태광!! 내 거짓말... 절대로 들키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어...
태광 : .....(보는)
은비 : 그리구.... 전부 다 말해버리고 싶은 사람도 있다.
태광 : ......
은비 : 근데.. 그게 같은 사람이면, 나 어떻게 해야 돼?
태광 : !!!!!!! (충격이다.)
<플래시백- 7회 45씬. 버스정류장 앞. 아침>
서로를 보고 다정하게 웃는 이안과 은비.
태광 : 그냥...아무것도 하지마라.
태광, 일어난다. 마음이 아프다. 쓸쓸하게 앉아 있는 은비의 등을 가만히 본다.
#49-1. 운동장 일각. 낮
차에서 내려 건물 쪽으로 걸어가던 소영부 스탠드에 혼자 우두커니 앉아있는 은비를 본다.
<플래시백- 1부 #71 학폭위>
은비 : ...... (단호한 어조로) 저는... 잘못 한 게 없습니다!
일동 : !!! (은비를 바라보며 웅성웅성)
은비 : 생각해보고 또 생각해보고 한 번 더 생각해봐도.... 저는 떳떳합니다.
소영부 믿어지지 않는 표정으로, 은비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걷고 있는데
저 만치에서 소영 “아빠!” 부르며 달려온다.
소영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은비와 소영을 번갈아 본다.
#50. 은별의 집 전경. 밤
#51. 은별의 방. 밤
#은비, 옷장을 열어 쇼핑백(6회 #14에서 산)을 꺼낸다.
설레는 표정으로 새 옷 꺼내 이것저것 몸에 대 본다.
#새 옷을 입은 채, 핸드폰을 켜는 은비.
#52. 은별의 집 앞. 밤
이안, 은별의 집 앞에 서있다.
핸드폰 들고 문자 찍으려는데, 마침 울리는 문자메시지 수신음.
은비(E) : 어디야?
이안, 망설이다가 메시지 찍는다.
이안(E) : 나 훈련마치고 이제 집에 가려구.
은비(E) : 그럼 지금 바로 체육관 앞으로 갈게.
이안, 메시지 받자마자 깜짝 놀라, 은비에게 들킬까, 얼른 체육관 쪽으로 후다닥 뛰어 간다.
곧 이어 대문 열리고 나오는 은비.
#53. 체육관 앞. 밤
이안, 숨 고르며 기다리고 있는데, 저 멀리서 (#51 옷 입은)은비 다가온다.
은비, 이안 앞에 거의 다다라 피식 웃으면 이안 표정 환해지며 은비에게 간다.
#54. 분식집. 밤
이안과 은비 앉아있는 테이블에 주인 김밥 떡볶이 등을 내려놓으면,
이안, 김밥에서 당근을 쏙쏙 빼내 접시 옆에 놓는다.
은비 : 으이그...야! 골고루 먹어! 운동하는 애가 당근을 골라 내냐? (당근이 있는 김밥 하나를 입에 쏙 넣으면)
이안 : (기막혀 피식 웃으며) 야...너 때문에 뺀 거야. 너 당근 싫어하잖아...
은비 : ...그래?
이안 : 잘됐네. 고은별 가리는 거 엄청 많은데, 이 기회에 좀 고쳐라!
은비 : 난 뭘 좋아했어? 뭘 싫어했구?
이안 : (줄줄 읊는) 니가 좋아한 건, 아이스크림은 바닐라! 커피는 라떼! 과일은 딸기!
그리고 싫어 한 건.... 당근, 브로콜리, 건포도..
은비 : 넌 나보다 날 더 잘 아네?
이안 : 우리 아버지 다음으로 제일 많이 본 사람이 넌데, 그럼 그 정도도 모르겠냐?
은비 : 지금의 나는, 니가 아는 고은별이랑 많이 다르지만 그래도 우리.... 좋은 친구지?
이안 : (장난스럽게) 너 하는 거 봐서! 근데 나... 달라진 고은별이 더 좋을 때도 많아!
은비 : !!!
이안, 밝게 웃으면, 은비, 환하게 웃어 보인다.
#55. 몽타주. 밤
#은비, 이안, 거리 곳곳을 다니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아이스크림 먹으며 거리를 걷고 있는 은비 이안.
#스티커 사진 찍는 은비 이안.
#노점에서 분식 먹으며 즐거워하는 은비 이안.
#56. 야구연습장. 밤
은비에게 타격 폼 가르쳐 주는 이안. 공이 날아오고 은비 헛방망이질만 계속 한다.
그러다 빗맞은 공 은비의 어깨를 툭 치고 떨어지면 이안 깜짝 놀라 은비에게로 다가간다.
이안 : 괜찮아?
은비 : (즐거운) 응!
이안 : 조심해야지...어디 봐!
이안, 은비의 반팔 티셔츠 살짝 걷어 보는데, 팔 위쪽에 흉터 하나 보이면.
이안 : (무심히) 무슨 흉터지?
은비 : (무방비 상태에서 툭) 열 살 때, 두 발 자전거 배우면서.....!!!!!
하다가 문득 말을 멈추는 은비.
이안 : 열 살 때? (반가운, 기뻐하며) 너 기억... 돌아 온 거야?
은비 : ....... (얼어붙은 얼굴로 이안을 본다.)
이안 : (피식 웃고, 가볍게) 야! 근데 틀렸어! 자전거는 중학교 때 내가 가르쳐줬......
이안, 이상한 예감에 말을 멈추고 은비를 보면
은비, 떨리는 눈빛, 하얗게 질린 얼굴로 이미 패닉 상태다.
이안에게 떠오르는 기억들.
<플래시백-3회 #18 산책로일각. 오전>
이안 : 상처 다 낫네? (자신의 목 가리키며) 이쪽! 꽤 깊어 보였는데.
은비 : (목 짚으며) 여기? 상처 없었는데? 언제 다쳤어?
<플래시백-6회 #18. 초등학교 운동장. 밤>
은비 : ......한이안! 미안해! 두 사람의 어린 시절을.... 한 사람만 기억하는 추억으로 만들어서....
<플래시백-3회 #52. 물 속. 밤>
이안, 은비를 안아 물 위로 올려주면 기침하며 가쁜 숨을 몰아쉬는 은비.
이안 : 고은별! 괜찮아?
<플래시백-6회 #40. 거리일각. 오후>
은비 : 한이안!! 너한테... 말하고 싶지 않은 것도 있고, 말할 수 없는 것도 있고! 들키고 싶지 않은 것도 있으니까!!!
(눈물 참고 고래고래) 제발!! 아무것도 묻지 말아달라구!!
<플래시백-3회 #70. 세강고. 낮>
은비 : 나 그동안 너무 답답해서 기억 찾으려고 무지 애썼는데...... 그러지 말걸......
이안 : 왜?
은비 : (애써 밝게) 그냥! 아무것도 기억 못했던 시간이 많이 그리울 것 같아.
이안의 표정 싸늘해진다.
미안함과 두려움이 섞인 은비의 눈에 눈물이 가득 고인다.
이안, 믿을 수 없는 눈으로 그런 은비를 뚫어져라 보다가
은비의 어깨에 두 손 얹고 두 눈 똑바로 마주보며.
이안 : .......(애써 미소 지으며) 고은별!! 생각 나냐?
은비 : (보는) .......
이안 : (다정하게) 너 기억 돌아오면..... 내 소원 하나 들어주기로 약속했던 거! 너 열 살 기억 찾았으니까 나.... 소원 말해도 되지?
은비 : ......
이안 : (진지하고 단호하게)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에 무조건... 맞다고 대답해라!
은비 : (서글픈) .......
이안 : (간절하게) 너...... 고은별.... 맞지?
은비 : (눈 질끈 감으면 눈물 후두둑 떨어지고)
이안 : !!!!!! (가슴 무너지는)
눈물 쏟으며 떨고 있는 은비와 은비의 어깨에 손 올린 채 망연자실 멈춰 서 있는 이안.
서글프게 서로를 바라보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제7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