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석] 매운맛인데 순한맛3

[데일밴드]

비밀번호를 자연스럽게 누른 후 여주가 호석의 집 안으로 들어갔다.
“왔어? 빨리 왔네?”
부엌에서 한창 요리를 하던 호석이 빼꼼히 고개를 내밀더니 여주인 것을 확인하고 해맑게 웃었다. 여주도 구두를 벗으며 웃었다.
“응, 나 왔어”



어떻게 모처럼 둘 다 쉬는 날이라 점심이나 같이 먹으려고 했는데 바깥에서는 못 먹을 걸 아니까 호석이 여주를 집으로 불렀다.
스카프를 두른 것을 보고 호석이 물었다.
“밖에 추워?”
“응, 조금 쌀쌀하네. 얼마 전까지는 여름이었는데 뉴스 보니까 벌써 한파래. 너가 가을에 좀 두르라고 사준 스카프인데, 가을도 없이 바로 겨울이야. 정말 얼마 못 쓰겠네”

쌀쌀한 날씨에 두른 스카프를 대충 돌돌 접어 협탁에 두고 외투를 벗어 헹거에 자연스럽게 걸었다.



“호석아, 뭐 도와줄 거 없어?”
어느새 손을 씻고 나온 여주가 두 팔을 걷어붙이고 부엌에 들어오자 호석이 급하게 손을 씻고 물을 적당히 털었다.
"손님은 여기 들어오는 거 아니야"
나도 좀 도와줄게 하며 부엌으로 들어오려는 여주의 등을 그대로 돌려 거실 소파에 앉혔다.


그리고 두 손에 리모컨을 쥐어 줬다.
"여기 앉아서 쉬고 있으세요. 우리집에 내가 초대했으니까 내가 다 해줄 테니까 가만히 있으시기만 하면 돼요”



호석도 오랜만에 쉬는 거라 편히 쉬고 싶을 테니 그냥 적당히 배달이나 해먹자 하려 했다. 그런데 뭐가 그리도 즐거운지 몸을 살살 움직이며 요리를 하는데 그 모습을 보니 슬며시 웃음이 비져나왔다. 이제서야 뭔가 내가 알고 있는 정호석이구나 싶어서.



호석이 TV 보고 있으라고 쥐어줬지만 TV에는 요새 인기 있다는 드라마나 예능프로그램 모두 딱히 재미가 없었다. 무엇보다 여주의 관심 밖이었다. 오히려 작게 춤을 추며 요리를 하는 호석이 더 재미있어 호석을 한참 쳐다봤다.


늘 왔던 곳이지만 가만히 여기 앉아 있는 것보다 집안을 슥슥 둘러보고 협탁 정리나 하자 싶었는데 협탁 위에 호석의 에어팟이 보였다. 딱 호석이답게 그냥 아무런 무늬도 없는 투명한 케이스가 씌어져있었다.


여주가 에어팟을 손에 쥐고 무언가 생각하더니 주변을 훑어보다 서재에서 네임펜을 찾았다.






“여주야, 밥 먹자. 아, 거기서 먹을래?”
이내 호석이 파스타를 접시에 이쁘게 담아 거실 협탁으로 가져왔다.





“뭐해?”
호석이 자신의 에어팟 케이스를 들고 뭔가 그리는 여주 곁에 같이 쪼그려 앉았다.


여주가 호석에게 보여주며 히 하고 웃었다.
“짜잔”
“풉, 뭐야 진짜로”

‘항상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YJ’
급조한 티가 나는 사인이 되어있는 케이스를 보고 호석이 웃었다.


“아니 왜 연예인들 많이 하잖아 사인. 행복하세요, 건강하세요. 사랑해요 뭐 그런 거”
“와 이거 진짜 영광이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케이스잖아”
“뭐 다른 거 들고 오면 거기도 해주고”
호석이 여주 손에 들린 네임펜이랑 케이스를 뺐었다.
“안돼. 한여주 사인 나만 가질 거야. 딱 하나밖에 없는 한여주 사인이잖아. 그럼 당연히 내 거지."


"근데 왜 사랑한다는 말은 안 적어줬어?"
"어?"
"행복하세요. 건강하세요. 하고는 적어줬으면서 왜 사랑해요는 안 적어줬어"
"야, 너는 뭐 그런 거까지 적어줘야해?"
괜한 부끄러움에 여주가 밥 먹자. 나 배고파 하고 피하려했지만 호석이 더 빨랐다.
"안 적어주면 내가 말하면 되지. 사랑해. 사랑해, 여주야"





그 말과 동시에 여주의 볼을 두 손으로 붙잡고 키스를 했다.
짧게 잠깐 끝날 줄 알았던 키스가 어째 점점 더 깊어지며 소파에 밀리고 끝내 등이 닿자 여주가 호석의 어깨를 툭툭 쳤다.
호석이 입술을 뗐다 옅게 웃으며 입술을 몇 번 쪽쪽하더니 곧장 키스를 더 하려 하자 "야, 파스타 다 불겠다" 하고 여주가 말렸다.



"너는 하여간 그 급발진하는 것 좀 어떻게 해봐. 맨날 밥 먹기 전에 이게 뭐야. 봐 다 불었잖아"
호석이 웃으며 여주의 입술을 엄지로 슥 닦았다.

"이쯤되면 익숙해질 법도 한데 너는 꼭 그러더라, 그냥 이제는 에피타이저라고 생각해. 근데 난 항상 에피타이저가 제일 맛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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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석의 침실에는 호석이 낮잠을 자고 여주는 책을 읽고 있었다.
환기 좀 시켜야지 하고 창문을 살짝 열었는데 갑자기 바람이 크게 들어오더니 호석의 앞머리와 여주의 책장을 훑고 지나갔다.

살짝 쌀쌀한 바람에 잠에서 깰까 싶어 자신의 왼손을 잡은 채로 자고 있던 호석의 손을 풀고 조심스럽게 침대에서 일어나 창문을 닫았다.
그리고 다시 조심히 침대에 걸터앉아 흐트러져있던 호석의 머리카락을 단정하게 살살 정돈했다.



이렇게 보면 남들과 똑같은 평범한 남자친구인데 정호석은 정호석이었다.
회사에서 호석의 사진을 배경화면으로 해놓은 사람도 있고, 아예 출력해서 데스크 옆에 붙여놓은 직원들도 몇몇 보이다 보니 도저히 신경이 안 쓰일 수가 없었다.

간혹가다 점심을 먹다 “요새 정호석 진짜 괜찮지 않아? 나 정호석한테 심하게 감긴 듯ㅠㅠ”하는 동료들이 보일 때면 괜히 점심 먹은 게 얹히기 일쑤였다.



그런 곳에서 사실 내 남자친구가 정호석이라고 하면 “내 남자친구는 우리 회사 회장 아들이다”라며 웃어넘기겠지.
여주 너도 허무맹랑한 소리할 줄 아는구나 하며 다들 웃고 넘길 수도 있겠다.




호석의 머리를 정돈해주고 있는데 잡생각에 잠깐 멈추니
“...계속 해줘” 하고 잠이 섞인 호석의 목소리가 들렸다.
“자고 있는 거 아니었어?”
“자고 있는데...너무 좋아서..빨리 다시 해줘”
그러더니 손을 더듬거려 여주의 손을 찾아 제 머리 위에 다시 툭 올렸다. 이런 평화가 얼마만인지. 그런데 행복하면서도 어째 바짝 말린 낙엽처럼 쉽게 바스러질까 여주는 그게 너무 무서웠다.



호석의 인기는 날이 갈수록 높아지는 게 여주는 그게 좋으면서도 두려웠다. 호석의 직업이 대중들의 인기를 먹고 자라는 직업인지라 여주는 어쩔 땐 뭔가 자신이 이 옆에 계속 있어도 되는 게 맞는 건가 싶어졌다. 예전 학생 때의 한여주 같았으면 당당하게 나서서 "저희 진지하게 만나는 사이 맞아요"라고 호기롭게 말하고 주변은 신경도 안 썼겠지만 사회에 몸을 담으면 담을수록 점점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게 되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사람들에게는 만나는 사람 하나 없는 정호석으로 알려져있는데 혹여나 오랫동안 만나고 있던 사람이 있고 그 사실을 숨기고 있었다는 걸 다들 갑작스럽게 알게 되면? 생각만 해도 막막하고 숨이 갑갑해져왔다. 팬들의 차가운 반응에 종국엔 내가 호석의 다리를 꺾는 게 되는 게 아닐까 하는 알수없는, 감당할 수 없는 불안감이 여주를 옥죄어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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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맛인데 순한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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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호석, 일반인 여자친구와 깊은 열애중?
(망상일보 = 김한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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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dream(백일몽)'으로 데뷔해 지난해 'Blue Side'로 대상을 거머쥔 아이돌스타 정호석이 열애설에 휩싸였다. 최측근의 말에 의하면 정호석은 수 년간 일반인 여자친구와 몰래 열애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정호석의 한 오랜 지인이라는 사람의 말에 따르면 지금의 여자친구는 데뷔 전부터 만나던 사이이며 지금까지도 현재 진행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인 여자친구는 모 대기업에 다니고 있으며 또한 결혼까지 약속한 사이로 지인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다. 한편 이에 대해 정호석 소속사에 해명을 요구했으나 소속사에서는 현재까지 답변을 안 하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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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코 여주가 우려했던 호석의 열애설이 터치고 말았다.

사실 정호석은 여자친구가 있었다며 오랫동안 만났다는 둥 자신의 지인이 정호석과 동창인데 고등학교 때부터 사귀었다부터 시작해서 여자친구는 현재 어느어느 대기업에 다니고 있는 것 같다 등등 꽤나 구체적인 말들이 댓글창에 오르락내리락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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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그 시각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여주는 핸드폰 볼 시간도 없이 쌓인 업무를 쳐내느라 바빴고 퇴근 후에는 회사 내 맡은 프로젝트가 나름 성공적이어서 부서 전체 회식이 잡혀있었었다.

기나긴 프로젝트 끝에 드디어 야근에서 벗어나 칼퇴근을 해보나 싶었는데 회식이라니. 하아, 하고 책상에 엎드려 "집에 가고 싶다. 집에 가고 싶다"고 외치는 여주에게 정국이 다가왔다.

"아이, 주임님! 오늘 같이 공짜로 소고기 먹는 날은 빠지면 안 된다고요, 빨리 준비해요, 늦게 가면 이상한 자리 앉게 된다고요"
여주를 붙잡고 흔드는 정국에 여주의 팔이 책상 밑에서 달랑달랑 힘없이 흔들렸다.


"아, 정국아....그냥 나중에 내 돈 주고 내가 사먹으면 안 될까?"
"자자, 나중엔 제가 크게 살 테니까 가야 돼요. 오늘은 회삿돈 왕창 뜯어먹는 날이라고여. 무려 소고기예요! 소고기!"
이제는 저를 막 끌다시피 하는 정국에 억지로 끌려온 회식자리는 하필이면 박 과장이 참석하는 자리였다.







오랜 야근에 피곤한 것도 한 몫했지만 술자리만 오면 할 말 못할 말 가리지 못하는 과장놈이 있어서 여주는 더 오기가 싫었다. 술만 들어가면 꼭 결혼 안 한 직원들보고 결혼 늦게 하면 평생 혼자라며 껄껄 웃으며 시답잖은 농담을 하는데 다들 억지 웃음만 지어내기 일쑤였다.
그리고 심지어 오늘의 타깃은 여주였다.

"어이, 한 주임. 한 주임은 결혼했나?"
"아니요"
"애인은 있어?"


물을 마시고 있던 여주는 사레가 들려 잠시 콜록거렸다.
"...아니요"





"에이, 한 주임 능력에 그 정도 외모면 남자들이 줄을 서고도 남았을 텐데. 어때 내가 한번 소개해줘? 왜 그 있잖아. 재무2팀에 강 대리. 어때, 어? 사람 좋고 능력도 딱 좋고. 여자는 자고로 적당히 승진 욕심도 있는 그런 남자 만나야해"
"딱히요. 별로 생각이 없어서.."




제발 밥 좀 먹자고 단답을 이어갔지만 박 과장은 그 입을 쉬지를 않았다.

"이제 보니 한 주임 애인 없는 이유 알겠네. 이렇게 튕기고 하면 한 주임이라도 있는 남자들도 다 도망가는 거 알아? 튕기는 것도 적당해야 이쁨 받아. 근데 다들 알지. 이런 친구들이 꼭 나중에..어? 뭔 말 하는지 알지?"
하며 혼자 웃다가 분위기가 싸하게 만드는 건 기본이었다.




결국 싸해진 분위기에 혼자 술을 진탕 쳐마시다가 쓰러져있는 박 과장을 놔두고 다들 시선회피하며 하나둘씩 가방을 챙기는 척하고 나갔다. 그런 박 과장을 여주가 보고 후우 한숨을 내쉬고는 콜택시를 불렀다.




"...어....2차는...다들....어디 갔어"
이 와중에 정신을 못 차리고 2차를 외쳐대는 박 과장에 여주는 택시가 빨리 도착하기만을 기다렸다.


"..어...한 주임...내가 아끼는 거 알지..?"
"네네"
"어..우리 2츠아..2츠아 함 가까! 가자! 내가 쏜다! 가자!"



"택시! 택시!"
저 끝에서 손님이 내린 택시를 바로 붙잡아 뒷문을 열고 박 과장을 태우려고 했다. 그런데 자꾸 왜 2차 안 가냐고, 같이 2차 가자고 택시 안에 들어가기를 거부하는 박과장에 여주가 아주 난감해했다.



"아, 타실 거예요, 안 타실 거예요"
심지어 기다리던 택시 기사님이 화를 내자 쌀쌀한 저녁이지만 여주는 땀이 날 정도였다.
자꾸 자신의 옷을 물고 늘어지는 과장에 여주는 진심으로 예전에 배웠던 호신술로 뒷목을 쳐서 기절시킬까라고 생각까지 했으나 꾹 참았다.

"아 과장님 오늘은 이만 들어가세요. 다음에.."

"박 과장님, 술 마시려면 혼자서나 곱게 쳐마시세요. 몸도 못 가누면서 2차는 무슨"
갑자기 나타난 김석진에 여주가 놀란 눈을 한 사이 석진은 과장을 택시 뒷자리에 욱여넣다시피 집어넣고 택시 기사에게 돈을 쥐어주고 떠나보냈다.



여주가 눈을 끔뻑거리다가 물었다.
"선배! 여긴 어쩐 일이에요?"




그제서야 석진은 웃으며 손가락으로 뒤를 가리켰다.

정국이 웃으면서 “저요,저요! 제가 불렀어요. 팀장님이 회식 어디서 하냐고 물어보시길래”
마치 ‘저 잘했죠’ 하는 표정으로 보는 정국이에 여주는 차마 뭐라 하지도 못하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에 정국은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으며 “두 분, 즐거운 시간 보내세용~” 하더니 ‘와, 나 진짜 오늘 사랑의 오작교 제대로였다’ 생각하며 기쁜 마음으로 서둘러 자리를 떴다.




"아니, 선배는 바쁜데 정국이가 부른다고 그냥 와요? 이런 데는 안 오셔도 됐는데, 다음에 정국이가 이래도 그러려니 하고 피해요. 여기까지 괜한 데 오느라 피곤할 텐데 들어가세요. 저도 이만 집에 가보려고요" 하고 택시 어플을 켜기 위해 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내려는 여주를 보고 석진이 말렸다.
"에헤이. 넣어넣어. 나도 어차피 집 가는 길에 연락 받은 거였어. 여기 기다리고 있어. 차 가지고 올게. 어디 가지말고 기다려"
하고 석진이 근처 주차장으로 뛰어갔다.




진짜 얼마 되지 않아 석진의 차가 여주 앞에 섰다.
그리고 곧바로 내려 조수석의 문을 열어줬다.
"타. 집까지 데려다줄게"
"됐어요. 택시 타면 금방인데 뭐"
"그 택시비 그냥 앞으로 나 줘. 내가 종종 데려다드릴게"



웃으면서 "아 빨리! 뒤에 차 와! 어! 저 차 지금 계속 클락션 울리네, 얼른!" 하고 외치는 석진에 여주는 "그럼 실례할게요" 하고 웃으면서 올라탔다.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래 따라 흥얼흥얼거리는 석진과 그 편안한 분위기에 여주도 창가에 머리를 기댔다.


"여주야"
"네"
"이런 질문 완전 꼰대같은데 남자친구는 없어?"
"갑자기? 그건 왜요?"
"아니, 그냥. 뭐 너 정도면 분명히 애인이 있겠다 싶으니까. 왜, 너 대학교 때도 인기 엄청 많았잖아"
"무슨, 저 인기 그런 거 없었어요"
"와, 하하버스 뭐 그런 거야? 본인만 모르는?"
"진짜예요"
"야, 진짜로 너 노리는 삼엽충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알아? 내가 그거 다 쳐내느라 얼마나 힘들었는데"
"왜요?"
“어?”
“선배가 왜 쳐냈어요?”
"야, 그걸 말이라고.."

여주가 정말 모르겠다는 듯이 보자 석진이 웃었다. 말을 말자






"진짜 애인 없어?"

여주가 대답에 뜸을 들였다.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없는 것 같기도 하고"
"어? 그건 또 무슨 말이야?"
"있어요 그런 게. 아, 선배, 앞이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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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씻고 나와 배터리를 확인하려 잠깐 핸드폰을 켰는데 아니. 세상에, 자신한테 이렇게 많은 부재중 연락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수많은 연락이 와있었다.
순간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머리도 못 말린 채로 어리벙벙하게 폰을 들고 서있었다.



옛날 고등학교 때 친구들
남준이의 문자와 부재중 전화



그리고 호석이의 부재중 전화 27통

인터넷 기사?
아, 직감적으로 뭔가가 있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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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호석, 일반인 여자친구와 깊은 열애중?
정호석, 숨긴 채로 열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정호석의 일반인 애인은 A기업 직원?
정호석, 일반인 여자친구 결혼까지 약속한 사이로 알려져•••
정호석 비밀 열애에 팬들 큰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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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댓글은 더 난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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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공감순 최신순 공감비율순

Tlqkf12*** 정호석이 누구랑 사귀던 뭔 상관이세요ㅠ 본업만 잘하면 그만이지 시발 정호석 건드리지 마!!!!
skrmsp3*** 아니 그래도 팬들한테 숨긴 건 너무하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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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hoseokluv*** 아 시발 언제 숨겼는데! 물어본 적도 없고 이때 동안 한번도 인터뷰하면서 ㅈㄴ 까내리기 바빴으면서 여자친구 유무 그딴 거는 ㅈ도 관심없더니 이제와서
ㄴskrmsp3*** 아 왜 나한테 지랄이야 ㅅㅂ
ㄴjhss2*** 근데 숨긴 건 좀 너무하지 않냐? 물어본 적 없긴 한데 아무리 그래도 있으면 얘기해줘야되는 거 아니야? 하 착잡하다. 나 오늘부터 잠정 탈덕한다...ㅠ
ㄴj_hoseok0*** 어쩌라고, 탈덕하려면 혼자 조용히 해 ㅅ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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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ang_kk*** 난 모르겠다...그냥 호석이 행복했으면 좋겠고.. 옛날부터 쭉 만나왔으면 둘이 잘 맞아서 그런 거 아니야? 호석 성격 생각해보셈ㅋㅋㅋㅋ그래서 그냥 난 모르겠어...난 그냥 내 아티스트 행복이 최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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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잠할 줄만 알았던 불안감이 다시 나타나 잠식해갔다.
그 순간 아무 생각도 안 들었다.
멍하니 핸드폰을 보고 있었던 것 같다.
아까 마셨던 술의 취기가 지금 오는가 머리가 아찔하게 핑 돌았다.





근데 애석하게도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댓글로 뭐라고 쓸 수도 없고 거기다 기자한테 기사 내리라고 연락하는 건 나 여깄다하고 광고하는 꼴밖에 안 됐다.
그렇게 걱정하고도 걱정하던 일, 날고 있는 호석에게 무거운 목줄을 걸어놓고 잡아 당기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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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예민해진 호석은 오는 전화 모두를 족족 차단해버렸다. 어디 신문에 기자라며 옛날 고등학교때 알지도 못하던 지인이라는 새끼들이 지껄인 말들 가지고 사실인지 묻는 말을 듣는 순간 통화종료를 누르고 바로 차단했다.
"어디서 지인 말에 따르면 이지랄하고 있어. 시발새끼들이"


카톡은 읽었지만 전화를 받지 않는 여주에 더 예민해진 호석은 스케줄 이동하는 차 안에서 내내 여주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여주는 끝끝내 전화를 받지 않았다.
자고 있겠지. 피곤해서 아직 자고 있겠지 불안을 억지로 가라앉혔다.
















"야, 정호석, 전화 오는데?"
"뭐? 안 들려"
"전화 온더고 너"
"리허설 중인데 무슨, 또 어디 기자들 전화겠지. 그냥 끊어"
"..여주 누나인데?"




호석이 끝에서 잘 안 들리는지 얼굴을 찌푸렸다.
"뭐라고? 크게 말해 안 들려!"
"너! 전화! 전화 온다고!"
"뭐? 전화? 아 그냥 끊어. 좀이따 내가 보고 확인할게"

그리고 바로 무대로 직행해버리는 호석에 남준은 고개를 긁적이다가 '우리 여주' 라고 떠있는 핸드폰을 조용히 엎었다.
나중에 전화하겠지.











리허설이 끝나고 무대에서 내려온 호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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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여주
부재중 전화(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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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재중 전화를 보자 남준에게 소리쳤다.
"야! 김남준! 여주 전화면 불렀어야지. 거절했어?"



남준은 억울했다. 자기는 분명 전화온다고 계속 얘기했는데 분명 끊으라는 건 정호석이었는데.
"아, 거절은 아니고 그냥 엎어놨어. 야 내가 여주 누나라고 했잖아"
"아 언제 그랬어"
"여주 누나라고 했거든!"




호석이 머리를 쓸며 여주에게 전화했지만 여주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제서야 바쁘냐는 카톡이 와있는 것을 확인하고 답장을 했다.

침대에 누워 핸드폰 사진첩을 의미없이 보던 여주는 옛날 학교 친구들에게서 계속 오는 카톡에 설정에서 아예 카톡 알림을 다 껐다.



이불을 얼굴 위로 덮었다가 다시 내렸다가 냉장고로 가서 맥주 한캔을 그대로 쭉 들이켠 여주는 후우 하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을 서서히 잠식해가는 알지도 못하는 감정에 이리저리 뒤척인지 오래였다.




다시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들고 인터넷을 보면 정호석 이름은 사라지기는커녕 더 부풀려진 채로 메인 뉴스에 있었다. 몇 분 단위로 계속 올라오는 근거 없는 기사에, 소속사 SNS에 있는 호석의 영상에는 알수없는 외국어와 진짜 연애하는 거 맞냐는 팬들의 질문으로 댓글이 도배된 지 오래였다.




대한민국에서 제일 잘나간다는 가수라는데.
정호석은 정호석인데 왜 멀게만 느껴지는지 모를 일이었다.
지금 그 '정호석'과 만나는 이 모든 상황 자체가 무슨 가상 소설 속에 빙의가 된 것 마냥, 고등학생 때 반 아이들이 야자시간에 몰래 공유하던 연예인 팬픽인 것 마냥. 지금 이 모든 게 여주에게는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이렇게 진짜로 자신이 옭아맨 호석의 목줄을 움켜쥘 순 없었다.
그래서 여주는 기다렸다. 때가 오면 이제 풀어주기로.
이러한 상황에서도 계속 있는 바쁜 일정에 호석의 연락이 쉽지 않은 건 당연지사.
그래도 여주는 기다렸다.
호석의 그 마지막 일정까지.






그리고 늦은 새벽
호석이 집에 잘 도착했다고 하는, 간신히 닿은 그 카톡을 본 순간.
미안하게도 여주는 이별을 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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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후회길 걷고,,,정팀장은 울음길 걷고,,,(취향 범벅)
3편만에 헤어지는 글이 있다..? 여기 있음.. 길게 않고 7-8화로 끝낼 예정입니다 희희;

회사에 석진 같은 팀장님 없음
오수 같은 놈들만 천지 잔뜩 널림
오타(이름)는 발견되면 수정하겠음다 편하게 읽어주시고 굿나잇!

[김덜렁]

...ㅋ 여주야 빨리 퉤퉤퉤하고 없던 일로 해

[데일밴드]

따싀 따아아아흐흐흐흐흑

[위아더챔피언]

💜

[위아더챔피언]

💜

[데일밴드]

💜❤️💜❤️

[아미야ㄴr야그란데]

헤…헤어질줄은 몰랐서 ㅠㅠㅠㅠㅠ호시기 내비둬 ㅠㅠㅠㅠㅠㅠㅠㅠ

[데일밴드]

[Lee제똥]

으아아 3편만에 헤어지다니 것도 카톡이별이라니!!