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눈길이 간 카렌다를 멀끔히 쳐다 보다가 오늘이 이천 장날이구나 하는 생각이 머리에 떠 올랐다.
그렇다 이천 장날은 2일과 7일이였다.
지금은 고향엘 가도 도시와 같이 변해버려서 옛날의 정취란 어디에도 찾아볼수가 없어져서 장날이 되어도 장에 가는 사람들이 없어졌지만, 내가 어릴때는 장날만 되면 가장 깨끗한 옷을 입은 남정네들이 모여서 걸어 가거나 머리에 물건들은 인 흰옷을 입은 여인들이 장을 보러 집앞의 신작로를 걸어서 장엘 가곤 했었다.
그 당시에는 뻐스 같은 탈것이 없었기 때문에 장꾼들은 모두가 걸어서 장 나들이를 가곤 했다.
아무리 소소한 물건을 구하려고 해도 꼭 장날 장엘 가야 했었고,호미를 베르거나 낫을 베르러 가도 꼭 장날에 가야만 했었으며, 장을 보러 가면 서로 떨어져 사는 친구들이 만날수 있는 날이기도 해서 오래간만에 만난 친구와 막걸리를 한잔 마시고 기분이 좋아서 자반 고등어를 한손 사들고 흥얼거리면서 돌아오기도 하는 날이었다.
장날만 되면 이른 아침부터 소몰이꾼들의 소모는 소리가 오늘이 장날임을 알려주는듯 부산하게 들려왔다.
추운 겨울날 이른 아침에 대문밖에 나가 보면 소들이 흰 콧김을 뿜어가면서 입에 고드름을 매단채 신작로가를 길다랗게 줄을서서 묵묵히 걷고, 소몰이 꾼들은 개털모자를 깊숙히 눌러쓰고 열심히 소들을 몰고 걸어 가는 모습을 자주 볼수가 있었다.
옛날에는 소장수들이 경상도지방까지 내려 가서 소를 사서 소몰이꾼들에게 맡기면 그들은 몇백리 길을 걸어서 약속한 기일에 약속한 장에까지 걸어서 소를 운반해주는 것이였다.
어릴때 동무네 집이 마방(소몰이꾼들을 재워주는 간이 여관 같은 것으로 마굿간을 많이 만들어서 소들도 재워 주고, 또 마른 소가 살이 찐것 같이 보이라고 소금물도 먹이곤 했었다)을 했기 때문에 장 전날 그 동무네 집에 놀러가면 소몰이꾼들이 저녁 식사후에 모여 앉아서 옛날얘기 같은걸 하곤해서 그 얘기를 들으려고 그들이 묵는 목노방에 끼어 들어가서 담배연기가 자욱한 방에서 몹씨 심한 발꼬랑내를 참아 가면서 듣곤 했었다.
무엇보다도 장날이 기다려 지는건 장날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운이 좋으면 장바닥에서 어머니를 만날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장바닥에서 어머니를 만나면 그렇게 좋을수가 없었다.
우선 군것질 거리를 사주시니까 좋았고, 10리길을 어머니와 함께 걸어 올수가 있어서 좋았다.
보통때는 그렇게도 지루하고 힘이들던 귀가 길이건만, 어머니와 함께 오는 날을 신이나서 언제나 함께 다니는 동무와 큰소리로 노래도 부르곤 했었다.
또, 장날은 운이 좋으면 우리집과 같은 방향으로 가는 마차를 얻어 탈수가 있었다.
빈 마차는 마음좋게 타라고 하지만, 동네사람들의 장 짐을 가득 싣고 돌아오는 마차는 소가 힘이드니까 타지 말라고 말리지만 책가방을 마차에 싣고 뒤에서 밀어 준다고 하며 미는 척을 하다가는 슬슬 눈치를 보며 슬며시 올라타곤 하는거다.
이젠 세월이 변해서 언제나 시장에 가면 구하는 물건들을 구할수가 있어서 부득이 장날 장에 가는 사람들도 없어졌고 간혹 간다고해도 모두가 뻐스를 타고 다니기 때문에 옛날 같이 걸어 다니는 사람은 한사람도 없어졌다.
그러나 내 머리솎에는 흰옷을 입은 여인들이 머리에 물건을 이고 수다들을 떨어가면서 장엘 가는 모습이 시끌버끌한 장바닥의 풍경과 함께 지금도 확실하게 기억이 된다.
첫댓글지금도 가까운 아우내장을 어쩌다 가보곤 하네..예전부터 장날이면 아주 풍성한 기운이 돌았지...볼거리 먹을거리 쓸거리 가득하고..가끔 싸움이라도 나면 이게 제일 큰 구경인데...^^ 장국밥이며..막걸리 한 사발에 구운 양념돼지고기 한점 입에 물고 우물거리는 맛이야 기가 막히지...ㅎㅎㅎ
주로 사는 물품들-->유정란 (반드시 사고) , 참깨 , 까만 콩 , 차조 , 안 볶은 땅콩 , 우엉 뿌리 , 아욱 , 찹쌀가루에 목욕시켜서 말린 풋고추 부각 (이름 몰라) , 시골 된장 , 할머니들이 파시는 더덕 , 달래 , 그리고 또 하나 , 더이상 유치할 수 없이 반짝거리는 화려함의 극치 , 머리띠 . 기타 등등 그 지방 특산품
tulip님! 그 찹쌀가루에 목욕시켜서 말린 고추 튀긴거를 제가 좋아하고 제가 매일 다니는 산밑에서 할머니들이 팝니다..지금 집에도 있지만 제가 자주 놀러가는 친구집에는 제가 좋아하기때문에 상비해 놓고 있습니다..백세주 안주로 좋습니다..풋고추가 아니고 생기다 만 조그만 고추로 만듭니다..아! 그 톡 쏘는 맛! *^^*
첫댓글 지금도 가까운 아우내장을 어쩌다 가보곤 하네..예전부터 장날이면 아주 풍성한 기운이 돌았지...볼거리 먹을거리 쓸거리 가득하고..가끔 싸움이라도 나면 이게 제일 큰 구경인데...^^ 장국밥이며..막걸리 한 사발에 구운 양념돼지고기 한점 입에 물고 우물거리는 맛이야 기가 막히지...ㅎㅎㅎ
신작로 , 목로방 , 장바닥에서 어머니를 만난 운 좋은 찬샘님 , 아직도 고향 마을 장날을 떠올리시는 님의 정서에 따뜻함을 느낍니다 . 여행을 하다가 시골 장날이면 꼭 들러서 이것저것 사는 재미가 얼마나 즐거운 일인 지 모릅니다 . 감사합니다 , 찬샘님.
주로 사는 물품들-->유정란 (반드시 사고) , 참깨 , 까만 콩 , 차조 , 안 볶은 땅콩 , 우엉 뿌리 , 아욱 , 찹쌀가루에 목욕시켜서 말린 풋고추 부각 (이름 몰라) , 시골 된장 , 할머니들이 파시는 더덕 , 달래 , 그리고 또 하나 , 더이상 유치할 수 없이 반짝거리는 화려함의 극치 , 머리띠 . 기타 등등 그 지방 특산품
이보 자네말 맞네 구경중에서는 싸움 구경이 가장 스릴이 있었지.오래간만에 막걸리 한잔 걸친 촌사람들로 시끌버끌하던 시골장터가 몹씨 그립네. tulip님 요즈음에 시골 장터에 가시면 봄나물들이 많이 나왔겠군요.시골 할머니들과 흥정을 하실때는 풍성한 인심까지도 덤으로 꼭 받아 오십시오.즐거운 하루가 되시길!!
tulip님! 그 찹쌀가루에 목욕시켜서 말린 고추 튀긴거를 제가 좋아하고 제가 매일 다니는 산밑에서 할머니들이 팝니다..지금 집에도 있지만 제가 자주 놀러가는 친구집에는 제가 좋아하기때문에 상비해 놓고 있습니다..백세주 안주로 좋습니다..풋고추가 아니고 생기다 만 조그만 고추로 만듭니다..아! 그 톡 쏘는 맛!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