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은 참으로 애증의 골이 깊다. 한반도는 고조선때부터 중국과 치고 받는 난타전을 벌여 왔다. 덩치가 큰 중국은 힘으로, 머릿수로 한반도를 억압해 왔다. 한반도의 역사는 중국과의 전쟁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중국의 원나라때 사위국이라는 식민지화를 당한 것을 비롯해 청때는 청의 수장에게 조선의 임금이 땅에 엎드려 여러차례 절을 하기도 했다. 수나라 당나라 등등 중국의 왕조는 수도 없이 한반도를 침범해 왔다. 결정적인 것이 한국전쟁때 중국군의 개입이다. 한국군과 미군을 포함한 유엔군이 압록강까지 밀고 올라가 한반도를 회복하려는 순간 중국이 개입해서 지금 이런 세계에 유일한 분단국이 된 것 아닌가.정말로 중국은 생각하면 할수록 이가 갈리도록 싫고 증오스런 나라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중국이 미국의 대단한 도움으로 세계의 공장이 되면서 상황은 변하기 시작했다. 세계의 공장이 바로 옆에 있으니 한국의 입장에서는 근거리에서 부품을 공급받기 아주 쉬워졌다. 그래서 한국의 기업들도 너나 할 것 없이 중국으로 달려갔다. 그곳에 공장을 짓고 물품을 생산했다. 한국에서 기업을 가진 조직치고 중국에 공장을 세우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이다. 한국 스스로 노력도 했겠지만 중국으로부터 쉬운 부품 조달로 인해 한국의 산업이 발전을 가져온 것도 사실이다. 물류비용이 대폭 절약되니 중국으로 수출과 수입이 많아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한국은 중국에 대해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었다. 줄곳 무역 다변화와 부품 수입 다변화가 거론됐지만 당장 쉬운 방법이 있는데 힘들여 그런 작업을 하는 기업은 별로 없었다.
최근들어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지난해 바뀐 한국의 정부는 탈중국을 표방하고 있다. 강한 친미정책을 내세우니 자연히 탈중국 정책으로 방향을 바꾸게 된 것이다. 한국의 기업들은 바빠졌다. 중국을 배제하고 타국에서 중국을 대신할 방법을 찾으려 하니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특히 천연자원이 극히 부족한 한국의 입장에서는 일본과 호주 등 이른바 미국의 동맹국들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특수 광물의 경우는 중국을 대체할 나라를 찾기가 사실상 힘든 상황으로 보인다. 그냥 찾으라고 찾아지는 것이 아닌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전기 자동차 배터리관련이다. 국내 전기자동차 배터리 기업들은 중국 수입 비중이 높은 핵심광물 조달처를 다양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중국산 원재료를 배제하려는 이른바 디커플링에 입각하여 취해지는 조치이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유럽의 핵심원자재법(CRMA) 등에 대응해야 하는 한국 기업들의 힘듬이 읽혀진다. 그렇다고 해도 중국의 의존도와 영향력에서 근본적으로 벗어날 수 있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실제로 한국은 지난해(2022년)에 배터리용 주요 광물의 95%를 수입했다. 특히 이차전지 양극재의 핵심 원료인 수산화리튬은 90%를 중국에서 수입해 왔다. 이외에도 전구체는 98%, 흑연은 91%, 코발트는 90% 정도를 중국에서 수입한 것이다. 중국 의존도가 말그대로 심대했던 것이다. 탈 중국화 그러니까 중국 벗어나기를 위해 한국 기업들은 리튬의 경우 캐나다 지역에서, 흑연은 호주에서 수입할 계획을 세우고 외국으로 달려가고 있다. 정부도 리튬과 코발트 등 배터리 핵심 원료의 중국 의존도를 2030년까지 절반정도로 낮추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그렇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다. 광물 공급망 다변화가 생각보다 쉽지가 않기 때문이다. 이미 중국이 전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현실의 벽에 부딪히는 것이다. 미국의 뉴욕타임즈에서는 전기차와 관련한 기사를 냈다. 전기차와 관련된 유일한 승자는 중국이고 서방 국가들이 전기차 배터리와 관련해 탈중국화 내지는 자급화에 대한 욕심을 내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불가능한 상태라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은 오래전부터 자원확보에 총력을 기울였다. 한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이 중국에서 값싸게 원료를 공급받을 때 중국은 이미 발벗고 나서 막대한 자본을 투자해 남미와 아프리카 자원부국을 자신의 편으로 만든 것이다. 중국은 확보한 광물들을 수입해 자국에서 제련해서 비싼 가격에 전 세계에 공급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특수 광물이 일부 국가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특수 광물을 보유한 나라는 적지 않다. 하지만 중국과 같은 제련과 생산 능력을 갖추지 못했거나 그럴 환경에 놓이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적인 제련과 생산에 나서지 않거나 나서고 싶어도 할 수없는 것이다. 대량으로 채취해서 제련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환경파괴 물질과 탄소 배출 그리고 제련과정에서 폐기물들이 대량 발생하기 때문에 손을 대지 못하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이런 과정에 엄격한 환경 규제를 가하지 않는다. 그래서 세계의 공장이란 소리를 듣지만 말이다. 타국에서 환경오염과 높은 인건비로 하지 않는 과정을 중국이 도맡아 하기 때문에 특수 광물 원료 제공권을 쥐고 있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중국과 협력없이는 전기차에서 성공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 대부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국의 관련 기업 관계자들도 탄소중립 실현때문에 국내에서 제련 사업을 육성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고 세계 시장을 거의 장악하고 있는 중국과 힘겨루기에서 이길 힘이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고 실토하고 있다. 그렇다. 특정국가에서 특정 물질을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은 여러 측면에서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이런 사태를 예견하고 미리 미리 방법을 강구했어야 하는데 미중 갈등의 여파로 이런 상황이 갑자기 도래할지 누가 알았겠는가. 특히 자원이 부족하고 제련과 정제 기술 내지는 환경이 되지 않는 한국같은 경우 더욱 곤혹스런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동맹국의 리더가 하라니 안 할 수는 없고 정부도 친미 일변도여서 그런 환경에 따르지 않을 수도 없으니 한국의 관련 기업들은 이래 저래 참으로 힘들고 피곤한 때를 지나고 있는 것이다.
2023년 6월 10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