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미 [인테리어] 2014-01-27>
프랑스식 친환경 라이프스타일
강부연 여성조선 기자
자신이 사용하기 위해 프랑스에서 친환경 세제를 직접 수입해 공수해왔을 정도로 평소 에코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해온 이혜림 대표. 서래마을 파리의 감성을 그대로 담은 그녀의 집에서 한국과 프랑스를 넘나드는 특별한 친환경 살림법을 배워보았다.
20년 넘게 파리에서 살았던 이혜림 대표가 프랑스인 남편과 서래마을에 다시 둥지를 튼 지 채 1년이 되지 않았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들어와 소품 숍이냐고 물을 정도로 이국적이고 예쁜 외관의 그녀의 집에는 프랑스에서 사용하던 가구와 집기를 그대로 가져다놓아 마치 파리에 온 듯한 착각마저 들게 한다. 그릇과 소품을 모두 장식장이나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는데 정갈하고 깔끔하게 세팅한 솜씨 역시 예사롭지 않다.
부부를 찾아간 날, 라클레트(Raclette) 굽는 냄새가 집 안에 가득했다. 라클레트는 프랑스 전통 음식으로, 알프스 지역에서 나는 라클레트 치즈를 팬에 구워 먹는 요리다. 알프스 지방에서 스키를 타고 난 뒤에 즐겨 먹었다는 라클레트는 우리나라의 삼겹살처럼 여러 사람이 둘러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와인과 함께 먹기에 제격이다. 취향에 따라 버섯과 같은 채소를 구워 먹거나 하몽이나 베이컨, 달걀을 구워 함께 먹기도 한다. 무엇보다 손이 많이 가지 않고 재료의 담백한 맛 때문에 평소 부부가 즐겨 먹는 음식이다.
-
- 간단한 점심이나 와인과 함께 즐기기 좋은 라클레트 상차림. 통밀빵과 토마토, 치즈, 찐 감자만 있어도 식탁이 풍성해진다.
-
- 1 파리의 빈티지 숍에서 구입한 다양한 종류의 그릇들. 살림에 관심이 많고 또 그릇을 워낙 좋아해 그릇이 많은 편이다. 간단한 음식이라도 예쁜 그릇에 담아 먹으면 특별한 분위기를 낼 수 있다는 것이 부부의 생각이다. 2 털털한 성격의 이혜림 대표와 회화를 전공한 아티스트인 남편 프랑소아 에나르 씨.
“저도 그렇지만 남편 역시 음식을 번거롭게 차리기보다 심플한 조리법을 선호하고 재료도 집에 있는 것을 이용해 요리하는 것을 좋아해요. 조미료 역시 소금이나 후춧가루와 같이 기본 양념만 사용하기 때문에 음식 맛이 담백할 수밖에 없죠. 옷이나 살림살이도 마찬가지고요. 새롭게 사는 대신 벼룩시장에서 구입한 것을 리폼하거나 대를 물려 사용하는 것들이 대부분이에요. 꼭 필요한 것만 구입하는 것이 바로 친환경 살림의 시작이죠.”
직거래 유기농 식재료로 차린
친환경 식탁
남편 프랑소아는 열다섯 살 때부터 채식을 했다. 그녀 역시 완벽한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채식 위주의 식생활을 지향하고 있다. 또 아토피가 있는 탓에 먹을거리는 물론 세제까지 모두 친환경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특히 그릇을 닦는 주방 세제만큼은 신경 써서 고른다. 라브르베르라는 친환경 세제를 한국에 수입한 동기도 자신이 직접 사용하기 위해서였다.
-
- 그녀가 즐겨 사용하는 감각적인 조리 도구와 식재료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주방. 프랑스 판매 1위의 친환경 세제 라브르베르가 눈에 띈다.
“프랑스에서는 친환경 제품과 유기농 식재료를 구입하는 것이 정말 쉬워요. 가격도 한국에 비해 저렴하고요. 그만큼 국민 대부분이 환경을 보존하기 위해선 친환경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죠. 하지만 한국에서는 저처럼 아토피가 있거나 호흡기 질환처럼 환경에 의한 질병이나 큰 병에 걸렸을 때에야 친환경 생필품이나 유기농 먹을거리를 찾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안타까운 점은 모든 사람이 환경을 생각하며 소비한다면 자연이 훼손되는 것을 막을 수 있고, 인간은 그 안에서 질병으로 고통받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거죠.”
친환경 제품을 구입하기 위해서 각종 인증 마크에 담긴 의미만이라도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 대표는 조언한다. 특히 에코서트(Ecocert)와 에코라벨(Ecolabel) 정도는 구별하는 것이 좋다고. 유럽에서 인증하는 에코서트 마크는 친환경 원료를 이용해 만든 제품이다. 하지만 사후에 그 제품이 어떤 식으로 자연에서 분해되는 것까지는 인증되지 않은 제품이 대부분이다. 반면 에코라벨은 유기농 원료를 사용하면서 자연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는 제품으로 전 세계에 약 50개 제품만 인증을 받았다.
-
- 한 번에 다량 주문해 지인들과 나누어 먹는다는 소소란 달걀과 친환경 사과.
-
- 1 간단한 식재료를 이용해 음식을 만들지만 상차림만큼은 늘 격식을 갖춰 식사의 분위기를 돋운다. 2 주방 세제뿐만 아니라 샴푸나 욕실 세제도 친환경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20년 넘게 프랑스에서 살았기 때문에 그녀의 식단은 대부분 프랑스식이다. 빵도 직접 만들어 먹고 파스타나 샐러드처럼 간단한 프랑스 요리를 즐긴다. 하지만 대부분의 식재료는 한국 것을 이용한다. 바로 탄소 마일리지 때문이다. 아무리 신선하고 친환경으로 재배한 식재료라도 배를 타고 한국으로 오는 동안 신선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화학 처리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에도 이제 친환경 식재료 상점이 많이 생겨서 어렵지 않게 유기농 식재료를 구입할 수 있지만 가격은 꽤 비싼 편이에요.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바로 직거래죠. 마침 한국에서 함께 환경 운동을 하던 선후배들이 시골에서 친환경 방식으로 농작물을 키우고 있어 보다 믿을 수 있는 유기농 식재료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게 되었어요. 대형 마트에 가지 않고 꼭 필요한 생필품만 근처에서 구입하다보니 생활비는 프랑스에서 살 때보다 많이 줄었는걸요.(웃음)”
그녀가 직접 농장을 방문한 후 지금까지 단골이 되었다는 소소란(www.donongshop.com) 달걀은 20알에 1만1천원으로 가격은 비싸지만 맛이 신선하다. 이 밖에도 쌀과 제철 채소는 강원도 홍천에서 유기농 제품을 꾸러미 밥상으로 받고 있고, 생필품은 집 근처 생협에서, 생선은 인터넷을 통해 수협 제품을 구입한다.
감각적인 리폼이 돋보이는
프렌치풍 인테리어
-
- 1 프랑스 벼룩시장에서 구입한 침실 앤티크 스탠드. 2 남편이 직접 리폼한 화장실. 기존에 있던 타일에 색을 칠하고 헤라로 긁어 마무리했다. 세면대 아래 협탁은 원래 침대 옆에서 사용하던 것을 이용해서 욕실용으로 리폼했다. 3 벼룩시장에서 구입한 다양한 액자를 장식해 거실에 특별한 코너를 완성했다.
-
- 회의실이자 응접실을 겸한 방은 이 집에서 프랑스의 정취가 가장 많이 느껴지는 곳이다.
-
- 구입한 소품들을 사용하기 편하게 또 장식효과를 겸할 수 있도록 제자리를 찾아주는 건 남편 프랑소아다.
-
- 심플한 멋이 돋보이는 2층 부부의 침실.
-
- 1 프랑스판 병풍. 명절이나 제사 때도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2 2층으로 연결되는 계단에는 가족의 신발이 질서정연하게 놓여 있다. 알뜰하게 공간을 활용하는 이혜림 대표의 센스가 돋보인다. 3 벼룩시장에서 구입한 재미있는 소품이 집안에 활기와 매력을 더해준다.
-
- 1 와인 마니아이신 프랑소아의 아버지가 주신 1977년산 와인 케이스 뚜껑. 프랑소아의 손길을 거쳐 예쁘게 세팅하니 인테리어 소품으로 재탄생되었다. 2 직접 칠하고 벗겨내 완성한 빈티지풍 장식장.
-
- 액자와 그림을 따로 가지고 왔더니 크기가 맞지 않아 액자만 걸어두었는데 그 자체로도 특별한 코너가 완성되었다고.
벽과 바닥의 감각적인 컬러 매치, 맞춤인 듯 제자리에서 빛을 발하고 있는 가구와 소품 그리고 액자까지. 마치 전문가의 손길이 닿은 듯 감각적인 그녀의 집이지만 대부분의 가구와 소품은 벼룩시장에서 구입한 것들이란다.
“살림에 욕심이 많지만 새것은 다 비싸잖아요. 그래서 대부분의 제품은 프랑스 벼룩시장에서 틈틈이 사 모은 것들이에요. 제가 물건을 구입하면 남편은 그 물건의 자리를 찾아주는 일을 하지요.”
1970년대에 지어진 낡은 주택을 감각적인 프렌치 스타일로 탈바꿈시킨 건 남편 프랑소아다. 프랑소아는 아티스트이자 파리에서 5대째 가구 장인으로 살아온 집안의 후손으로, 손재주는 물론 미적 감각이 탁월하다. 오래된 벽지를 뜯어내고 친환경 페인트를 칠한 뒤 바닥을 까는 일까지 이 집의 내부는 남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오래된 가구를 색칠하는 것 역시 남편이 직접 했다. 뿐만 아니라 화장실 리폼부터 액자 코너를 만드는 일까지 6개월가량 혼자만의 작업을 즐겨가며 집을 개조해나갔다. 덕분에 저렴한 비용으로 멋진 집을 완성할 수 있었다.
여성조선 (http://woman.chosun.com/)
취재 강부연 기자 | 사진 이종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