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비아 숫자는 0을 포함해서 1에서9까지의 숫자를 뜻한다.
오늘날 세계 여러 나라에서 사용하고 있는 이 숫자의 명칭은 12세기 무렵 유럽의 상인들이 붙인 것이다.
유럽인은 이 숫자를 아라비아에서 받아들였기 때문에 아라비아 숫자라고 불렀다.
중세 유럽인들은 처음 이 아라비아 숫자를 ‘악마의 기호’라고 하여 받아들이는데 무척이나 거부감을 느꼈다고 한다.
그러나 중세 십자군 원정이 계기가 되어 아랍의 지식과 함께 아라비아 숫자는 유럽에까지 전파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 아라비아의 숫자는 인도에서 먼저 발명되었다.
5세기 무렵 인도에서는 1에서9까지의9개 숫자 외에 0이라는 새로운 숫자를 만들어
이들 10개의 숫자만으로 어떠한 수도 나타낼 수 있었다.
상업에 능했던 아라비아인들은 멀리 중국이나 인도에까지 진출해 여러 물건을 교환하였다.
그들은 교역품 이외에도 중국에서는 종이 만드는 방법을, 인도로부터는 이 편리한 숫자를 배워갔던 것이다.
아라비아에 왔던 유럽의 상인들은 이 숫자 체계가 아라비아 사람들이 만든 것이라고 알게 되었고,
그 후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이 숫자는 '아라비아 숫자’로 불리게 되었다.
아라비아 숫자가 유럽에 알려진 이후 셈이나 수의 기록이 아주 편리하게 되었고 유럽의 수학과 과학이
급속하게 발달하는 계기가 되었다.
중세 유럽인들은 자신의 조상들이 이루어놓은 학문을 발전 시키기는커녕 제대로 보존도 하지 못했다.
8세기에서 12세기까지 이 역할을 아랍인들이 담당했는데 그들은 12세기 들어 자신들이 발전시킨 학문을
유럽에 전해주었다.
유럽인들은 아랍의 학문을 받아들여 그리스 학문을 재발견하고 발전시켜 훗날 코페르니쿠스, 갈릴레이 등이
활동할 수 있는 학문적 기반을 조성하였다.
아랍인들은 이처럼 아무런 편견 없이 인도의 숫자는 물론 십진법 등 여러 우수한 다른 문명의 학문들을 흡수해
자신들의 문화에 접목시켰다.
1에서9까지·아홉개의 숫자와 0을 써서 10이 될 때 마다 한 자리씩 올라가는 것을 생각해 낸 일은,
인류 악사상 가장 위대한 발명 중의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이 숫자 덕분에 인도 사람들은 덧셈, 뺄셈, 곱셈, 나눗셈은 물론 이자계산이라든가 제곱근, 세제곱근을 구하는 등
복잡한 셈까지도 거뜬히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인도는 아랍이나 유럽처럼 이 숫자들을 이용하여 과학과 수학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키지 못했다.
인도 수학이 계속 발달하지 못한 이유는 수학을 연구할 수 있는 계층이 승려나 왕족들에게만 제한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인도 사람들은 자신들의 생각을 시의 형식으로 남겨 놓았는데 시는 수학적인 내용을 자세하게 옮길 수 없고
의미가 애매모호해 숫자의 개념을 확실하게 정립할 수 없었다.
- 장지연 엮음, ‘포켓 속의 세계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