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적 가성비(價性比)
늘푸른언덕
Don’t Waste a Single Second: Time-Efficient Society 분초 사회
1분 1초가 아까운 세상이다. 시간이 돈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가성비보다는 ‘시성비’다.
시간이 돈만큼 혹은 돈보다 중요한 자원으로 변모하면서 ‘시간의 가성비’가 중요해졌다. 단지 바빠서가 아니다. 소유 경제에서 경험 경제로 이행하면서 요즘 사람들은 볼 것, 할 것, 즐길 것이 너무 많아졌다. 초 단위로 움직이는 현대 플랫폼 경제에서 시간의 밀도가 높아지며, 우리는 가속의 시대로 빠르게 나아가고 있다.
지난 해 연말, 매년 블로그 시리즈 중의 하나로 ‘트렌드 코리아 2024’의 10대 키워드를 다룬 바 있습니다.
오늘의 이야기 관련하여 2024년에 유행할 10대 소비 트렌드 중의 하나인 ‘분초 사회’를 인용하여 이 시대의 흐름에 대하여 생각해 보기 원합니다.
매년 연말이 되면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트렌드 시리즈물에서 2024년에 전개될 변화의 공통된 특성으로 꼽았던 것이 바로 이 ‘분초 사회’와 관련된 시간의 가성비, 즉, 시성비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바와 같이 가성비란 ‘가격 대비 성능’의 준말로 소비자가 지급한 가격에 비해 제품 성능이 소비자에게 얼마나 큰 효용을 주는지를 나타내는 척도로 정의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가성비의 개념에 시간의 효용성을 더한 개념이 바로 분초 사회의 핵심인 시성비입니다.
다양한 트렌드를 다룬 출간물에서 공통적인 키워드로 언급한 이 ‘시성비’가 근간이 된 분초 사회는 속도가 경쟁력이 되어 버린 시대가 도래하였음을 암시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분초 사회의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로 등장한 것이 바로 ‘퀵커머스’입니다.
‘퀵커머스’란 고객이 상품을 주문하면 15분~1시간 만에 배송지로 상품을 배송해 주는 즉시 배송 서비스입니다. 배송 가능 식품은 정육, 채소 등의 신선제품부터 생필품까지 실로 다양합니다. 배송의 기본 구조는 물류업체들이 도심에 여러 개의 물류센터를 두고 이를 기점으로 주문의 들어오자 마자 라이더에게 상품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배송시간을 단축하는 것이 사업 성공의 핵심 전략입니다. 이러한 퀵서비스의 등장으로 기존의 익일 배송이니 당일 배송이니 하던 특급배송은 또 다시 경쟁력을 잃어 버린 듯한 느낌입니다.
그동안 특급배송 사업영역에 발을 들여 놓은 기라성 같은 수많은 물류 운송 업체들이 다시 이 분초 사회의 시성비를 겨냥한 초특급배송에 다시 혈안이 되어 이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노력들이 연일 숨 가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고객의 입장에서는 엄청난 편리함을 누리고 있지만 막상 경쟁을 벌이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기업의 사활이 걸린 실로 무서운 세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세상은 이렇게 무섭도록 빠르게 변화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바보 같은 짓을 돈키호테처럼 자행했던 사례 하나를 소개합니다.
올해 2024년 사순절 (주: 부활주일 전 40일 동안의 기간으로 이 기간 동안 교인들은 몸과 마음을 정결하고 경건하게 하여 고난 당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순례의 길을 묵상하며 기념하는 절기)은 지난 2월 14일 시작하여 3월 30일까지였습니다.
2021년부터 강원도 춘천에 내려와 일을 하는 상황으로 그 동안 이 기간에는 춘천에서 새벽에 일어나 온라인 동영상으로 참여해 왔습니다.
올해 사순절 새벽예배 일정이 한창 진행되던 지난 3월 12일 아침, 그날은 제가 총회장으로 섬기는 남선교회 임원들이 새벽예배의 특별 찬송을 담당하는 순서였습니다. 그날은 평일이라 당연히 춘천에서 동영상으로 참석해야 하는 상황이었으나 잠시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올해 마지막 단 한 번의 기회인데 새벽에 직접 교회에 출석하여 대면으로 예배를 드릴 것인가 아니면 동영상으로 드릴 것인가?'
단 30분의 예배와 특히 3분도 채 안되는 짧은 특별 찬송을 위해 길거리에 귀한 시간을 버려가며 참석하는 것은 누가 봐도 어리석고 미친 짓이 틀림없었습니다.
그런데 그날 결국 그 어리석고 미친 결정을 내리고 그 먼 길을 새벽에 달려간 것입니다.
오늘날 세상이 추구하는 시간의 가성비로 따져 볼 때 이것은 거의 미친 짓이나 다름없는 일입니다. 그런데 평소에 가장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한다고 자부하던 제 자신이 그 어리석고 미련한 결정을 내리고 그 먼 길을 달려갑니다. 세상의 시선과 판단으로 볼 때는 지극히 비합리적이고 비효율적이지만 결국 그 어리석은 결정을 내리고 그날 아침 미션을 완수하기에 이릅니다.
어찌 보면 오늘날의 대부분의 교회 공동체가 이처럼 세상의 흐름과 사뭇 다른 방식으로 삶을 해석하고 주의 사역을 감당하고 있어 세상으로부터 그렇게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꿋꿋이 그 길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지극히 미련하고 어리석은 모습으로…
유명한 아프리카 속담 중에서 이런 이야기가 회자됩니다.
아이 하나를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
아프리카 속담
교육계에서 즐겨 인용하는 이 속담은 한 아이의 성장을 위한 교육과 육성이 온 마을 사람들이 모두 나서야 할 정도로 그 만큼 중요하고 어려운 일이라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교회의 중요한 기능 중의 하나로 주의 복음을 전하는 전도와 선교의 사명은 한 사람의 영혼 구원을 위한 일이라 이처럼 모든 믿음의 공동체가 하나가 되어 나서야 할 일이라고 합니다.
이런 의미로 올해 저희 교회가 ‘축복으로 건너가는 하늘다리’의 뜻을 지닌 ‘블레싱 브리지(Blessing Bridge)’란 이름으로 전도축제를 기획하여 이 행사를 성공적으로 잘 치러 냈습니다.
단 한 영혼이라도 구원하기 위해 온 교회가 혼신의 힘으로 기도하며 하나가 되었던 영적 전도축제를 통하여 많은 영혼들이 교회를 찾아 복음을 듣게 하는 귀한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복음을 알지 못하는 한 영혼을 위하여 준비한 오랜 시간과 비용을 생각할 때 세상의 시각에서는 다분히 비효율적이고 비합리적일 수 있지만 그 속에 귀한 영적인 비밀이 숨어 있는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영적 가성비입니다.
믿음의 공동체가 주로 추구하는 사역들의 속성을 들여다보면 바로 이러한 비합리적인 영적 가성비들이 공통적으로 존재합니다.
한 영혼의 구원을 위하여 평생이란 시간을 들여 전도하고 기도하기도 합니다.
한 영혼의 구원을 위하여 세상의 부귀영화와 세상적인 성공을 뒤로 하고 모든 것을 내려 놓고 주의 일에 뛰어들기도 하고 때론 목숨마저 걸기까지도 합니다.
세상의 법과는 너무나도 다른 그리스도의 법입니다.
그렇다면 인류 역사상 최고 효율의 영적 가성비의 사건은 과연 무엇일까 묵상하기에 이릅니다.
그리고 그 답을 찾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 답은 실로 명쾌했기 때문입니다.
바로 2000년 전 유대 예루살렘 땅 골고다 언덕 위에서 이루어진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입니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그를 믿는 자마다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
요한복음 3장 16절
만왕의 왕으로 이 땅에 오신 하나님의 독생자, 예수님께서는 3년간의 공생애를 마치신 후, 골고다 언덕 위 십자가 상에서 그를 이 땅에 보내신 성부 아버지의 뜻을 이루고자 인류의 모든 죄와 저주를 대신 지시고 십자가상에서 죽으셨습니다. 그 때 그 골고다 언덕은 우리를 사랑하셔서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내어 주신 하나님 아버지의 한량없는 사랑과 용서의 자리였습니다. 만일 그 십자가 상에서의 예수그리스도의 대속의 죽음이 없었다면 오늘날 인류의 역사, 그의 이야기(HISTORY)는 없었을 것입니다. 결코 죄가 없으신 단 한 분의 거룩한 죽음으로 인류의 죄를 대속하여 이룬 구원하심과 부활하심으로 이를 믿는 자들에게 영생을 선물로 주시는 사건이야 말로 인류 역사에 있어서 가장 확실하고 고귀한 영적 가성비인 것입니다.
이 놀라운 복음을 들고 땅끝까지 나아가야 할 거룩한 사명을 죽는 날까지 감당하는 것이 한량없는 그 큰 사랑을 조금이라고 갚는 길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묵상하게 된 이번 사순절 기간이었습니다.
그는 실로 우리의 질고를 지고
우리의 슬픔을 당하였거늘
우리는 생각하기를 그는 징벌을 받아
하나님께 맞으며 고난을 당한다 하였노라
그가 찔림은 우리의 허물 때문이요
그가 상함은 우리의 죄악 때문이라
그가 징계를 받으므로 우리는 평화를 누리고
그가 채찍에 맞으므로 우리는 나음을 받았도다
우리는 다 양 같아서
그릇 행하여 각기 제 길로 갔거늘
여호와께서는 우리 모두의 죄악을
그에게 담당시키셨도다
이사야 53장 4절~6절
<코칭으로 아름다운 동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