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금초 교수 시조창작교실-시조의 형식(형태)
● 時調의 形態
시조의 형태(혹은 형식)는 단형시조(평시조), 중형시조(엇시조), 장형시조(사설시조), 양장시조(2장시조), 옴니버스 시조(시조의 각종 형식을 아우른 混作 시조), 동시조(童時調) 등 여섯 종류가 있다. 또한 시조의 내용면에서는 서정시조, 서사시조, 교훈시조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가. 평시조의 형태
평시조는 시조의 중심이 되는 형식으로서 3장 6구 12음보로 구성된 시형식이다.
시조는 어느 종류를 막론하고 초장, 중장, 종장 3장의 형식미학을 갖추고 있다. 평시조(단형시조)는 각 장이 2句 4음보의 율격을 갖추며 종장 첫 구가 1음보 3음절로 고정된 三章詩(삼행시)이다. 평시조의 특성은 간결한 형식미와 단시로서의 서정미학을 구현해내는데 있다고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시조라고 하면 평시조를 가리키며 과거 학자들은 그 형식을 3장 6구 45자 내외로 규정하고, 이에서 몇 자를 가감할 수 있는 신축성 있는 형식이라 하였다.
<별첨 표 = 평시조의 형태 참고>
정완영 [가을 아내]
이상범 [民話 그리고 民畵]
장수현 [강, 침몰하는 노을]
예문 / [시조 짓는 마을] 27쪽 천숙녀 [ 청국장], 29쪽 하정화 [봄마중], <평시조>
이러한 시조의 형식상 특징을 일컬어 가람 李秉岐는 [整形詩]라고 규정하였고, 노산 李殷相은 [定型而非定型(詩)이며, 非定型而定型의 詩形]이라고 하였다.
여기서 말하는 잘 定型된 시형이라든가, 定型詩이면서 정형시가 아니며 정형시가 아닌듯 하면서도 정형을 갖춘 시라고 한 그 배경에는 字數律을 기준으로 삼은 주장이 깔려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잘못된 지침은 창작을 부당하게 구속하게 만든다}고 하였듯이, 일부 학자들이 주장하는 평시조의 형식규정은 맹점이 많은 것이다. 1930년 陶南 趙潤濟 박사가 평시조 2천7백59수를 표본조사한 결과 초장 율격이 3·4·4(3)·4와 일치하는 작품은 47%(1천2백98수), 중장 40.6%(1천1백21수), 종장이 3·5·4·3과 맞아떨어진 작품은 21.1%(7백89수)로 나타났다. 이것을 확률론의 공식에 따라 계산하면 초·중·종이 평시조의 정형과 일치하는 작품은 고작 4%에 지나지 않는다는 결론을 도출해낸 것이다.
趙東一 서울대 교수의 주장에 따르면 {전체의 4% 정도에 해당하는 것을 정형으로 삼는다면 평시조는 그 실상과는 사뭇 다르게 이해되고, 시조 창작의 방향도 왜곡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 것}이다.
* 이제 평시조는 字數律보다는 內在律(리듬)을 중시해야 한다.
예문 / <평시조 변형>
김상옥 [그 門前] 및 [빈 궤짝]
이근배 [내가 왜 산을 노래하는가에 대하여]
<평시조의 형식>
오백년 도읍지를 필마로 돌아드니
(첫 어절) (둘째 어절) (세째 어절) (네째 어절)
3 4 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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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구 둘째 구
7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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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 장
14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 데 없네
(첫 어절) (둘째 어절) (세째 어절) (네째 어절)
3 4 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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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구 넷째 구
7 7
-----------------------
중 장
14
어즈버 태평연월이 꿈이런가 하노라
(첫 어절) (둘째 어절) (세째 어절) (네째 어절)
3 5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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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째 구 여섯째 구
7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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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 장
15
동창이 / 밝았느냐 // 노고지리 / 우지진다
3 4 4 4
소치는 / 아해들은 // 상기 아니 / 일었느냐
3 4 4 4
재 너머 / 사래 긴 밤을 // 언제 갈려 / 하느니
3 5 4 3
<평시조>
가을 아내(부분)
정 완 영
한 잔 술 등불 아래 못달랠 건 정일레라
세월이란 풀섶 속에 팔베개로 지쳐 누운
당신은 귀뚜리던가 내 가슴에 울어 쌓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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民話 그리고 民畵(부분)
이 상 범
문갑에 쌓인 고요 닦으면 날이 서고
청댓잎 어른대다 달의 몸을 찌를 때면
병풍 속 잠자던 수탉 홰울음을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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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침몰하는 노을(부분)
장 수 현
저 강에 가라앉은 울창한 대나무숲
단단한 마디처럼 상처가 새겨지고
따숩던 마을 언저리 침몰한다 노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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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시조 변형>
그 門前(전문)
김 상 옥
모처럼
지는 꽃 손에 받아
사방을 두루 둘러본다.
지척엔
아무리 봐도
놓아 줄 손이 없어
그 문전
닿기도 전에
이 꽃잎 다 시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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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궤짝(전문)
김 상 옥
마루가 햇빛에 쪼여 찌익찍 소리를 낸다. 책상과 걸상과 화병, 그 밖에 다른 세간들도 다 숨을 쉰다. 그리고 주인은 혼자 빈 궤짝처럼 따로 떨어져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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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왜 산을 노래하는가에 대하여
이 근 배
목숨을 끊은 양 누워 슬픔을 새김질해도
내 귀엔 피 닳는 소리 살 삭이는 소리
산, 너는 죽어서 사는 너무도 큰 목숨이다.
그 황토흙 무덤을 파고 슬픔을 매장하고 싶다
다시는 울지 않게 천의 현을 다 울리고 싶다
풀 나무 그것들에게도 울음일랑 앗고 싶다.
어느 비바람이 와서 또 너를 흔드는가
뿌리처럼 해도 누더기처럼 덮여오는 세월
깊은 잠 가위 눌린 듯이 산은 외치지도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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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엇시조의 형태
초·중·종장 가운데 어느 한 장이 6∼7 음보로 이루어진 시형이다.
엇시조의 [엇]이란 한자의 [於]에 吏讀 [叱(ㅅ)을 붙여 만든 吏讀式 造語이다. [엇]은 접두사로서 평시조와 엇비슷한, 또는 평시조에서 어긋난 형식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엇시조는 평시조의 기본 틀인 3장 6구 12음보에서 어느 한 장의 1구가 2, 혹은 3음보 정도 길어진 형태이다. 대개 초장과 중장이 길어지지만, 중장이 길어지는 경우가 일반적이며 종장만이 길어진 경우는 드물다.
다시 정리하면 엇시조는 평시조와 사설시조의 중간 형식이라고 할 수 있으며, 초·중·종장 가운데 어느 장이든지 길어질 수 있으나 중장이 길어진 형식이 일반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예문 / [예문<2>] 金麟厚 <靑山도 절로 절로…> 및 윤금초 [땅끝], [빗살무늬 바람]
<엇시조>
靑山도 절로 절로 綠水라도 절로절로
山 절로 절로 水 절로 절로 山水間에 나도 절로
그중에 절로 절로 자란 몸이니 늙기도 절로 절로 하리라.
金麟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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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끝
윤 금 초
반도 끄트머리
땅끝이라 외진 골짝
뗏목처럼 떠다니는
전설의 돌섬에는
한 십년
내리 가물면
불새가 날아온단다.
갈잎으로, 밤이슬로
사쁜 내린 섬의 새는
흰 갈기, 날개 돋은
한마리 백마였다가
모래톱
은방석 위에
둥지 트는 인어였다.
象牙質 큰 부리에
선지빛 깃털 물고
햇살 무등 타고
미역 바람 길들여 오는,
잉걸불
발겨서 먹는
그 불새는 여자였다.
달무리
해조음
자갈자갈 속삭이다
십년 가뭄 목마름의 피막 가르는 소리,
삼천년에 한번 피는
우담화 꽃 이울 듯
여자의
속 깊은 宮門
날개 터는 소릴 냈다.
몇날 며칠 앓던 바다
파도의 가리마 새로
죽은 도시 그물을 든
낯선 사내 이두박근…
기나긴 적요를 끌고
훠이, 훠이, 날아간 새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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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시조>
빗살무늬 바람
윤 금 초
섬진강 놀러온 돌 은빛 비늘 반짝이고
드레스 입은 물고기 시리도록 푸르다.
강변 수은등이 흐린 눈 끔벅이고
구르는 갈잎 하나 스란치마 끄는 소리
바람도 빗살무늬로 그렇게 와 서성이고….
수심 깊은 세월의 강
훌쩍 건너온 한나절,
저 홀로 메아리 풀며
글썽이는 물빛들이
포구 죄 점령하고
이 가을 다 떠난 자리
格子 풍경 예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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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사설시조의 형태
사설시조는 초·중·종장 가운데 어느 한 장이 8음보 이상 길어지거나 各 章이 모두 길어진 散文詩 형식의 시조이다.
사설시조는 평시조의 기본 음률과 散文律이 혼용된 散文體의 시조 형태를 말한다. 시조문학의 변화·발전 과정을 살펴보면 평시조는 사대부(士大夫) 문학이었고, 사설시조는 서민(庶民) 문학이었다. 달리 말하면 평시조는 양반계층의 문학이었고 사설시조는 서민대중의 문학이었다. 사설시조는 사대부 시조의 관념성과 대립되는 사실적 요소에 의한 현실인식의 시였고, 그것은 다음에 올 자유시의 기초를 닦게 해준 기폭제였다고 볼 수 있다.
박철희 서강대 교수는 사설시조가 발전하여 현대 자유시의 모태를 이루었으며, 더 나아가 오늘의 산문시를 낳게 한 밑그림과 같은 시형태였다고 풀이한 바 있다. 사설시조는 그 형태 때문에 더욱 독특함을 보이는 시조다.
사설시조의 형태를 규정하는 데는 평시조의 음수율을 기준으로 하여 왔으며 지금까지 거론된 학자들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1). 사설시조는 초·중·종장에 두 구절 이상 또는 종장 초구라도 평시조의 그것보다 몇 자 이상 되었다. 그러나 초·종장이 너무 길어서는 안된다.
??李秉岐 [國文學槪論] P.117
2). 자유로운 형식을 취하여 초·중·종 3장 중에 어느 章이 임의로 길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엄격히 말하면 초장은 거의 길어지는 법이 없고 중장이나 종장 중에 어느 것이라도 마음대로 길어질 수 있다는 것인데 그 중에서도 대개는 중장이 길어지는 수가 많다.
??趙潤濟 [國文學槪論] P.112
3). 초·중장이 다 제한없이 길고 종장도 어느 정도 길어진 시조다.
?┦鈍峰? [國文學要綱] P.396
金思燁 [李朝時代의 歌謠硏究] P.254
4). 사설시조는 초·중·종 3장의 句法이나 字數가 평시조와 같은 제한이 없고 아주 자연스러운 것으로 語調도 純散文體로 된 것이다.
?┭難c? [時調槪論과 詩作法] P.89
5). 초·중·종장이 다 정형시에서 음수율의 제한을 받지 않고 길게 길어진 작품을 사설시조라 하며…
?┭金촬? [國文學槪論] P.115
6). 短時調의 규칙에서 어느 두 句 이상이 各各 그 자수가 10자 이상으로 벗어난 시조를 말한다. 이 破格句는 대개가 중장(제2행)의 1, 2구다. 물론 종장도 초장도 벗어나고 3장이 각각 다 벗어나는 수도 있다.
李泰極 [時調槪論] P.69
7). 사설시조는 시조 3장 중에서 초·종장은 대체로 엇시조의 중장의 자수와 일치하고 중장은 그 자수가 제한없이 길어진 시조다.
徐元燮 [時調文學硏究] P.32
8). 종장의 제1구를 제외한…두 구절 이상이 길어진 것을 長型時調 또는 辭說時調라고 한다.
鄭炳昱 편저 [時調文學事典]
9) 엇시조는 2음보가 세번 중첩되어 6음보가 나타난 곳이 한 군데만 있는 시조라고 규정할 수 있고 2음보가 세번 중첩되어 6음보가 나타난 곳이 두군데 이상 있거나 2음보가 네번 중첩되어 8음보가 나타난 곳이 한 군데 이상 있는 시조를 사설시조라고 규정할 수 있다.
趙東一 [한국시가의 전통과 율격]
* 사설시조 약 300수를 분석한 결과 초·종장이 단독으로 길어진 경우는 극히 드물며, 중장만이 단독으로 길어진(3구 이상) 경우가 일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분석 결과 사설시조는 초·중·종장의 3장시로서 종장 첫 구 3자의 固定을 원칙으로, 어느 한 장이 3구 이상 길어지거나 두 장이 3구 이상, 혹은 각 장이 모두 길어진 자유로운 구수율의 산문 시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두 장 이상, 혹은 각 장이 모두 길어질 경우 자유시와 다른 시조 고유의 변별성을 획득할 수 없으므로, 초장·종장은 평시조의 정형률을 따르되 중장만을 길게 하는 것이 사설시조의 타당한 방법이 아닌가 생각한다.(윤금초)
예문 / 鄭澈 [장진주사],
조운 [구룡폭포],
윤금초 [해일] [인터넷 유머 / 1] [인터넷 유머 / 2]
* 여기서 중요한 것은 古典 사설시조의 본령인 해학성, 현실비판, 상소리(요설체), 풍자, 에로티시즘, 유머 등은 오늘의 감각에 걸맞게 개발할 여지가 많다고 본다. 서사적 요소와 해학성 및 풍자정신을 가미한 사설시조를 활발하게 창작하게 되면 우리 시조문학의 새로운 발전 가능성이 보일 것이다.
* 따라서 사설시조는 1) 서사구조, 2) 伏線(나중에 전개될 사건을 미리 넌지시 귀띔해 주는 장치), 3) 극적 요소(드라마), 4) 걸찍한 입담(요설), 5) 웅장한 스케일, 6) 판소리의 아니리調(극적 줄거리를 엮어내는 사설), 7) 갈등구조, 8) 풍자정신, 9) 쉬어가는 대목(休止), 10) 종장의 大反轉 효과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사설시조의 매력은 散文詩를 뛰어넘는 문장의 긴장감 유지와, 압축과 생략의 미학을 추구하는 데서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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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시조>
장진주사
한盞 먹세그녀 또 한盞 먹세그녀 곶 것거 算 노코 無盡無盡 먹세그녀
이몸이 죽은 후면 지계우혜 거적더퍼 줄이여 메여 가나 流蘇寶帳에 萬人이 울어예나 어욱새 속새 덥개 나모 白楊속에 가기 곳 가면 누른해 흰달 가는 비 굴근 눈 소소리바람 불제 뉘한盞 먹자 할고
하물며 무덤우헤 잰납이 파람 불제야 뉘우친들 어떠리
鄭 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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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폭포
조 운
사람이 몇 生이나 닦아야 물이 되며 몇 겁이나 轉化해야 금강에 물이 되나! 금강에 물이 되나!
샘도 강도 바다도 말고 옥류 수렴(水簾) 진주담(眞珠潭) 만폭동 다 그만 두고 구름비 눈과 서리 비로봉 새벽 안개 풀 끝에 이슬되어 그슬구슬 맺혔다가 연주담(蓮珠潭) 함께 흘러
구룡연(九龍淵) 천척절애(千尺絶崖)에 한번 굴러 보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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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일
윤 금 초
때린다, 부…부순다, 세상 한 켠 무너버린다.
바람도 바다에 들면 울음 우는 짐승되나. 검푸른 물 갈기 세워 포효하는 짐승이 되나. 뜬금없이 밀어닥친 집채 만한 파도, 파도…. 해안선 물들였던 지난철 허장성세 재갈매기 날개짓 소리 환청으로 들려오고, 우리 더불어 한바다 이루자던 동해 바다 문무대왕 수중릉 대왕암이 하는 말도, 몇 문단 밑줄 친 언어 다 거품되어 스러진다. 미완성 내 그림자 물거품되어 쓰러진다. 난파의 세간살이 부러진 창검처럼 이에 저에 떠밀리는 먹빛 아찔한 이 하루, 천길 궁륭같은 푸른 물 속 한 걸음 헛디딘 벼랑길 이 하루가 멀고 험한 파랑에 싸여 자맥질한다, 자맥질한다.
저 바다 들끓는 풍랑 어느 결에 잠재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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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인터넷 유머 / 1
윤 금 초
IMF, 정축 국치
앞산도, 저 바다도 몸져 누운 국가부도 위기.
03 대통령 IMF 기사를 읽다가 "임프! 임프가 뭐꼬?" 묻는다. 경제수석 더듬거리며 "국제통화기금이라는 뜻입니다." 03 대통령이 "누고? 누가 국제전화 많이 써 나라 갱제를 이 지경으로 맹글었노? 도대체 이번 사태까지 오게 된 원인이 뭐꼬?" "네네 네 여러가지 있습니다만, 종금사 부실경영이…." 03 대통령 탁자를 내리치며 "도대체 종금사가 어데 있는 절이고?"
이튿날 대중 대통령, 긴 한숨 내쉬며 "언제 디카프리오(빚 갚으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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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인터넷 유머 / 2
윤 금 초
Y담
문민 정부 최후 만찬엔 [Y담]이 만발했다.
서울을 온통 하얗게 덮어버린, 폭설 내리는 밤 삼청동 총리 공관. 문민 정부 최후 만찬이 베풀어지고 있었것다. "밤의 청와대는 적막강산, 심심하고 썰렁하고 고독해 못있것다"는 03 대통령 위로하기 위해 고건 총리가 주선한 자리였것다. "국무위원 여러분, 요즘 대통령 심기가 영 불편한데 우리 Y담이나 한 마디씩 걸판지게 합시다, 걸판지게." 총리가 바람 잡았능기라. 이 분위기 잡칠세라 정무장관이 서둘러 "제 고향 이북에선 전구(電球)를 불이 켜진다고 해서 불알이라고 합니다. 형광등은 긴 불알, 샹들리에는 떼불알…." 뒤 이어 총무처장관 "어떤 사람이 검은 콘돔을 가지고 다니기에 물었더니 마누라 상중(喪中)이라 그런다"고 했것다. 오량액에 얼큰해진 03 대통령 "영국을 방문했을 때 엘리자베스 여왕 옆에 앉아 식사를 하는데, 만찬이 끝날 무렵 갑자기 테이블 밑으로 여왕이 맨발로 내 다리를 자꾸 건드리는 거라. 한번도 아니고 세번 네번 건드리는 거라. 순간 당황하여 어쩔 줄 모르겠더라구. 혹 무슨 메시지는 아닐까, 할 말이 있는 건 아닐까 별 생각 다 들더라구. 알고 보니 영국 여왕 하 답답하여, 하이힐이 하 답답하여, 식사 전에 신발 벗어 두었는데 글쎄, 구두 한 짝이 내 발쪽으로 와 있었던 게야, 으흐히잇!"
폭설 속 총리 공관서 엮은 복카치오 데카메론.
라. 양장시조의 형태
시조의 형식 가운데 개화기에 이르러 출현한 시형으로서 초·중장 가운데 한 장이 생략된 형식이다. 양장시조, 혹은 2章 시조라고도 하는 이 시형은 말 그대로 두 장으로 이루어진 형태의 시조를 말한다. 우리 시가문학은 개화기에 이르러 많은 변형이 나타났으며 양장시조도 단시조의 축약적 변형으로 발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산도 의구하고 물도 의구하건만
엇지타 우리 강토는 이 디경이 되얏노> [警世木鐸]
예문 / [시조 짓는 마을] 25쪽 김혜선 [반다지],
29쪽 이효정 [봉선화 물들이기],
37쪽 우순조 [어머니],
윤금초 [빗살무늬 바람] 첫 수
마. 옴니버스 시조의 형태
[옴니버스 시조]는 한 편의 連作時調 속에 앞에서 말한 평시조·사설시조·엇시조·양장시조 등 다양한 시조 형식을 모두 아우르는 混作 형태를 말한다. {형식이 내용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내용이 형식을 지배한다}는 전제 아래 1970년대 이후 시도된 새로운 시조 형태이다.
윤금초의 장편시조 [청맹과니 노래]가 그 시발점이며, 근래 패기에 찬 젊은 시조시인들이 다투어 試圖,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현대 사회의 複雜多技한 문명의 흐름을 포착하고,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오늘의 시대에 적응해가는 인간들의 사고와 심리의 重層構造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표현 영역의 확대]는 필수적이다. 286시대, 386시대는 이미 과거 역사로 기록되고 있으므로, 이제 [새로운 세기에 부응한 새로운 표현 양식]을 개발해야 한다. 시나 소설을 구획 짓는 장르 개념이 차츰 허물어지고 있는 요즘, 장편서사시조 같은 스케일이 웅장하고 이야기가 담긴 작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變奏]를 시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옴니버스 시조]를 활발하게 창작, 시조문학의 지평을 한껏 넓혀 나가야 할 것이다.
이 근자에 현대 시조의 [누벨 바그 운동(새 물결)]에 참여하고 있는 몇몇 중진과 신인들이 [옴니버스 시조]를 대담하게 시도, 문단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예문 / 송광룡 [돌곶이 마을에서의 꿈]
윤금초 [주몽의 하늘], [백악기 여행]
현상언 [봄, 유년, 코카콜라 뚜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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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니버스 시조>
돌곶이 마을에서의 꿈
송 광 룡
1
돌꽃 피는 것 보러
돌곶이 마을 갔었다.
길은 굽이 돌면 또 한 굽이 숨어들고 산은 올라서면 또 첩첩 산이었다. 지칠대로 지쳐 돌아서려 했을 때 눈 앞에 나타난 가랑잎 같은 마을들, 무엇이 이 먼 곳까지 사람들을 불러냈나. 살며시 내려가 보니 무덤처럼 고요했다. 가끔 바람이 옥수수 붉은 수염을 흔들 뿐,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사람의 자취 묘연했다.
여러 날 헤매이다가
텅 빈 집처럼 허물어졌다.
2
화르르 타오르는 내 몸엔 열꽃이 돋고
세상은 천길 쑥구렁 나락으로 떨어지는데
누군가 눈 좀 뜨라고 내 이마를 짚었다.
나, 그 서늘함에 화들짝 깨어났다
눈 뜬 돌들이 지천으로 가득했다
온전히 제 안을 향한 환한 꽃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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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몽의 하늘
윤 금 초
그리움도 한 시름도 潑墨으로 번지는 시간
닷되들이 동이만한 알을 열고 나온 주몽
자다가 소스라친다, 서슬 푸른 殺意를 본다.
하늘도 저 바다도 붉게 물든 저녁답
비루먹은 말 한 필, 비늘 돋은 강물 곤두세워 동부여 치욕의 마을 우발수를 떠난다. 영산강이나 압록강가 궁벽한 어촌에 핀 버들꽃같은 여인. 천제의 아들인가 웅신산 해모수와 아득한 세월만큼 깊고 농밀하게 사통한, 늙은 어부 河伯의 딸 버들꽃 아씨 유화여, 유화여. 태백산 앞발치 물살 급한 우발수의, 문이란 문짝마다 빗장 걸린 희디흰 適所에서 대숲 바람소리 우렁우렁 들리는 밤 발 오그리고 홀로 앉으면 잃어버린 족문 같은 별이 뜨는 곳, 어머니 유화가 갇힌 모략의 땅 우발수를 탈출한다.
말갈기 가쁜 숨 돌려 멀리 남으로 내달린다.
아,아, 앞을 가로막는 저 검푸른 강물.
금개구리 얼굴의 금와왕 무리들 와와와 뒤쫓아 오고 막다른 벼랑에 선 천리준총 발 구르는데, 말 채찍 활등으로 검푸른 물을 치자 꿈인가 생시인가, 수 천년 적막을 가른 마른 천둥소리 천둥소리…. 문득 물결 위로 떠오른 무수한 물고기, 자라들, 손에 손을 깍지끼고 어별다리 놓는다. 소용돌이 물굽이의 엄수를 건듯 건너 졸본천 비류수 언저리에 초막 짓고 도읍하고, 청룡 백호 주작 현무 四神圖 布置하는, 광활한 北滿대륙에 펼치는가 고구려의 새벽을….
둥 둥 둥 그 큰북소리 물안개 속에 풀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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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기 여행
- 우항리 공룡 발자국 화석에 관한 단상
윤 금 초
물새떼 날개짓에는 하늘색 묻어난다
중생대 큰고니도, 갈색 부리 익룡들도
후루룩 수면 박차고 날자 날자 날자꾸나.
장막 걷듯 펼쳐지는 광막한 저 백악기 공원.
물벼룩 물장구치는 안개 자욱한 호숫가, 켜켜이 쌓아올린 색종이 뭉치 같은 시루떡 암석층 저만큼 둘러놓고 배꼽 다 들어낸 은빛 비늘 아기공룡 물끼 흥건한 늪지 둑방길 내달릴 때 웃자란 억새풀 뒤척이고 뒤척이고…. 발목 붉은 물갈퀴새, 볏 붉은 익룡 화석도 잠든 세월 걷어내고 두 활개 훨훨 치는 비상의 채비한다.
1억년 떠돌던 시간, 거기 머문 자리에서.
한반도 호령하던 그 공룡 어디 갔는가.
지축 뒤흔드는 거대한 발걸음 소리
앞 산도 들었다 놓듯 우짖어라, 불의 울음.
저물면서 더 붉게 타는 저녁놀, 놀빛 바다.
우툴두툴 철갑 두른 폭군 도마뱀 왕인가. 파충류도 아닌 것이, 도롱뇽도 아닌 것이, 초식성 입맛 다시며 발 구른다 세찬 파도 밀고 온다. 검은 색조 띤 진동층 지질 아스라한 그곳, 결 고운 화산재·달무리·해조음 뒤섞이고 뒤섞여서 잠보다 긴 꿈꾸는 화석이 되는 것을, 별로 뜬 불가사리도 규화목(硅化木) 튼실한 줄기도 잠보다 긴 꿈꾸는 화석이 되는 것을…. 깨어나라, 깨어나라. 발목 붉은 물갈퀴새, 볏 붉은 익룡 화석도 잠든 세월 걷어내고 이 강물 저 강물 다 휩쓸어 물보라 치듯 물보라 치듯, 하늘색 풀어내는 힘찬 저 날개짓!
후루룩 수면 박차고 날자 날자 날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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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 동시조의 형태
동시조는 평시조 형태 속에 동심(童心)을 담아내는 양식이다.
예문 / 박경용 [발자국·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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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조>
발자국·2
박 경 용
솟는 해가 풀어놓은
싱그런 황금 물감을
발가락에 듬뿍 찍어
붓질하는 갈매기들
나날이
너럭바위에다
새 아침을 그린다.
글자로 수놓인 듯한
곰실대는 발자국들.
갈매기 주인인
이 바다, 이 화폭에
오늘은
가창오리 한 떼가
덧칠을 하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