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그리기 위해 태양을 바라본 화가
우정아 포스텍 교수·서양미술사
신약성서의 누가복음 2장에는 천사들이 목동들에게 아기 예수의 탄생을 알리는 내용이 있다. 어두운 밤하늘을 은은히 밝히며 나타난 천사는 두려움에 떠는 목동들에게, 구세주가 나셨으니, 강보에 싸여 말구유에 누운 아기가 바로 그분이라고 일러준다. 예수의 탄생을 목동과 같이 낮은 자들에게 가장 먼저 알리는 이 장면은 기독교 미술에 자주 등장한다. 그중 많은 이들의 찬탄을 자아낸 것이 바로 14세기 중반,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활동했던 타데오 가디(Taddeo Gaddi·약 1290~ 1366)의 프레스코화다.
타데오 가디, 목동들에게 나타난 수태고지, 1330년경, 프레스코화, 피렌체 산타크로체 성당의 바론첼리 예배당 소재.
가디는 회화에서 르네상스의 혁신을 이끌었던 피렌체의 거장(巨匠) 조토의 수제자였고, 조토가 세상을 떠난 이후로는 최고의 화가로 명성을 떨쳤다. 과연 단순하면서도 차분한 색채를 사용해 목동들과 바위산의 육중한 무게감을 표현한 데서는 스승 조토의 가르침이 느껴진다. 그러나 칠흑 같은 밤하늘에 떠오른 천사의 광휘(光輝)는 온전히 가디만이 그릴 수 있는 것이었다. 천사로부터 흘러나오는 황금색의 눈부신 빛이 어둠을 통과하며 어스름한 갈색으로 변했다가, 산꼭대기의 나뭇가지 끝을 하얗게 밝히는 모습은 그러한 빛을 실제로 보지 못하고는 그릴 수 없었을 것이다.
가디가 활동하던 1330년대에는 특이하게도 일식(日蝕)이 잦았다. 그 때문에 아마도 가디는 더더욱 빛에 관심을 가졌을지 모른다. 그는 1339년, 개기일식을 바라보다가 눈을 심하게 다쳐 거의 맹인이 되었다고 한다. 일식은 길어야 2분 남짓이었을 것이다. 낮이 밤처럼 어둑해지고, 마치 천사의 기적처럼 황금색 태양빛이 눈앞에 드러나는 그 짧은 순간에, 빛을 그리기 위해 태양을 바라보다 영원히 빛을 잃은 화가라니, 그의 그림이 다시 보이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