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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수곶감 | |
단풍이 절정을 이룬 10월 마지막 주 유명 산은 단풍놀이를 즐기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지리산 아래 주차장에는 대형 관광버스가 빼곡했고, 남해고속도로는 주말 내내 정체를 빚었다. 이 시기에 함안 여항산 자락 파수리 농부들은 곶감 만들 감을 따는 데 여념이 없었다. 시골 노인들만으로는 감 따는 일이 힘에 부쳐 도회지로 나간 자녀들도 주말과 휴일을 반납하고 고향으로 와 일손을 보탠다.
▼감이 크고 싱싱할 때 빨리 따서 저온창고에 보관하지 않으면, 홍시처럼 감 끝이 물러져 상품성이 떨어지고 혹 서리라도 맞으면 낙과로 수확량이 줄어든다.이 시기 집중해서 감을 따기 위해 마을에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 시골 도로변은 차들로 빼곡했다. 황량하던 시골 마을은 이처럼 곶감철만 되면 아이 웃음소리가 들려 사람 사는 느낌이 든다. 해서 늦가을 여항산 자락은 주황색 감으로 물들고, 온 산에는 감 따는 농부들로 소란스럽다. ▼감을 따는 것은 곶감 만드는 과정의 첫 단계에 불과하다. 요즘은 기계로 감을 깎아 일이 좀 줄었지만, 감을 저온창고에 저장하는 순간부터 약 두 달간 곶감 생산 농부들의 고생은 시작된다. 깎은 감은 일일이 고리를 만들어 건조장에 옮겨 말려야 한다. 파수마을은 북쪽의 찬바람을 맞는 천혜의 조건을 갖고 있다. 그런 조건 속에서 농부들은 건조장에서 45일 동안 곶감을 말린다. 이렇게 찬바람에 감이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해야 육질은 부드럽고 당분이 높은 좋은 곶감이 된다. ▼시골 어느 지역이나 쌀농사만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데는 없다. 곶감은 파수리 주민들의 가장 중요한 소득원이다. 곶감 판 돈으로 아이 키우고 학교도 보낸다. 파수마을 300여 농가가 한 해 생산하는 곶감은 770만개 정도이며, 한 해 55억원이 넘는 소득을 올린다고 한다. 부지런한 파수리 농부들 중에는 벌써 감을 따서 건조장에 말린 이들이 많다. 주황빛 고운 속살을 드러낸 채 건조장에 주렁주렁 매달린 감들은 어떤 이에게는 한 폭의 그림이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고생과 눈물의 결정체로 다가온다. * 기사: 경남신문 이상규 정치부 차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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