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촌주공 입주는 위기이자 기회

[samtoshi]

저는 2018년 11월에 낸 책 <서울 아파트 마지막 기회가 온다>에서 2019년에 찾아올 조정장을 매수 기회로 활용할 것을 제안드린 바 있는데 2018년 12월 헬리오시티 입주 영향도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그러나 주택구입부담지수도 중장기 평균 수준이었고 전세가율도 59%에 이르러 헬리오시티 입주 영향은 단기간에 그칠 것으로 봤던 것이 매수를 제안할 수 있었던 배경이었습니다.

둔촌주공의 경우는 어떨까요.

(둔촌 올림픽파크포레온이라고 언급해야 하나 아직은 둔촌주공이 많은 분들에게 익숙한 명칭일 것으로 보여 이 글에서 둔촌주공이라고 언급하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올해 11월 입주를 앞두고 있는 둔촌주공(12,032호)은 아시다시피 헬리오시티(9,510호)보다 큰 단지입니다. 당연히 헬리오시티 입주보다 파급되는 영향은 클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입주 시기의 전세가율을 비교하면, 앞서 말씀드렸듯이 헬리오시티때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59%였는데 비해 둔촌주공 입주를 8개월 앞둔 현 시점에서의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53%입니다. 전세가율은 당분간 오를 것으로 보이지만 둔촌주공 입주시기 즈음이 되어도 헬리오시티 입주때보다는 낮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 말인 즉슨, 헬리오시티 입주를 앞둔 2018년말보다 둔촌주공 입주를 앞둔 2024년말이 매매가를 지탱하는 전세가의 힘이 약할 것이라고 판단해볼 수 있습니다.

그 이후 입주 물량도 차이가 있습니다. 2018년말 헬리오시티 입주 이후 6개월간 대단지 입주 물량을 보면 2019년 2월 개포 래미안블레스티지(1,957호), 6월 래미안 명일역솔베뉴(1,900호)가 있었는데 비해, 2024년말 둔촌주공 입주 이후를 보면 2025년 1월 이문 래미안라그란데(3,069호), 3월 장위 자이레디언트(2,840호), 6월 신반포 메이플자이(3,307호)와 휘경 자이디센시아(1,806호)가 있습니다. 2018년말부터 2019년 상반기까지 입주 물량은 13,367호였는데 2024년말부터 2025년 상반기까지 입주 물량은 23,054호로 2배 가까운 수량입니다. 2019년 상반기에 서울 전세가가 하향 조정되었음을 상기한다면 2025년 상반기에는 전세가 하방 압력이 당시보다 더 클 것이라는 점을 쉽사리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서울 서남권에 인접한 광명시도 2024년 12월 트리우스 광명(3,344호), 2025년 5월 철산 자이더헤리티지(3,804호) 입주 예정이라 서울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헬리오시티보다 더 큰 둔촌주공의 입주, 그리고 헬리오시티 이후 입주 물량보다 더 큰 둔촌주공 이후 입주 물량, 헬리오시티 입주때보다 둔촌주공 입주때 더 낮은 전세가율. 이러한 요소들은 서울 부동산 전세가에 하방 압력을 제공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서울 부동산 진입을 계획하는 분들에게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보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공급 부족'이라는 확정적 미래가 예고되어있기 때문입니다.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수도권 입주 물량이 적었음에도 불구하고 매매가는 내려갔기 때문에 '공급 부족'이 반드시 매매가 상승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의견은 일견 옳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바로 '공급 감소폭'입니다.

2010~13년 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은 연 평균 11.8만호였는데 이는 직전 4년간(2006~09년) 연 평균 14.5만호 대비 -18% 감소한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2023년 수도권 아파트 착공 물량을 보시면 불과 8.9만호에 불과합니다. 2022년(14.0만호) 대비 -37%, 2021년(23.6만호) 대비 -62%, 2005~23년 연 평균(15.3만호) 대비 -42%나 급감한 수량입니다. 2006~09년(연 평균 14.5만호) 대비 2010~13년(연 평균 11.8만호) 감소폭 -18%는 애교 수준인 셈입니다. 게다가 2024년 착공 물량도 저조할 것이 예상됩니다. 역대급으로 저조한 착공 물량 수준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미지수인 상황입니다.

(수도권 아파트 착공 물량 추이)

개인적으로 지금 매매가가 싸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주택구입부담지수도 여전히 중장기 평균 대비 높은 상황이고 전세가율도 중장기 평균보다 조금 아래입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수준의 공급 급감이 시장에 닥치면 결국 고평가 상황을 지속시키거나 고평가를 넘어서는 오버슈팅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됩니다.

가령 대흉작으로 공급 부족이 발생한 식량의 가치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천정부지로 치솟게 될 것입니다. (물론 그렇게 오버슈팅된 가치는 공급이 정상화될 경우 원래대로 돌아오겠지요) 주택도 필수재이기 때문에 수요자들은 매매 또는 임대 등 어떠한 형태로도 주택을 구하게 되는데 그러한 필수재의 공급이 급감하게 된다면 고평가의 기준도 종래와는 다른 것이 되어버릴 것입니다. 앞으로 예고된 공급 급감은 이러한 상황을 상기시키게 됩니다.

둔촌주공 입주로 촉발될 가능성이 높은 조정장은 서울 부동산 진입을 계획하는 분들에게 기회가 될 것이라는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이런 연유에서입니다. 다이내믹한 시장 변화가 올해 하반기부터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질거 같습니다. 한번 지켜보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