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한국사 이야기]군부의 불법조직/하나회

[우물속의 달]

 


지난번에 청명계획 이야기를 했으니 이번에는 좀 길지만 하나회 이야기를 해봅시다. 군대 내 친목질의 부작용을 쌈박하게 보여준 집단이지요. 역사도 은근히 오래 갔습니다.

1951년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때 국군은 장기적인 장교 육성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육사 11기를 선발합니다. 이중에는 전두환과 노태우도 끼어있었지요.

이들은 사관학교 생도 시절부터 친목모임을 결성했는데 이 모임 이름이 오성회입니다. 용성 전두환, 관성 노태우, 여성 김복동, 혜성 최성택, 웅성 박병하. 이렇게 다섯이 모여서 오성회. 뭔가 동방신기스럽습니다.

그러다가 박병하가 유급으로 잘리고 손영길, 권익현, 정호용이 추가되며 칠성회가 됩니다. 칠성회는 김택환회로도 불렸는데, ‘김’복동, 노‘태’우, 전두‘환’의 이름 한 자씩을 딴 것입니다. 이들 셋의 힘이 특히 강했던 것이지요.


이렇게 사조직이 무럭무럭 커가고 있는 와중에 5.16군사정변이 발생합니다. 이때 전두환은 육사생도들을 조종하여 군사정변(당시에는 혁명) 찬성 시위를 이끌고 박정희의 눈에 들어오게 됩니다. 이때부터 칠성회에서 가장 끗발 날리는 인물이 된 것이지요.

칠성회는 대통령의 비호를 받는 전두환의 주도 아래 일심회로 재편되게 됩니다. 일심회의 뜻은 '태양(박정희)을 위하고 조국을 위하는 하나같은 마음‘ 이 일심회의 명칭이 변화한 것이 하나회입니다.


하나회 가입의 조건은 세 가지입니다. 영남출신(전두환의 출신지), 성적우수, 정치색. 육사 각 기수별로 이 조건에 맞는 10명을 선정하여 반강제적으로 가입시켰지요. 물론 장세동과 같이 비영남권 출신이 없던 것은 아니었으나 이건 성적이 우수했기에 가능했던 겁니다.

하나회에 가입한 회원들은 노골적인 인사특혜를 받을 수 있었고 그들은 조선시대 청요직마냥 국방부, 보안사 등 진급이 빠른 보직만 옮겨 다녔습니다. 굳이 야전 경험이 필요하다면 수도권에서 잠시 직급을 맡는 식이었지요. 흔히 말하는 꿀보직.

사고가 터지더라도 커버를 쳐줍니다. 예를 들어 육사 14기인 이종구는 전방부대 대대장으로 있을 때 예하부대에서 총기사고가 터진 적이 있습니다. 육사 16기 최평욱은 사단장 재임 중에 부대원이 월북하는 일이 발생한 적이 있지요. 일반 군인이었으면 당장이라도 옷을 벗거나 승진에서 누락되었겠으나 하나회 소속인 이들은 아무도 피해를 보지 않았습니다.


성적우수생들이 많았지만 전방경험이 부실하기에 하나회 소속 장교들은 전시 상항에서 유능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특히 베트남 전쟁 파병 때 실전에 투입된 장교들이 문제를 여럿 일으켰지요.

대표적인 예가 전두환입니다.(참고로 전두환의 육사 성적은 별로 좋지 못했습니다) 당시 베트남 파견근무를 마친 장교는 1계급 특진과 무공훈장 수여가 관례였습니다. 그런데 전두환이 귀국했을 때 그의 상관들은 특진과 훈장수여에 대해 결사반대를 외칩니다. 실전지휘가 엉망인데다가 그 외에도 볼썽사나운 짓을 반복해 장병들의 사기를 떨어뜨렸다는 게 그 이유였지요.

당시 거론된 것만 언급하자면 베트콩의 무기를 암시장에서 구입해 전과를 조작한 것, 귀중한 식수로 혼자 샤워를 한 것, 지휘는 안하고 테니스나 치고 있던 것 등이 있습니다. 결국 진급과 훈장수여는 무산되지요.


이런 하나회의 존재가 처음 불거진 것은 1973년 ‘윤필용 사건’으로, 당시 강창성 보안사령관이 윤필용과 가까운 후배들을 조사하다가 하나회의 존재를 파악하게 됩니다. ‘제5공화국’과 같은 드라마에서는 하나회의 존재를 보고받은 박정희 대통령이 진노하는 장면이 나오나 이것은 실제 사실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오히려 하나회를 고발한 강창성은 좌천 조치되었고 하나회 소속 장교 중에서는 희생양으로 손영길만 예편, 나머지는 아무런 피해를 받지 않았습니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당시 시대에서 대통령의 미움을 받은 조직이 살아남을 수 있을 리가 없습니다. 하나회는 윤필용 사건 이후에도 군 내 최대 파벌로 존립했고, 박정희가 김재규에 의해 암살당한 10.26사건 직후에는 그 힘을 이용해 쿠데타를 일으키게 되지요. 바로 12.12군사반란입니다.

당연히 전두환 정권 아래에서 하나회 소속 인사들은 각종 요직에 앉게 됩니다. 6월 항쟁으로 전두환이 쫓겨나고 대통령에 오른 노태우는 전두환의 뒷통수를 쳐서 하나회 소속 중 전두환 충성파를 싹 교체해버렸지요. 노태우 정권 요인 중에는 비하나회 출신 비중이 높아지기는 했으나 여전히 다수는 하나회 출신이 장악하고 있었습니다.


이 민폐덩어리 불법조직의 뿌리를 뽑은 것은 김영삼 대통령 때입니다. 재임 초기 금융실명제와 같은 김영삼의 업적은 비슷한 행보를 보이는데, 철저히 측근들하고만 의논하며 비밀을 유지하다가, 결정적인 시점에서 빵 터뜨리는 것입니다. 하나회 숙청도 비슷한 과정을 거쳐 이루어졌지요.

취임 11일째인 1993년 3월 8일, 김영삼은 국방부 장관 권영해를 소환시킵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대화를 나누었다고 하지요.

김영삼: 군인들은 그만둘 때 사표를 제출합니까?
권영해: 군대엔 사표 내는 일 없이 인사명령에 따라 복종하는 각오가 언제나 되어있습니다.
김영삼: 그럼 됐구만. 내가 육참총장하고 기무사령관을 오늘 바꾸려고 합니다.
권영해: !?

김영삼은 곧바로 인사발령을 내리고 하나회 출신인 두 인물을 네 시간 만에 해임시켜버립니다. 이때까지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게 하나회 자체에 대한 공격인 것으로는 상상도 못했지요.

같은 해 4월 2일에는 하나회 명단이 용산구의 군인 아파트에 뿌려지는 사건이 있었는데 이게 언론에 보도되며 대중들도 하나회의 존재에 대해 인식하게 됩니다. 김영삼은 기세를 몰아서 4월 한 달 사이에 하나회 출신 장군들을 교체시켜버리지요.

7월에는 아직 군에 남아있던 하나회 출신의 이충석 소장이 회식 자리에서 정부가 군을 막대한다고 불만을 토로한 일이 있었는데, 이게 또 대통령 귀에 들어가서 대대적 탄압이 재개됩니다. 하나회 출신의 주요 장성들은 진급에서 멀어진 것에 그치지 않고 아예 강제 전역까지 당하는 수모를 겪었지요. 이에 대한 반발이 없던 것은 아니었으나 김영삼은 “개가 짖어도 기차는 달릴 수밖에 없다.”라는 명언을 날리며 반발세력의 입을 다물게 합니다.


3당합당과 IMF 문제로 욕도 많이 먹은 김영삼이지만 하나회 숙청만큼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 한 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김영삼이었기에 가능했다는 말도 나오지요. 노태우 재임기부터 민주자유당에 있으면서 하나회 대신 자신의 지지기반에게 힘을 몰아주기도 했고, 기습적으로 일을 벌였기에 조직적인 반발을 막을 수 있던 점도 있습니다.

김영삼은 생전에 자기가 아니었다면 김대중이나 노무현이 대통령에 오를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한 일이 있는데 이게 완전히 허황된 소리는 아닙니다. 군대를 직접 부릴 수 있는 하나회인 만큼 쭉 존속했다면 야당 소속 대통령이 당선되었거나 그들이 숙청을 단행했을 때 12.12군사반란 2편을 찍었을 가능성도 있지요.


여담으로 노태우는 본인의 회고록에서 하나회 숙청의 부작용이 상당했다고 서술하고 있습니다. 전투력이 약화되고 3류 인사가 지도부에 올라갔다는 것이지요. 육사의 성적우수자들이 대다수 하나회 소속인 만큼 노태우의 발언에 어느 정도 일리가 있기는 합니다만, 전두환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그들이 군사적인 능력이 뛰어난 사조직이라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하나회는 불법조직입니다. 불법조직은 해체하고 조직원을 처벌하는 것이 원칙이지요. 그게 군대 소속이라면 더더욱 그래야 하고요. 이런 불법조직이 잘나가면 탈레반이나 IS 같은 게 돼버리니 만큼 하나회 해체는 부작용보다는 순작용이 더 컸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ps. 다음 링크는 유시민 씨가 2005년에 한 강연 중 일부로 하나회 해체 당시 상황을 묘사한 내용입니다. 좀 웃깁니다. https://goo.gl/cDTjil (클릭)

[김지환]

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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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행복하세요.^^*

[시메온]

군부의 불법조직의 하나회를
다시 더듬어 보면서 공부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우물속의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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