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리 타올

어제 저녁 일기예보만 해도 오늘 새벽에는 비가 오는 것으로 돼 있었으나새벽에 일어나 보니 비가 그쳤다. 얼른 라켓트와 샤워용구를 챙겨 집을 나섰다.엘리베이터를 타려다가 갑자기 마스크를 두고 나왔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집으로 들어가마스크를 착용하고 나왔다.작년에 테니스코트를 클레이코트에서 인조잔듸코트로 바꿨다. 클레이코트에선 비가 내린 후에는코트가 마를 때까진 공을 칠 수가 없었지만 인조잔디로 바꾸고 나선 비만 그치면 곧 바로 공을 칠 수 있다 게임을 하려니 한 명이 모자라 할 수 없이 코치가 던져 주는 공을 받아치는 레슨을 받았다.레슨이라기 보다는 집단 레슨으로 그냥 공을 칠 수 있게끔 던져 주는 식이다.그냥 빈 라켙을 혼자서 휘두르는 것 보다는 스윙 연습이 된다.레슨을 마치고 샤워장으로 갔다. 본관입구에는 발열체크를 하고 일일이 입장자 연락처와 소속반을 기록한다. 탈의실에서 옷을 벗고 마스크도 벗고 샤워실로 들어간다.샤워가방에서 비누와 이태리 타올을 꺼냈다. 예전에는 등어리 때를 양손을 뒤로 아래 위로 잡으면 잡혔는데어느때부터 한쪽은 되지만 한족은 잡을 수가 없었다. 이태리 타올리 아니면 다른 사람에게 문질러 달라고 부탁하는 수밖에없다. 생전 모르는 사람에게 등 밀어달라고 부탁하기도 쑥스럽고 해서 이태리 타올을 갖고 다닌다. 예전에 우리나라 주거시설이 아파트화 되기 전엔 단독주택이었고 목욕탕이 따로 없었다.도시에서만 대중탕이 있었고 시골에서는 여름에는 냇가에 가서 멱을 감았고 겨울에는 쇠죽솥에 물을 그릇에 데워서얼굴이나 씻었다. 학교에서 용의검사를 할 때엔 밤에 요강에 오줌을 받아서 손 때를 벗겼다.이른 봄에는 용의검사가 끝나면 선생님이 아이들을 데리고 냇도랑으로 가서 얼음물에 손을 담궈서 조약돌로 북북 문질러때를 벗기곤 하였다. 그 당시엔 이태리 타올도 없었다. 나중에 나온 이태리 타올은 때를 벗기기 위한 발명특허였다. 배를 타고 유럽을 다닐 때 이태리에 입항한 적이 몇번 있었다.시내에 상륙하여 쇼핑을 하면서 혹시 이태리 타올이 있는가 살폈더니 그런 물건은 보이지 않았다.목욕을 생활화 하고 있는 서양사람들에겐 때를 벗길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이태리 타올 특허기간도 지나갔다. 발명특허는 아마 50년간인가 그렇다. 지금은 아무라도 만들 수가 있고 팔 수도 있다. 작년인가 지하철을 탔는 데 장애인이 지하철내에서 이태리 타올을 팔고 있었다.한 쪽 다리가 절단되어 불쌍하게 보여 호주머니에서 2천원을 꺼내 그에게 주었더니 팔고 있는 이태리 타올 한장을 던져 주었다. 나는 타올이 필요없다고 해도 한사코 떠맡기고 갔다. 할수없이 호주머니에 돌돌 말아넣고 왔더니 혼자서 등어리 때를 벗길 때 유용하게 쓰인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고 했던가? 우리 주변에서도 찾으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문은 두드리는 자에게 열리는 법이다. 두드려 보지도 않고 문이 잠겼다고 포기한다면 남의 뒷 꽁무니만 따라 다니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