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업데이트된 2023년 4분기 주택구입부담지수와 2024년 1분기 전세가율을 바탕으로 2주전에 서울 부동산 버블 수준을 판단해보았었는데요, 이번에는 6대 광역시의 버블 수준을 판단해보고자 합니다.
모르시는 분이 계실까봐 말씀드리자면 주택구입부담지수란 중간소득 가구가 표준대출을 받아 중간가격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의 상환 부담을 나타내는 지수인데요, 참고로 지수 100은 주택담보대출 상환으로 가구 소득의 약 25%를 부담한다는 의미로, 이는 해당 지역의 중간소득 가구가 해당 지역의 중간가격 주택을 구입할 때 소득의 약 25%가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에 필요한 수준을 의미합니다.
주택구입부담지수가 유의미한 지표라고 판단되는 이유는 집을 구매하는데 필요한 소득 대비 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이라는 실질적 부담을 수치화했기 때문입니다. (소득 대비 집값을 나타내는 PIR은 부동산 매매에 있어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금리가 배제되어 산출된 지표이기에 PIR보다 주택구입부담지수가 보다 실질적이고 유의미한 지표로 판단됩니다.)
서울과 마찬가지로 모든 광역시의 주택구입부담지수가 소폭 떨어졌기에 경향성에 차이는 없고 지역별 고평가/저평가 국면도 순위 측면에서는 달라진게 없습니다만 그래도 하나씩 들여다보도록 하겠습니다.
□ 부산
부산의 2023년 4분기 주택구입부담지수는 67.2로, 과거 20년간 평균인 61.4 대비 109%인 상황이며 전고점인 2017년 4분기 73.5 대비 91% 수준으로 전고점 대비 계속 내려가고 있습니다.
그래프에서 보시다시피 2020년 4분기 이후 매매가 급등으로 중장기 평균을 단숨에 돌파하더니 2022년 들어서는 집값이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금리 인상으로 주택구입부담지수가 추가로 상승했으나 같은 해 4분기에 꺾이고나서는 2023년 4분기까지 하락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2023년 4분기 지수가 중장기 평균 대비 +9% 초과되었으나 그 폭이 갈수록 축소되고 있는데다가 전고점 대비는 하향 돌파했기 때문에 금리도 인하될 경우 빠르게 저평가 국면으로 다가갈 것으로 보입니다.
물량 측면에서는 2011~20년 연 평균 착공 물량이 2.5만호인데 2020년 2.7만호에 이르렀던 착공 물량이 2021년 2.0만호, 2022년 1.6만호, 2023년 1.4만호로 계속 감소하고 있는데다 2024년도 2월까지 불과 0.1만호만 착공된 상황입니다.
이는 2019~21년 인허가 물량 감소로 예상이 가능했던 부분이기도 했는데요, 2018년 3.1만호에 이르렀던 인허가 물량이 2019년 1.4만호, 2020년 1.5만호, 2021년 2.0만호로 2018년 대비 감소폭이 컸습니다. 결국 2019~21년의 인허가 감소가 2021~23년 착공 감소로 이어졌고 이는 자연스레 2024~26년의 입주 물량 감소로도 이어질 것입니다.
다만 2022년에 인허가 물량이 3.8만호로 다시 급증했고 2023년도 2.3만호가 인허가되어 이것이 다시 착공 물량으로 이어질지 눈여겨봐야 합니다. 물론 현재와 같이 공사비 인상으로 착공이나 준공 지연 사업장이 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착공이 당장 늘어나기는 쉽지 않아보이지만요.
□ 대구
대구의 2023년 4분기 주택구입부담지수는 58.6으로, 과거 20년간 평균인 62.7 대비 93%인 상황이며 전고점인 2015년 4분기 73.9 대비 79% 수준입니다. 즉, 대구는 전고점뿐 아니라 중장기 평균 아래로 진입한 유일한 광역시입니다. 그만큼 이미 매매가가 저평가되었다고 할 수 있겠죠.
그래프를 보시면 최근 지수의 꺾이는 정도가 부산보다 가파른 것이 확인되는데요, 그동안 워낙 많은 입주 물량이 몰렸다보니 그 여파를 견디지 못하고 다른 지역 대비 초과 하락한 영향이 큽니다.
2023년 4분기 주택구입부담지수가 중장기 평균 대비 -7% 내려왔고 전고점보다 -21% 내려온 상태이기 때문에 이미 중장기적으로 적절한 매수 타이밍에 진입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물론 대구를 괴롭혀왔던 입주 물량의 여파가 아직 줄어든 것은 아닙니다. 2011~20년 연 평균 착공 물량이 1.9만호였는데 2020년 3.6만호, 2021년 2.9만호에 이르는 착공 물량은 여전히 부담스러우며 올해까지 대구에 하방 압력을 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그 이후 착공 물량 추이를 보면 2022년 1.5만호, 2023년 0.1만호로 그야말로 곤두박질쳤으며 2024년도 2월까지 0.03만호만 착공된 상황입니다. 즉, 2025년 입주 물량이 평균을 하회하고 2026년 이후는 당분간 입주 물량이 거의 없다시피 하는 수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주택구입부담지수가 전고점뿐 아니라 중장기 평균보다 아래로 내려가서 밸류에이션 매력이 커진 대구이기 때문에 2025년 이후 입주 물량이 급감한다는 것은 대구의 중장기 투자 가치를 매우 밝게 보게 만드는 요소입니다.
다만 향후 착공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인허가 물량은 계속 많습니다. 2020년 2.7만호, 2021년 2.4만호, 2022년 2.8만호의 인허가는 작지 않은 부담입니다. 이는 결국 현재의 착공 물량 급감이 인플레이션과 미분양 영향 때문이지, 중장기적으로는 다시 공급이 늘어날 여지가 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따라서 이러한 인허가 물량이 언제 착공으로 전환될지도 유심히 체크해야 할 사항입니다.
□ 인천
인천의 2023년 4분기 주택구입부담지수는 67.5로, 과거 20년간 평균인 66.6 대비 101%인 상황이며 전고점인 2008년 3분기 90.6 대비 75% 수준입니다. 광역시 중에서 전고점 대비 하락폭은 인천이 가장 크고, 중장기 평균 대비는 대구가 가장 저평가되어있는 셈입니다.
그래프에서 보시다시피 2020년만 해도 다른 광역시 대비 월등히 저평가된 부분이 주택구입부담지수로도 확인되어 당시 "인천이 심각한 저평가 수준"이라고 블로그와 까페 글을 통해서도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요, 2020년 하반기부터 전국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로 급등이 지속되면서 주택구입부담지수도 급상승했고 그 이후 금리 인상까지 가세해 지수가 더 올랐다가 2022년 4분기 들어 대구와 마찬가지로 지수가 급락했습니다. 대구와 마찬가지로 인천도 공급 과잉이 지속되었다보니 주택구입부담지수도 대구와 인천이 다른 광역시보다 더 크게 떨어졌습니다.
그러다보니 인천도 대구처럼 매력적인 밸류에이션에 진입했다고 할 수 있는데요, 물량 측면에서도 대구와 유사한 흐름을 보여주고 있어 흥미롭습니다. 2011~20년 연 평균 착공 물량이 1.8만호인데 2020년 3.6만호, 2021년 3.3만호라는 착공 물량이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옵니다만 2022년은 1.9만호, 2023년은 1.3만호가 착공되면서 감소세로 접어들었습니다.
물량 측면에서 인천이 대구와 다른 점을 하나 꼽자면 인허가 물량의 감소 추세인데요, 2019년 3.3만호로 정점에 이르렀던 인천 인허가 물량은 2020년 2.5만호, 2021년 1.8만호, 2022년 1.5만호로 감소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2023년에 다시 2.2만호로 늘어났습니다만 당장 착공 물량으로 이어질 물량은 아니기 때문에 위협적인 수준은 아닙니다.
따라서 물량 수급 측면에서 인천은 2024년까지 물량 부담이 만만치 않으나 2025년 이후는 상당 기간 공급 감소 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 광주
광주의 2023년 4분기 주택구입부담지수는 54.7로, 과거 20년간 평균인 42.9 대비 128%인 상황이며 전고점인 2017년 4분기 48.6 대비 112% 수준입니다. 6대 광역시 중에서 가장 고평가되어있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물량 측면에서는 2011~20년 연 평균 착공 물량이 1.2만호인데 2020년 1.0만호, 2021년 0.7만호, 2022년 0.8만호, 2023년 1.2만호가 착공되어 부담이 큰 편은 아닙니다. 2025년까지는 상대적으로 입주 물량이 적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인허가의 경우는 2011~20년 연 평균 인허가 물량이 1.4만호인데 2020년 0.9만호, 2021년 0.4만호, 2022년 0.9만호, 2023년 1.1만호만 인허가되어 공급 부족의 장기화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다만 각 지역별 평균과 비교한 주택구입부담지수는 광주가 광역시 중에서 가장 고평가되어 있다는 것도 사실이므로 이런 고평가 국면이 어느 정도 해소되어야 장기간 공급 부족의 힘이 매매가를 밀어올리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 대전
대전의 2023년 4분기 주택구입부담지수는 64.6으로, 과거 20년간 평균인 57.0 대비 113%인 상황이며 전고점인 2011년 4분기 63.7 대비 101% 수준입니다.
2022년만 해도 대전이 광역시 중에서 가장 고평가되어있었는데 그 고평가 국면이 꺾이면서 광주에 1위 자리를 넘겨줬습니다만 그렇다 해도 여전히 전고점보다 지수가 높기 때문에 고평가 상황은 이어지고 있다고 판단됩니다.
물량 측면에서는 2011~20년 연 평균 착공 물량이 0.8만호인데 2021년 2.0만호 착공이 상당히 부담스럽게 느껴집니다. 다만 2022년은 0.8만호, 2023년은 0.3만호만 착공되었기 때문에 2024년에 부담스럽게 다가올 입주 물량은 2025~26년에 걸쳐 자연스레 소화되리라 생각됩니다.
인허가의 경우 2011~20년 연 평균 인허가 물량이 0.9만호인데 2020년 1.6만호, 2021년 1.2만호, 2022년 2.1만호, 2023년 1.2만호가 인허가되어 중장기적으로 공급 물량이 늘어날 여지가 있습니다. 2024년도 2월까지 0.6만호나 인허가되었습니다. 대구와 마찬가지로 대전의 막대한 인허가 물량이 언제 착공 물량 증가로 이어질지 눈여겨봐야 할 필요가 있어보입니다.
□ 울산
울산의 2023년 4분기 주택구입부담지수는 48.8로, 과거 20년간 평균인 46.3 대비 105%인 상황이며 전고점인 2017년 2분기 57.8 대비 84% 수준으로 울산도 전고점을 하향 돌파한 세번째 광역시입니다.
물량 측면에서는 2011~20년 연 평균 착공 물량이 0.7만호인데 2020년 0.8만호, 2021년 0.6만호, 2022년 0.8만호가 착공되어 평균 주변을 절묘하게 넘나들고 있었습니다만 2023년은 0.3만호만 착공되었습니다. 대구와 마찬가지로 2026년 입주 물량이 크게 줄어들 것임을 예상 가능케 합니다.
인허가는 2011~20년 연 평균 인허가 물량이 0.9만호인데 2020년 0.7만호, 2021년 1.0만호, 2022년 1.4만호, 2023년 1.2만호로 평균보다 많은 모습이 보이고 있습니다.
□ 결론
2022년 12월에 발간한 책 <부동산 변곡점이 왔다>에서 2022년 2분기 주택구입부담지수로 본 광역시별 매매가 저평가 순위를 ① 울산 ② 대구 ③ 인천 ④ 부산 ⑤ 광주 ⑥ 대전 순으로 기재했었는데 2023년 4분기 지수 기준으로는 ① 대구 ② 인천 ③ 울산 ④ 부산 ⑤ 대전 ⑥ 광주 순으로 판단됩니다.
아무래도 대구와 인천이 공급 과잉 지속으로 타 지역 대비 매매가 하락폭이 커지면서 주택구입부담지수도 상대적으로 더 하락하였는데 두 지역 모두 2025년부터 입주 물량이 중장기 평균을 하회하고 특히 2026년 이후 입주 물량이 매우 감소할 것이 예상되고 있고 있습니다. 따라서 매력적인 밸류에이션 구간에 이미 진입한 대구와 인천이 이러한 공급 감소 시기와 맞닥뜨릴 경우 큰 폭의 상승이 가능할 것으로 점쳐집니다.
이 지표들은 계속 분기별로 업데이트해서 공유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