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방서예[3280]東河鄭襲明(정습명)선생28, 贈妓
見妓悵怏贈妓[견기창앙증기]
東河 鄭襲明
百花叢裏淡丰容(백화총리담봉용),
忽被狂風減却紅(홀피광풍감각홍),
獺髓未能醫玉脥(달수미능의옥협),
五陵公子恨無窮(오릉공자한무궁).
수많은 꽃 중에 맑고도 고운 저 얼굴,
홀연히 미친 바람불어 붉음을 덜었네.
수달피의 골수로도 예쁜 뺨을 고치지 못하거늘,
오릉공자 품은 恨 끝이 없겠네.
悵怏(창앙): 비탄(悲歎)에 잠기다.
悵= 슬퍼할 창. 원망할 창.
怏= 원망할 앙
鄭襲明(정습명): 고려 시대의 문신(?~1151).
襲= 엄습할 습. 잇다. 계승함. 화합(和合)하다.
姓氏는 迎日(영일) 鄭氏. 최충, 김부식과 함께 인종에게
시폐 십조(時弊十條)를 올렸다.의종 즉위 후 거침없이 간하여
왕의 미움을 샀으며,폐신(嬖臣)들의 무고를 입게 되자 자결하였다.
百花(백화): 수 많은 꽃.
叢裏(총리): 떨기 가운데.
淡(맑을 담): 맑다.
丰容(봉용): 토실토실하고 아름다운 얼굴.
丰=어여쁠 봉, 풍채 풍.
忽被홀피=갑자기 하다.
减却감각=감소하다.
狂風: 미친 바람. 뜻밖의 불행.
紅(붉을 홍): 붉은빛.
獺髓(달수): 상처를 치유하는 데 매우 효용이 뛰어나므로,
명약(名藥)을 지칭하기도 함.
髓=골수 수. 뼛골 수.동자(同字)䯝 약자(略字)髄
獺=수달 달.동자(同字)㺚
未能: 능히 ~할 수 없다.
醫(의원 의): (병을)고치다.
玉頰(옥협): 아름답고 고운 여인(女人)의 볼.
頰= 뺨 협, [본음] 뺨 겹
五陵(오릉): 장안에 있는, 漢高祖를 비롯한
다섯 임금의 능이 있는 곳인데, 풍류 남녀들이 노는 곳이기도 함.
無窮(무궁): 끝이 없다. 다함이 없다.
해설
남쪽 지방의 악적(樂籍)에 어떤 창기(娼妓)가 기록되어 있었는데,
창기의 용모와 재능이 모두 뛰어났다.
어떤 한 군수(郡守)가 그 창기에게 마음을 둔 것이 매우 두터웠다.
임기가 다 되어 떠나게 되자 돌연 크게 취하여 옆 사람에게 일러 말하기를, “만약 내가 고을[郡]을 떠나 몇 걸음만 가면 저 창기는
바로 다른 사람의 소유가 될 것이다.”라고 하고,
즉시 밀랍으로 만든 촛불로 그녀의 두 뺨을 지졌으므로
얼굴이 성한 곳이 없었다.
뒤에 정습명(鄭襲明)이 임금의 명령을 받고 이곳을 지나가다가
그 기녀를 보고 슬픔과 안타까움을 그치지 못하여
손수 한 구절의 시를 써서 주었다.
이어서 당부하며 말하기를, “만일 사신이 지나가는 일이 있으면
반드시 이 시를 내어 보이시오.”라고 하였다.
기녀가 삼가 정습명의 가르침대로 하였더니,
무릇 그 시를 보는 사람마다 번번이 가엾게 여겨 도와주고
정습명이 이를 알게 하였다.
이로 인하여 그 기녀는 그 이익을 얻게 되어
재산이 當初보다 갑절이나 되었다.
樂籍(악적): 장악원(掌樂院) 악공(樂工)의 등록(登錄) 원부.
이나 여기에서는 고을 娼妓의 등록 원부.
娼妓(창기): 노래와 춤과 몸을 파는 기생(妓生)
원문=동문선 제19권 / 칠언절구(七言絶句)
東文選卷之十九 / 七言絶句
贈妓[鄭襲明]
百花叢裏淡丰容。忽被狂風减却紅。
獺髓未能醫玉頰。五陵公子恨無窮
증기(贈妓)-정습명(鄭襲明)
온갖 꽃떨기 속에 청초한 그 모습이 / 百花叢裏淡丰容
홀연히 광풍을 만나 붉은 빛을 덜었구나 / 忽被狂風減却紅
수달의 골도 옥뺨을 능히 고치지 못하니 / 獺髓未能醫玉頰
오릉(五陵)의 공자 한이 무궁하여라 / 五陵公子恨無窮
[주-D001] 증기(贈妓) : 이 시는 어느 지방의 수령이 갈려 가면서
사랑하던 기생에게, “내가 간 뒤에는 또 다른 남자의 사랑을 받을 것이다.” 하고는 촛불로 얼굴을 찢어서 흉하게 만들었으므로 작자(作者)가
그것을 두고 시를 이렇게 지었다.
[주-D002] 수달의 골 : 삼국(三國) 때에 오(吳)나라 임금 손화(孫和)가
여의주를 가지고 희롱하다가 미인의 얼굴에 상처를 내었는데,
한 수달의 골[白獺髓]을 구하여 치료하였다.
[주-D003] 오릉(五陵) : 장안(長安)에 있는 남녀의 놀이터.
ⓒ 한국고전번역원 | 신호열 (역) | 1968
감상
선비들의 시문을 보면 기녀들과 얽힌 작품이 상당히 있다.
酒色이라고 했던가?
예나 지금이나 술은 인간의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기녀와 대좌하여 이야기하면 마음속으로 빠져 들어와
생각을 같이하고 때로는 깊은 시름에 동참하는 모습을 본다.
일필휘지라 했듯이 붓 가는 대로 시를 써서 여인에게 전달했으니
, 곧 贈妓다.
百花叢裏淡丰容, 忽被狂風減却紅,
百花의 叢裏중에 淡한 丰容이,
忽히 狂風을 被하여 減却紅을 減却했네,
百花叢裏 수 많은 꽃 떨기. 흔히 여인을 꽃에 비유했으니,
많은 여인 중에로 해석한다.
淡丰容은 말고 고운 얼굴로 풀이 한다.
그러면 百花叢裏淡丰容은 많은 여인중에 저처럼
맑고 고운 얼굴이, 가된다.
忽被狂風減却紅
狂風은 미친바람이지만, 여기에서는 뜻밖의 불행.으로 풀이 한다.
紅은 그 여인의 아름다움이다.
그러면 갑자기 뜻밖의 불행을 당하여 아름다움이 덜어졌네.
獺髓未能醫玉脥, 五陵公子恨無窮.
獺髓로도 玉脥을 醫하기 未能하므로,
五陵의 公子도 恨이 無窮하네.
獺髓는 상처를 치유하는 데 매우 효용이 뛰어나므로, 명약(名藥)이다.
名藥으로도 아름다운 뺨을 치료할 수 없으므로,
五陵의 風流 공자도 恨이 많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